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종
경주신문 편집위원장
경주YMCA사무총장
한가위 명절을 맞이하여 올해도 3000만명에 가까운 귀성객이 핏줄을 찾아 민족의 대이동을 벌렸다.
명절마다 하루를 꼬박 차속에서 보내면서도 고향을 찾아 떠나게 만드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올까. 학자들은 이런 힘의 원천을 귀소본능으로 설명하고 있다. 알라스카 앞바다와 북태평양의 멀고 먼 바다를 헤엄쳐 자기가 태어난 강을 거슬러 올라와 산란을 하고는 장열하게 생을 마감하는 연어의 귀소본능이 인간에게도 내재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8.15 남북이산가족가족 상봉 때에 50여년만에 만난 가족들 중에는 어릴 때 헤어져 얼굴도 모르는 가족이지만 핏줄의 정을 이기지 못해 눈물로 얼굴이 범벅이 되어 보는 사람마저도 눈시울을 적시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혈육을 만나본 사람은 현재까지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10만6천명의 500분의 1에 불과하다. 물론 이들 신청자중에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가족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최근 정부는 이들의 상봉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국군포로의 생사여부는 물론이요, 정확한 숫자도 파악치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방부가 정리한 국군행방불명자는 실종자 1만7천20명에 미확인자 2천3백72명으로 모두 1만9천3백92명이다. 그러나 북한은 전쟁 직후 국군포로수를 6만5천여명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중 포로 교환 당시 돌아온 사람은 불과 8천3백33명이다. 최소한 5만명 이상의 국군포로가 북한에 억류됐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억류된 국군포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공민증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군포로외에 납북자의 수도 454명에 달한다. 혈육의 정과 주거이전의 자유를 박탈 당한 이들의 한을 빨리 풀어 주어야 한다.
어느 납북어부의 딸이 울부짖으며 하는 말, "북에서 우리 아빠를 의거 월북이라 하든 뭐라하든 그건 중요치 않아요. 중요한 것은 딸이 아빠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 아닙니까?"라는 말이 수많은 이산가족의 절박한 심정을 잘 대변해 준다고 하겠다.
한가위 보름달을 보면서 혈육을 그리워하고 슬픔을 달래는 사람들이 어디 이들 뿐이랴? 경제위기 이후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진, 전국 20만가구의 거택보호대상자와 12만 가구의 한시생계보호 대상자 그리고 8만명에 달하는 시설보호대상자로 이루어진 생활보호대상자들도 명절은 오히려 더욱 슬픈 휴일일 것이고, 가족의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산업연수생이란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어렵고 위험하고 더러운 3D 직종에서 고생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불법체류자들도 나그네의 설움과 향수병을 달랠 길 없는 때일 것이다.
우리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도 가족이 있다. 내가 가족을 그리워 할 때 그들에게도 애타게 그리워 할 가족이 있다.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가슴도 밝고 넉넉해져서 우리 주변에서 소외된 이웃과 외국인 노동자 들에게도 인도주의적 관심을 기울이고, 인간적인 정을 나눠줄 수 있는 한가위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