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물새자리에서 날아오는 새들은 모래톱이 없어, 우리들 가슴속 개울가에다 둥우리를 치고 알을 낳았다. 여름 물새들이 모래톱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가슴속 개울가에 우리를 치고 알을 낳는다. 모래톱을 잃고, 고향도 잃고, 정처를 잃은 요즈음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특히 후반부인 4연과 5연에서 시인의 상상력이 빚는 서정적이고 환상적인 시구들이 이 시의 백미다. 시의 전반부, 수채화 같은 유년시절도 아름답다. 모래무지를 닮은 투명한 아이들이 모래범벅이 되어 뒹구는 풋풋한 풍경도 마음에 잔잔한 물기를 준다. 요즘 도시 어린이들에겐 꿈같은 얘기들이다. 아이들은 “물새들을 따라 남쪽으로 날아가, 여름 하늘의 새 별자리”가 된다. 시인은 오늘도 가슴 속에 물새와 버들붕어를 기른다. 모래무지를 기른다. 그래서 시를 낳는다. 세월이 흘러도 시인의 마음은 물새와 모래무지와 버들붕어들이 사는 개울가에 산다. 소통 부재의 시들이 난무하는 요즈음, 마음에 물기를 주는 시다. 김성춘(시인) ------------------------------------------------------------------- 70회 동안 시인께서 골라주신 주옥같은 시들은 경주신문 독자들에게 훌륭한 자양분이 되었으리라 감히 생각합니다. 김성춘 시인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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