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동안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사태 때 보여준 정부의 무능과 비선개입으로 인한 국정농단 등을 보면서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큰 좌절을 겪었다.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각 후보들은 자신들만이 대한민국의 지도자 자격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국민들은 마음 둘 곳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과거의 낡은 체제가 무너졌지만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지 못한 채 또 다른 한계를 보인 사례를 국민들은 여러 차례 경험해 왔다. 그때마다 대통령을 잘 뽑으면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란 기대를 했지만 결코 국민을 위한 정치질서는 잡히지 않았다. 특히 국민들은 이제 정치권이 주창하는 보수와 진보에 대해 적잖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는 보수가 지켜야 할 국민의 존엄성을 근간에 둔 합법적 가치를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믿을 수 없어서이다. 보수란 과거의 도덕적 가치와 윤리적 전통을 잘 보존하고 법질서를 준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과거 보수 정권들이 윤리와 도덕적 전통을 얼마나 잘 지켰으며 법질서를 얼마나 잘 지켰는가? 진보 또한 마찬가지다. 진보의 가치는 어디까지나 자유와 평등, 그리고 개혁을 표방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진보는 국민이 앞으로 나아갈 분명한 목표를 제시해 주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과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진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아직도 물음표다. 공고했던 보수정권이 왜 무너졌는지, 진보세력이 왜 아직도 국민들에게 녹아들지 못했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은 그동안 보수와 진보의 개념이 아닌 국가관과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는 지도자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민적 요구는 현재 후보들의 공약변화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번 대선에서 큰 이슈는 한반도 안보와 복지경제부문이다. 각 후보들은 지지층 확장을 위해 안보와 복지경제부문에서 보수와 진보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특히 복지공약은 보수후보들 조차도 기존 보수적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개혁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언론에서는 ‘안보 우클릭’과 ‘복지 좌클릭’의 결합은 유력 후보들 간의 공약 차이가 줄어드는 수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까지 평하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쏟아낸 공약이 자칫 책임질 수 없는 공약(空約)은 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정치와 정책은 일치될 때 정치선진국이 된다. 대한민국이 정치선진국이 되려면 국민들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 2항)는 사실을 이번 대선에서 보여주어야 한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나라가 바뀌느냐’는 푸념은 하지말자. 이번에는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뽑자. 그리고 유권자들의 한 표, 한 표가 바로 ‘국민의 힘’임을 보여주자. 대선 후에는 더 이상, 분노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현명한 선택을 하자.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