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농·축산물 가격파동
-융자받아 투자해도 이자도 못내
농민들의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93년경 부터 98년 IMF 때 이다.
UR이후 융자를 받아 대규모 투자를 해온 농민들이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부채는 급격히 늘었다.
<생산성·가계성 융자, 대부분의 4~5천만원 >
▶농가당 부채 1천8백35만원?=정부는 99년 말 현재 농가당 부채가 1천8백35만원이라고 밝혔지만 지역농민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대부분의 지역농민들은 농사를 짓는 규모와 내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생산성 자금대출과 가계성 자금대출을 합하면 일반농가는 4~5천만원, 시설·축산농가는 1~3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강읍 검단리 한 농민은 "농민들은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전채 농가구에 대출규모를 따져서 그렇지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영세 소작농의 경우를 재외하면 최소 2배는 된다"며 "지역에 있는 새마을 금고에서 빌려쓴 돈을 합한다면 갚을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 했다.
경주지역 한 농협 관계자는 "최근 단위농협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농협은 농민들이 원리금 상환은 고사하고 1년이상 이자도 못내고 있는 농민이 10%이상 되는 곳도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일반 농가는 3~5천만원 시설농가와 축산농가는 3억원이 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전국에서도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경주지역의 축산 농가는 일반 농가 못지않게 파탄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동읍의 한 축산 농민은 "불국사에서 축산업을 하고 있는 모씨의 경우 주위의 농민들과 연대보증으로 농장을 내놓고 피신해 있는 사람도 있다"면서 "만일 은행에서 강제집행을 하면 대부분의 농민들은 거리에 나 앉아야 할 지경이다"고 말했다.
현곡면에서 시설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한 농민은 "가격변동이 워낙 심해 농사를 계속해야 할지 판단이 안서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라며 "올해 토마토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해 빚만 고스란히 남았다"고 하소연했다.
농민들은 정책자금의 연리가 6.5%로 다른 자금보다 1~2%가 높고 농협 일반대출도 11~12%나 돼 대부분의 농민들은 이자만 갚는데도 버겁다고 주장했다.
<최대 7~8건의 연대보증, 농지는 있으나 농협 것>
▶연대보증으로 내 재산이 없다=지역농민들이 부채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 농민들간의 연대보증이다. 농민들이 영농사업을 위해 대출되고 있는 자금 대부분은 연대보증으로 연결되어 있어 전체 농민이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 농민은 "말이 농토를 갖고 농사를 짓고 있지 땅을 모두 팔아 빚을 갚아도 다 갚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농민들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땅은 돈을 빌려준 농협 것이다"고 말했다.
축산농가도 마찬가지다. 서면의 이 모씨는 "구재역 파동으로 6개월이 지나도록 돼지수출을 하지 못해 가격이 폭락, 이자를 갚기위해 빚을 내다보니 빚만 눈덩이 처럼 불었다"고 한탄했다.
농협관계자는 "조합원들 사이에 최소 2건이상 많게는 7~8건이 연대보증으로 융자를 받아 갔다"며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고 있는 농민들도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축협관계자도 "일부 지역의 축산농가중에는 가격 하락으로 피해를 본 농민들 때문에 연대보증을 선 농민들이 파산 경우도 있다"며 "2년이상 이자를 못내고 있는 축산농가가 20%는 족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으로 시설투자, 수입농산물로 가격 폭락>
▶투자는 했으나 제 가격 받지 못해=융자금 뒤에는 정부가 수입개방에 따른 농업 경쟁력강화를 위해 농민들에게 10년간(1992~2001년) 총 42조원의 정책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농협자금을 통해 융자 형식으로 25조원 가량이 지원됐다.
현곡면 김모씨는 "당시 농협에서 융자를 받지 못하는게 이상할 정도로 주위에서 융자를 받았다"며 "융자를 받은 뒤 농업투자에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시설농업에 투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경주지역 농민단체 간부인 이모씨는 "농민들이 정부의 지원으로 시설투자를 했지만 투자한 만큼 건질 수 없었으며 농협, 축협, 새마을 금고에 가압류 되어 있는 농토가 족히 97%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계속되는 농·축산물 가격파동으로 농민들이 빌린 돈을 다 갚는다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현대 6%대의 정책자금 융자의 연리를 3%수준으로 하고 상호금융 연리도 5%선으로 낮춰야 된다"고 했다.
또 농업 경영인 장모씨는 "수입 농산물은 계속 들어오는데 농사를 열심히 지어봤자 제 가격을 받을 수가 없는 실정"이라며 "가격안정을 위한 농업정책 부재가 원인"이라고 원망했다.
<이성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