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출신 이재중 박사(고미술사) 주장 경주 제155호 고분 장니화(障泥畵 장니천마도 국보 207호)의 주제인 `천마(天馬)`가 `기린(麒麟)`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경주 출신으로 고미술사를 전공한 이재중박사(고려대 한국교육연구단 연구원)는 지난 22일 경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라문화동인회(회장 우병익) 주최 정기시민강좌(제48회 문화재해설의 밤) `고대 동아시아 기린의 도상에 대하여`라는 주제의 강좌에서 "천마총 천마도는 말이 아닌 기린"이라고 주장하고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 전역에 널리 분포한 각종 기린도의 도상과 기사들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그 구체적 근거로 천마도의 형태가 "기린에만 나타나는 뿔과 입에서 내 뿜는 신기, 몸체의 반점, 갈고리 모양의 날개 등이 천마로 보기보다는 기린으로 보는 게 더 합당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따라서 이박사는 "천마총 천마도는 장천 1호분 무용총, 삼실총, 강서대묘 등 고구려 고분벽화에 꾸준히 등장하는 기린과 같은 종류의 기린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태중 원장(경주문화원)은 "제시한 많은 자료들을 보았을 때 상당히 근거 있는 주장으로 여겨진다."고 말했으며 김윤근 부회장(신라문화동인회)은 "젊은 향토출신 학자의 용기있는 주장에 박수를 보내며 말무덤 같은 인상을 주는 `천마총`이란 명칭을 변경해야한다는 주장이 있던 차에 기린으로 밝혀진다면 명칭은 재고해야할 것"이라며 기린도라는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또한 강좌에서 이박사는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기린`하면 누구나 목이 긴 아프리카의 기린(지라프)을 떠올린다. 그러나 4령(기린, 봉황, 용, 거북)의 으뜸으로 알려진 동양의 대표적인 상서 동물인 기린은 알지 못한다."고 말하고 "고대 여러 문헌에서 조선왕조실록에 이르기까지 수백건의 기린에 대한 기록이 있고, 중국의 전 역사서 `25사`에는 2천4백48건에 달하는 기록이 나타날 정도로 기린은 보편화된 상서 동물이었다."며 "`예기`에는 4령의 으뜸이 기린이라 하였고 유교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공자가 태어날 때와 죽을 때 나타났다고 하는 기린을 공자를 상징하는 동물로 숭상하였다."고 말해 기린이 용, 봉황, 거북과 함께 상서 동물로 일반에 널리 보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박사는 "공자의 역사서 `춘추`의 또 다른 이름이 `인경(麟經)`인 점과 경주 내남의 용장골에서 흘러내리는 형상강 원류를 `기린내`라고 부르는 점, 예로부터 사람이름에 어질고 덕스러운 기린을 닮으라는 뜻에서 `린(麟)`자를 많이 쓰는 점등이 `기린`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일반화되었음을 말해주는 단적인 예가 된다."고 말했다. 신령스럽고 상서로운 상상의 동물 기린은 날개와 뿔, 말발굽, 소의 꼬리 등의 물리적인 속성과 인수(仁獸)라는 정신적인 속성을 가진 영수(靈獸)의 대표적인 동물로 일반에 널리 숭상되었으며 도교, 유교, 불교와도 결합한 기린은 일반신앙의 저변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신라문화동인회의 문화재해설의 밤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저녁 7시 상공회의소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며 458회라는 대기록을 세운 경주지역 대표적인 문화강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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