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사고의 자유와 주체적인 의사표현의 확산시대를 맞고 있다. 크고 작은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회활동과 삶의 과정에서도 자존감이 인정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공감대는 과거 우리사회를 주도했던 정의(定義)가 새로운 요구에 의해 균열이 생기면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지배층을 자처하던 이들이 규정했던 정의가 국민들의 의식변화와 시대흐름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더욱 가속화 되었고, 기존의 정의는 이제 국민들로부터 재정의(再定義)를 요구 받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 권력의 중심인 입법권과 행정권, 사법권은 국민을 바라보며 국민을 위하는 역할을 외면한 채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그들만의 시스템을 구축해 왔었다. 그러나 그 결과 어떻게 됐는가? 과거 3권에 대해 가졌던 국민들의 믿음과 존중은 불신으로 바뀌었고, 이제 국민이 스스로 제도적 권리와 인권을 찾으려는 ‘민주시민권’에 의해 견제를 받고 있다. 지금 우리는 재정의를 목도하고 또한 깊이 느끼고 있다. 촛불민심과 남북관계가 그러하고, 그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제대로 된 세상을 갈망하며 권력에 맞서며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제 국민의 힘이 제대로 가동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재정의를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제도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선거는 국민들이 주인이 되어 염원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 민주적 절차이다. 지금 우리는 선거의 홍수 속에서 선택의 귀로에 서 있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관의 선거까지 직접 참여하고 있다. 자신의 권리행사가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선택해야하는 많은 선거 중에서도 지방선거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근간되기에 결코 소홀할 수 없는 과정이다. 지방이 건강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그 지방을 건강하게 바로세우는 것은 바로 주민들의 투표에서 나온다. 이번 경주선거에 가장 큰 과제는 기존 경주사회의 이슈나 정책, 선거풍토, 고착화된 관행이 재정의(再定義) 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해 단골 공약으로 등장하던 원자력, 역사문화, 산업(기업유치), 농업, 교육, 관광, 인구, 지역균형발전 등에 대한 기존 정책의 문제점을 면밀히 살펴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인기영합을 위해 잘못된 정책을 맞는 것처럼 포장해 경주시민들을 현혹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불법 선거풍토는 이제 경주선거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이는 시민들의 몫이자 책임이다. 그동안 경주지역에서 치러진 각종 선거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불미스러운 사건은 차마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경주의 선거풍토를 바꾸는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또 지역사회에 깊숙히 뻗어 있는 고착화된 관행의 뿌리를 뽑아 내야 한다. 경주사회를 재정의(再定義)하려면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선거직들이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줄탁동시(啐啄同時) 할 때 ‘가장 살고 싶은 도시 경주’가 될 것이다. 플라톤은 정의(正義)를 ‘지혜와 용기와 절제의 완전한 조화를 이르는 말’이라고 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경주사회가 재정의(再定義) 되어 정의(正義)가 넘치는 경주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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