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경주에서 가장 핫 플레이스를 꼽으라면 단연 일명 ‘황리단길’이다. 이 길을 오고 싶어서 경주를 찾는 이가 많을 정도다. 서울의 경리단길에서 힌트를 얻어 황남동 임을 고려해 지어졌다는 ‘황리단길’이라는 별칭은 이미 자연스레 회자되고 있었다. 젊은 층들에서부터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이미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는 거리였다.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황리단길은 봉황로를 마주하며 대릉원 주변 내남사거리 입구부터 시작돼 ‘황남관’ 사거리까지 이어진다. 황남동 중 이 일대는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으나 최근 2년여 사이에 서울 경리단길이 부럽지 않은 소위 ‘핫’한 카페와 식당과 책방 등이 경주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일부 가게들의 창가에 앉으면 대릉원이 마주 보이는 전경을 감상 할 수 있는 경주만의 또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거리다. 크로와상 전문점인 ‘기와양과점’, 커피집 ‘노 워즈’, ‘홍&리 식탁’, ‘페테 커피’, ‘데네브 베이커리’, 책방 ‘지나가다’, ‘황남 나가사키 카스테라’, 식당 ‘노르딕’ 등의 세련된 상호를 가진 가게들 사이사이로 40년째 오래된 양화점을 비롯해 중화반점, 인력전문공급업체, 다방, 전업사, 철물점, 의상실, 양장점, 장식점, 분식집, 세탁소, 함석집, 조경집, 공인중개사, ‘미륵보살’ 같은 점집도 혼재하고 있었다. 새롭게 생기고 있는 점포 대부분은 20대 후반에서 삼십대로 젊은 점주들이 대부분이었으며 기존의 오래되고 허름한 건물의 틀을 그대로 살려 빈티지한 옛집의 느낌을 살리고 있었다. 개업을 예고하며 공사중인 곳도 몇 군데 보였다. 지난달 28일 찾은 이 거리는 3월1일 연휴를 앞두고 있어선지 평일인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주말에만 몰리던 손님들이 날씨가 풀리면서 주중에도 자주 찾고 있다고 주민들이 귀띔해주면서 신생 가게들은 개업 한 지 2년이 채 안되는 가게들이 대부분인 시점이라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황남 나가사키 카스테라(김성일, 50)’, 황리단길 이름 짓고 이 길 부각시킨 주역 황리단길 이름도 짓고 이 길을 부각시킨 주역을 만났다. 2년 전에 입점하면서 변화의 물꼬를 튼 이는 황남 나가사키 카스테라 김성일 대표다. “이 길 만의 이름을 지을 필요성을 느꼈고 서울의 경리단길에서 힌트를 얻어 황남동 임을 고려해 황리단길로 별칭을 짓고 SNS에 올렸습니다. 기존 프리마켓에 참여했던 몇 명에게 이곳을 추천해 입점하게 했습니다. 그래선지 단 시간에 확산됐고 조성된 편이지요” 프리마켓에서 함께 활동했던 손수 제작을 하는 젊은층들이 중심이 돼 참신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더욱 빨리 확산 될 수 있었던 것. “이곳과 일직선상에 있는 봉황대 상가연합과도 연결하자는 제의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앉을 데가 없는 경우도 많은데 그 자체를 즐기고 있더라구요. 서울처럼 빌딩 숲 속 가게들이라면 아마도 이곳을 찾지 않겠죠. 다소 생경한 풍경을 자아내는 이곳을 찾고 찍은 사진들을 SNS에 올리며 즐거워하더군요”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의 사례처럼 지나친 상업화는 젊은 창업주의 순수한 본질과 시도를 훼손시킵니다. 세련되고 최신식으로 단장된 가게들은 대도시에 널려 있잖습니까? 그래서 대형 프랜차이즈 등속은 이 거리 컨셉트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황리단길에 몰리는 것이지요” “향후 문제점도 많습니다. 바로 건물 임대료가 자꾸 오르는 것인데, 젊은 청춘들이 입점해 도전하고 새로운 업종으로 창업 하는데 임대료가 오르면 결국은 이곳을 떠날 수 밖에 없겠죠. 임대료가 오르는 부분에 대해 경주시에서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레 조성되고 있는 이 분위기를 이어가야 합니다” “점집이나 여러 옛 가게들이 혼재돼 있는 이곳을 오히려 재밌어하고 그런 것에 더욱 매력을 느낍니다. 가게들은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를 유발하고 있고요. 상생하는 콘텐츠인 것이죠. 기존의 가게들이 자연적으로 도태돼 나가면 어쩔 수 없지만 굳이 배척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식당 ‘노르딕’ 황리단길 시작을 알리는 식당 ‘노르딕’은 지난해 2월 개업했다. 북유럽풍 인테리어를 지향하고 있는 노르딕의 주요 메뉴는 노르딕샐러드, 오픈샌드위치, 드립커피 등이다. -‘카페10(김정성, 29)’ 최근 실내를 재정비했다는 ‘카페10’은 이전에도 다크블랙이라는 커피집이었다. 5년이 넘은 가게로 이 거리에선 꽤 오래된 편이라고 한다. 무한 긍정에너지를 가진 김정성씨는 손님들이 서울 등 외지에서도 자주 이 가게를 찾는다고 했다. -브런치 카페 ‘꽃소년(이상현, 37)’ 꽃소년은 오픈한 지 한 달 여 됐다. 이 거리에 젊은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는 추세를 파악하고 터미널도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등의 여러 입점 요소를 분석한 뒤, 이곳에 입점하게 됐다고 한다. 유난히 인문학적 감성이 돋보이는 가게다. 전체적 인테리어 컨셉은 북유럽풍 화이트 톤으로 아주 깔끔하다. 브런치, 샐러드, 토스트 등을 제공한다. -‘페테 커피(신호용, 32)’ 페테 커피는 지난해 10월 오픈했다. 사이드 메뉴 없이 커피만을 다룬다. 신호용 대표는 마주하고 있는 대릉원 내 야간 조명을 설치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사적의 경관을 야간에도 즐길 수 있기를 경주시에 바랐다. 또 이곳은 원래는 주차 단속이 없었던 지역인데 지금은 주차 단속을 심하게 한다며, 최근 관광객들이 이곳에 몰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 주차 문제와 교통 혼잡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 전했다. -수제 ‘별봉 아이스크림(김강우, 52)’ 별봉 아이스크림은 지난해 11월 개업했다. 이곳은 이전에 점집이었다. 이 집은 인왕동에서 수제 별봉 아이스께끼를 팔다가 이곳으로 이사왔다고. 이곳의 아이스께끼는 경주 자체 수제 공장을 가지고 있다. 경주만의 브랜드를 지닌 아이스크림 가게다. 이웃한 ‘데네브 베이커리’ 역시 사장이 젊다. 평일에도 오후 4시경이면 빵이 다 팔린다. 입소문을 타고 시민들도 자주 빵을 사러 이곳까지 온다고 한다. -‘홍&리 식탁’ 이곳에서만 2년째 운영중인 ‘홍&리 식탁’은 황리단길의 주축으로 역할하고 있다.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 중 하나인 것. 이곳의 대표는 경주에서 젊은이들이 다니는 거리가 거의 없는 것에 비해, 이 길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입점했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메뉴가 바뀌면서 제철 식재료를 바꿔 가면서 공급한다. 식사 한 끼를 준비해도 분위기와 위생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예쁜 그릇에 예쁜 곳에서의 식사 한 끼를 생각한다면 이곳을 찾게 될 것 같다. 제주도나 서울 등지에서 이곳을 찾아 일부러 오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깔끔함을 가장 큰 인테리어 요소로 잡고 있는 이곳은 꽃시장에 직접 가서 꽃을 구매해 디자인을 하고 있는 부지런을 피운다. 역시 가장 힘든 부분을 주차 문제로 꼽았다. 황리단 길 전체가 견인 지역이라 단속될 경우 손님에게 이중으로 부담을 끼치는 경향이 있어 더욱 심각하다면서 견인이나 스티커 등의 완화를 바랐다. -커피집 ‘노 워즈(정우재, 30)’ 노 워즈는 지난해 12월 개업했다. 커피만 다루는 이 집은 인테리어가 문자 그대로 ‘대박’이다. 건물 자체가 오래된 이 집을 인위적으로 손대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살려 빈티지한 매력으로 오히려 차별성을 띠고 있었다. 황리단길 중에서도 손님이 많기로 유명하다. -‘배리삼릉공원(이형진 대표)’ 선물가게 지난해 9월 오픈. 경주에서 수제 작업을 하는 이들의 작품을 구매해 다시 이곳에서 판매를 하는 제품이 주류다. 대부분 경주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 제품들이어서 반응이 매우 좋은 편이다. 아이디어가 빛나는 제품들은 ‘경주’라는 정체성도 확실하게 갖췄다. 향낭이나 경주가 담겨있는 사진이나 그림들이 담긴 엽서 등이 인기있는 품목들이다. -‘지나가다(채송화(33), 채송이(27))’ 책방 두 자매가 운영하고 있다. 상호처럼 지나가다 들르고 싶은 곳이 되고 있는 책방이다. ‘아직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아’ 가게를 차렸다는 자매는 독립 출판류 서적을 다루고 있었다. 독립 출판물들은 일반 대형 서점에선 찾을 수 없는 책들이고 이들을 구비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발품을 팔고 있다. “경주에선 처음으로, 이런 서점이 없어요. 저희도 다른 지역을 찾아다니며 구해 책들을 팔고 있죠. 독립출판사란 1인1출판사라는 개념으로, 작가가 직접 글을 쓰고 인쇄업자에게 맡겨 소량으로 찍어내 출판하는 책입니다. 개인의 일기나 에세이 같은 결과물들이 많아서 쉽게 읽을 수 있는 편이고요. 최근 이런 작가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박성환 작가, 이학준 작가 등 경주 출신 작가들도 있어요” 보배같은 책방이다. 소신있는 책방 주인들은 “책들이 팔리면 작가를 양성할 수 있는 밑거름이 돼 저희도 기쁩니다. 벌써 재입고 받은 책도 있어 저희도 놀라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 거리는 홍등가 일명 ‘방석집’이라 불리는 가게들이 빠지고 나서 한때는 점집이 많이 생겼었다. 젊은 사람들은 유독 술집이 많은 이 거리를 걷는 것도 부끄러워 할 정도의 거리였다. 이 거리를 찾은 정혜윤, 박주은 씨는 대학생들이었다. “여기가 사실은 술집과 점집이 많아서 ‘뜬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지역이었어요. 이 길이 시발점이 돼 앞으로도 좋은 가게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저도 가게를 하나 차리고 싶을 정도예요”라고 했다. 이곳은 대체로 월요일이 휴무였다. 이곳의 식당이나 커피집 등에서 주말이면 줄을 서는 풍경은 예사로 볼 수 있다. 계속해서 콘텐츠를 잘 유지하면서도 지역의 명소로 사랑받고 가꿔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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