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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기획특집 2026 공고번호에서 가족으로

“우리가 가족을 맞이한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김은경 기자 gjnews_official@naver.com 1746호 입력 2026/09/09 14:10 수정 2026/09/09 14:18
공고번호에서 가족으로 [7]
비비·탄·이루가 전하는 유기동물 입양 이야기

경주동물사랑보호센터에는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많은 유기동물들이 있습니다. 본지는 연재 ‘공고번호에서 가족으로’를 통해 센터를 떠난 아이들이 입양 이후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공고번호로 불리던 비비와 탄, 이루는 이제 각자의 가족 곁에서 사랑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15년 전 떠나보낸 반려견과 같은 이름으로 다시 가족이 된 비비부터, 한눈에 반해 가족으로 맞이한 탄과 더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데려온 이루까지. 서로 다른 사연으로 만났지만 세 아이는 이제 가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됐다.

입양 전 비비 모습과 입양 후 비비와 홍경식 씨 가족. <이미지=김은경 기자>확대
입양 전 비비 모습과 입양 후 비비와 홍경식 씨 가족. <이미지=김은경 기자>
공고번호 경북-경주시-2023-0831이었던 비비는 2023년 9월 홍경식 씨 가족의 품으로 왔다.

비비라는 이름은 15년 전 홍 씨 가족이 키웠던 강아지의 이름이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아이를 떠나보낸 뒤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못할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은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경주동물사랑보호센터를 알게 됐고, 보호받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 아이에게 새로운 가족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렇게 만난 비비는 수많은 아이들 가운데 유독 특별하게 느껴졌고, 예전에 함께했던 비비와 같은 이름을 다시 불러주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을 조심스러워했지만, 함께 지내면서 사람을 좋아하고 가족에게 애정 표현도 많은 사랑스러운 아이로 변했다. 가만히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가족을 웃게 만드는 존재가 됐다.

입양 전에는 비비의 분리불안을 걱정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보호자가 비비와 떨어지는 것을 더 걱정할 정도다. 비비가 가족에게 온 뒤 평범했던 일상에도 웃음이 늘었고, 가족끼리 비비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시간도 많아졌다.

특히 15년 전 비비를 떠나보낸 뒤 마음 한편에 남아 있던 미안함과 그리움도 지금의 비비와 함께하면서 조금씩 사랑과 추억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홍 씨는 “우리가 비비를 데려와 행복하게 해주려고 했는데, 막상 함께 살아보니 비비가 저희 가족을 훨씬 더 행복하게 만들어줬다”며 “우리가 비비를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비비가 우리 가족을 선택해서 와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유기동물 입양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서로를 알아가고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 자체가 행복이었다”며 “우리가 한 아이의 삶을 바꿔준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 아이가 우리의 삶을 더 행복하게 바꿔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입양 전 탄,이루 모습과 입양 후 탄(왼), 이루와 손영주 씨 가족. <이미지=김은경 기자>확대
입양 전 탄, 이루 모습과 입양 후 탄(왼), 이루와 손영주 씨 가족. <이미지=김은경 기자>
공고번호 경북-경주시-2023-1198이었던 탄이는 손영주 씨 가족과 함께하고 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던 손 씨는 돈을 주고 강아지를 데려오는 것에는 마음이 가지 않아 경주동물사랑보호센터를 찾게 됐다.

약 한 달간 고민한 손 씨는 탄이를 본 순간 한눈에 반했다. 왕발에 또렷한 눈, 짧은 다리까지 안 예쁜 구석이 없었다. 입양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결국 탄이는 손 씨 가족에게 오게 됐다.

3개월 전 입양한 공고번호 경북-경주-2026-00442였던 이루는 센터에서 만났을 당시, 너무 작고 마른 모습으로 어미견의 다리 밑에서 나오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손 씨는 이루의 모습을 본 순간 마음이 아팠고, ‘더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입양을 결정했다.

탄이와 이루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여전히 겁이 많은 ‘쫄보’지만 가족에게만큼은 누구보다 애정이 깊은 주인바라기다. 낯선 곳에서는 잔뜩 긴장하지만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신나게 뛰어논다.

탄이와 이루가 가족이 된 뒤 손 씨의 일상도 달라졌다. 주말이면 두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서고, 집에 돌아왔을 때 반겨주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큰 행복을 느낀다.

손 씨는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는 몰랐는데 집에 들어왔을 때 반겨주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됐다”며 “탄이와 이루가 없으면 집이 너무 허전하고 공허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손 씨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비용 부담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 “그래도 귀여운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못할까요. 돈이야 열심히 벌면 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사지 말고 입양해 달라. 좋은 세상을 보고 싶어 하는 강아지들이 정말 많다”고 당부했다.

비비와 탄, 이루의 이야기는 입양이 한 생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족이 되어주기 위해 내민 손길은 결국 사람에게도 더 큰 사랑과 행복으로 돌아온다.

한 아이의 삶을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입양이 어느 순간 나의 삶까지 바꾸는 것. 그것이 유기동물과 가족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또 하나의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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