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한 국가와 사회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준비하지 않을 때 쇠퇴와 멸망의 길을 걷는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 땅에 IMF라는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도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고 준비하지 않아, 수많은 서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하며, 나무 한그루 한그루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세계관광기구(WTO)에서는 21세기 관광의 새로운 패턴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성회복을 위한 문화·생태 관광이 중요한 테마가 된다는 것입니다. 21세기에 들어와서 인간성회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20세기에서는 경제적 부흥이라는 기치아래 우리는 자연을 파괴하고, 공장을 짓고 높은 건물들을 지었습니다. 인간은 생산의 주체이기보다는 하나의 생산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생산성 향상이라는 이름아래 기계와 컴퓨터가 사람을 대신하게 되고, 경제적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한가지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직장으로부터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도시는 푸르름이 없고 회색의 건물 숲으로 둘러싸이게 되었으며, 공장의 굴뚝과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매연으로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가치는 인간이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얼마나 생산하고 버느냐에 따라 가치가 매겨졌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게되어 자연히 인간성 회복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갖게되고 인간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여행하고 싶어하게 되었습니다. 경주 역시 세계적인 관광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인간성 회복을 위한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첫째, 인간이기 때문에 대접받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훌륭한 집안, 높은 교육, 많은 재산, 사회적으로 높은 직위를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그런 사람들을 대접하려고 합니다. 또한 그 사람이 어디 출신이냐는 것에 따라 대접이 달라집니다. 실제로 경주를 방문한 외국인들과의 인터뷰에서, 경주시민들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을 대하는 것과 동남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들을 대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경주가 인간의 진한 냄새를 풍기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어디 출신이고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에 관계없이 단지 인간이기 때문에 존중받고 환대 받는 그러한 문화가 숨쉬는 곳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정직과 신뢰가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한국의 위기가 경제적 위기가 아니라 문화의 위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화의 위기 가운데서도 신뢰의 위기라고 말합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는 부정직과 저신뢰 문화의 부산물이었습니다. 지금도 우리사회는 부정직과 저신뢰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경주는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언행이 일치하고,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처음에 했던 약속을 그대로 지켜야 하며, 속임수가 없어야 합니다. 음식 한 그릇을 만들 때도, 손님의 생명과 건강을 생각하여 만들어야 합니다. 정직과 신뢰는 우리에게 귀중한 사회적 자산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셋째, 겸손한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안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미덕은 겸손일 것입니다. 우리는 자연에 대하여 겸손해야 합니다. 우리는 경주를 찾는 방문객들에게도 겸손해야 합니다. 특히, 나보다도 부족하고 약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겸손하여야 할 것입니다. 겸손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지나치게 우월 의식을 갖거나 또는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비하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경주 역시 신라 천년의 역사를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신라문화의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신라의 부끄러운 문화도 솔직히 보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훌륭하던, 부끄럽던, 그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우리의 문화는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성회복을 위하여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경주는 21세기를 맞이하여, 신라천년의 문화를 가지고 인간성회복을 위하여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신라천년의 역사가 우리에게 제시한 귀중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나부터 이러한 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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