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과 알록달록 가을을 품은 나무들이 색을 빛내는 그렇게 예쁜 날. 10번째 문화탐방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양동마을이다. 양동마을로 들어서는 길, 왼편 양동초등학교에서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들린다. 마을길 옆으로 소박하니 피어난 국화와 이름 모를 꽃들이 더해져 가을소풍을 온 것 같은 설렘으로 가슴이 뛴다. 양동마을은 설창산의 산등성이가 네 줄기 능선으로 갈라져 골짜기가 물(勿)자형의 지세를 이루고 있는 조선시대 최대 규모의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의 집성촌이다. 5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160여 호의 고가옥과 초가집이 어우러져 우거진 숲과 함께 펼쳐져 있다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 알고 있었는데, 내가 직접 마주선 양동마을은 동그란 초가지붕 뒤로 중후한 기와가 몇 채 보이는 소담한 마을로 보여 의아함을 가득 품고 문화탐방을 시작했다. 원래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가 사돈지간이었으며 서로 의식과 경쟁으로 마을이 번창하고, 더 뛰어난 인물이 배출될 수 있었다는 문화해설사분의 설명을 들으며 본격적으로 들어선 양동마을은 처음에 느낀 소담한 마을이 아니었다. 관가정(보물 제442호)을 뒤로하고 언덕을 오르자 물봉동산이라는 너른 공간이 나고 저 멀리 골짜기 마다 기와와 초가가 자리 잡은 것이 마을규모가 한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이도 6.25때 소실돼 반 정도가 남은 것이라 하니 옛 모습이 가히 상상이 되질 않았다. 더욱이 국사시간에 말로만 들었던 99칸의 기와집. 일부 불타 규모가 줄어들기는 했으나 보기에도 규모가 상당한 보물 제412호 향단을 보며 조선시대에 이 마을의 위세가 엄청났을 거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관가정과 향단을 지나 마을길을 따라 걷는 길. 동네 어르신께서 손을 분주히 놀리며 짚으로 예쁘게 댕기를 땋고 계신다. 알고보니 댕기처럼 엮은 짚은 초가지붕에 이엉을 얹기 위해 엮는 거라고. 새로운 모습에 신기해하고 있던 찰라 무첨당에 도착한다. 무첨당은 회재 이언적 선생의 종가 별택으로 마루와 널따란 정자가 이어져 있는 이색적인 모습과 흥선대원군이 이곳에서 머무르며 썼다는 ‘좌해금서’ 편액을 보니 이 건물이 많은 학자와 사람들이 모이는 핫플레이스였다는 해설사분의 설명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방문지인 서백당은 양민공 손소가 지은 월성 손씨의 종가집으로, 이 집터를 잡을 때 설창산의 혈맥이 모이는 이 터에서 세 명의 위대한 인물이 배출될 거라는 예언이 있었는데 경절공 우재 손중돈 선생과 문원공 회재 이언적 선생이 여기에서 태어났고 아직 한명은 미탄생이라 한다. 요즘도 서백당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하니,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인물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두 시간여 양동마을을 둘러보고 경주로 돌아오는 길. 천년고도 신라의 도시로 일컬어지는 경주에서 조선을 만난 것이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행복했다. 옛것을 꾸준히 지켜나간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계속 유지돼 많은 사람들이 찾아 뜻밖의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문화유산이 되었으면 좋겠다. 신라문화탐방동아리 경장 이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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