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 방폐장 착공식 보이콧에서 철회까지 어떤 일이…●
실리 위한 보이콧(?), 명분 위한 참석(?)
시의회 방폐장 착공식 불참 결정 이틀 만에 철회
고정식 정책본부장 설명 듣고 9일 착공식에 참석
방폐장 유치지역 특별지원사업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방폐장 착공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던 경주시의회가 이틀 만에 참석키로 했다. 그리고 9일 오후 3시 열린 방폐장 착공식에는 최학철 의장을 비롯해 16명의 시의원들이 참석했다.
지난 6일 오전 11시에 열린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정부가 방폐장 유치지역 특별지원사업에 대해 확실한 보장을 한 것이 없기 때문에 착공식 불참을 결정했던 시의회는 이틀 뒤인 8일 오후 4시 고정식 산자부 에너지자원정책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갖고 격론 끝에 착공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6일…전체의원 간담회에서 착공식 불참결정=지난 6일 오전 11시 소회의실에서 전체 의원 간담회를 열고 방폐장 유치에 따른 국책사업 추진 및 원전특별위원회 활동 추진 상황에 대해 토론을 벌인 뒤 9일 열릴 방폐장 착공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최학철 의장은 간담회에서 “방폐장 유치지역특별법에 의해 지원되는 사업 중 본 위원회에서 55건이 최종 결정되고 7건은 시기가 도래하면 추진하고 양성자 가속기사업은 T/F팀을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으나 T/F팀 자체가 안되는 것으로 결정났다”며 “그리고 55건 중에 확정된 것은 17건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미적미적하다. 이번 착공식에 의회가 참석하는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 의장은 또 “이 정부가 끝나기 전, 대선 전에 결정을 요구했으나 전혀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며 “우리라도 이번 착공식에서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용식 의원은 “방폐장 착공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정서가 좋지 않다. 우리가 가서 박수칠 일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성수 의원은 “시민들은 방폐장 유치 이후 현재 상태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불참이 시민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다”고 불참 뜻을 내비쳤다.
이종근 의원은 “정부가 유치지역지원사업을 재검토, 재논의 사업으로 하는 것은 해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시민들이 큰 박수를 칠 것이다”고 불참을 찬성했다.
그러나 정석호 의원은 “4대 시의회가 지역발전을 위해 유치하고 5대 시의회에서도 지원사업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시민들은 참석하는데 (시의회가)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참석을 하지 않는다면 성명서를 발표해야 한다”고 불참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김승환 의원도 “지금 나는 방폐장을 유치하자고 한 것 때문에 사람대우도 못 받고 있다. 착공식에 ‘참석하자’, ‘하지말자’고 하는 자체가 서글프다”며 “수많은 시민들에게 VIP가 온다고 비표도 나갔고 주변지역에서는 박수를 쳐주자고 하는 이들도 있다. 간담회장에서 결과에 따르겠지만 생각을 해 볼 문제다”라고 불만을 표출하고 표결도 하기 전에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어 최 의장의 진행 하에 방폐장 착공식 참석여부를 표결에 붙였고 간담회장에 있던 14명의 시의원들은 전원 불참을 하는데 손을 들었다.
그러나 이날 방폐장 유치 당시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앞장섰던 이진구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단은 참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의회의 결정과는 상관없이 나는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7일…백상승 시장과 최학철 의장 만남, 긴박하게 돌아가다=시의회의 결정에 대해 경주시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다음날인 7일 오전 10시경 백상승 시장과 최학철 의장이 시장실에서 만나 5분여 동안 시의회의 착공식 불참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 했다.
이 자리에서 백 시장은 최 의장에게 불참 결정을 철회하고 착공식 참여를 당부했으며 최 의장은 방폐장은 착공하면서 정부가 약속한 특별지원 사업은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착공식 불참을 결정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최 의장은 기자에게 “산자부로부터 특별지원사업에 대한 확실한 보장만 있으면 다시 논의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참석하지 않는 것이 시민들의 뜻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참석할 여지를 비쳤었다.
경주시 모 공무원은 “정부 고위관계자가 참석하고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착공식에 경주시의회가 불참한다는 것은 예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8일…고정식 산자부 에너지자원정책본부장 시의회 방문, 간담회 개최, 참석키로 결정=8일 오후 4시 고정식 본부장과의 간담회에서 의원들은 방폐장 유치지역 특별지원사업 추진에 대해 경주시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으며 산자부가 적극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고정식 본부장은 “경주시와 시의회를 통해 유치지역지원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총리가 위원장인 유치지역지원위원회에서 확정된 사업은 모두 계획을 수립,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종근 의원은 “19년동안 표류하던 사업을 유치하면서 홍보를 한 것과 차이가 있다. 한수원 문제만 하더라도 협력사들이 올 것이라고 있는데 그런 움직임이 전혀없다. 방폐장은 신속하게 추진하면서 특별지원사업은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 없다”며 당시 방폐장을 유치했던 주역으로서 난처한 입장이다. 정부는 미온적이고 한수원 산자부는 경주를 도와주겠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성토했다.
이삼용 부의장은 “30만 경주시민이 잘살려고 방폐장을 유치했는데 지금은 유치한 사람들이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며 “최소한 주무부처인 산자부에서 무슨 말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예산관계는 2년을 이야기한 것인데 이제 믿어주는 시민도 없다”고 따졌다.
이에 대해 고 본부장은 “한수원 본사가 이전하면 경주에 순기능이 많은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대학도 준비를 같이 한다면 지역발전 프로그램도 만들어 질 것”이라며 “산자부는 지역균형발전과 연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또 “총리가 확정한 사업은 절차상 사업예산이 확정된 것이다. 산자부는 경주와 하루 이틀 보고 끝나는 사이가 아니다. 한수원이 경주에 오면 경주시민이 되고 또 다음 세대에 경주를 이끌어갈 사람도 나올 것이고 경주시민과 함께 나아가고 있는 만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정부는 차질 없이 절차를 밟고 있다.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점검하고 앞으로 경주시, 시의회와 긴밀한 협조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일헌 의원은 “경주시민들은 정부를 믿고 방폐장을 유치했는데 특별지원사업과 관련해 회의를 소집하지 않아 시의회와 시민단체가 떠들고 해서 실무위원회가 개최될 정도로 소극적이었다”며 “참여정부의 치적인 방폐장은 속개되고 경주시민들에게 약속한 것은 안되고 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획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 본부장은 “경주시의회가 (특별지원사업 추진에 대해)걱정을 하지만 정부는 법에 따라 관리, 유지되고 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한수원이 경주에 있으면 모든 의사결정은 경주에서 이루어지며 좋은 파트너로서 경주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를 생각할 것”이라며 “그동안 정부 각 부처를 돌아다니면서 국·과장을 다 만났고 사업추진을 위해 총력을 기우렸다. 앞으로 경주시와 우리가 예산확보에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시의회가 보이콧까지 하면서 확인하고 얻은 것은 있는가?=방폐장 착공식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고 본부장이 급히 경주시의회를 방문해 간담회를 갖게 된 것은 경주시의회가 특별지원사업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산자부의 확실한 입장을 듣기 위한 것이었다.
이날 오후 4시 간담회에 참석한 고 본부장은 비행기 시간 때문에 늦게 도착해 시의원들과의 간담회 시간은 50분 정도였다. 일부 의원들은 짧은 시간에 제대로 이야기도 못하는 분위기라며 반발도 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 고 본부장이 “정부는 약속대로 잘 추진되고 있다”는 답변 외에는 확인 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지원사업과 관련해 그동안 경주시가 수차례 시의회에 보고 되고 시의회 원전특위도 알고 있는 내용을 확인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다짐을 받아내지도 못했다.
고 본부장이 자리를 떠난 뒤 의원들은 착공식 참석여부를 두고 격론을 벌렸다. 이종표 의원(민노당 비례대표)은 “고 본부장이 정부는 잘하고 있는데 우리와 시가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우리가 잘 추진되고 있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 밖에 안됐다. 우리가 잘 모르는 바보가 된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회의장을 떠났다.
참석여부를 두고 최 의장이 참석여부를 의원들의 자유의사에 맡기자는 이야기를 하자 의원들은 “가면 다가고 안가면 다 가지말자”고 해 결국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9일…누가 참석했나=경주시의회 사무국에 따르면 9일착공식에는 최학철 의장, 이삼용 부의장, 이진락 운영위원장, 이만우 산업건설위원장, 이진구, 이종근, 이경동, 정용식, 강익수, 김시환, 유영태, 김승환, 김일헌, 정석호, 백태환, 권영길 의원 등 16명이 참석했다.
이성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