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교鄕校는 고려와 조선시대의 지방에서 유학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관학교육기관이다. 봄의 전령인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막 터뜨리고 있는 경주향교는 그 위상과 역할만큼 부드러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경주향교는 교동에 있으며 총 부지가 5000여평이다.
경상북도에서 가장 큰 향교로 전국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1985년 지정된 경북유형문화재 제191호로 지난 2003년 문화관광부로부터 시범향교로 선정된 바 있으며 2011년 8월 문화재청으로부터 향교 내 대성전大成殿이 보물로 지정됐다. 현재 경북향교재단이 소유하고 있으며 관리는 경주향교에서 하고 있다. 지난 12일, 경주시 유림 인사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춘계석전대제가 봉행된 경주 향교를 찾았다.
-신라시대 국학이 설치되었던 곳, 전형적인 전묘후학의 배치
경주 향교는 언제 창건되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신라시대인 682년(신문왕 2) 국학國學이 설치되었던 곳이라 한다. 이후 고려시대에는 향학鄕學으로서, 조선시대에는 향교로 이어져 왔다. 고려시대에 노자와 장자, 공자와 맹자 즉,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배향하고 지방의 중등교육과 지방민의 교화를 위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492년(성종 23) 경주 부윤 최응현이 성균관을 본떠 고쳐 지으면서부터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대성전이 불에 타 위패를 도덕산 두덕암으로 옮겼다가 1600년(선조 33) 부윤 이시발이 대성전과 전사청을 중건하고 위패를 다시 모셨다.
대성전을 비롯한 제향공간을 다시 짓기 시작하고 1604년 부윤 윤성이 동·서무를, 광해군 6년(1614)에 명륜당을 비롯한 강학공간을 지어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이 마무리 됐다. 1668(현종 9)년과 1979년에 각각 보수했다.
건물은 전형적인 전묘후학前墓後學의 배치구조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전국적으로 경주, 부여, 전주, 나주, 강릉 등의 향교가 이런 구조를 가진다.
이곳들은 도읍지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 그곳의 왕들이 먼저 성인인 공자를 배알하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대성전과 동무·서무는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향을 받드는 곳이다.
강당인 명륜당과 동재·서재는 학생들이 공부하고 기거하는 시설이다. 나주향교와 함께 향교 건물 배치의 표본이 되고 있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성전, 명륜당, 동무, 서무, 전사청, 내신문 등이다.
조선시대에는 국가로부터 전답과 노비와 전적 등을 지급받아 교관이 교생을 가르쳤으나 현재는 봄·가을에 문묘文廟에서 공자를 비롯한 4성四聖과 10철十哲, 72현을 제사지내는 의식인 석전釋奠을 봉행하고 초하루와 보름에 분향하고 있다.
-향교건축의 대표적인 건물, 대성전大成殿
대성이란 공자의 시호인 ‘대성지성문선왕’에서 따서 대성전이라 한다. 대성전은 문묘의 정전으로서 공자의 위패를 중심으로 동양5성, 송조宋朝의 2현賢, 한국의 18현을 제향하고 있다. 대성전은 제향을 하면서 위패를 봉안하고 학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이곳 대성전에서 알묘하고 이 과정을 거쳐야만 명륜당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원래 대성전에는 136위가 있었으나 현재 총 25위가 모셔져 있다. 공자의 위패를 중심으로 왼쪽으로는 공자의 수제자였던 안회, 공자의 손자 자사를 모시고 오른쪽에는 증자, 맹자의 위패를 모셨다. 공자의 영정위에는 구름의 형상을 그린 운판이 있어 공자를 신성시한 것을 짐작케 한다.
또한 신라때부터의 현인들이 시대별, 연도별로 모셔져 있다. 경학지존인 설총선생과 문학지존인 최치원 선생을 필두로 퇴계 이황, 율곡 이이, 김굉필, 회재 이언적, 조광조, 김집, 송시열 등 유학의 현인들이 모셔져 있는 것.
대성전은 정면 3칸,측면 3칸 규모의 맞배지붕을 한 주심포계 외1출목 이익공식(새 날개처럼 생긴 공포 양식) 건물로 연혁이 분명하고 공포와 창호 및 가구에 옛날식 기법이 잘 남아 있는 편이다. 대성전 종도리에서 발견된 상량문을 통해 대성전의 중건연대와 당시 참여한 장인 등의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최현재 경주향교전교는 “전국의 향교 중 신도 끝에 계단이 있는 곳은 경주 향교 뿐이다”면서 경주향교의 특징을 말해준다.
문화재청은 경북지역 향교건축의 대표적인 건물인 경주향교 대성전을 보물로 지정해 국민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보존·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대성전의 동·서무는 각12칸이다. 동·서무에는 원래 각36위씩 72현의 위패를 모셨던 자리다.
- 국가발전 위한 지도자들 덕목 익히는 장소, 명륜당明倫堂
명륜당明倫堂은 교육기능을 수행하던 강학 장소로서 정면 5칸, 측면 3칸의 주심포양식 건물이다. 좌우의 방 2칸에는 강사들이 기거했다고. 이곳은 유교 경전을 중심으로 선비정신과 인격을 연마해 국가발전을 위한 지도자들의 덕목을 익히는 장소였다.
최 전교는 “명륜당 대청에서 바라봤을때 대성전의 공자님 신위가 모셔진 중앙칸과 대성전의 내삼문 외삼문이 정확하게 일직선이 된다. 그리고 명륜당의 동, 서재와 대성전의 동, 서무도 일직선으로 맞아 떨어진다”고 했다.
명륜당의 서재와 동재는 각 12칸이며 학생들이 기거하던 곳으로 오늘날의 기숙사에 해당 하는 곳이었다.
-신라시대의 우물로 추정되는 오래된 우물, 학계의 비상한 관심
한편, 명륜당 뒤쪽 대나무 밭에는 영재를 별도로 육성하던 곳인 육영당과 경상북도 향교 전체를 감독하던 곳인 제독관이 있었다고 한다.
“육영당과 제독관은 2014년 발굴시행 후 건축물의 규모가 나오면 그 규모대로 복원할 예정이나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금의 관리사를 대밭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시 관계자는 말한다.
명륜당 뒤쪽의 존경각은 도서관의 기능을 담당한 곳으로 책도 관리하고 옛 성균관에서 내려온 글을 판각 하던 곳이었다. 이 존경각은 복원됐으나 다시 중건의 필요가 있는 건물이라고 한다.
또 학사 업무를 보던 사무실과 향교의 노복들의 숙사가 있었던 구도색청사와 구직예청사 터에는 현재 발주해서 올해안 예절관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또 내년 5월말경에는 부지 발굴후 생활관 건물이 지어질 예정이다.
한편, 일각문을 들어서자마자 관리사동 바로 앞에는 신라시대의 우물로 추정되는 오래된 우물이 있다. 이 우물은 올해 실시되는 ‘우물포럼’대상에 포함되는 등 그 역사적 가치가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우물이다.
-경주향교, 시민과 함께
향교에서 매년 봄(음력 2월 초정일), 가을(음력 8월 초정일) 두번에 걸쳐 봉행하고 있는 석전대제는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유교의식으로 공자를 모시는 사당인 문묘에서 지내는 큰 제사이다.
한편, 2011년부터 계속 진행되어온 전통혼례는 현재 경주문화재단과 함께 하고있다. 부대행사로 투호놀이, 국궁, 제기차기 등 전통 민속놀이도 곁들인다.
결혼을 앞 둔 미혼자는 물론, 기혼자라도 참여할 수 있는 이 혼례는 경주만의 특성적인 전통혼례로서 매주 토, 일요일 오후 3시에 치른다. 이는 시민을 위한 일이자 경주문화전승의 역할을 하는 것.
경주향교스테이는 2010년부터 시작해 매년 성년식(관,계례)반, 예절학교반, 제사의례반, 세시풍습반, 서예및 한문서당반등 5개분야별로 전통문화 및 유적지 답사 체험프로그램을 서재 및 명륜당에서 운영한다.
최 전교는 “지금까지 시민들은 향교를 제향을 주로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향교는 제향과 함께 교육기관으로서 기본적인 교육을 통해 널리 시민들을 계도하는 곳이다. 생활 속 실천에 옮기는 산 교육을 하는 장으로 만들고 싶다”며 친숙하고 편안한 향교로 시민들과 함께 하기를 바랐다.
궂은 날씨에도 자세한 자문을 맡아주신 최현재 경주향교전교(77)는 경주 유림의 대표자로서 서악서원 원장, 최씨 중앙종친회 부회장, 상서장 집례위원장 등 중책을 맡고 있다. 또한 문묘를 수호하는 한편, 지역사회의 윤리문화의 창달을 위해 활동하는 향교의 책임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