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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관광명소 ‘286건’ 국민 선택…역사·숙박·감성까지

이상욱 기자 lsw8621@hanmail.net 1746호 입력 2026/09/10 14:14 수정 2026/09/10 14:18
‘대한민국 명소 100X100’ 경북 최다

전국 명소 순위에서 4위를 기록한 동궁과 월지 야경. <사진=경주시>확대
전국 명소 순위에서 4위를 기록한 동궁과 월지 야경. <사진=경주시>
천년고도 경주의 관광명소가 역사문화유산을 넘어 전통 숙박, 자연, 감성 여행, MZ세대 취향 콘텐츠까지 폭넓게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문화관광공사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한 ‘대한민국 명소 발굴 100X100 프로젝트’에서 경북 관광명소는 모두 1088건이 선정돼 서울 1261건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경주는 286건이 선정돼 경북 22개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국민 선택을 받았다.

본지가 입수한 경주지역 선정 명소를 분석한 결과, 286건은 86개 관광 주제에 걸쳐 고르게 분포했으며 중복을 제외한 고유 명소는 198곳에 달했다. 특정 관광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역사·문화·숙박·자연·체험·미식·감성 등 세분화된 여행 취향을 폭넓게 아우르고 있어, 경주의 관광 경쟁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역사도시 경주의 저력⋯ 교과서·미스터리·K-스피릿 강세


경주의 가장 뚜렷한 경쟁력은 역사와 문화유산이었다. 주제별로 보면 ‘교과서 여행지’와 ‘K-미스테리 여행지’가 각각 9건씩 선정됐다. 대릉원과 동궁과 월지, 불국사, 첨성대, 국립경주박물관 등 대표적인 신라 문화유산은 물론 감은사지와 계림, 포석정, 사천왕사지 등도 다양한 역사적 이야기와 함께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한국 정신문화의 비밀, K-스피릿’ 분야에서도 7건, ‘대한민국 아름다운 건축물’ 분야에서는 6건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경주 관광의 경쟁력이 단순 문화유산 관람을 넘어 역사와 설화, 종교와 건축, 신라 생활문화까지 다양한 이야기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장소 자체뿐 아니라 그곳에 담긴 이야기를 소비하는 ‘스토리형 관광’이 확산하는 가운데 경주의 풍부한 역사문화 자산은 차별화된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100년 헤리티지 숙박’ 12건⋯머무는 곳도 관광명소


가장 많은 선정 건수를 기록한 주제는 ‘시간이 머무는 곳, 100년 헤리티지 숙박’으로 모두 12건이 선정됐다. 골굴사와 불국사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남산뜰아래 한옥스테이, 독락당, 라궁, 라연재, 서악연가, 신라한옥호텔, 향단, 효우당 등 한옥과 종택, 사찰을 기반으로 한 숙박시설이 고르게 포함됐다.

경주가 ‘보고 떠나는 관광지’를 넘어 ‘머물면서 경험하는 관광도시’로 발전할 기반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관광객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이 지역 관광 활성화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만큼 경주의 전통 숙박자원은 앞으로 체류형 관광과 고부가가치 관광상품 개발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리단길·굿즈·책방까지⋯MZ 취향도 폭넓게 포착


이번 선정에서는 전통문화도시라는 기존 이미지와 함께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관광 콘텐츠도 두드러졌다. ‘드로잉 여행지’에는 8건, ‘피드에 올릴 그 순간’, ‘굿즈여행’, ‘텍스트힙 즐기는 도서관·동네 책방’, ‘빈티지 끝판왕’ 등에는 각각 6건이 선정됐다.

대릉원과 동궁과 월지, 불국사, 첨성대, 황리단길 등 전통적인 관광지는 사진과 드로잉, SNS 콘텐츠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해석됐다.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형성된 카페와 소품점, 굿즈 공간, 독립서점 등은 역사유적 중심이었던 경주의 관광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경주가 수학여행과 문화재 관람 중심의 전통적 관광도시에서 벗어나 개별 여행객의 취향과 감성을 소비하는 도시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나의 명소, 여러 여행으로⋯ 대표 관광지 ‘다층적 매력’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일부 대표 명소가 여러 주제에 중복 선정됐다는 것이다. 대릉원과 동궁과 월지, 불국사, 첨성대, 월정교, 황리단길 등은 역사문화뿐 아니라 사진, 야간 관광, 산책, 계절 여행 등 다양한 주제에서 반복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릉원은 신라 왕릉을 만나는 역사공간이면서도 드로잉과 사진 촬영, 일출·일몰, 비 오는 날 여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 평가받았다. 동궁과 월지 역시 역사문화유산이면서 야간관광과 감성 여행, 사진 명소, 정원 관광 등 여러 목적을 동시에 충족하는 장소로 선정됐다. 이는 하나의 유명 관광지를 여행객의 연령과 관심사,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다층적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킬 필요성을 보여준다.


자연·힐링·반려동물까지⋯ 86개 주제에 고른 분포


경주의 관광자원은 역사유적에만 집중되지 않았다. ‘사계절 한국’, ‘비 오는 날이 더 좋은 여행’, ‘반려동물 여행’, ‘멍 때리기 좋은 곳’, ‘힐링 드라이브’, ‘러닝 코스’, ‘트레일 러닝’, ‘피톤치드 힐링 숲’, ‘일출·일몰’ 등 자연과 휴양 분야에서도 다수의 명소가 선정됐다. 보문호와 보문관광단지, 남산, 삼릉숲 등은 경주의 자연환경과 결합한 관광자원으로 주목받았다.

286건이 86개 주제에 분포했다는 점은 경주의 관광 경쟁력이 특정 분야에 집중되지 않고 폭넓은 관광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86개 주제 가운데 1건 선정 주제도 16개, 2건 선정 주제는 20개, 3건 선정 주제도 20개에 달했다. 이는 유명 관광지를 대규모로 보유했다는 양적 평가를 넘어, 미식과 커피, 책방과 빈티지, 반려동물과 러닝, 숙박과 자연 등 세분화된 여행 수요까지 관광자원으로 연결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궁과 월지 전국 4위⋯ ‘경주역’은 지역 최다 득표


경북문화관광공사에 따르면 경주역은 경북지역 명소 가운데 가장 많은 국민의 선택을 받았고, 동궁과 월지는 전국 명소 순위에서 제주 성산일출봉과 국립중앙박물관, 경복궁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경주역의 높은 순위는 교통시설이 단순한 이동 공간을 넘어 여행의 출발점이자 지역의 첫인상을 남기는 장소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궁과 월지 역시 신라 왕궁의 역사성과 야간 경관이라는 현대적 매력이 결합하면서 전국적인 관광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민국 명소 발굴 100X100 프로젝트’는 정부나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관광지를 선정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여행기자와 작가 등 전문가 100명이 여행 주제와 명소를 추천하고 국민투표로 최종 결과를 결정한 사업이다.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7일까지 국민 4만145명이 참여해 153만8035개 장소에 투표했으며, 그 결과 100개 주제별 명소 9883건이 선정됐다. 중복을 제외한 실제 명소는 6336곳이다.

경주의 경우 286건이라는 선정 건수도 의미 있지만, 역사와 문화유산에 치우치지 않고 숙박과 자연, 체험과 감성, MZ세대 취향까지 86개 주제에 걸쳐 고르게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 더욱 주목된다. 이는 경주의 미래 관광 전략이 ‘신라 천년고도’라는 단일 이미지에 머무르기보다 역사문화 자산을 기반으로 여행객의 취향과 세대에 따라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과제를 던진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선정된 9883개 명소를 실제 방문으로 연결하기 위해 9월 한 달간 ‘프로 방랑러의 도장깨기’ 이벤트를 운영한다. 관광객은 선정 명소를 방문해 인증사진을 남기면 경품 행사에 참여할 수 있으며, 방문 사진을 온라인 스티커 편집기로 꾸며 제출하면 실물 케이스로 제작해 받을 수도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국민이 직접 뽑은 명소를 단순 순위 발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여행으로 연결하는 만큼, 경주 역시 286개 선정 명소를 주제별 관광코스로 재구성하고 SNS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맞춤형 홍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과는 경주가 역사문화 관광도시라는 기존 경쟁력에 더해 숙박과 자연, 감성 소비와 체험 등 다양한 여행 수요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도시라는 점을 국민이 직접 확인해 준 것”이라며 “앞으로는 개별 명소를 따로 홍보하기보다 취향별·세대별·계절별 관광 코스로 연결해 경주를 다시 찾게 만드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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