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선생은 그 후 거의 해마다 신라문화제 행사에 참석했었다. 초청장이 있든 없든 백일장에나 심사장에 나타나 큰 소리로 작품을 읽으며 농담으로 일관하는 그의 말솜씨에 같이 웃기도 했다. 어느 해 가을 신라문화제 때에 시인 김구용(金丘庸) 선생을 초청하여 문학행사를 했는데, 그때 지부장은 이근식 선생이었다. 그때는 아예 여관방을 몇 개 전세를 내 놓고 그 여관에는 문인들로 들끓었다. 대구, 서울, 부산, 포항, 울산 등지의 문인들이 한데 모였다. 모여서는 각각 술을 마시다가 저녁 늦게 숙소인 <천우여관>으로 돌아오곤 했다. 고무신 선생은 어디 갔다가 12시가 넘어 술이 취한 채로 돌아왔다. 여관 복도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지부장인 이근식 선생과 고무신 선생이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내용인즉, “지부장은 뭐 하는 거야. 왜 독방을 마련하지 않았어!”했다. 늦게 와보니 자기 방에 딴 사람이 자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문협 회원이 쓰는 방을 함께 쓰라고 지부장이 말한 모양. 이 말에 서울 손님으로 다 같이 초청해 놓고 김구용 선생은 독방을 주고 나는 왜 합숙을 시키느냐는 것이었다. 이렇게 옥신각신 하다가 여관에 모인 문인들 모두 잠이 깨어 복도에 나와서 한 마디씩 하게 되었으니 여관은 떠나가듯 시끄럽고 나중에는 여관집 주인까지 나와 영업 방해라고 고래고래 야단법석이었다. -정민호(시인·동리목월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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