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향후 인구 전망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 쏠림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기준 수도권 인구는 2596만 명으로 비수도권 2582만 명보다 14만여명이나 추월했다. 국토의 1/9밖에 안 되는 수도권에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셈이다. 이 정도면 가히 ‘수도권 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마치 서울과 경기권을 중심으로 흡수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국가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암울하다. UNFPA(인구보건복지협회유엔인구기금)의 ‘2020세계인구현장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 출산율’은 1.1명으로 세계 최하위(198위)다. 세계 평균 2.4명에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인구는 계속 줄어드는데 비수도권 인구마저 수도권으로 몰림으로써 경제와 교육, 의료, 복지 환경이 열악한 지방도시의 쇠퇴도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 되고 있다.
통계청은 올해 대비 50년 뒤에는 수도권은 23.6%, 비수도권은 30.3%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려했던 국가소멸, 지방소멸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특히 영남권(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과 호남권(광주, 전북, 전남)의 중소도시의 소멸위험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20년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전입하는 인구는 감소했지만 2017년 이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영남권과 호남권이 인구가 다시 수도권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20대들이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이는 비수도권보다 교육기회와 좋은 일자리가 많고 생활편의시설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지방에서 산다는 이유로 미래가 불확실하고 차별을 받는다고 느끼면서 수도권 쏠림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정부의 공기업 지방이전 추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은 지방에서는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며 수도권으로 몰리고, 젊은 층은 이들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수도권 인구증가세가 주춤한 적도 있었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153개의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시작되면서 2011~16년까지 수도권 인구가 줄어든 것이다. 수도권 과밀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정책이 성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정책에 따라 진행 중인 현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이전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일자리, 교육, 의료, 생활기반시설이 공고해진 수도권의 쏠림현상을 해소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다른 문제는 그동안 추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보면 국가균형발전이란 목표로 진행했지만 이전 공기업의 입장에 맞추다 보니 지방중소도시 인구가 공기업이 주로 이전한 광역시로 흡수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공공기관 이전이 수도권의 과밀현상을 해소하는 데는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지방중소도시의 소멸진행에 가속도를 붙이는 역효과로 나타난 것이다.
대한민국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가 된다면 비수도권의 생활환경은 더욱 나빠질 것이고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 정부가 신속하게 해야 할 일은 그동안 추진해왔던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지방 살리기에 최우선적으로 맞추어 진행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추진도 병행해야 한다. 지방에 좋은 교육과 일자리가 보장되고 자신의 안전을 맡길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인구는 늘어날 것이다. 지방대학의 구조조정을 통해 지방대학의 수준을 높이고, 권역별로 거점형 대형의료센터를 구축하는 결단이 요구된다.
지방중소도시도 앞으로 다가올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 각 지자체가 갖고 있는 역사, 문화, 자연환경 등은 수도권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요소들이 더 많다. 자산의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지금 지방중소도시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