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이현세 화백과 관련한 전시관 및 길거리 조성사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어 화제다. 그러나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오고 있어 모처럼의 이현세 화백 기념관 논의가 자칫 왜곡될 우려를 낳고 있다.
이현세 화백 관련 기념관 혹은 거리조성 사업은 지난 10월 중순경 이현세 화백과 주낙영 시장이 만나면서 물꼬를 텄다.
이어 주 시장은 10월 22일 미래사업추진단(단장 예병원)에 이와 관련한 계획안 수립을 지시, 논의에 들어갔고 시청 관계자들이 11월 6일 이현세 화백을 방문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 보였다.
특히 주낙영 시장은 황남초등학교가 2019년 이전되는 것을 고려, 황남초 일부를 이현세 화백 기념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제시했다. 마침 황남초는 이현세 화백의 출세작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주인공 까치가 졸업한 초등학교로도 등장한 바 있다. 이현세 화백도 의미 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시청이 세운 하나의 계획일 뿐, 실제로 황남초 사용권한을 가진 교육청과는 협의를 이루지 못한 상황. 황남초는 경주시 자산이 아닌 교육부 자산으로 그 사용결정권은 전적으로 교육부의 결재를 필요로 하는 교육청의 권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달 27일 경주시의회에 이 안이 업무보고 된 것을 계기로 경주시의 초동계획안이 마치 확정안인 양 와전돼 혼선을 빚었다. 이현세 화백 기념관이 황남초에 설립된다는 보도에 이어 상당수 시민들 역시 SNS상으로 이 소식을 전하며 마치 확정된 것처럼 유포했다.
당시 경주시는 황남초에 이현세 화백 기념관뿐만 아니라 통합청년지원센터, 전통기술학교, 문화재학교, 황남동주민자치센터 등 건립을 함께 보고했는데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은 이현세 화백 기념관 사업이 주목을 받은 셈이다.
이에 대해 경주교육청 담당관 송재복 과장은 “이현세 기념관의 황남초 내 설립에 대해 시청 관계자들의 계획을 들은 바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교육지원청은 황남초 활용에 대해 ‘발명체험교육관’ ‘메이커 센터’ 등을 교육부 공모사업으로 상정하고 이에 대해 심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 과장은 이 역시 단순한 공모사업의 일환일 뿐이므로 성사여부가 결정되는 대로 이현세 화백 기념관은 다시 논의해볼 만한 사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현세 화백 만화작품만 무려 5천권, 살아 있는 신화, 경주를 만화 총본산으로…! 이와 관련 이현세 화백 작품에 대해 전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세종대학교 창의소프트 학부 한창완 교수는 이현세 화백 작품이 단행본 기준 무려 5000권에 이른다고 전한 후, 이현세 화백 작품만으로 만화 도서관을 건립해도 충분하다며 기념관 설립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또 “이현세 화백의 문하생과 대학 제자, 이 화백과 함께 작업한 스토리 작가, 네이버 문화재단 등과의 인재발굴 작업 등으로 양성한 이른바 ‘이현세 사단’이 우리나라 만화산업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현세 화백 기념관 건립이 콘텐츠 개발, 만화·애니매이션 강좌 등과 연결될 경우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만화계의 중견 및 신예작가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 경주를 명실상부한 만화의 총본산으로 알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세 화백은 만화 자체뿐만 아니라 만화 CD-ROM 제작, 컴퓨터 그래픽과 결합한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 영화 및 드라마 진출, 교육용 만화 제작 등 만화와 관련한 영상 예술 전 분야에 걸쳐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한 작가다.
동시에 슈퍼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만화계의 살아 있는 신화로 군림하고 있으므로 어떤 장르의 예술가보다 인지도 및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화백은 경주의 요소요소를 자신의 작품 속에 담아냄으로써 이를 활용한 스토리텔링 작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현세 화백과 관련한 거리 조성사업은 지난 6기 민선지자체에서도 논의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황남동 일대를 이현세 화백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 진행됐으나 거리 조성에 따른 소란 등 일부 주민의 반발과 이현세 화백 자산가치에 대한 부정적 판단으로 최종 결재단계에서 제외, 무산된 바 있다. 이현세 화백은 “경주를 위해 무엇이건 도움이 되는 작업을 하는 것이 마음의 고향 경주를 위한 작은 보람”이라 밝힌 후 “나와 관련한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건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인 만큼 기꺼이 모든 부분에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현세 화백은 만화계 신예들의 창작활동을 고취하기 위해 네이버와 손잡고 여는 ‘이현세 화백과 함께 하는 지옥캠프’를 2019년에는 경주화랑마을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