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년(丙申年) 한해가 저물고 있다. 경주시민들은 9월 12일 저녁 우리나라 지진관측 이래 최대인 규모 5.8지진을 겪으면서 큰 충격에 빠졌고,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분노해 거센 풍랑으로 심판했다. 2016년 대한민국은 자연 재난사와 헌정사에 또렷이 우리들에게 각인된 채 그렇게 저물고 있다. 교수신문이 매년 그 해를 돌이켜보며 의미를 담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는데 올해는 ‘군주민수’(君舟民水 : 강물(백성)이 화가 나면 배(왕)를 뒤집을 수 있다)가 1위로 뽑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청와대 실세들과 정부 각 부처의 무능,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사태에 분노한 국민들의 민심은 거대한 촛불집회로 타올랐고 압박을 받은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하게 된 것에 비유한 것이다.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교수신문이 매년 발표한 ‘올해의 사자성어’를 보면, 2013년 ‘도행역시’(到行逆施 :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 :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에 의해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다), 2016년 ‘군주민수’(君舟民水 : 강물(백성)이 화가 나면 배(왕)를 뒤집을 수 있다)인데, 지난 4년 동안 박 대통령의 지도력 실종과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국가적 대혼란이 마치 예견된 시나리오 같아 비참할 정도다. 교수신문은 2013년 사자성어로 ‘도행역시’를 뽑았는데 박근혜 정부 1년 차부터 불통으로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인 나쁜 일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와 정윤회 문건이 터진 2014년에는 ‘지록위마’로 정했는데 권력에 빌붙어 있는 실세들이 윗사람을 농락해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마치 최순실 국정농단을 예측이나 한 것 같다. 2015년에는 ‘혼용무도’를 뽑았는데 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지만 이를 통제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함을 꼬집었고, 역사교사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 낭비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은 ‘혼용무도’ 역시 박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 씨의 국정농단을 예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국민들은 박제된 것 같은 대통령의 형상만 쳐다보았지, 한 번도 국민에게 다가가 민심을 헤아리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여기에 이른바 권력의 오장육부라는 실세들은 윗선의 비위만 맞추고 자신의 탐욕을 채워 나가면서 국민들의 오장육부를 할퀴었다. 2016년은 국민의 힘은 ‘군주민수’로 표출됐다. 국민이 대통령을 뽑았고 계속 기대하고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어떠한 권력도 민심이 돌아서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국민들에 의해 입증했다. 앞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자리에 오른 이들은 더 이상 국민의 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국민의 힘은 국회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탄핵정국은 또 다른 정권의 출범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살아남기 위한 정치기득권의 행보는 여전히 정쟁(政爭) 속에서 허우적대며 국민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국민이 존중받는, 대한민국이 바로서는 원년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 답은 그동안 정치지도자임을 자임했던 이들이 내놓아야 한다. 또 다시 ‘군주민수’ 같은 올해의 고사성어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