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전 10시 40분 경주시청 시장실 앞에는 천군동쓰레기매립장 주변지역 주민대표 30여명과 시청 공무원, 경주경찰서 정보과 직원들이 뒤섞여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천군쓰레기매립장 주변지역 주민들이 이날 오전 11시 경주시가 쓰레기소각장 최초제안업체인 서희건설과 최초제안서 작성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한다는 것을 알고 항의하러 온 것이다.
주민들은 “소각장 설치를 위해 주민들도 모르게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시장을 만나야겠다”고 주장했고 이를 저지하며 자리를 옮겨 대화를 하자는 공무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목소리를 높이던 윤 모씨에게 모 공무원이 “왜 그러느냐. 다른 사람들을 선동하지 말고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고 말하자 윤 모씨는 “선동이 무슨 말이냐”며 고성을 퍼부었다.
시 공무원들의 중재로 대회의실로 들어간 주민 대표들은 시가 소각장 설치를 위해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에 대한 해명과 시장과의 대회를 요구했다.
우외진 주민생활지원국장은 “소각장 문제가 불거진 후 지금까지 기다려 온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현재 쓰레기 매립장은 2010년 포화상태가 되면 매립이 어렵다”며 “시는 (소각장을)어떻게 하면 친환경 쪽으로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소각장 견학을 많이 다녀왔으며 작년부터 나름대로 검토했다. 금년에 주민협의체에 대강 뜻을 전했고 설치계획을 보고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우 국장은 또 “한때 열용융 방식을 검토했으나 환경부에서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아 인증할 수 없다고 했고, 경주시 재정자립도로서는 일시에 700억원을 부담하기 어려워 국가가 인정하고 국비가 지원되는 스토커 방식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관희 주민협의체 위원장은 “우리가 환경적이 측면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의견을 낸 적이 있으나 경주시는 아직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며 “시가 추진하는 것을 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꼭 같다. 오늘 MOU를 체결하면서도 이를 주민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은 이유를 말해야 한다. 시의회는 알고 있는데 당사자인 우리에게는 말도 하지 않았다 ”고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우 국장은 “서희건설이 과거부터 소각장 설치 참여를 원했으며 공문까지 보내와 최초제안업체로 결정하게 됐다”며 “어제 최초제안서 MOU 체결 일정을 결정하고 연락하기로 했으나 업무상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백 시장과의 면담이 성사되자 이관희 위원장과 주민대표 2명은 시장실로 들어가 10여분 동안 주민들의 뜻을 전달했다.
이관희 위원장은 “경주시가 소각장 설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화로 해결하자고 해서 지금까지 기다려왔는데 오늘 소각장 설치를 위한 절차를 밟는 것을 보니까 (소각장 설치에 대해) 경주시가 과연 우리와 대화를 하려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백 시장은 “(주민대표들이) 주민들로부터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동안 많은 대화를 했고 국내외 좋은 시설을 보고 와서 우리도 소각장을 해야겠구나 하는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왔다”며 “지난번에 마지막으로 해외 견학을 같다왔고 또 다시 우리가 이야기를 하면 (주민대표들에게) 부담을 줄 것 같았다. 2010년 이후에는 더 이상 쓰레기를 매립할 장소가 없다는 결론이 나와 이제는 시장이 방침을 갖고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추진하게 됐으니 오해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 시장은 또 “2010년까지는 소각장을 건설해야 하며 어느 시점에는 그 지역을 가장 깨끗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소각장은 시장이 의지를 갖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우리는 (최초제안서를 내기위해 체결을 한다는)서희건설의 능력을 알 수 없으며 주민들에게 설명의 기회는 있어야 했다”며 주민들도 모르는 MOU 체결에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백 시장은 “최초제안서가 들어오고 심의, 설계, 참여업체 선정 공고 등을 거쳐 권위있는 기관에서 심사 후 결정한다. 우리는 심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지금은 하나의 법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라며 “서희와 MOU를 체결하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주민들에게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하는 것도 주민대표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 시장은 또 “앞으로 많은 예산을 확보해 주민들을 위한 복지시설을 갖추겠다”며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면 너그럽게 이해를 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한 바탕 소란은 40여분 만에 백 시장과 주민대표 간에 대화를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시장실을 나온 이관희 위원장은 “27일 주민대표들과의 회의 때에 상황을 설명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주시는 이날 오전 11시 서희건설 관계자와 쓰레기소각장 건설 최초제안서 작성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서희건설이 내놓은 안은 심의를 한 후 제3자 공모를 통해 계획안을 접수받은 후 관련기관의 심사를 거쳐 최종 업체를 선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