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천년고도 경주에서 역사문화예술을 총 망라한 신라문화제가 열린다. 신라문화제는 1962년 4월 13일 지방에서는 처음 열린 전국에서 가장 큰 대규모의 행사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46년이란 긴 세월을 버티면서 많은 중장년층 경주시민들에게는 그때 그 시절 보고 느꼈던 추억이 자긍심으로 남아 있다.
7~80년대 문화관광도시 경주를 대표했던 신라문화제는 이제 국민들 뿐만 아니라 경주시민들의 관심사에도 멀어진지 오래이며 지방 중소도시에서 열리는 조그마한 문화행사로만 인식되고 있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은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등장과 국민들의 문화적 욕구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진단을 했지만 따지고 보면 신라문화제의 주체여야 할 우리가 스스로 외면한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 일련의 과정을 보면 신라문화제의 위상이 급격히 떨어진 시기는 1995년부터 시작된 민선시장시대가 기점이 된 것으로 보여 진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전국 각 시군의 운영을 맡은 민선시장들은 자신의 지역이 갖고 있는 역사문화와 관광,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주제를 만들어 축제를 개최했다. 그리고 일부 지자체는 중앙부처로부터 최우수, 우수, 장려축제 등의 평가 받아 단체장들의 치적으로 홍보됐다. 이 같은 행사와는 비교해서도 안 되겠지만 정작 오랫동안 우리나라 대표 문화행사로 주목을 받았던 신라문화제는 지자체간 치열한 경쟁 속에 그 역사성과 가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지금은 여타 지방축제와 비슷한 수준의 행사란 취급을 받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도자들은 신라문화제가 갖고 있는 우수한 콘텐츠를 공고히 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일관성을 기하지 않았다. 반면 차기 당선을 위해 선심성, 일회성 행사를 여과 없이 양산하면서 신라문화제를 때가 되면 열리는 행사로 격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는 신라문화제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지경까지 왔다.
경주지역에는 문화예술공연과 전시회, 그리고 각종 문화행사와 학술포럼 등 많은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천년고도 경주의 대표주자는 찾을 수 없다. 경주는 이미 오랜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로 위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신라문화제의 가치는 그만큼 중요하다.
과거의 역사문화유적만 있고 현재 주민들의 삶과 풍습, 의식주가 생활문화로 정립되지 못한 도시는 더 이상 경쟁하기 어려운 시대에 와 있다. 과거와 현재의 문화와 삶이 공존하는 경주가 되어야 하며 신라문화제가 그 매개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행정과 의회, 문화예술단체, 시민사회단체, 시민들이 신라문화제의 가치를 존중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경주의 해외인지도를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1333만여 명 중에 정작 천년고도 경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5~60만 명에 그칠 정도로 경주의 해외인지도는 낮다. 경주의 역사문화와 관광시설 기반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다는 우리들만의 생각으로는 뒤처질수 밖에 없다. 신라문화제는 이미 오랫동안 이어온 역사적인 기반을 갖고 있다. 신라문화제 만이 경주의 해외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문화콘텐츠다. 더 늦기 전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라문화제의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신라문화제의 위축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정책부재가 한몫을 했다.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안이한 정책도 원인이다. 신라문화제라는 브랜드는 있었지만 수요자들이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와 이미지를 부여하는 브랜딩(Brinding)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신라문화제의 가치를 바로 세워 경주의 대표주자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층의 마인드, 지역사회의 소통과 이해, 시민들의 동참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