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농축산물 가격 농민들 `위기`
①농업생산력 높은 경주
②늘어나는 빚 `농가파산 위기`(다음호에 계속)
지난 21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농민 총 궐기대회는 그동안 쌓여온 농민들의 불만이 집단행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5천여명의 농민들이 참여한 경주지역 궐기대회에서 한 농민은 정부가 1백10조원의 공적자금으로 금융기관 등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사용하고 이것도 모자라 또 다시 40~50조의 공적자금을 조성하려고 한다면서 농민들에게는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고통을 주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전국 대부분의 농민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농업생산력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주지역 농민들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업도시 경주=대부분의 시민들은 경주는 국제관광문화도시로 경주 경제의 큰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지역의 산업기반을 보면 경주는 전국에서도 우수한 농축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농업도시임을 알수 있다. 전국에서 한우사육 1위, 양송이 2위, 젖소가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찰쌀보리, 토마토, 단감, 돼지, 콩, 봄 무, 대파 등은 경북도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을 정도로 경주의 농업 생산력은 높은 편이다.
경주시 전체가구수의 22%를 차지하는 2만1천여가구 6만6천여명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농업 총 생산량도 98년도 기준 4천2백89억원에 달해 관광문화산업보다 더 많다고 농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시설채소·과수농가의 위기=최근 다시 불고 있는 경제위기는 도시민의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그 여파가 농촌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농촌 살림을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경주는 투자비가 많이 필요한 시설채소 작물이 많아 재배 농민들이 고투자에서 오는 부담이 많이 갖고 있다. 현재 경주지역의 대표적인 시설채소는 안강, 탑정, 내남, 현곡 등지의 시설토마토 85ha. 강동, 천북, 탑정, 내남 지역의 딸기 34ha. 부추 58ha. 오이 13ha 등 2백11여ha에 4백55호의 농가가 정부시책에따라 정책자금을 대출받아 시설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지 등 저장 농산물의 수입이 급증하면서 지역 토마토의 경우 10kg 들이 한 박스가 최소 1만원은 되어야 하나 지금은 1kg에 6백77원에 그치고 있고 1천8백원은 받아야 하는 부추가격도 4백원선밖에 안돼 투자를 위해 빌린 대출금의 이자를 갚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지역 농민들은 하소연을 하고 있다.
시설채소 못지않게 배와 사과, 단감도 마찬가지다. 현곡배나 안강 단감의 경우 올해부터 각각 일본과 동남아로 수출길이 열려 물량 조절에 따른 가격 안정을 기대 할 수 있으나 시설투자비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 재배농민들의 주장이다. 특히 올해 현곡벼의 경우 가격폭락으로 재배 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축산 농가의 위기=경주시 한우사육두수는 9월말 현재 7천4백76호 농가에 5만2백76두로 지난해 보다 9% 감소했으나 한우사육은 전국 최고다. 또 젖소와 돼지사육도 경북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어 경주는 축산업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98년 7만5천여두에 달하던 경주지역의 한우두수가 2년만에 30%나 감소됐으며 내년부터 수입쇠고기가 전면개방이 되면 한우 농가의 본격적인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축산농민들의 주장이다.
또 구제역 파동으로 돼지고기 수출이 6개월여 이상 막혀 과잉 생산에 따른 가격 폭락이 이어지면서 지금 경주지역 축산업은 전반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 형편이다.
한 축산농민은 "한우쪽은 수입개방에 따른 불안심리 때문에 한우를 키우지 않으려고 한다"며 "한우는 차별화 해야 하는데 정부에서는 한우값이 오르면 수입쇠고기로 조정하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또 "농촌경제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우로 소규모로 한우를 키우는 농가는 한우가 곧 살림밑천"이라며 하소연했다.
1만4천여두에 달하는 젖소를 키우는 경주지역 낙농업도 위기는 마찬가지다. 사료의 대부분을 수입산에 의존하는 구조적인 취약과 유가인상으로 인한 부담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는 인상되고=경주지역 시설채소 농가의 겨울나기는 더욱 힘들 전망이다. 농가용 면세 경유가 11월말현재 1ℓ당 4백61원으로 4개월만에 25%나 올라 농산물 폭락까지 겹쳐 시설채소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시설채소 농민은 "생산비의 대부분이 유류비로 지출되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지역내에도 상당수가 시설채소 재배를 포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늘고 있는 부채 `농가부채 특별법` 제정 촉구>
▶농정불신은 대규모 궐기대회로 이어지고=농축산물 소비 감소와 계속되는 가격폭락은 정부의 농정불신만 고조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21일 대규모 궐기대회가 열린 것도 농민들 사이에 퍼져 있던 위기감이 표출된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견혜다.
권오을 국회의원(한나라당·안동)이 농림부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부채대책 규모는 13조3천5백억원이나 실제 추진된 규모는 7조8천4백80억원이며 부채대책에 투입한 정부재정 투입액은 4천8백26억원에 그치고 있다.
농민들은 늘어나고 있는 농가부채와 연체이자로 허덕이고 있다며 농가의 부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농가부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경주지역 농민들은 주장한 내용도 농가부채 가운데 14조원대의 정책자금 원리금을 5년간 상환을 유예한 뒤 10년 거치 10년 분할상환(연리 3%), 농협중앙회 일선조합등 일반상호 금융(27조원대)을 5년 거치 10년 균분상환(연리 5%), 모든 연대보증은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 보증으로 대체, 연체이자 탕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