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날마다 조금씩 하늘로 올라간다/ 나의 입김/ 나의 울음/ 나의 목소리/ 나의 모든 것이/ 나에게서 떠난다/ 하늘로 간다/ 같은 빛깔/ 같은 소리/ 같은 냄새로/ 하늘서 만난다/ 만나서 엉기며/ 엉겨서 흐른다/ 길게 길게 흐른다. -김동리詩, 은하- 보고픈 얼굴 별 되어 박힌 은하(銀河) 길을, 한 입 꽉 깨물어 뱉어버린 흉터자국으로 입술 꼭 다문 초승달 흘러가고 있다. 한 뼘 눈물뼈로 반짝이는 밤하늘별들 건드리면 한꺼번에 쏟아져, 달빛 별빛 다 받아 치마폭 감싸는 첨성대는 지상의 속 깊은 품안으로 아늑하다. 닳아진 달력의 마지막 장을 기억 속에 감는 시계의 초침소리 무엇 그리 급한지, 낡은 신발을 끌고 쌓은 돌 견고한 첨성대 기대보는 12월, 하마 까마득한 천년이 짧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삼국사기】‘선덕왕이 왕위에 올랐다. 그의 이름은 덕만(德曼)이며, 진평왕의 맏딸이다. 어머닌 김씨 마야부인이다. 덕만은 성질이 어질고 명민(明敏) 하였다. 진평왕이 별세 하였으나 아들이 없었으므로 백성들이 덕만을 왕위에 오르게 하고 성조황고(聖祖皇姑)라는 칭호를 올렸다’ 처음 여성이 왕으로 계승되자 시대에 뒤지는 무리들에 의해 반란을 일으킨 기록이 삼국사기에 등장한다. ‘16년 봄 정월, 상대등 비담과 염종 등이 여왕이 정치를 잘못한다는 구실로 군사를 동원하여 반역을 도모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 당시 파격적 기정사실이면서도 불가사의하게 받아들여졌을 여왕의 등극. 나라 안팎으로 반란과 전쟁이 끊임없던 어지러운 시국 속에서도 제위3년 분황사, 제위4년 영묘사, 제위14년 자장의 권유로 세워진 황룡사구층목탑, 그리고 첨성대 등, 삼국사기·삼국유사 기록 속 호국불교의 부흥과 더불어 역사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선덕여왕. 삼국사기 선덕왕조〔저자(김부식)의:견해〕“하늘의 원리로 말한다면 양(陽)은 강하고 음(陰)은 부드러운 것이며, 사람의 원리로 말한다면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한 것이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편견과 경계의 대상이었던 시절, 대학자도 분별력 없이 인간평등의 존엄을 상기하지 못하고 서술한 것이리. 시대를 앞서가는 통찰력과 리더의 덕목을 갖춘 선덕여왕은 나라와 백성을 다스릴, 왕권확립의 신망 두터운 방편으로 그 시기 주술적 첨단과학으로 대두되던 천문관측을 이행하였을 것이다. 중국 고대 복희씨(伏羲氏) 음양오행사상을 근간으로, 천지간(天地間) 변화와 순환의 공간속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의 섭리를 점괘(占卦)쳐, 천지만물의 질서를 밝히려 듯 우주적 기운으로 공들여 쌓아진 첨성대, 내부 구조는 출입구까지 흙과 돌을 섞어다진 적심으로 채워져 있다. 화강석 벽돌 겉면은 매끄럽게 다듬었지만 내부 석재들은 울퉁불퉁 다듬지 않은 상태다. 상부 바깥쪽 양면 귀틀처럼 돌출된 부분은 내부⤧ 모양 장대석설치구조다. 맨 꼭대기 원통부분 반쪽이 판석덮개로 앉은뱅이책상인 양 놓여 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36대 혜공왕(765~780) 15년 6.7지진으로 100여명이 사망했단 기록에도 불구하고, 지진을 대비한 내진설계 안정성을 추구한 기술력으로 천문관측 첨성대는 끄떡없었다. 신라궁궐 반월성 성곽에서 약 300m 위치에 기초도 튼튼하게 땅을 다지고, 총 380여개 부재로 구성된 화강암 올곧게 쌓아, 하늘 땅 유연한 곡선미와 강직한 직선미로 점성술 당찬 옛사람들 삶의 달력 첨성대, 세월을 관측하는 별 품은 숨결로 흘러가는 천년이 깊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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