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란 데는 산에서나 물에서나 들에서나 수풀에서나, 그리고 언제 어디서고 여러분들이 진실로 구하고 원한다면 시와 소설과 그림과 음악이 물 솟듯 푹푹 솟아나는 고장입니다. 나는 그것을 믿습니다’ 김동리는 단편소설 ‘선도산’에서 신라문화제 백일장 심사위원으로 격려사를 말하는 장면 에서 이렇게 경주를 찬양했다. 동리 선생과 목월 선생은 한국 현대문학의 거목이자 두 선생 모두 경주 출신으로 한국 문단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두 문인은 경주를 한국 사상과 예술의 발상지로 여기고 사랑했다. 두 문인 중 이번호에서는 먼저, 한국의 현대소설가들 가운데서 전통의 세계, 종교의 세계, 민속의 세계에 가장 깊이 관심을 기울인 작가로 평가되고 있는 김동리 선생(이하 김동리라고 쓰고 존칭은 생략한다)의 작품들 중에서 경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 위주로 자료를 모아 보았다. ‘김동리(1913년~1995년, 본명은 김시종, 동리는 필명)의 작가적 생애는 소설가, 시인, 수필가, 평론가로서 남겨 놓은 자취가 너무나 우뚝해 우리 한국사뿐만 아니라 노벨 문학상에 추천될 정도로 문학적 업적이 높다. 그러므로 경주의 소설 문학은 그와 더불어 영원한 향기를 뿜어낼 것이다’ -‘경주의 소설문학(2000년, 장윤익, 김선학 공저)’에서의 표현처럼 김동리의 생애를 비롯해 문학적 성취와 업적은 쉽게 언급하기 어려울만큼 훌륭하고 방대하다. 그래서 작품의 배경지에 한정해 ‘경주’라는 장소성에 주목해 보았다. 다음호에선 박목월 선생의 작품 중 경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장윤익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장의 자문을 바탕으로 하고 몇 권의 도서출판물에서 발췌하고 인용해 본 기사를 구성해 보았다. -“경주의 산과 들은 어디서나 예술과 문화를 뿜어내는 듯 했습니다” 동리는 단편소설 ‘선도산’에서 ‘손일봉 선생이 그림을 그리고, 김만술 선생이 조각을 하고 김준극 선생이 첼로를 켜고 박목월 선생이 시를 쓰고 이기현 선생의 ‘태’가 조광지에 당선되고 김석수 선생의 꽁트 ‘도토리’가 중앙일보에 당선되고 나의 ‘화랑의 후예’, ‘산화’ 등이 연이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 당선되고 할 무렵 경주의 산과 들은 어디서나 예술과 문화를 뿜어내는 듯 했습니다. 여러분, 그 산과 들은 저기 그대로 있습니다. 흙을 움켜쥐어 보십시오. 여러분이 원하는 시와 소설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고 썼다. ‘나를 찾아서(김동리 자전 에세이, 1997년) -다시 고향에 가보니’ 편에서는 ‘1986년에 나는 다시 고향을 다녀왔다. 옛날 내가 태어난 집을 찾아가보니 집 모양은 달라졌어도 뜰의 흙이 그대로 있었다. 예기청수를 찾아가 보았다. 물빛은 옛날 그대로였다. 경주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예기소 하나뿐이라고 동행을 한 시인 서영수 씨가 말했다. 나의 황토기의 현장을 찾아 서출지 남쪽으로 몇 킬로미터를 더 나가보았지만 해방 후의 식목정책으로 붉은 산, 붉은 흙은 찾을 길이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주 떠나서는 존재하지 못할 만큼 경주를 배경으로 한 소설 작품이 문학의 주류 이뤄 ‘김동리의 작가적 생애는 경주를 떠나서는 존재하지 못할 만큼 경주를 배경으로 한 소설 작품이 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무녀도, 황토기, 선도산, 허들풀레, 유혼설, 을화, 까치소리, 바위 등과 역사소설 회소곡, 기파랑, 최치원, 수로 부인, 우륵, 장보고, 원왕생가, 대왕암, 솔거 등 30여 편이 경주와 관련된 작품이다. 단편소설 ‘선도산’에서는 경주의 여러 장소들의 이름들이 줄을 잇는다. 오릉, 금오산, 선도산을 비롯해 미추왕릉, 계림, 반월성, 첨성대, 안압지, 황룡사지, 남산집 이라는 조용한 물회집 식당, 경주호텔, 경주서 제일가는 진한여관 등이 그것이다’ ‘김동리 문학의 핵심이 되고 있는 한국의 전통적인 무속 세계와 기독교, 불교 등의 인간의 운명과 관련된 종교적 세계도 경주를 토대로 해서 작품화된 것이다. 고향 경주에서 문우들과 사귄 인생역전도 자신의 문학 수업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경주 예술의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것을 소설 선도산에서 밝히고 있다’ -‘경주의 소설문학(2000년, 장윤익, 김선학 공저)’ 중에서. -‘예기소’는 동리에게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신비성과 신성사를 인지하게 해 준 공간 ‘김동리 삶과 문학(1996년, 김정숙 저)’에서는 ‘소설 ‘바위’, ‘무녀도’, ‘까치소리’, ‘우물 속의 얼굴’의 배경지는 죽음에의 입사 장소로 성건동 생가 옆의 징검다리다. 무녀도에서 모화의 굿이 열리던 백사장 위 쪽은 무당촌이었던 성건동이다. 까치소리의 배경이 된 부엉뜸 마을, 을화의 배경마을인 현곡면 나원마을이며 황토기의 현장지는 경주 남산, 예기소 전경은 무녀도의 배경과 도깨비벌 ‘유혼설’의 배경이 된다. 예기소는 동리에게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신비성과 신성사를 인지하게 해 주는 공간으로서 중요한 공간이 된다. 신성함은 죽음과 접하면서 그 신성성을 깨닫게 하는데 그러므로 예기소는 무녀도를 창작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이다’ ‘성건동의 분위기는 동리소설속의 신화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성건동은 ‘무녀도’, ‘소년’, ‘허들풀레(서문 거리, 경주성의 서문이 있던 곳으로 쓰러져가는 오막 한 채와 개천 등)’, ‘을화’, ‘만자동경’, ‘까치소리’ 등의 배경이 될 만큼 현재와 과거,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이곳은 동리문학의 신화적 지리에 해당하는 곳이다. 성건동에는 무녀도의 배경으로 나오는 무당집과 같은 음침한 분위기가 무수히 많이 널려 있었다’고 쓰고 있다. -“민족정서 기반으로 샤머니즘, 기독교, 불교, 유교를 융합해 세계적인 것으로 승화한 동리의 문학” 문학평론가이자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장윤익 학장은 김동리의 문학세계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1913년 경주시 성건동 186번지에 한 사내아이가 태어난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손을 잡고 서천의 ‘예기청소’에서 보던 굿의 무속적 분위기에 취했던 소년 ‘창귀(昌貴)’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경주제일교회 유치원 문을 두드린다. 제일교회가 운영하는 초등학교 과정 계남학교를 졸업한 동리는 미션스쿨인 계성중학교와 경신고보에서 기독교 교육을 받으며 기독교의 종교 분위기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다. 경주제일교회 권사였던 어머니를 따라간 경주제일교회는 김동리의 소설 ‘무녀도’·‘을화’, ‘사반의 십자가’, ‘부활’을 낳은 모태가 된 곳이다. 김동리와 경주제일교회는 끊어질 수 없는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 샤머니즘, 불교, 기독교의 정신세계를 통해서 인간의 구경(究竟,마지막에 이르는 것)적인 생명을 탐구하고 휴머니즘을 작품 창작의 토대로 삼은 그의 창작활동은 경주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동리의 작품 소재와 정서에서 우리들은 민족정신의 정수를 발견할 수 있으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1982년 무녀도를 개작한 그의 작품 ‘을화’가 노벨문학상 심사위원회에서 10위권 안에 올라 세계인들에게 환영받은 것은 우리의 토착적인 정서를 인류의 보편성으로 승화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민족정서를 기반으로 샤머니즘, 기독교, 불교, 유교를 융합하여 세계적인 것으로 승화한 동리의 문학은 인간의 운명적인 삶의 양상과 구경적인 생명의 추구를 본격문학으로 확립하고 있다. 샤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무녀도’, ‘당고개 무당’, ‘을화’, ‘유혼설’ 등은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인간의 운명적 삶의 공간을 토착정서를 배경으로 창작을 시도했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감동을 준다. ‘사반의 십자가’, ‘목공요셉’, ‘부활’, ‘마리아 회태’ 등은 구원을 중심으로 천상적 세계관과 지상적 세계관의 대립을 다룬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불교 계통의 작품 ‘등신불’, ‘불화’, ‘눈 오는 오후’ 등은 한국 불교사상을 중심으로 인간의 운명과 인연을 소설로 표출한 작품들이다. 유교 계통의 작품으로는 ‘용’, ‘춘추’ 등이 있다. 김동리의 문학세계는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해서 인간의 운명과 구경적인 생명을 다룬 민족정신의 세계화라는 점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한국사상과 예술의 고향, ‘경주’에서 목월 선생과 평생을 가장 친한 친구로 우정 이어 장 학장은 “김동리는 경주를 한국 사상과 예술의 발상지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 대다수는 경주를 배경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동학의 인내천 사상과 그의 백형(伯兄) 범부(凡父) 김정설의 신인간주의(Neohumanism) 및 동방학 이론을 자신의 ‘제3휴머니즘’으로 받아들였다”면서 “자연과 일체가 되는 우리의 고유 신앙 샤머니즘과 신라의 화백제도, 화랑정신은 동학의 인내천과 동방사상의 기반이 된다”고 했다. 한편, 다음호에 다룰 목월 선생과의 인연에 대해서 장 학장은 “대구 계성중학교 선후배인 김동리와 박목월은 일제 강점기시대부터 문학수업 동반자로서 우정을 나눈 친구다. 동리는 경신학교 졸업 직전 경주에 내려왔고, 목월은 계성중학교(계성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경주금융조합 서기로 취직해 경주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소설가를 지망한 김동리·이기현·김석주 시인을 지망한 박목월 등이 거의 매일 만나 문학공부를 함께 하며 우정을 쌓았다. 그 후 김동리와 박목월은 소설가와 시인으로 문단에 등단해 한국 문단의 거봉으로 우뚝 솟아 있다. 광복 후, 두 분은 한국청년문학가협회에 참여해 계급문학을 표방한 조선문학가동맹에 맞서서 토착적인 민족정서와 순수문학을 옹호하는 문학의 길을 함께 걸어오면서 평생을 가장 친한 친구로 우정을 이어온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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