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문인 몇 사람과 자주 만나는 주당들과 낮부터 ‘봉황대 집’에서 같이 술을 마셨다.  그날은 아침부터 마셨으니 시간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까지 되었다. 술이 취하면 뿔뿔이 흩어지게 마련. 거나하게 취한 S시인은 비틀거리며 술집에서 도로변까지 나와 지나가는 빈 택시를 손을 흔들어 세웠다. 아마 술이 취하였으니 집까지 걸어가지는 못할 테고 차를 타고 갈 양으로 택시를 세운 것이리라. 그런데 그는 택시를 세우고는 문을 열고는「신발을 얌전히 아스팔트 위에다 벗어놓고는 택시를 타고」자기 집으로 갔었다. 아마 자기 집 현관 앞인 것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집에 가서는 그냥 술에 골아 떨어져 방에 누워서 잠을 잤다고 했다. 문제는 그 이튿날 아침이었다. 출근을 하려고 보니 어제 맞추어 신은 새 신발이 없어진 것이다. 어린 아이들을 불러 내 신발 어디다 감추었느냐 하고 식구들을 다그치니 아무도 그 신발 본 사람이 없었다. 아무렇게나 헌 신발 하나를 신고 그날은 출근을 했다고 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술집 ‘봉황대 집’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도로변 아스팔트가 있는 그 옆 구멍가게 주인이 S시인을 보더니 반갑게 맞아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보아도 잘 모르는 사람인데 그 가게 주인은 아마 아는 모양이다 하고 가까이 가보니 자기 신발을 꺼내놓지 않는가? S시인은 기쁘고 신기하여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으니 “선생님께서 그날 술이 취하여 택시를 타면서 아스팔트 위에다 신발을 나란히 벗어놓기에 주어다 놓았다가 지금 드리려고 가져왔노라는 하는 것이 아닌가? 기쁘고 고맙고 감사하여 네, 네, 하면서 신발을 찾아 신고 왔다는 사실을 지금도 경주문인들끼리 배꼽을 잡는 일화로 남아있다. -정민호(시인·동리목월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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