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정당공천이 끝나고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민의를 반영한 지역의제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민들과 가장 밀접한 현안을 논의하고 이를 제도권에 반영하는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시간이 흐를수록 추진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국가적 이슈와 댓글여론조작을 둘러싼 정쟁으로 인해 ‘이번 지방선거에는 정치적 이슈만 있고 지역민생은 없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방선거가 거대정당의 대형이슈에 가려진 채 치러진다면 주민들의 민의를 모아 어렵게 얻어낸 지방자치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 경고까지 하고 있다.
지방자치는 자치단체와 주민과의 관계에 중점을 두는 자치제도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시기상조다’ ‘때가 되었다’는 상반된 여론 속에 1991년 32년 만에 부활돼 지방의회 의원 선거부터 시작된 후, 1995년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단체장을 선택하면서 풀뿌리민주주의의 첫발을 내딛었다.
지방선거가 중요한 것은 자체단체에서 벌어지는 많은 민생관련 정책을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투표로서 의사를 밝히는 민의가 담긴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민심을 얻기 위해 많은 후보자들이 주민의 삶과 연관된 지역 이슈를 공약으로 내놓고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부터 지방선거 정당공천제가 실시되면서 기존 지역정치를 주름잡던 이들의 벽에 막혀 뜻을 펼치지 못했던 신진들이 공천을 받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며 단체장, 의원에 당선되는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공천제로 인해 지역의제발굴과 정책공약대결 등은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선거풍토가 생긴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지방선거에 당선된 단체장과 의원들은 지방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그들의 역할에 따라 지역이 발전할 수도, 퇴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선택을 받은 선거직들은 풀뿌리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디딤돌 역할을 다 해야 한다. 지방자치가 왜 필요한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권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갖고 실천력을 보여야 한다. 자신의 존재이유가 주민들이 근간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면 바람직한 지방자치 실현은 큰 동력을 받을 것이다.
지방자치의 주체는 주민이며 이를 받들어 실천하는 것이 제도권에 있는 선거직들의 의무이다. 지방자치 실시의 목적 중에는 주민들이 바라는 중요한 현안이 중앙에 수렴되도록 하는 것이다. 많은 출마자들이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이구동성이지만 정작 당선 후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방자치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결국 지방자치를 잘 하라고 주민들이 뽑은 선거직들이 그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대 정당들도 지역민심을 얻는 것은 공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주민들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을 잘하는 이들에게 공천을 주느냐에 달려 있다. 지방선거에 대한 정당의 지나친 정치적 이슈화 보다는 민생을 위한 정당 차원의 정책과 공약을 당 후보자들에게 요구해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주민들로부터 존중받는 선거직이 될 때 정당의 위상도 올라갈 것이다.
지금 지방선거는 귀로에 서 있다. 정치적 이슈와 논쟁만 있고 지방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결정권을 강화하는 어떠한 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주민들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주민자치권은 쉽사리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높은 관심과 정치적 의식이 지방을 바꿀 수 있으며 지방선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