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자 춘심이’를 보고 있으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길목에서 지역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행복을 나누기 위해 경주 마실에 나선 행복 바이러스 춘심이.
현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밝고 경쾌한 이미지인 ‘춘심이’로 풀어내는 이철진 작가의 ‘불응주색생심不應住色生心’展이 오는 31일까지 갤러리 라우(관장 송휘)에서 열린다.
불교의 금강경에서 나오는 ‘불응주색생심’을 주제로 펼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세상에 좋아 보이는 모든 것을 탐하기보다 현재의 삶에서 행복을 찾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신작 30여 점을 소개한다.
한국화를 전공했고, 대학시절부터 인물화를 즐겨 그렸던 작가는 졸업 후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애용하던 아호가 ‘춘심’이었다고. 당시 주위에 춘심이라는 실제 이름을 가진 사람들도 하나 둘 만나게 되면서 현대인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춘심이’를 채택, 작가는 토속적이면서 정감 있는 춘심이로 현대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소소하게 나누고 있다.
“춘심이는 90년대 초부터 그린 작품 속 캐릭터입니다. 대략 2010년 전까지의 작품은 내면적인 무의식속의 자기 자신에 대한 고찰이랄까? 혼자놀기, 상념, JAZZ 시리즈 등 작품 속의 인물들이 전부 눈을 감고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하는 일종의 상념 속의 인물들을 표현했어요. 그러다 2009년 뉴욕 전시를 기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저의 눈이 변화가 되기 시작했어요. 세상이 힘들다며 지나온 시간들이 큰 세상 밖으로 나오니 현재의 모습이 그래도 많이 행복한 시간들이구나를 느끼는 계기가 된듯합니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지금 이 순간이 당신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알려주고 싶었죠. 그래서 행복한 여자 춘심이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거예요. ‘불행하다’라는 생각보다는 ‘행복하다’라는 생각하나 만으로 일단 사람들은 변할 수 있다고 믿게 됐거든요. 저 역시 전에 작품 활동보다는 지금의 제 모습이 훨씬 생동감이 있듯이 말이죠. 춘심이는 이제 제 예명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커피숍, 음악회, 거리 등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작품 소재를 찾곤 한다는 작가는 때론 누군가의 건강한 내면을 끌어 올려주기 위한 작품도 간간히 선보이고 있다.
얼마 전 불국사 근교로 작업실을 이전한 작가는 내년에는 다양한 노력과 시도로 더욱 완성도 높은 춘심이 시리즈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고.
현재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도 열의를 쏟고 있는 작가는 “앞으로 작품 활동하기 좋은 세상이 펼쳐지리라 봅니다. 국내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화죠. 우리 때는 좀 어려웠거든요.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해외에서 전시를 할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앞으로는 그것에 더해 지금 해외에서 눈여겨보는 k-pop이나 영화처럼 미술계도 그 바람이 올 것이라 봅니다. 어렵다고하는 예술세계지만 다른 분야 또한 어려운건 사실이거든요. 그냥 막연이 예술이라고 더 어렵다고 느낄 뿐이니까 적극적인 자신감으로 미래를 준비한다면 분명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라고 학생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1963년 합천에서 태어난 이철진 작가는 뉴욕, 서울, 부산, 경주 등지에서 개인전 38회, 홍콩호텔아트페어, 바젤 아트페어, 벨기에 아트 젠트 초대전, 부산화랑미술제, 경주아트페어 등 국내외 아트페어 30여 회, 그룹전 400여 회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상북도교육청사와 대구은행본점, 대구문화예술회관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현재 대구 미술대전 초대작가이자 심사위원, 포항예술고 미술부장, 동국대 외래교수로 후학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작가와의 만남 15일 오후 12시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