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시의원 등 지역 일꾼을 뽑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9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통령선거에 가려지면서 지선 시계가 멈춰 섰다. 경주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3일 오전 기준 시장과 도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의원 예비후보 3명만 등록하는데 그쳤다. 시의원 예비후보는 국민의힘으로 2명, 무소속 1명이 이름을 올렸다. 시장과 도·시의원 예비후보 등록은 2월 18일부터였다. 지난 2018년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 당시 비슷한 시기 시장, 도·시의원 예비후보 42명이 등록한 것에 비하면 7.1% 수준에 불과하다. 또 지난 1일부터 시작한 도지사 및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에도 도지사는 없고, 교육감 1명만 등록한 상황이다. 이처럼 예비후보 등록률이 낮은 것은 오는 3월 9일 대통령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는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에 한해 대선이 끝날 때까지 개인 선거운동 금지령을 내렸다. 각 당의 권고이긴 하지만, 공천 패널티 등을 예고한 만큼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로선 선거운동이 사실상 금지된 셈이다. 또 광역단체장 또는 기초단체장을 준비 중인 후보들의 출마 선언도 잠정 중단됐다. 이로 인해 후보들의 인물 및 공약 경쟁은 찾아보기 어려워지면서 자칫 올해 지방선거는 대선에 종속된 투표가 되진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대선에 가린 지선으로 이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정치 신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주시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지역 정치인은 “처음 도전하는 선거이다보니 얼굴을 알리는 것이 급선무인데도 개인적인 선거운동을 자제하라는 당의 권고에 당황스럽다”며 “당의 대선 승리를 위한 조치인 점은 이해하지만, 대선 이후 인지도를 높이고 지역 공약을 알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지방선거 주자들은 대선 승리를 위한 거리 유세에 동참해 얼굴을 알리는 등 정치 이슈는 모두 대선에 쏠려 있는 분위기다.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지방선거 출마를 꿈꾸는 지역 정치권 인사들도 대선 유세에 대다수 투입됐다. 예년 같았으면 소속 당 색깔의 외투에 자신의 이름이 새기고 예비후보 명함을 든 채 유권자들 찾아다녔을 테지만, 올해는 대선 후보의 집중 유세에 따라다니기 바쁘다. 이 때문에 예비후보 등록자는 찾아보기 힘들고, 지방선거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이번 지선은 대선 승패의 영향이 지역에도 미칠 가능성이 있는데다, 각 정당마다 대선 기여도를 지방선거 공천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이번 지방선거는 인물·공약 경쟁보다는 대선 기여도가 공천의 잣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선은 출마를 결정한 후보자들의 정책 또는 공약 경쟁보다는 각 정당의 대선 기여도가 공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선거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향후 4년간 지역을 위해 일할 ‘지역 일꾼’을 선출하는 지선도 이에 못지않은 만큼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선에 가려진 지선으로 인해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은 대선일까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이 끝난 직후인 오는 3월 10일 이후 그동안 미뤄온 광역단체장과 시장, 도·시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본격화되면 선거 분위기도 무르익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지방선거 일정은?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예비후보 등록은 지난 1일 광역시장·광역단체장 및 교육감을 시작으로, 18일부터는 자치단체장, 도·시의원 등록이 시작됐다. 예비후보 등록은 2월 18일부터 5월 11일까지 할 수 있다. 3월 3일까지는 각급 선관위 위원, 예비군 중대장급 이상의 간부, 주민자치위원, 통·리·반의 장이 선거사무관계자 등이 되려면 사직해야 한다. 또 입후보 제한을 받는 자도 사직해야 한다. 3월 3일부터 6월 1일까지는 의원들의 의정활동보고회, 출판기념회 등의 활동도 금지된다. 선거일 60일 전인 4월 2일부터 선거일까지 자치단체장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후보자 등록 신청 기간은 5월 12일, 13일 이틀이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은 5월 19일부터 시작된다. 이어 사전투표는 5월 27일, 28일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에서 진행된다. 본 투표일은 6월 1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경주시는 농산물 가공기술 이론·실습 교육을 통해 자가 농산 가공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농산물 가공 심화교육’ 교육생을 오는 24일까지 모집한다.교육과정은 기초 및 심화 2개이며 과정별 20명씩 총 40명을 모집한다. 교육은 △식품가공기술 △제품개발 및 상품화 프로세스 △식품 위생(HACCP)과 안전관리 등으로 구..
시간을 지나며 무한으로 가는 시간 속에서 인생은 일부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계속 움직이는 시계 초침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동시대를 지나고 있는 모두가 조화롭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 서로의 빛깔을 존중하며 함께 기대어 선한 영향력으로 다음 세대에게 희망이 있는 시간과 공간을 물려 주어야 할텐데...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과정을 생각 해 본다. 봄의 작은 풀꽃은 추웠던 겨울의 언땅을 뚫고 배시시 웃고 나온다. 동네 길목의 수백년 된 어르신 나무를 지나며 안부를 묻는다. 시간은 말없이 흐른다.
경주시 교통문화지수가 매년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요구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최근 공개한 ‘2021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주시의 평가 결과가 조금씩 상향되고 있지만 순위로는 여전히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문화지수는 전국 229개 시·군·구를 인구 30만 이상·인구 30만 미만·군·자치구 등 4개 그룹으로 구분해 운전행태·보행행태·교통안전 항목에 대한 평가지표를 지수화한 것이다. 2021년 평가에서 경주시의 교통문화지수는 100점 만점에 ‘80.28점’을 받았다. 인구 30만명 미만 49개 시 지역의 평균 80.15점보다 약간 높은 수치지만 순위는 28위, C등급에 그쳤다. 특히 운전자의 안전의식을 가늠할 수 있는 운전행태 항목에서 최하위권 성적을 기록해 전체 교통문화지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통사고 정도에서도 3개 항목에서 모두 D등급으로 나왔다. 특히 전년대비 지자체 준수율에서 그룹별 준수율을 감안해 산정한 ‘개선도’ 평가에서도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 -11.76%, 이륜차 승차자 안전모 착용률 -12.04%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안전띠 착용률은 70.89%로 전년대비 6.4%p 올랐지만 49개 지자체 중 47위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이는 경주시가 최근 5년간의 평가에서 지수와 순위가 오르고 있지만 순위가 여전히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이유이며, 타 지자체보다 개선의 폭이 좁다는 것이 수치에서 나타난 셈이된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보행자의 보행행태와 지자체의 자체 노력을 평가하는 교통안전 전문성 확보 등의 지표에서는 타 지자체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안전한 교통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교통안전시설을 확장 설치하는 등 물리적인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한 경주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인식의 변화가 최우선돼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역 곳곳에서 열리던 교통안전캠페인도 사라진 지 오래다. 경주시의 교통안전과 관련한 다양한 대책마련과 함께 시민의식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다.
포항공항이 ‘포항경주공항’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안이 최종 확정되자 시민들이 거는 기대도 크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위원회는 지난 9일 포항공항을 포항경주공항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안을 최종 가결했다. 시행 일자는 오는 7월 14일로 확정했다. 포항경주공항 명칭 변경은 공항명칭에 관광도시 경주를 함께 담아 인지도와 이용률을 높이고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추진됐다. 김석기 국회의원이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하기 시작한지 6년여 만이다. 지난 2020년 12월엔 경주시와 포항시가 ‘포항공항 명칭변경 건의서 서명식’을 갖고 국토교통부에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었다. 오랜 시일이 걸린 것은 그동안 국내에서 공항 명칭 변경 사례가 없어 국토부가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경북도, 경주시, 포항시, 김석기 의원 등은 한국공항공사와 협력해 공항 인접 관광도시 경주를 공항이름에 함께 담는 공항 명칭변경을 추진해 온 결과 이번에 성사됐다. 특히 국내 최초 공항 명칭 변경이라는 사례도 남기게 됐다. 공항 명칭변경으로 포항은 항공·관광 융복합을 통한 항공 수요 증가, 경주는 도시브랜드 제고 및 관광활성화 등으로 지역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경주는 하늘길이 열리는 것으로 공항을 갖춘 국제관광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다. 더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을 경주로 유입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앞으로 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있다. 포항경주공항과 경주 주요 관광지 간 직통버스 신설, 지방도 945호선 국지도 승격 및 직선화, 표지판 등 교통편의 시설 및 체계 마련, 경주 문화테마 관광상품 개발 등이다. 이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당장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국제관광도시 경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돼야 할 일들이다. 세계 최대 여행전문 가이드북인 ‘론리 플래닛’이 2022년 최고 여행 톱10 도시에 경주를 10위로 선정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앞서 지난 2020년 11월엔 내셔널 지오그래픽도 코로나19 이후 가볼만한 세계 최고 여행지 중 한 곳으로 경주를 선정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펜데믹 종식 후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 이유다. 경주를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랜 시일이 걸려 이뤄진 포항경주공항 명칭변경에 거는 기대가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댈 시기다.
며칠 전 입춘(立春)이었다. 24절기 중 첫 번째인 입춘에는 예로부터 경사, 평안, 풍년, 장수 등의 내용을 쓴 글씨를 대문에 붙여 봄이 오는 것을 기념하곤 했다. 한옥의 대문이 아파트 현관문으로 바뀌긴 했지만, 요즘에도 입춘대길(立春大吉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다), 건양다경(建陽多慶 따스한 날을 맞이하여 경사스러운 일이 많다) 등을 써 붙여놓은 입춘첩을 볼 수 있다. 경복궁 내에 위치한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매년 입춘을 기념하기 위해 오촌댁(梧村宅)에서 입춘첩을 직접 쓰고, 대문에 붙이는 행사를 진행해왔다. 1848년에 상량한 이 고택은 2009년 경북 영덕에서 그대로 박물관 앞 야외전시장으로 이전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는 기회가 닿아 내가 이곳에서 입춘첩을 쓰게 되었다. 봄이 오는 것을 시새움이라도 하듯 행사 당일 날씨가 매서웠다. 영하 10도의 날씨에 바람까지 부니, 체감온도는 더 낮은 듯했다. 연출을 위해 일상복을 벗고, 한복 바지에 저고리를 입고 마지막으로 두루마기를 걸쳤다. 두꺼운 패딩을 벗어서인지 오촌댁에 들어서자마자 짜릿짜릿한 찬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대청마루에 모포를 두껍게 깔고, 글씨를 쓸 수 있게 붓, 먹, 벼루, 종이 등을 펼쳐놓았다. 그리고 난 후 붓을 들었다. 냉기가 서려 있는 대청마루에서 글씨를 쓰려니 몸은 자연스레 움츠러들었고, 손은 금세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럼에도 집중하여 입춘첩 몇 장을 완성하였다. 입춘첩을 붙이러 오촌댁 대문으로 나갔는데 스무여 명 남짓의 언론사의 취재와 촬영으로 시간이 꽤 걸렸다. 그중 한 신문사에서 입춘첩 쓰는 것을 따로 동영상으로 찍고 싶어 해 다시 대청마루에 올랐다. 글씨를 다시 쓰려고 했을 때, 벼루의 먹물이 살얼음처럼 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붓도 살짝 얼어 있었다. 밖으로 나갔다 들어온 지 30분쯤 지났던 걸까. 그 사이 먹물이 얼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붓을 움직일 수 없었다. 급히 뜨거운 물을 구해 먹물을 녹여 간신히 영상 촬영을 마무리했다. 일전에 조선시대 편지를 읽던 중 어느 선비가 한겨울 맹추위에 먹물이 얼어 글씨를 쓰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때에는 먹물이 어는 것이 어떤 내용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막상 내가 경험해 보니, 먹물이 얼 정도의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간찰을 썼을 옛 선비의 모습이 비로소 헤아려졌다. 대청마루에서 살짝 언 먹물을 발견한 것처럼, 삶의 어떤 순간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해 준다. 나는 지금껏 글씨를 쓰면서 먹물이 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글씨는 반드시 따듯한 실내에서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소와 다른 낯설고 불편한 환경에 처했을 때, 심신의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처음 겪는 펜데믹 속에서 무거운 보호구를 착용한 의료진들은 선별진료소와 병원에서 땀을 흘리며 코로나 검사와 치료를 하고 있다. 변이바이러스가 발생하고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의료진의 노고가 당연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또한 20대의 청년들은 자신의 익숙한 생활과는 전혀 다른 군대에 들어가 나라를 지키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군인뿐만 아니라 수많은 ‘차가운 손’이 묵묵히 저마다의 일을 했다. 눈이 많이 온 올겨울, 눈이 쌓이지 않게 누구보다 부지런히 눈을 치웠던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얼지 않은 길을 걷고, 안전하게 운전하며 일상을 영위할 수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차가운 손들 덕분에 우리는 당연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지탱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청마루 위의 얼어붙은 먹물을 보면서 곁에 있어 평소에는 몰랐지만 평범한 일상을 지킬 수 있었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추위나 시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제 역할을 하는 사람들. 그들의 손을 기억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세초(歲初)가 되었으면 한다.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성공시대라 일컬어질 만큼 교육이 호황인 시대가 되었다.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를 보다가 보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다년간에 축적해 둔 경험과 지식을 총망라해서 공개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정보까지 다 흔쾌히 내놓을까 싶을 정도로 쓸모가 있고 귀한 지식인 것들이 많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탐색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까다로운 법 절차나 과정 그리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학교를 설립하는 대신, 앞다투어 온라인 학교나 대학을 설립하는 개인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한 번만 촬영해 놓으면 지속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온라인 강좌들은 여러모로 이로운 점이 많다. 지속적인 코로나 사태가 단시간에 온라인교육으로 판도를 바꾸어 버렸다. 현장에 가지 않아도 유명 강사를 직접 만나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일까? 그런데 이런저런 정보를 검색하다 보면 교육 관련 콘텐츠에 한결같은 광고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케팅전략으로 끄는 문구들이 대다수 돈과 연결을 시켜놓기 때문이다. ‘한 달 만에 글쓰기로 돈 벌기’ 어떤 과정인가 해서 비용을 내고 수강 신청을 했다. 그 과정의 온라인 마케팅의 문구를 월 200을 버는, 월 600을 버는, 한 번만 수고로움을 피하지 않는다면 평생 돈이 들어오는 이라는 제목을 꼭 붙여야 한다고 했다. 이렇듯 블로그나 유튜브, 글(책)쓰기 등이 대부분 쉽게 돈을 버는 완전한 방법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광고로 재생산되고 있다. 직업의 유지나 구직이 어려운 세상인지라 그러한 과정을 열고 있는 강사들에게 강의를 들으려고 한다. 게다가 가장 구미를 당기는 것 중 하나가 교육과정이 10회기 미만의 단기간이고, 그 강좌를 들으면 한달에 200만원은 보장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접어든 지식적 노동은 시간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큰 장점도 가지고 있다. 바야흐로 육체적 노동을 통한 부업에서 지식적 노동을 통한 부업으로 태세가 전환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관련해 돈을 잘 벌고 있다는 블로그를 검색해서 들어가 보았다. 무려 7년에 걸쳐서 천 편이 넘는 글을 쓰고 있었고, 글도 잘 쓰며 편집 솜씨도 고급이었다. 이런 기술이 쌓여서 전자책도 발행하고 관련한 쪽으로 경제적인 수입을 꽤 많이 벌어들이고 통장명세까지 직접 공개하고 있었다. 물론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좋아서 시작했고, 4~5년쯤 지난 상태에서 직접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적어도 5년 이상의 나름 자기만의 전문성을 가지고 글을 쓰고, 시간을 들인 만큼 시대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블로그나 글로 경제적 효과를 누리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들은 이미 축적된 전문적 기술(?)을 가지고 유튜브나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결과물이 경제적 효과로 검증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글쓰기는 한 달 정도의 강의를 듣거나, 짧은 시간의 노력으로 절대 불가능한 기술이다. 블로그 편집 기술 또한 상당한 노력을 요구한다. 게다가 전문성을 가진 남다른 내용이 있어야 독자의 흥미를 끌게 되고 종래에는 경제적가치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을 추구한다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경제적 안정 없이 어찌 행복을 만끽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그와 관련해 어떤 기술이나 자료를 축적해 놓지 않는 상태에서 속칭 관심 끌기(Aggro)라고 하는 광고 미끼에 걸려든다면 딱 그만큼의 시간과 돈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미 전문가가 된 사람들의 단시간, 고정적인 부수입에 쉽게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경제원리에는 단시간이라는 것이 없고, 공짜로 들어오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능한 시대이지만 불변의 법칙은 어떤 누구라도 노력과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시작점을 다시 찾아야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전문화하도록 배우고 갈고 닦을 것인지, 잘하는 것이 있다면 어떻게 전문가로 거듭나면서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지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그것으로 어떻게 세상에 기여하는가에 대해 심사숙고가 필요하며 적어도 1~2년의 기간을 두고 기본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단순하게 광고나 성공한 사람들의 결과만 보고, 돈을 벌기 위해서 블로그나 유튜브 등을 운영을 시작한다면 스스로 실망과 좌절의 경험만 더할 뿐이다. 세상이 너무나 빠른 변화를 보여주고, 돈을 버는 경로가 너무나 다양해진 만큼 기회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먼저 나를 탐색하기보다 돈을 벌기 위해 현혹하는 사람들의 말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쉽게 ‘돈’을 많이 벌기 위한 교육에서 ‘인간의 내재적 가치실현’을 위한 교육적 가치를 다시 되살려야 할 때이다.
3인조 혼성그룹 마로니에가 부른 ‘칵테일 사랑’이란 대중가요를 기억하는가? 1994년에 나온 곡인데, 지금 들어도 참 세련된 노래이다. 당시엔 칵테일이 유행이었다. 마티니, 모히또, 깔루아밀크, 피나콜라다, 골드메달리스트, 그리고 다소 야한 이름의 섹스온더비치까지. 아무튼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은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가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그 음악을 내 귓가에 속삭여주며 아침 햇살 눈부심에 나를 깨워줄 그런 연인이 내게 있으면 우리는 이 노래 때문에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을 듣지 않아도 그 곡이 ‘사랑가’임을 능히 알 수 있다. 손열음(1986-)은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피아노부문 2위를 차지했다. 그녀는 예선에서 이 곡을 연주하였고, ‘협주곡 최고연주자상’도 수상했다. 얼마나 아름답게 연주하는지, 한 번 확인해 보시라!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은 20번 초반의 작품(20번, 21번, 23번, 24번)들이 자주 연주된다. 이중에서 21번이 백미다. ‘칵테일 사랑’에도 나오는 걸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곡은 영화 ‘엘비라 마디간’(1967)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엘비라 마디간’은 1889년의 비극적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스웨덴의 귀족출신 장교 식스틴은 덴마크에서 서커스를 관람하다가 줄 타는 소녀 엘비라와 사랑에 빠진다. 둘은 바로 일상탈출을 감행한다. 아름답고 속박없는 자연에서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눌 때 주구장창 흐르는 음악이 바로 21번 2악장이다. 뇌에 각인될 정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21번 협주곡을 ‘엘비라 마디간 협주곡’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두 연인은 운명적으로 만났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쫒기는 신세에다 돈까지 떨어진다. 결국 동반자살로 결말을 맺는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울리는 첫 번째 총성은 식스틴이 엘비라를 겨눈 것이고, 두 번째 총성은 본인 스스로를 겨눈 것이다.
여강이씨 지헌(止軒) 이철명(李哲明,1477~1523)은 자신의 호 ‘그칠 지(止)’처럼 매사에 분수를 지켜 만족하여 그칠 줄 아는 실천적 학자의 삶을 살았다. 지위가 낮은 벼슬살이를 하면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랏일을 근심하고 임금을 사랑하여 충성으로 섬기는데 그칠 따름이었고, 모친 초상에 여막을 짓고 효도를 다하는데 그쳤으며, 사화를 당해 벼슬에 미련을 두지 않고 편안하게 여기는데 그쳤으니, 지족(知足)을 실천한 인물이었다. 지헌 선생은 고려조 여주지방 호족 이세정(李世貞)의 후손으로, 고조부 이광호(李光浩) - 증조부 이극량(李克良) - 조부 이구성(李九成)의 가계를 이루며, 부친 이계손(李係孫)과 모친 의인양씨 사이에서 경주부 북쪽 천상촌(川上村)에서 태어났다.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1491~1553)과는 5종 형제관계로 선대(先代) 이윤방(李允芳)의 아들 장자 이지언과 차자 이춘언에서 분파되었다. 특히 부인은 풍덕류씨 류복하(柳復河)의 따님으로, 류복하는 송재(松齋) 손소(孫昭,1433~1484)의 장인으로 양좌동의 형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인물이다. 지헌은 1495년 진사에 합격하고, 1504년 문과에 급제하였다. 이후 승문원정자(承文院正字)·저작랑(著作郞)·홍문관박사·예조정랑·홍문관검교 등을 역임하였으나, 중종 14년(1519)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충암(冲菴) 김정(金淨)·동천(東泉) 김식(金湜) 등 신진사류가 남곤(南袞)·심정(沈貞)·홍경주(洪景舟) 등 훈구 재상에 의해 화를 입는 기묘사화가 발발하자 기미를 알아차리고 귀향하였다. 이후 부모봉양과 학문궁구에 매진하였는데, 이때 지은 「귀향부(歸鄕賦)」가 탁한 세상에 대한 그의 마음을 대변한다. 1900년에 포암(逋庵) 권주욱(權周郁,1825~1901)이 지은 행장을 보면, “선생이 돌아가신지 300여년이 되고, 문헌이 많지 않아 당시의 일을 상고할 수가 없으나, 현재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미뤄보면, 그것으로도 은미한 영향 그리고 후세에 끼친 학문을 닦는 법과 풍습으로 삼기에 충분하다.”라 하였으니, 세월의 멀어짐과 자료의 소략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강동면에 위치한 귀래정(歸來亭)은 1755년 천서문중에서 건립되었고, 이후 1798년 후손인 이지륜(李之輪)을 거쳐 1938년 문중의 논의를 통해 선조숭모사업의 일환으로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뜻을 취해서 ‘육화정(六花亭)’에서 ‘귀래정’이라 하였으며, 춘사(春沙) 이병관(李炳觀,1858~1949)과 후손 이대원(李大源)의 「귀래정기」가 전한다. 세산(洗山) 유지호(柳止鎬,1825~1904)와 민병한(閔丙漢,1861~?)이 「묘지명 병서(幷序)」를, 방산(舫山) 허훈(許薰,1836~1907)이 지헌 이공 묘표(止軒李公墓表), 만구(晩求) 이종기(李種杞,1837~1902)가 병조좌랑 지헌 이공 묘갈명 병서(兵曹佐郞止軒李公墓碣銘 幷序) 등을 지어 지헌 선생의 내력을 전승하였지만, 선생에 대한 자료가 소략해 인물을 연구하기에 한계가 있다. 다만 이종기는 묘갈명에서 중국의 남전(藍田)에서 향약(鄕約)을 실행한 여씨(呂氏) 여대충(呂大忠)·여대방(呂大防)·여대균(呂大勻)·여대림(呂大臨) 4형제와 남송의 학자 서산(西山) 채원정(蔡元定,1135~1198)과 그의 아들 구봉(九峯) 채침(蔡沈,1167~1230) 부자 모두 주자(朱子)를 스승으로 섬긴 채씨 부자를 언급하면서 회재와 지헌의 돈독한 관계를 이끌어내려고 하였다. 특히 14살의 터울의 회재와 지헌은 기묘사화를 중심으로 경주로 돌아오는데, 회재는 조부상을 당해 화를 면하였고, 독락당을 짓고 학문에 궁구하였으며, 지헌은 사화를 피해 고향으로 돌아와 본분을 지키며 살았으니, 1519년부터 1523년 사이 이들의 만남이 사뭇 궁금해진다. -병조좌랑 지헌 이공 묘갈명 병서 - 만구 이종기 문원공 회재 이 선생이 조정에서 일어나 천년의 끊어진 학문을 이었고, 생각건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남전(藍田)의 여씨와 남송(南宋)의 채씨처럼 일어난 자가 있지만, 명성이 없음은 어째서인가? 지헌 이 공은 회재 선생의 족형제이다. 덕행과 사업과 문장이 모이면 단산(丹山)의 봉황깃털과 곤륜산의 옥이 되지만, 여러 병화를 거치면서 징험할 문헌이 없다. 또 400년 전의 일이라 그 유풍이 가리어져 자세하지 않다. 이는 태사공[사마천]이 이름이 없어지고 나면 불러 주지도 않음을 탄식한 것이다. 이철명 공은 자는 지지(知之), 호는 지헌(止軒)이다. 본관은 여주로 고려 향공진사 이세정이 선조가 된다. 조선조에 들어와 이윤방(李允芳)은 아들 둘을 두었는데, 장자 이지언(李之彥)은 공의 5세조이고, 차자 이춘언(李春彥)은 회재의 5세조이다. 홍치(弘治) 을묘면(1495) 진사시 2등에 합격하였고, 족숙으로 찬성에 증직된 이번, 진사 손계돈, 농암 이현보, 금헌 이장곤은 같은 해 갑자년(1504)에 문과에 급제하였다. … 기묘사화에 정암 조광조와 여러 사람을 잡아가두고 벌하자, 공은 마침내 벼슬에 마음이 없어져, 귀향부(歸鄕賦)를 지었는데, 대략 다음과 같다. 세상사 험난함에 두려워 장차 어디로 돌아가리 아득히 머리 들어 바라보니 가서 기다리는 어머니를 위로해 드려야지 부귀는 구할 것이 못되거늘 어찌 권세의 길목에서 주저하리오 종을 불러다 길을 안내하여 오래된 사당의 소나무와 국화를 찾으리 옛 성현의 귀감을 읽으면서 하늘이 나에게 부여한 처음의 본성을 따르리라
“기해일 동제를 봉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살기좋은 고장으로 전통 풍속을 지키며 신의 영험한 힘으로 이 터전에서 대대손손 살아왔습니다. 신의 영험이 온 동네를 감싸 안으시매, 상서롭지 못한 일은 막아 주시고 질병과 고통을 없애 주시므로 집집마다 좋은 일과 은광(恩光)을 주오시니 신의 크나큰 은덕입니다” 지난 15일은 정월대보름이었습니다. 정월대보름은 우리 세시풍속에선 매우 중요한 날로 설날만큼 비중이 큽니다. 우리 지역에선 봄을 재촉하는 빗님이 내린 뒤 휘황찬란하게 두둥실 떠 오른 달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경주 여러 지역에서도 다소 축소된 형식으로 동제(洞祭)들이 치러졌겠지요. 동제는 매년 음력 정월대보름이면 한 해의 무사 안녕과 마을의 번영을 기원하는 행사지요. 지금까지 세시풍속으로 그 전통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지역이 많습니다. 지역에서도 지난 14일 밤 12시, 제36회 정월대보름 황오동제가 열렸습니다. 달빛이 유난히 교교했던 황오동 제례 현장에 저도 다녀왔습니다. 성동장미아파트 남쪽 당수나무 아래 북정(北亭) 제단에서 동제가 열렸는데요, 이 동제는 황오동발전협의회와 황오동행정복지센터에서 주관했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동제 자체를 치르지 않은 곳이 많은데 비해 이곳만큼은 유지가 되고 있었습니다. 제단 위에 제물을 가득 올리고 여러 제관들이 지극정성으로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는데요, 황오동장을 포함해 수 십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봉행된 동제에서 주민들의 표정은 달빛 아래 환하게 밝았고 각자의 소원을 비는 모습은 행복해보였습니다. 한편, 성동동 421-43번지 도로가에 있는 당수나무는 회화나무로 올해 100세를 맞이합니다. 이 나무를 심은 이는 김억술, 김용재 부자(父子)입니다. 100여 년 전, 이곳의 기존 당수나무가 불에 타서 죽은 자리에 일제강점기인 1928년 김억술, 김용재 부자가 자택인 경주시 북부동 5-2번지 성터 위에서 자라고 있던 5년생 회화나무를 이곳 북정으로 옮겨 심었다고 합니다. 이후 아들인 김용재 선생은 생전에 매년 막걸리 한 말씩을 이 나무에 부어주며 동민들과 함께 무사안녕을 기원했다고 합니다. 이 나무 아래 매년 음력 보름 전날 밤(음력 1월14일)에 황오동 주관으로 마을 주민들이 동제를 지내고 있으며 올해도 정월대보름 황오동제를 지낸 것이죠. 이 당수나무를 심었던 오는 5월에는 재식자인 김용재 씨의 자손들이 이 마을 출신 주민들과 함께 100세 수령을 기념해 잔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당수나무 주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8명의 개구쟁이 꼬마들은 이제, 경향각지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으며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모임을 기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모임 이름은 ‘회나무회’라고 한다지요. 예전의 당수나무 아래서 지내던 동제를 그 자리에 새롭게 식재한 당수나무를 키워 전통을 잇는 마음으로 동제를 지내니 참으로 보기 드문 귀한 풍속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왕원표 씨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소탈한 사업가다. IT 솔루션 기업을 경영하던 왕원표<인물사진> 씨는 지난해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동종업계 한 업체와 합병시키고 지금은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다. 그런 그가 꼽은 최고의 영화는 홍콩 코믹 액션 영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주성치 주연·감독의 ‘소림축구(2002)’다. “이 영화를 단순히 우스운 무술 영화로 볼 수 있는데 자세히 뜯어보면 매우 중요한 메시지들이 들어 있습니다” 왕원표 씨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협업을 꼽는다. 정글 같은 사업, 특히 IT업계는 업무 특성상 사람들 간의 소통이 부족한 듯하지만 알고 보면 첨단 기술과 기술이 만나고 그것을 소유하는 업체와 업체가 랑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감독으로 나오는 ‘황금의 오른발 명봉(오맹달 분)’은 젊었을 때 자신의 기량만 믿고 사람들에게 오만했다가 결국 자신을 망치고 말았습니다. 부정시합 제의를 거절한 후 집단 구타를 당하고 오른 발을 다쳤는데 그 후로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요” 반면 영화의 주인공 강철다리 씽씽(주성치 분)은 소림권법으로 다진 자신의 엄청난 축구 실력을 깨닫고도 혼자서 움직이지 않고 곤란을 겪고 있는 무술 형제들을 찾아 함께 팀을 꾸린다. 결과적으로 승승장구하며 세간의 관심을 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메시지는 가난한 사람과 여자를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여자를 미추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분명하지요” 왕원표 씨는 극중 만두가게 아가씨 아메(조미 분)가 가난하고 못생긴 아가씨로 나오지만 마지막에 가서 악마축구단의 마왕슛을 태극권으로 막아내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나오는 것이 그 메시지의 결정판이라고 주장한다. “씽씽이 다시 돌아와 자신을 사랑한다고 고백했을 때 메이는 스스로 진정한 아름다움을 각성하고 자신의 내면에 감추어진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지요. 극에서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한 것으로 나왔는데 그것은 실상 내면의 아름다움이 그렇게 표현된 것이라 봐야 합니다” 극중 메이가 주성치의 너덜너덜해진 운동화를 손질해 다시 가지고 왔을 때 왕원표 씨는 자기도 모르게 경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회고한다. 아무리 좋은 새 운동화라도 발에 익숙한 헌 운동화보다 편치 않은 법, 씽씽은 바로 그 편하고 정겨운 운동화를 신고 축구장으로 나가는 것이다. 이 어설프지만 감동스러운 장면이야말로 이 영화의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런가 하면 왕원표 씨는 악마팀 감독이 결국 처절히 패하는 것이 잘못된 IT업계의 생리와도 같다고 주장한다. 부단한 기술과 실력으로 사업을 이끌어야 하는데 사람을 빼가고 기술을 훔치고 바이러스를 유포하는 식으로 경쟁하려는 기업들은 모두 악마팀 감독처럼 업계에서 비참하게 퇴출돼야 한다고 열을 올린다. 왕원표 씨는 소림축구는 루저들의 반란이라는 측면에서도 이 영화가 매우 잘 만든 영화라고 거듭 호평이다. 특히 자신을 믿고 꿈을 꾸면 반드시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도 들어 있다고 주장한다. 영화에 나오는 씽씽의 무술 형제들은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가난하고 하찮은 사람으로 나온다. 그러나 축구를 통해 각성하면서 세상 그 어떤 팀보다 강한 팀원으로 자리매김하고 마침내 우승을 거머쥔다. “사실, 이런 것 저런 것 따지는 것은 전혀 의미 없어요. 메시지 같은 것은 억지고..., 그냥 재미 있잖아요? 재밌으면 된 거 아닙니까?” 소림 축구 이외에도 왕원표 씨는 ‘쿵푸 허슬’ 같은 주성치 영화를 즐겨보고 다른 장르보다 액션영화를 즐긴다고 소개한다. 무언가 심오하고 거창한 주제도 좋기는 하겠지만 번잡한 사회 생활을 견디기에는 액션영화, 그중에서도 소림축구 같은 다소 황당해 보이지만 웃음과 액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영화가 가장 취향에 맞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고향 경주를 무대로 한 ‘신라의 달밤’과 ‘두사부일체’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다. 영화는 영화일 뿐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것이 소탈한 왕원표 씨의 가장 솔직한 영화선택 기준이다.
“생일선물로 무엇을 해드릴까요?”라고 물었을 때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 %나 될까? 아마 이 문제에 쉽게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선물하는 것이다. 선물해주려는 대상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는데다 상대의 취향을 알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선물하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무엇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이전에는 생일날 미역국 한 그릇이라도 먹으면 감지덕지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짜장면 한 그릇 사주면 좋아하는 세대도 있었다. 햄버거나 피자를 사주면 좋아하는 세대들에 이르러서는 본격적으로 생일날 별도의 선물은 필수품이 됐다. 이제 생일날 잘 먹는 것은 기본이고 선물과 이벤트가 동시에 따라붙은 세상이 됐다. 그러나 물질적으로 풍요로울수록 생일선물은 더 어려워진다. 어지간한 것은 다 갖추고 있는 세상이다 보니 귀한 것도 없고 딱히 필요한 것도 없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희망지수가 높으면 가격이 높아서 엄청난 부담이 되기도 한다. 부모자식 간에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무얼 좋아하실까 혹은 엄마에게 필요한 게 무얼까 아무리 궁리해봐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여쭈어보면 으레 ‘필요한 것 없다’는 말이 돌아온다. ‘필요한 것 없다’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실린다. 정말 필요한 게 없을 수도 있고 필요한 게 있지만 부담돼서 말 안 한다는 뜻도 있다. 이럴 때는 그저 현금이 최고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넉넉하면 넉넉한 대로 현금을 주고 받으면 그것으로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것 하면 그뿐이다. 그런데 간단한 등식이 좀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현금으로 ‘때우면’ 무언가 성의 없어 보인다는 생각을 은연중 하기 때문이다. 정현석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은 그런 생일선물에 대한 고민을 싹 날려버린 듯하다. 세종대왕으로 휘감은 케잌과 돈띠로 연결한 목도리를 한 정현석 씨 얼굴이 세상 다 얻은 것처럼 환하다. 누가 댓글에서 내년에는 신사임당 케익을 받아라는 말이 즐거움을 더한다. 돈케익 받은 정현석 씨가 행복하게 웃는 것으로 선물의 효용은 최고치다.
학재기(學在己) 공부하는 것은 자신이 하기 나름이고 지부지 재인(知不知 在人) 나를 알아주고 몰라주는 것은 사람들의 몫이다.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悅乎) 공부하고 익히는 기쁨은 말로는 다 할 수 없고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멀리서 찾아오는 친구가 있어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으면 군자다. 공자의 논어 첫 문장 학이(學而) 편이다. 수기치인(修己治人) 자신을 연마하고 다스린 옛 선비들의 향기가 느껴지는 옥산서원이다. 옥산서원 어서각과 사저 독락당문고 서적이 866종 4,111책을 소장하고 있다. 향촌에 머무르며 세속의 출세에 집착하지 않고 학문에 뜻을 펼친 배움터다. 한편으론 중앙정계에 진출하기 위해 그 관문인 과거공부도 소홀하지 않았다. 사물의 이치와 인간본성을 탐구하고 도덕적 가치를 추구하며 정진한 선비들의 참교육장이다. 조선후기 서원은 교육 기능이 약화되고 시묘 기능이 강화되었다. 선현을 우러러 모시고 충효사상을 숭배하던 유교사회에서 서원은 사묘(祠廟) 역할도 충실했다.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 선생도, 회재 이언적 선생의 학문을 중심으로 성리학을 완성시켰다. 살아생전에 보지 못한 회재를 스승으로 삼고 성리학 학문을 높고 넓고 깊게 매겨 나갔던 것이다. 문원공 회재 이언적선생의 위패를 체인묘(體仁廟)에 모신 옥산서원은 전학후묘로 배치된 옛터전이다. 구인당 뒤 켠 높지막한 위치에 있다. 매월 초하루 보름 분향 알묘하고, 봄∙가을 제향 때는 문중의 후손과 유림들이 의관을 갖추고 제사를 지낸다. 체인(體仁)의 뜻은 어질고 착한 마음을 몸으로 익혀 실천에 옮긴다는 뜻이다. 회재사상의 실천철학이 묻어나는 현판이다. 영원불변한 우주의 이치를 사람의 어진 심성으로 다스려 덕업을 베푼다는 것이다. 자신을 수련하고 연마한 갈고 닦은 어진생각을 행동강령으로 이끄는 성리학의 근본을 실천하는 것이다.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평생을 인(仁)을 체득하는데 일관한 회재선생의 학문이 경이롭다. 체인묘 옆 작은 건물은 제기(祭器)를 보관하는 곳이다. 구인당 왼편을 돌아보면 신도비각(神道碑閣)이 굳건하다. 호남의 선비 고봉 기대성(高峰 奇大升 1527~1572)이 짓고, 아계 이산해(鵝溪 李山海) 글씨다. 고봉이 비문에 적기를 “우리나라는 옛날에 어질고 착한분의 교화를 입기는 하였으나 학문이 전승된 바가 없었다. 선생은 누구에게도 가르침을 받은 데가 없는데도, 스스로 학문에 정진하여 조용한 가운데 날로 빛남으로서 덕행(德行)을 실천했다. 찬연히 저술이 나와서 후세에 남긴 이는 우리 조선에서는 찾아보아도 이와 같은 이는 드물 것이다.”라는 선생의 행적을 쓴 퇴계 이황선생의 구절 일부를 옮겨 적고는 “사람이 가지는 사덕(四德)이 기질에 가려 성(性)은 이로 말미암아 잃게 되는데 학문으로써 회복하면 그 성을 찾게 된다. 아! 우리 공(公)은 이 일방(一方)에 탄생했다. 그 기(氣)는 관후하면서도 장중하고 덕은 혼연하면서도 강직했다. 처음부터 학문을 알아 몸을 닦고 실천에 힘을 쏟았다. 부지런히 충양(充養)하여 잘 간직하니 집에서는 효를 다 하고 나라에는 충을 다 하였다”고 적었다. 신도비는 1577년 대학자인 문원공 회재 이언적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후학들이 뜻을 모아 건립할 당시에는 옥산서원 앞에 있었으나, 훼손을 막기 위해 서원 안으로 옮겨졌다. 1577년 세워진 비의 전체 높이는 320cm, 비신의 높이는 240cm다. 구인당 뒤란 경각(經閣)은 4000여질의 고서를 소장하던 건물이다. 오래된 목조한옥이 열악해서 1972년 새로 지었다. 후손들의 정성으로 청분각과 태극문을 지어 많은 서적들을 보관하다가 2009년 건축한 유물관으로 모든 책을 옮겨 보관하고 있다.
캄보디아 방문단 씽크탱크 2022팀이 지난 14일 캄보디아 100개 마을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경주를 찾았다. <사진> 캄보디아 수스 야라 국회 외교위원장과 캄보디아의 외교부, 관방부, 관광부 등 관계자 17명으로 구성된 씽크탱크 2022팀은 농‧축산업, 문화‧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개발 및 핵심콘텐츠 벤치마킹을 위해 양동마을, 경주엑스포대공원, 현곡면 기흥농장 등을 방문했다. 이날 수스 야라 국회 외교위원장 일행은 김호진 경주부시장과 류희림 경주엑스포대공원 사무총장을 만나 장시간 농업, 경제, 문화, 관광 등에 대한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환담 후 박대성 화백의 안내로 솔거미술관을 둘러보고, 경주타워, 경주엑스포기념관, 살롱헤리티지 및 크메르 제국을 소재로 제작한 3D 애니메이션 위대한 황제 관람 등 공원의 첨단 문화콘텐츠를 체험했다. 수스 야라 위원장은 “캄보디아와 경주엑스포는 2006년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시작으로 인연이 깊다”며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고 앞으로도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력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수스 야라 위원장은 2006년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최 당시 캄보디아 측 총괄 단장으로 엑스포 성공 개최의 주역으로 활동했으며, 2016년에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등 그간 경주엑스포가 추진 해온 국제행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인물이다.
경주 전통시장의 매출액과 유동인구수가 경북도내 23개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는 전통시장의 구조와 실태를 파악 및 분석해 시장 지원시책 수립, 활성화와 구조개선 사업 등을 위한 기초자료로 이용하기 위해 ‘경상북도 전통시장 통계’를 작성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통계에 따르면 경북의 전통시장 수는 176개이며, 상설시장과 정기시장(5일장)이 혼합된 시장은 108곳, 정기시장(5일장)은 68곳이다. 전통시장의 전체 면적은 2.16㎢로, 경북 전체 면적(1만9030㎢)의 약 1만분의 1, 여의도 육지 면적의 약 4분의 3에 달한다. 전통시장이 가장 많이 분포돼 있는 시·군은 포항(40곳)이며 다음으로 경주(19곳), 구미(16곳), 영주(13곳) 등의 순이다. 지난 2019년 경상북도 전통시장 전체 사업체(점포) 수는 1만2728개이며, 지난 5년간 감소 추세다. 시·군별 점포수로는 포항(2694개)이 가장 많고, 이어 경주(2049개), 구미(1205개), 안동(1035개) 순이다. 전통시장 내 전체 종사자수는 2만6649명이고, 그중 남성 1만631명, 여성 1만6018명으로 여성이 5387명 많다. 포항이 5051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경주 4897명, 구미 2647명 순이다. 사업주 성비는 2019년 기준 여성이 58.8%, 남성이 41.2%로, 여성이 약 17.6%p 가량 높게 나타났다. 종사자 성비는 여성이 60.1%, 남성이 39.9%로, 여성이 남성보다 20.2%p 높게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소매업(54.5%)과 음식점 및 주점업(26%)의 사업체가 약 80.5%이고, 기타 도매 및 개인서비스업(5%), 식료품 제조업(5.6%), 기타 개인 서비스업(6.5%)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19년 기준 경북 전통시장 매출액은 2조7319억원으로, 매출액이 가장 많은 시군은 경주(5101억원)이고, 다음으로 포항(4854억원), 김천(4102억원), 구미(3110억원) 순이다. 점포당 매출액은 경북 평균이 2억1460만원이고, 시군별로는 김천이 4억8600만원으로 경북 평균의 약 2배 정도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구미(2억5810만원), 안동(2억5090만원), 경산(2억4930만원), 경주(2억4900만원) 순이다. 전통시장 내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시군은 경주시로 전통시장 전체 유동인구의 23.3%를 차지했고, 포항시(21.2%), 김천시(10.8%), 안동(6.8%)가 그 뒤를 따랐다.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전체의 28.0%로 가장 많고, 20대 이하가 16.2%로 30대 13.6%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일별로는 토요일이 15.4%로 제일 많고 일요일이 13.2%로 제일 적다. 전통시장 건축물의 평균연령은 40.8년이고, 평균연령이 가장 높은 시군은 영양군(61.3년)이며, 다음은 청도(60.3년), 울진(51.1년), 영주(47.1년) 순이다. 경주는 42.5년이었다. 황명석 경북도 기획조정실장은 “이번 전통시장 통계는 시장별로 사업체수, 종사자수, 매출액, 편의시설, 유동인구를 분석해 현업부서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작성했다”며 “향후 생활 밀착형 통계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확산에 확산을 거듭하는 코로나로 우리는 축소된 문화현장에서의 갈증이 심했다. 때 이른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요즘, 기다리던 봄에 한층 다가서며 봄날 저녁의 감흥을 돋우는 음악감상회가 있어 화제다. 연일 지쳐있는 우리에게 정신적 여독을 해독해주는 음악감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은 경주세무서 앞 ‘갤러리카페 화(임강혁 대표, 원화로 344)’에서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 7시. 아직까지는 30명을 선착순으로 제한 초청해 진행한다. 팝과 재즈, 클래식, 국악 등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의 첫 번째 장르는 ‘프로그레시브 락’이었다. 지난달 첫 선을 보이며 ‘프로그레시브 락의 음악여행(1)’을 진행한 데 이어 오는 23일에도 두 번째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철도원으로 38년째 근속 중인 현직 기관사인 박문수(57)씨와 함께하는 음악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 현직 기관사가 음악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사실이 생소하게 여겨질 것이 분명하나 그는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재야의 고수임에 틀림없었다. 40여 년, 공들여온 음악에 대한 세계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그는 만만치 않은 내공의 소유자다.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라고 했다. 몰두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일상에서 무엇보다 음악을 중시하고 즐기며 살아온 그의 이력은 음악 평론가 수준에 다다랐다. 음악에 푹 빠져 사는 여지없는 음악 ‘덕후’다. 오디오 앰프와 스피커를 직접 만드는 경지의 그를 바라보자면 그의 주업이 헛갈릴 정도니..., 그를 갤러리 카페 화에서 만났다. -오는 23일, 갤러리 카페 화에서 즐기는 박문수와 함께하는 ‘프로그레시브 락(progressive rock)의 음악여행(2)’ 이 프로그램은 박문수 씨와 갤러리카페 화 임강혁 대표와의 의기투합으로 성사돼 지속적으로 다양한 음악을 감상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어떤 음악이든 훌륭하게 구현해내는 오디오 기기와 환경을 마련해두고 ‘문화 아지트’를 표방하는 임 대표와 박씨는 궁합이 척척이다. 특히 클래식 음악감상회 일색이었던 여타 유사한 프로그램에 비해, 첫 프로그램으로 프로그레시브 락을 소개한 것이 눈길을 끈다. 클래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의 세계를 감상하고 알리자는 취지에서 임 대표와 인식을 같이 한 것이다. “제 의견과 맞아떨어지는 제안이었어요. 음악장르를 따지지 않고 시작하자는 거였죠” 장르를 다양화하고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1회 감상회를 이미 열띤 호응속에 치뤘다. 락 계열로 시작해 대중적인 곡들부터 서서히 심화되는 프로그램으로 다가가려는 그들의 복안인 것. 지난달 첫 선을 보인데 이어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그 두 번째 순서 ‘프로그레시브 락(progressive rock)의 음악여행(2)’가 기다린다. 각 곡들의 아티스트와 곡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도 소개할 예정이어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클래식을 오래 들어보니 프로그레시브 락이 클래식과 비슷했습니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의 주요테마를 재해석해 연주하는 변주곡이 있는데 원곡의 메인 테마는 가져가면서 그 곡에 가사를 붙인 곡 해석이었죠. 곡의 의미를 새롭게 만든다는 점이 좋았어요. 프로그레시브 음악을 즐겨 듣게 된 이유였지요. 예술성 있는 장르라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은 클래식을 좋아하는 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장르다. 귀 호강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즐기는데 필요한 회비는 만원. -영화 ‘스타워즈’ 주제곡, 100명의 트램펫터가 연주하는 음악 듣고서부터 음악의 다양성에 빠져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박문수씨에겐 남다른 음악적 토양이 있었다. 소년 박문수에게 음악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직접 제작한 대금을 연주하던 아버지의 감성과 소질을 그대로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대금 연주를 듣고 자란 소년은 음악적 감성에 누구보다 일찍 눈을 떴다. 국악으로 ‘소리’에 눈을 뜬 그는 사춘기 중학생 시절, 옆집 고등학생 형이 자작(自作)한 앰프로 들려준 영화 ‘스타워즈’ 주제곡을 우연히 듣게 되면서부터 음악의 다양성에 빠져든다. 100명의 트램펫터가 연주하는 음악에 완전히 매료된 것. 이를 시작으로 음악 감상의 영역은 클래식으로 진화했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파가니니 바이올린협주곡 1,2번, 비발디 사계 등을 듣기 시작한다. 서울에 있던 국립철도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는 음악동아리를 창립해 장르 구분 없이 음악을 즐기는가 하면, 당시 생활비를 모아 앰프(amplifier, 소리 증폭기)를 제작하기도 한다. 세운전자상가에서 간이 오디오 키트를 구입해 앰프를 만들고 꿈에 그리던 음악들을 들을 수 있었던 것. 클래식 편향에서 대중적인 팝을 듣기 시작한 것은 1984년 철도원이 되고 나서부터다. 그는 경주기관차 사무소 초임을 발령받고 부기관사와 기관사로 근무했다. 2018년에는 부산고속 기관사 KTX 기장으로 근무했으며 2020년 부산고속기관차 지도 팀장으로 발령받아 KTX 기장들의 교육과 관리를 담당하는 팀장으로, 한 달에 한 두 번은 직접 운행도 한다. 오디오 제작 이외에도 목공일, 서각, 집 짓는 일, 시작(詩作), 사진, 인쇄일 등에도 능한 그는 재능 많은 취미부자기도 하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오디오 제작… 진공관 앰프와 스피커 직접 제작해 듣는 음악 매니아 박 기관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오디오기기를 제작하는 등 그만의 소리를 만드는 일에 몰두했다. 지금도 기성 오디오 브랜드 제품을 구입해 음악을 듣던 것에서 예전 들었던 진공관 앰프 소리가 너무 좋아서 ‘진공관 세상’ 이라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진공관 앰프 및 스피커를 직접 제작해 음악을 듣고 있다. 이전엔 혼자서 도면 만들고 부속을 구했지만 오디오를 직접 만들고 싶어하는 이들의 모임에서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스피커나 앰프의 외장까지 그의 손에서는 뚝딱이다. “어느 정도의 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으로 정성들여 오랜 시간 만든 뒤, 기대했던 소리를 얻으면 진짜 기분이 좋죠. 하늘을 나는 듯하죠” 그가 직접 만든 스피커만 세 세트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스피커 유닛(unit)을 받아 전기배선과 주파수대가 다른 소리를 분개해주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관 배선과 단자를 만드는 등의 과정을 거쳐 스피커를 완성했다고 한다. 이 과정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일이 유닛을 본드로 붙여야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전기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아니까요. 목공일도 그냥 혼자 공부했죠. 뭐” 대수롭지 않은 듯 ‘툭’ 이야기 하는 그는 진정한 멀티어다. 이렇게 만든 기기에 비해 기성제품의 가격은 열배 정도라니 가능하다면 본인이 원하는 음질을 찾아 만든다. 만족도도 훨씬 높고 가성비도 좋다는 것. 무엇보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오디오를 가진다는 충만감은 비할 데가 없다고 한다. -경주 최초, 경주고전음악회 결성했으나 장르상의 한계 느껴… 앞으로는 다양한 장르 적절하게 구성해 장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선보일 예정 평소 ‘음악적 편식을 하지 말자’는 소신을 가지고 있으면서 팝부터 국악, 클래식, 제3세계음악, 째즈 등 다양한 음악을 즐기고 있었던 그는 1998년 경주고전음악회를 결성하고 5인의 결성멤버 중 한 사람으로 활동한다. 경주고전음악감상회가 결성될 당시는 이런 문화의 불모지였다. 꾸준하게 클래식을 전문적으로 듣던 5명이 멤버로 구성돼 정기적 음악감상회를 꾸린 이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지금가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운영상 한계도 있었다. 클래식의 역사는 400~500년이니 매회 선곡의 한계가 따른 것. 새로운 곡을 발굴해 감상해야 하고 잘 모르고 듣지 않는 곡을 찾아 감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반에 잘 소개되지 않은 곡은 현대 클래식으로 흐르다보니 난해해지고 지속적인 회원 구성이 쉽지 않았다. “새롭게 진입하는 회원이 없는 거죠. 그런 한계를 알고 있기에 갤러리 화에서는 다양한 장르를 적절하게 구성해 장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추겠다는 것입니다. 음악은 즐겨야 되는 거죠. 음악에 몸을 맡기고 리듬을 타야 합니다” 음악에서 인간은 완성된다며 음악이 주는 지극한 즐거움을 간파했던 공자가 떠올랐다. 그렇다. 음악은 즐기는 것이다. 몸을 맡기고 감상하는 것이다. -“침체되었던 지역 문화의 흐름을 되살리고 가까이서 음악을 감상하는 힐링의 장이 되길 바랄뿐입니다” 앞으로 그는 우리음악의 모토인 국악, 서양 클래식, 대중가요 등 음악성이 뛰어난 곡을 선정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음악의 정보와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한다. “스피커와 오디오 기계 제작과 구입, 선택, 음악에 대한 역사 등의 강의도 인터넷을 통해 진행하고 싶어요. 그런 시도를 하고 저변을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입니다” “침체되었던 지역 문화의 흐름을 되살리고 가까이서 음악을 감상하는 힐링의 장이 되길 바랄뿐입니다. 꾸준하게 지속된다면 이렇듯 작은 문화 모임들이 자연스레 우리 곁에 정착되겠지요” 세상 순한 아저씨 같은 그에게 다가올 정년 이후의 계획에 대해 묻자 역시 음악 관련 이야기가 주(主)다. “오디오를 만들어보니 제겐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시간과 상황이 되면 오디오를 제작해 주위 분들에게 저렴하게 보급하는 것도 좋을듯해요” 자신만의 오디오를 주문 받아 제공한다는 것. “그리고 ‘해비타트운동(habitat, 사회봉사활동의 하나로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집을 지어 무주택 서민에게 제공하는 운동)에도 동참하고 싶어요. 순수하게 후원단체의 재료비만 지원받고 집수리 등을 돕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취미로 서각도 해왔으니 집 수리후 문패를 달아드려도 좋겠지요” 평범한 소시민으로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오며, 자신이 즐기고 아끼는 영역과 재능을 아낌없이 펼치는 그의 선한 영향력이 잔잔하게 파급돼 음악감상문화에서 큰 구심적 역할을 하기를 바라본다.
경주시민의 이웃을 위한 나눔 정신이 코로나19 위기와 한파를 뚫고 빛을 발하고 있다. 시민들의 봉사활동과 기부행위가 늘어나는 동시에 사랑의 온도탑 역대 최대 모금액 확보와 아너소사이터 역대 최다 탄생 등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어서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1월까지 2개월 동안 진행된 ‘희망 2022 나눔캠페인’에서 역대 최대인 10억2000만원을 모금했다. 목표액 6억원은 이미 지난해 12월 훌쩍 뛰어넘었고, 사랑의 온도탑 온도는 170도까지 끓어올랐다. 사랑의 온도탑은 모금 목표액을 기준 온도인 100도로 정한 뒤 모금액에 따라 최종 온도를 정한다. 경주시 사랑의 온도탑은 지난해 12월부터 모금을 시작한 뒤 한 달 만인 같은 달 30일 이미 목표액을 넘겨 조기 달성을 이뤄냈다. 이후에도 기업과 개인 등 각계각층의 기부가 이어져 총 10억2000만원으로 역대 최고 온도를 기록했다. 기부행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억원 이상을 5년 내 기부하겠다고 약속하는 고액기부자 클럽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가장 많은 곳이 경주다. 현재 활동 중인 회원은 19명으로 경북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감염병 확산 속에서도 지난해 8월과 10월에도 21호 회원과 22호 회원이 신규로 가입, 시민들의 나눔 정신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경주시는 지난해 8월 시청 본관 2층에 ‘아너 사이어티 홍보존’을 경북 최초로 설치하고, 이들의 나눔 정신을 기리는 행사도 가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주시는 지난해 11월 경북도가 주관하는 ‘경북 자원봉사대회’에서 최고상인 ‘자원봉사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지난해 4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경주시 예방접종센터’에 지역 자원봉사자 3757명이 참여하는 등 경북도에서 가장 높은 참여율을 나타낸 결과다. 이는 ‘친절한 경자씨’로 잘 알려진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를 비롯해 70여 지역봉사단체에 소속된 7만여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이뤄낸 성과다. 주낙영 시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시민 한분 한분의 따뜻한 나눔 정신이 있어 위기 극복이 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주에서 미혼모자 가족복지시설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경북지역 최초의 미혼모자 가족복지시설인 ‘누리영타운’은 지난 10일 개소식을 가지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미혼모자 가족복지시설은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저소득미혼모자가정의 자립과 건강하고 안정된 삶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며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 중에서도 기본생활지원시설이다. 총 10개의 개인실로 되어있고, 최대 15가구가 생활할 수 있는 ‘누리영타운’은 총 면적 380.24㎡, 2층 규모 시설로 국비 2억5300여만 원, 시비 1억7700여만 원, 기관 자부담금 등 총 사업비 5억2300여만 원이 투입됐다. 1층엔 개별 화장실이 딸린 면적 14여㎡의 생활실 6곳과 공동육아실, 주방·조리실, 상담실과 사무실이 갖춰졌고, 2층엔 산후 회복실과 교양·교육실이 있다. 그간 경북에는 미혼모와 미혼모의 3세 미만 자녀를 양육을 지원하는 시설은 있었지만, 출산·양육·자립을 원스톱으로 돕는 시설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누리영타운은 모자가족 복지시설인 ‘애가원’ 내 유휴시설을 활용해 조성됐고, 누리영타운에서 애가원으로 자연스럽게 연계해 시설 이용자들이 8년이상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미혼모자 가정의 안전한 출산·양육은 물론, 사회·경제적 자립을 위한 직업 교육 등을 개별 생활공간에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용대상은 미혼의 임산부와 출산 후 6개월 미만의 자녀가 있는 미혼모로 최장 1년 6개월까지 생활할 수 있다. 송미호 사회복지법인 자선단 상임이사는 “누리영타운을 통해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미혼 임산부의 안전한 출산과 산후조리, 건강하게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친정집 같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윤주 원장은 “누리영타운은 애가원과 자연스러운 연계가 가능한 시설로 이용자가 원한다면 출산에서 자립까지 최대 8년이상 이용할 수 있다. 누리영타운의 이용기간인 1년 6개월이 지나 퇴소를 하더라도 애가원에서 7년을 생활할 수 있다. 모자가정의 자립을 위한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미혼모들이 자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오후 3시부터 16일 오후 6시까지 서울 대학로 혜화아트센터 2관에서 ‘시가 꽃으로 피어날 때’라는 이름의 뜻깊은 전시회가 열렸다. 12명의 시인이 24명의 미술가들과 함께 한 작업은 모두 36편의 시화(詩畫) 작품으로 탄생해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인들은 아예 이번 시화전을 기념하는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전회에 출품된 36점 이외에 각 시인들이 쓴 24편의 시가 더해져 역시 ‘시가 꽃으로 피어날 때’라는 한정판 300권의 시집으로 탄생한 것이다. 행사는 시와 그림뿐 아니라 문화인들의 축제다운 이벤트도 함께 열렸다. 개회식에서는 경주 황성공원에서 시민들 시낭송으로 만났던 최대남 시인을 비롯 구자평, 김지운, 문지아 등 12명의 시인이 자신이 쓴 시를 기타리스트 신현대 씨의 기타 연주에 맞춰 낭송해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행사 운영위원장을 맡아 이 행사를 주도한 최대남 시인은 이번 전시회가 여느 시화전처럼 시에 맞춰 그림을 그리지 않고 반대로 그려진 그림에 시를 얹는 작업이어서 시인들이 어느 때보다 긴장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번에 출품된 시화들은 한결같이 봄을 기다리듯 아름다운 꽃으로 채워졌다. 입춘이 막 지나면서 시작한 전시회라 봄을 미리 앞당긴 듯 전시회장이 밝고 아름다웠다. 한편 같은 장소에서 2월 13일 오후 3시에는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이호남 시인이 출판기념회를 함께 열어 눈길을 끌었다. 조선 후기 권신인 김창집은 시와 그림에 각별한 조예가 있어 당시 중국까지 소문날 만큼 명성을 떨치던 시인 사천 이병연과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겸재 정선을 수시로 불러 시화를 동시에 즐기는 즐거움을 누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렇듯 당대 시인과 화가가 수시로 시와 그림으로 교류했으니 어딘가에 이병연 & 정선의 합작품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시대 이병연과 정선이 함께 어울린 멋진 콜라보 기획전이었다. 이번 전시회는 행사가 끝난 뒤인 2월 17일부터 4월 30일까지 동성고등학교 샛별관 2층에서 계속 전시돼 학생들의 정서 함양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바야흐로 대선에 이어 지방자치선거가 몰려오고 있다. 관광도시 경주가 어떤 원칙에 의해 정책이 세워져야 할지 방향성을 제시하기에 적합한 시기다. 이에 ‘한국관광정보정책연구원’ 변성희 원장에게 관광정책과 관련한 질문을 해보았다. 변성희 원장은 경주대학교에서 관광학을 가르쳤고 동의대학교 관광학과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했으며 전국 지자체의 다양한 축제관련 심사위원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원칙적이고 근원적인 이론을 제시하고 사람의 삶을 토대로 세상을 보는 눈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장기간 본지 첨성대 칼럼을 쓰던 중 최근 시간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칼럼을 쉬고 있다.-편집자주 #다양한 공부를 하셨는데 전공이 무엇입니까? -컴퓨터 공학, 수리논리, 인공지능, 지능형 프로그램 등 박사과정에 필요한 공부. 관광 정보 등 관광학 분야와 더불어 사회과학 분야도.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 중 몇몇은 전공이 대체 뭐냐고 종종 물어보곤 한다. 명함에는 관광 전공이라고 돼있는데 메타버스나 정보보안 등의 특강도 하고 칼럼에서는 도시재생 등도 다루니까 이상했을 것이다. 30년 전의 나 자신도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하기 힘드니까 당연할 것이다. 물론 공부하고 전공한 분야가 자연스레 연관돼 있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다. 처음 전공은 컴퓨터 공학으로 시작해 수리논리, 인공지능, 지능형 프로그램 등 그저 박사과정에 필요한 공부를 하다 보니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졌다. 마침 관광학 전문가였던 형과 공동 연구를 하다 보니 관광 정보 등 관광학 분야와 더불어 사회과학 분야도 공부하게 됐다. 그게 ‘한국관광정보정책연구원’이라는 요상한 연구소의 이름이 탄생한 배경이 나의 공부 이력 덕분이기도 하다. #최근 전국지자체 관광객 통계가 발표됐는데 전문인으로서의 소감은? -엉터리 관광통계가 작성되고 있고 심지어는 부풀려진 통계를 가지고 지방자치단체장의 치적을 포장하고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관광통계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2021년의 경주의 외부 방문객 수는 3950만명으로 2019년의 4320만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코로나 영향에도 상당히 많은 외지인들이 방문한 것 같다. 한때는 이 통계를 토대로 관광객 수를 산출하고 정책에 반영하려고 한 것 같다. 이는 이동통신사의 빅데이터 활용으로 산출된 결과다. 이 알고리즘에 의하면 2021년의 서울의 외부 방문객 수는 4억8700만명, 2019년에는 6억7600만명으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관광객 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과거 관광통계 중 관광객 수 집계는 고속도로 나들목으로 진입한 모든 차량을 기준으로 산출한다든지, 단위면적내 인구밀집도를 판단해 산정하는 등 기준 자체가 모호해 정확한 통계 자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통계는 각종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공공자원이다. 통계의 작성 및 이용을 위해서는 통계의 신뢰성과 운용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광통계도 마찬가지다. 신뢰할 수 있는 관광통계가 마련될 때,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합리적인 관광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드러나고 있는 문제들처럼 엉터리 관광통계가 작성되고 있고 심지어는 부풀려진 통계를 가지고 지방자치단체장의 치적을 포장하고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보다 가치 있는 관광통계를 내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믿을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해야 하며, 꼭 필요한 자료를 ‘지속적’으로 조사해야 관광객이 지닌 이동성이라는 속성 때문이라도 관광통계작성은 쉽지 않다. 제대로 된 관광통계를 위해서는 그 기준을 마련하고 믿을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해야 하며, 꼭 필요한 자료를 ‘지속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좋은 예로 일본관광청의 자료 중 일본 국내호텔 및 여관 투숙객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015년의 도쿄의 숙박인수는 1778만명, 오사카 934만명, 홋카이도 548만명, 교토481만명 등 숙박객 수나 객실 점유율 등 정확히 조사될 수 있는 수를 기준으로 관광 정책이 수립된다면 훨씬 합리적일 것이다. #특히 일본 관광지에 대해 오래 연구하셨는데요. 대표적인 성공사례를 들어주신다면? -유후인 마을의 인구는 1만2000명 정도지만 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400만명이 넘고 그 중 25% 이상이 숙박객. 1975년 큐슈대지진으로 유후인은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지만 주민들은 벳푸나 기타 온천형 관광지와는 다르게 문화를 기반으로 한 휴양형 관광지를 만들어갔다. ‘정감있는 마을만들기 조례’를 제정하고, 관광객에게는 유후인에서 생산되는 쌀 채소 쇠고기로 요리를 만들어 제공하고, 극장 없는 유후인 영화제와 유후인 음악제를 만들었다. 기차역사를 개조해 갤러리도 만들고 ‘주민이 살기 좋은 곳이 가장 훌륭한 관광지’라는 모토를 내세웠다. 젊은이들은 독일의 온천휴양지 바덴바덴으로 시찰을 보내어 체류 휴양지로 발전을 도모했다. ‘유후인마을만들기’는 유후인 중심지에서 조금 벗어나면 강과 개천에 물이 흐르고 나무와 숲으로 이뤄지고 바로 그 곳에 전통식 료칸이 있다. 유후인 마을의 인구는 1만2000명 정도지만 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400만명이 넘고 그 중 25% 이상이 숙박객이다. 관광은 변하고 있다. 관광이라는 말보다 여행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조용하고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쾌적함을 좋아한다. 그리고 맛있고 보기좋고 SNS에 올릴만한 뷰와 얘깃거리를 좋아한다. 또 남겨놓은 추억을 찾으러 그 장소를 찾을 것이다. #지역의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에서 고려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항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지역주민의 삶이 우선해야 하고 얘깃거리, 베스트 원(best One)과 온리원(Only one)에 주목해야! 문화콘텐츠란 말은 문화유산, 생활양식, 창의적 아이디어, 가치관 등 문화적 요소들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원천으로 체화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 상품, 인간의 감성, 창의력, 상상력을 원천으로 한 문화적 요소가 체화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상품 등으로 이야기 되는 지극히 한국적인 표현이다. 사실 지역문화관광콘텐츠란 말은 좀 어렵다. 범위를 좁히자면 지역 문화관광상품 정도다. 관광의 핵심은 잘 노는 것이고 놀이의 핵심은 재미와 감동이다. 좋은 문화 관광상품은 다녀간 후에 다시 생각나고 또 다시 찾게 되는 것이다. 재미로 시작해서 감동으로 끝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기본적인 3가지를 들자면 1) 우선은 ‘가장 살기 좋은 곳이 가장 관광하기 좋은 곳이다’라는 유후인인의 모토처럼 지역 문화관광상품 개발의 대상을 선정하는데 있어 목적이 뚜렷하고 더불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에 도움이 되는 대상 선정이어야 한다. 2) 얘깃거리가 중요하다. 적절한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장소 및 공간에 맞는 스토리텔링 발굴하고 재미라는 요소의 해석을 통한 소통과 전달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중요시한다. 3)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문화관광콘텐츠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베스트 원(best One)이 그 콘텐츠만이 지니고 있는 이야기인 온리원(Only one)에 주목해야 한다. 재미로 시작해서 감동으로 끝내려면 자기만의 추억 찾기, 자기 이야기 찾기가 필요하겠죠. 여기에 문화관광 콘텐츠들이 너무 깊숙이 들어옴으로써 지역주민들의 삶의 공간 침해 등 관광 목적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관광지보다 주민들의 삶이 우선일 때 관광도 성공할 수 있다. #경주시의 관광 활성화와 도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하드웨어 중요성 간과하지 말아야, 경주는 신라만의 경주가 아니다. 신라문화제 특징 명확해야 우선 4000만 관광객이라는 ‘숫자’를 좀 재고할 필요가 있다. 통계의 허구성이 경주의 관광정책을 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냉정한 수치계산이 필요하다. 요즈음 다들 소프트웨어를 강조하는 추세지만 나는 좀 다른 생각이다. 소프트웨어란 하드웨어 없이 존재할 수 없다. 하드웨어의 정비 복원 없이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불국사만해도 임진왜란 때 불탄 터만 남아 있다면 지금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신라왕경복원에 관한 이야기도 철저한 고증 하에 진행된다면 경주의 훌륭한 하드웨어가 될 것이고 그 기반에서 좋은 소프웨어가 보강된다면 경주의 관광 활성화와 도시 이미지에 좀 더 좋은 역할을 할 것이다. 경주에는 신라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관광객 또한 개별 관광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양동마을, 경주 최부자집, 동학이야기 등 무궁무진한 문화콘텐츠가 존재한다. 이들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신라문화제 등 경주 고유의 축제는 관람객 수보다는 콘텐츠의 충실성과 고유성을 확립함으로써 ‘신라문화제는 이거지’라는 특징을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