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와 민주당 박민수 국회의원이 국회입법처가 최근 발간한 ‘지역사회 격차해소를 위한 사회의 질 지표 개발’용역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주시의 사회의 질(SQ: social quality)이 전국 조사대상 230개 지자체 중 최하위 그룹으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의 질(SQ) 지수는 유럽에서 시작된 최신 사회발전 지표로서 이번에 국회입법처가 조사한 한국형 SQ지수 측정에는 제도역량과 시민역량, 건전성 등 3대 분야에 걸쳐 19개 지표가 활용됐다. SQ지수가 높다는 것은 성숙한 사회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분석에서 경주시는 전국 조사대상 230개 지자체 중 3대 부문 평균이 10점 만점에 3.66점을 받아 200위 밖으로 떨어져 질 낮은 도시라는 결과가 나와 가히 충격적이다. 특히 경북도내 23개 시·군중에서도 최하위 그룹인 19위에 그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도역량 분야는 복지교육·문화·의료 등 4대 세부요소로 나누었는데 1000명당 기초수급자 수, 1인당 사회복지예산, 인구 10만명당 영화관 수 및 문화시설 수 등을 기준으로 해 경주시는 10점 만점에 5.16점을 받아 101위를 기록했다.
시민역량 분야는 시민들의 사회 및 정치참여를 측정한 것으로 지역기반 비영리 민간단체 수와 자원봉사자 등록률, 지방의회 입후보자 중 여성비율, 1만명당 정보공개청구건 수 등을 기준으로 했는데 0.87점을 받아 228위를 기록하는 참담한 결과가 나왔다.
건전성은 10만명당 연령표준화사망률출산율, 1000명당 5대 범죄발생건수, 10만명당 자살률 등 지표가 쓰였는데 4.95점으로 123위를 기록, 평균이하로 나왔다.
특히 경주시가 시민역량분야에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한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지역사회는 부산하게 돌아가는데 현안에 대해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고 있는 것이다.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로 인해 올바른 여론이 형성되지 못하고 획일적으로 몰려는 분위기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역량의 잣대 중에 하나가 시민운동이다. 그러나 정작 경주사회에는 시민운동이 미미할 뿐만 아니라 비슷한 유형의 일부 단체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화합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단체 하나가 생기면 비슷한 단체가 나타나고, 단체들의 고유성은 온데간데없고 ‘너희도 하니 우리도 한다’는 식이다. 새로운 인물의 참여보다는 항상 같은 구성원들이 서로 갈라져 단체를 만드는 형국이다.
정치활동도 견제 그 자체다. 인물과 능력을 따지기 보다는 우선 상대를 폄하부터 한다. ‘너도 하는데 난들 왜 못하느냐’는 식이다. 정치 참여를 인정하기보다는 시기의 눈으로 바라보는 풍토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경주가 정보공개청구건 수가 많다는 것도 열린 행정부재와 행정을 믿지 못하는 시민들의 인식이 맞물려 있기 때문일 게다. 건전한 비판과 주장보다는 특정 계층의 입맛에 맞는 감언이설이 더 먹히는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싹틀 수 없고 시민역량이 극대화 될 수 없다.
이러한 풍토가 결국 시민역량 228위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본다. 경주시민 개개인이 갖고 있는 역량이 부족한 것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다만 그동안 시민들이 갖고 있는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위민정치(爲民政治)를 내세우며 역할을 하겠다는 인사들이 넘쳐난다. 이번 6·4지방선거에서도 이러한 외침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경주 발전은 결국 제도권의 역량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제도권은 이제 시민들이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시민역량의 바로미터기 때문이다. 문제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찰나의 만족을 쫓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키지도 못할 공약(空約)보다는 흩어진 시민역량을 극대화하는 공약(公約)을 세우고 실천하길 기대한다.
‘지역경제를 살리겠다’ ‘국비를 많이 가져 오겠다’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公約)은 시민역량을 하나로 집결한 뒤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이다. 선과 후를 생각하는 경주, 찬반이 존중되는 경주, 각자의 능력을 존중하는 경주가 요구된다. 아무리 따져 봐도 시민역량이 10점 만점에 0.87점, 전국 228위라는 성적표는 너무 초라하고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