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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살면서도 나는 아직 모량역에 가보지 못했다. 소녀의 이름처럼 이쁜 모량역. 시인은 모량역은 종일 네모 반듯하다고 한다. 왼 종일 가을볕만 만판 쏟아지는 시골역사, 하루에 한 두사람 떠나거나 돌아 오는 시골역, 기차소리보다 더 큰 아가리의 적막감이 살고있는 모량역. “더도 덜도 아니고 딱, 한되”되는, 모량역이 단단하단다. 재밌다. A4 용지처럼 네모 반듯하다는 역 묘사도 그렇고, 한되처럼 단단하다는 비유도 참신하다. 문인수의 시는 통상적인 서정시와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그에게는 삶과 자연속에서 극한의 미를 찾아내려는 시선이 보인다. 시속에서 독자들은 세속의 삶을 묘사하는 시인의 뛰어난 문체를 만난다. 근처에 박목월 시인의 생가가 있는 모량역. 1940년대 어느 봄 날 저녁, 서울서 내려오는 조지훈 시인과 건천의 목월 시인이 처음으로 만났다는 전설적인 추억에 담긴 아름다운 모량역. 한적한 역의 묘사가 한폭 수채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