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말없이 흐르고 손 경 호 수필가/교육행정학 박사 임진강 나루엔 갈대숲이 우거져 초겨울의 쓸쓸함이 더욱 애처로워 한산하면서도 적막하다. 강 이쪽저쪽을 가로질러 하얗게 걸쳐놓은 임진강 철교는 휴전선에서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대표적 상징이다. 시선을 멀리 던지니 개성 송악산이 보이고 삭막하기만 한 겨울산은 허허롭기 그지없다. 임진강을 건너기전 북녘땅을 향해 모두가 사진을 찍지만, 원한이 가슴에 맺힌 사람들에게 그아픔의 흔적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한으로 남아 가슴앓이를 안고 살게 했다. 임진각에서 내려다보이는 자유의 다리는 아마도 우리민족의 숱한 설움을 제일 먼저 체험한 곳이기도 하다. 전체길이 254km의 임진강은 북녘땅 함경남도 마식령에서 발원하여 국토의 서남쪽으로 흘러 황해로 빠져나가는 강이다. 위쪽으로 경기도의 평안천 81km, 강원도의 고미탄천 114km와 한탄강 130km 등과 합류하고 고랑포를 지나 다시 문산천과 합쳐서 황해로 흘러나가는데 강 하구에서는 또한 한강과 합친다. 유역면적이 8천118㎢에 달하는 교통수단과 어업에 큰 몫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국토대간의 중심을 흐르는 대표적인 강이다. 총성이 멈춘지 반세기가 지났건만 철새와 야생동물이 오갔을 뿐 인적이 끊긴지 오래된 세월, 차가운 강바람만 옷깃을 여미게 한다. 국토가 분단되기 전에는 고랑포까지 배가 다녀 한강으로, 서해바다로 이르는 주요 포구가 임진강 나루였다고 한다. 먼 삼국시대의 국경으로 항상 분쟁이 잦았던 곳이라 교통과 국방의 요지로 각광 받았던 지역이라고 함께 동행한 한 실향민의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이제는 평화를 다지는 길, 번영으로 가는 길을 열고 남과 북이 더불어 한반도의 미래를 열어가는 육로에 이어 철로가 개통됐다. 남측 문산역과 북측 판문점의 봉동역을 오가며 개성공단 화물을 실어 나를 경의선 열차가 도라산을 거쳐 군사분계선을 지나 1시간 40여분만에 북측땅에 도착했다. 지난 12월 11일 기관차 1량, 화차 10량, 차장차 1량 등 총 12량으로 구성된 화물열차는 이날 첫 운행에서 도로 경계석과 공단 자재, 건설자재 등을 싣고 올라가고 신발, 의류, 시계 등 개성공단 생산품을 반입하는 대역사가 시작된 날이었다. 참으로 남과 북이 함께 결실을 맺은 만남의 날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뜻 깊은 날이요 행사였다. 서울의 날씨와는 달리 북측의 기온은 영하10도에 체감온도는 그보다 훨씬 아래였다. 그래도 군사분계선은 한반도 희망을 곧 열게 되리라는 기대를 품고 마음의 따뜻함으로 우리를 맞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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