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이들에게 가장 핫한 관광지 중 하나인 경주에 발령받아 생활한 지도 2년이 지났지만 경주에 여행을 오는 친구들이 유적지, 맛집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하면 한 번도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인터넷 블로그를 검색하던 나의 모습을 보며 ‘경주에 근무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데 난 아직 뭘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하는 자책을 하곤 하였다.
이런 내 마음과 통했던 것인지 경주의 다양한 문화유적지를 둘러보면서 주변 맛집에서 밥도 먹는 ‘경주경찰서 문화탐방동아리’가 생기고 2018년 2월 경주향교를 시작으로 경주국립박물관, 첨성대, 오릉 등을 돌아 2018년 5월의 마지막 날, 매우 특별한 손님(김상운 경북지방경찰청장님)과 함께 경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인 동궁과 월지로 떠나 본다.
동궁과 월지(사적 제18호)는 신라 왕궁의 별궁과 연못으로 신라 제 30대왕인 문무왕이 삼국을 통일한 후 강한 국력과 전쟁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일환으로 지은 것으로, 1980년대 ‘월지’라는 글자가 새겨진 토기파편이 발굴되면서 ‘달이 비치는 연못’이란 뜻의 ‘월지’라고 불리기 전까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기러기 안(雁)자와 오리 압(鴨)자를 써서 ‘안압지’로 불리워진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3개의 건물과 연못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준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제1호 건물은 건물 아래에 제기(祭器)와 그릇들이 많이 출토되어 용황에게 제사를 지내 신당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가운데 있는 전체 건물 중에 가장 크고 웅장한 건물인 제3호 건물은 ‘바다에 임해 있는 궁전’이라는 뜻으로 임해전이라고도 하며, 자신의 무덤조차 바다에 둘 정도로 바다를 사랑하는 문무대왕의 뜻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임해전지라고도 불리는 월지는 인공연못임에도 물을 끌어들이는 입수 장치나 배수구 시설을 설치하여 물이 흐르도록 하였고,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님에도(가로세로 약 200m 총 둘레 1000m) 가장자리에 굴곡을 만들어 어느 곳에서 바라보아도 연못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하여 좁은 연못을 넓은 바다처럼 느껴지도록 하여 넓은 바다를 연못에 담아내고자 했던 신라인 지혜를 느낄 수 있었으며, 굴곡져 아스라이 이어지는 풍경은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또한, 동궁과 월지를 통해 신라인들이 포용력을 엿볼 수 있었다. 동궁과 월지는 고구려와 백제의 유민들이 동원되어 건설되었는데 동궁과 월지를 살펴보면 큰 나무를 사용한 고구려의 건물양식과 신선사상이 배경인 백제의 도교 사상이 잘 융화되어 있다. 특히 연못 가운데 세 개의 인공 섬과 12개의 봉우리는 중국에서 신성시 하는 삼신산(三神山)과 무산십이봉(舞山十二峰)을 상징하는 것으로 백제도교의 유토피아를 표현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동궁과 월지에서는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되었는데 귀면와(鬼面瓦)와 금동가위, 유리공예품, 금동불상 등 3만 여점의 유물들은 신라시대를 연구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료이며, 그 중에서 주령구(약 5cm의 참나무로 만들어진 14면체 주사위로 각 면에는 러브샷, 세 잔을 한 번에 마시기 등 다양한 벌칙이 적혀 있는 놀이기구)와 목선은 풍류를 즐길 줄 알고 유머러스한 신라인들의 삶의 모습을. 사슴, 기러기, 낙타 등 희귀한 동물의 뼈는 외국과 교류를 활발히 펼쳐나갔던 신라인들의 기상과 뛰어난 항해술을 짐작할 있었다.
이렇듯 동궁에 담긴 의미와 월지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보고 있자니 동궁과 월지는 천년 신라를 담고 있는 작은 바다이며, 통일신라를 비추는 거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상운 경북지방경찰청장님은 문화탐방동아리 행사를 함께한 후 회원들에게 “역사는 기록하는 사람과 해석하는 사들에 의해 다양한 시각으로 보일 수 있다.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종합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 나 또한 한명의 해설사가 될 수 있고 경주에 근무하는 경찰로서 외부에서 오는 관광객 및 지인들에게 다양한 역사적인 배경으로 설명을 한다면, 경주·경북·대한민국경찰의 새로운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하셨다.
밝은 달빛을 조명삼아 월정교가 아름답게 비치는 카페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고생하는 직원들과 치맥도 먹으며 지친 업무 속에서도 신라의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도 내가 경주에 근무하게 된 작은 행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다음 탐방장소에 대한 설렘을 갖고 글을 마감한다.
박재식 순경경주경찰서 생활안전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