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어리석고 답답하여 인색하기만 한 사람을 두고 "농사꾼이 굶어 죽어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는 말로 비하시키곤 했다.
그러나 이는 농민이 굶어 죽을 지언정 씨를 먹지 않았다는 것으로 자신의 본분과 사명을 죽으가면서도 잃지 않은 농자 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정신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많은 국민들이 농업에 종사하지 않지만 우리는 모두 농민의 자손임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깊게 패인 주름살,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 자식들을 위해 자연의 순리에 따라 한눈 팔지 않고 땀의 대가가 가장 소중하다는 자세로 살아온 이들이 바로 농민들이요 우리 선조였던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농업은 위축되었고 농민들의 위치 또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지만 그래도 농업은 우리 삶의 근본임은 분명하다
▶경주는 문화관광도시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면면이 살펴보면 농업 생산력이 경북도내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농업도시임을 알 수 있다. 한우사육은 전국에서 알아주고 토마토, 단감, 배는 일본 등지에 수출 할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역 농민들은 말하고 있다. "세계적인 관광문화도시에 세계적인 농업상품이 있다면 경주의 경제 기반은 금상첨화"라고.
▶이런 농촌이 흔들리고 있다. 논 한마지기에 농사를 지어봤자 세너가마니 수확이 고작인 것을 지키다 농산물 수입으로 춤추는 농축산물 가격에 대응하다 멍든 농심(農心)이 일어난 것이다. 농사 잘지어 보려고 빌린 돈은 원금을 갚기는커녕 이자도 제때 내지 못해 연체에 연체를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 농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농지의 90%이상이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혀 있다는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최근 정부는 당분간 부채를 갚지 못한 농민들에게 법 집행은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지만 경주지역 농민들중 20%이상이 빚을 제때에 갚지 못해 이미 법 집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우리는 수입농산물이 개방되고 국적을 알수 없는 음식물이 우리의 식단을 점령하고 있지만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비싼 수입품은 품귀현상인데 우리 땅에서 나는 농작물은 제값을 받기는커녕 팔리지 않아 수많은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는 현실을 가슴으로 생각해 볼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