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중앙집권체제와 총량적 경제성장을 추구해온 결과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수도권 집중에 의한 과밀화는 교통혼잡, 주택 부족, 환경오염 등과 같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지방 공동화와 쇠퇴는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수도권은 서울, 인천, 경기도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주민등록인구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이 수도권에 몰려드는 것은 지방에서 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는 인구변화에 관한 통계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수도권 인구는 2015년 6월 전국 5143만1100명 중 2542만5184명으로 49.4%가 살고 있었다. 10년이 지난 2025년 6월 현재는 5116만4582명 중 2607만6470명이 거주하고 있어 전체 인구의 51.0%가 수도권에서 사는 셈이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 인구가 매년 0.05%씩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인구는 연평균 0.25%씩 증가했지만, 비수도권은 연평균 0.36%씩 감소해왔다.
비수도권에서 인구가 줄어드는 비율은 전국 평균 감소비율보다 7배나 높다. 인구감소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것은 비수도권에서 인구유출 속도가 빠르게 진행된 결과다.
빠른 속도로 지방에서 인구가 빠져나간다는 것은 지방소멸과 수도권 집중이 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계획과 정책 대안을 모색해왔다.
그러한 대안 중 하나가 초광역권 정책이다. 지방자치단체 경계를 넘어 연계와 협력을 추진하는 초광역권 정책은 2022년 2월 3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개정을 통해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초광역권 정책은 단일 행정구역을 넘어 중심도시와 주변 지역을 연계한 거대 경제권 형성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목적으로 추진된다. 그렇지만 초광역권 정책은 공간과 산업의 기능적 통합이 미흡하고, 셈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협력이 원활하지 못해 실질적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초광역권은 현재 5개 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단체로 공간을 구분하여 추진하고 있다. 초광역권 발전은 권역별 선도산업 유치를 비롯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초광역권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 중 단일 경제권과 생활권 조성을 통해 공간적 집적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광역교통망 구축은 권역별로 우선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광역교통망 조성에 의한 초광역권 내부 공간의 연계성 강화는 공간적 집적 효과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역교통망 개선과 확충으로 초광역권 발전을 위한 여건이 마련되어도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활용하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개선된 여건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는 초광역권 5극 중 동남권과 대경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남권과 대경권은 지난해 12월 동해선과 중앙선이 전철로 개통되었고, 경부고속철도가 이미 운행되고 있어 초광역경제권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된 셈이다. 이들 초광역권은 철도교통망 확충과 개선으로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권역 발전여건을 갖추었지만, 개선된 시설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동해선 중 부전역에서 포항역까지 복선 전철로 개통되었지만, 울산 북구, 경주, 포항역을 빼놓은 채 태화강역까지만 운행하는 동해선 광역전철이 그렇다. 100만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울산 북구, 경주, 포항지역 주민을 외면하고, 동해선 광역전철을 운행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제4차 국가 철도망 계획에서 추진하거나 이미 완성된 광역철도망은 동남권과 대경권에 공간적 외부경제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이 크지만, 지금과 같이 만들어 놓은 시설도 활용하지 못한다면 초광역권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수도권 집중에 대응해서 지방을 살리려면 초광역권 내부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이기심을 버리고 다른 지역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