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경주지역 하루 출생건수는 4.6명, 사망자건수는 5.6명 전후로 단순 집계만 보더라도 경주시는 매년 365명이 자연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더 우려스럽게도 작년 한 해 동안 경주시의 인구는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전년 대비 1549명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1990년대 중반 인구 30만명에 근접했던 경주시가 불과 20년 만에 5만여 명이 줄어든 25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방자치시대, 지방소멸문제는 우려가 아닌 현실로 다가 오고 있다. 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분석한 마스다 히로야시는 ‘지방소멸’이란 책을 통해 저출산과 인구고령화에 의해 경쟁력이 약해지는 지방 군소지자체의 소멸을 예고했다. 국내 학자 중에도 우리나라도 일본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인구고령화로 인해 지방소멸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전국 228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분석한 지자체 위험소멸도(2017년 7월 기준)를 보면 30년 내에 85개 지자체가 사라질 것이란 예고했다. 지방소멸 고위험지역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경북이 단연 으뜸이며, 상위 10위 중 의성군(1위), 군위군(2위) 등 6개 지자체가 경북도내 시·군이다. 경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분석 지수에 따르면 소멸주의단계인 경주는 작년 연말 기준, 0.567로 분석돼 소멸위험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계속되는 인구감소와 출생률 저하, 젊은 층의 일자리 부족, 초고령사회 진입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경주의 소멸위기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소멸주의단계에 있는 경주의 심각성은 전체지역를 두고 타 지자체와 비교하면 덜 할지 모르지만 지역의 근간인 읍·면·동별로 들여다보면 편차가 매우 크며 일부 읍·면지역은 이미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 말 기준, 경주시 23개 읍·면·동 중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주민의 30%가 넘는 곳은 산내면(42.1%), 서면(38.2%), 내남면(36.2%) 등 8개 읍·면에 달한다. 이들 지역은 소멸위험지수를 적용하면 이미 소멸 고위험, 또는 소멸위험에 진입한 곳이다. 머지않아 이들 지역은 현재의 모습은 찾을 수 없고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마음에 고향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지방을 소멸위기로 내몰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젊은 층의 일자리가 대도시로 몰리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의 확장성과 지방소멸위험을 막을 수 있는 젊은 여성들의 일자리가 태부족인 지방도시의 위기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지방공업도시 육성 정책에 따라 유지됐던 지방산업이 첨단산업과 금융, 교육, 문화, 서비스 등 도시형 산업의 발달로 양질의 일자리가 대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지방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 지방이 소멸하면 대도시도 연쇄붕괴가 일어난다는 점을 직시하고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상황이 온 것이다. 소멸위험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경주의 현실은 어떠한가? 일각에서는 경주는 역사문화관광도시이며 관광객 2000만 시대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소멸할 것이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넓은 면적에 도심과 농촌의 산업구조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경주에 과연 맞는 논리라고 보기 어렵다. 경주의 도심형 산업이 읍·면 농촌지역에 시너지 효과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특색 없고 경쟁력 없는 농촌지역의 슬럼화는 현실이 될 것이다. 농번기만 되면 시내지역 상권에 찬바람이 부는 곳이 경주다. 경주의 농촌지역이 무너지면 곧 경주의 서민경제가 무너진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연초부터 6.13지방선거와 함께 정치개헌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한창이다. 나라를 바로 세우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바람을 담아 추진하는 개헌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한 나라의 근간이 되는 지방도시의 가치와 존재를 인정하고 성장을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서둘러야 할 때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 도의원, 시의원 출마준비자들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 ‘미래 선도 사업을 유치하겠다’ ‘인구와 일자리를 늘리겠다’ ‘행복도시 경주를 만들겠다’는 등의 약속을 하고 있다. 이제 이들이 선거출마에 앞서 앞으로 닥칠 경주의 위기는 무엇인지, 지방소멸의 위기로부터 경주를 지키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 방안은 무엇인지를 제시해 줄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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