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조 혼성그룹 마로니에가 부른 ‘칵테일 사랑’이란 대중가요를 기억하는가? 1994년에 나온 곡인데, 지금 들어도 참 세련된 노래이다. 당시엔 칵테일이 유행이었다. 마티니, 모히또, 깔루아밀크, 피나콜라다, 골드메달리스트, 그리고 다소 야한 이름의 섹스온더비치까지. 아무튼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은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가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그 음악을 내 귓가에 속삭여주며 아침 햇살 눈부심에 나를 깨워줄 그런 연인이 내게 있으면 우리는 이 노래 때문에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을 듣지 않아도 그 곡이 ‘사랑가’임을 능히 알 수 있다. 손열음(1986-)은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피아노부문 2위를 차지했다. 그녀는 예선에서 이 곡을 연주하였고, ‘협주곡 최고연주자상’도 수상했다. 얼마나 아름답게 연주하는지, 한 번 확인해 보시라!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은 20번 초반의 작품(20번, 21번, 23번, 24번)들이 자주 연주된다. 이중에서 21번이 백미다. ‘칵테일 사랑’에도 나오는 걸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곡은 영화 ‘엘비라 마디간’(1967)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엘비라 마디간’은 1889년의 비극적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스웨덴의 귀족출신 장교 식스틴은 덴마크에서 서커스를 관람하다가 줄 타는 소녀 엘비라와 사랑에 빠진다. 둘은 바로 일상탈출을 감행한다. 아름답고 속박없는 자연에서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눌 때 주구장창 흐르는 음악이 바로 21번 2악장이다. 뇌에 각인될 정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21번 협주곡을 ‘엘비라 마디간 협주곡’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두 연인은 운명적으로 만났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쫒기는 신세에다 돈까지 떨어진다. 결국 동반자살로 결말을 맺는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울리는 첫 번째 총성은 식스틴이 엘비라를 겨눈 것이고, 두 번째 총성은 본인 스스로를 겨눈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1974년에 명동 중앙극장(지금은 사라지고 없다)에서 개봉했다. 포스터를 보니, 식스틴은 ‘貴族이요, 妻子 있는 몸’으로, 엘비라는 ‘아릿다운 處女’으로 묘사하고 있다. 내용도 ‘해서는 안 될 사랑’, ‘쫓기며 방황하는’, ‘白夜에 꽃핀 사랑’으로 잘 요약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음악관련 표기이다. 그 때는 모차르트를 ‘모찰트’로, 콘체르트를 ‘콘첼트’로 적고 있다. 엘비라 역의 피아 데게르마르크(1949-)는 이 영화가 데뷔작이었는데, 놀랍게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아 은막의 신데렐라가 되었다. 영화의 결말은 비록 비극이지만 그들의 사랑은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모찰트(?)의 음악은 이들의 사랑을 더욱 빛내주었다. ps. 손열음이 2위로 입상한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는 베이스 박종민이 남자 성악 부문에서 1위, 소프라노 서선영이 여자 성악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서울예고를 다니던 조성진이 피아노 부문에서 손열음에 이어 3위에 올랐고, 바이올린 부문에서는 이지혜가 3위에 입상했다. 메이저급 콩쿠르에서 역대급 성과를 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