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았던 4월 이후 처음으로 일일 확진자수 500명을 넘어섰다. 경주시는 지난 26일 코로나19 확진자가 513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된 가운데 경주지역에서도 7월 들어 확진자수가 증가추세다. 주간 확진자수를 보면 지난 6월 넷째주(20일~26일) 224명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아 안정세를 찾는듯 했다. 하지만 이후 매주 더블링 현상을 보이면서 지난 7월 넷째주(18일~24일) 주간 확진자 발생 수는 2054명으로 한 달 전 보다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최근 신종변이 발생 및 시간경과에 따른 기존 접종자의 예방접종 효과 감소 등에 따라 확진자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휴가철을 맞아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방역당국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주시는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적극 독려하고 나섰다. 지난 25일 보건소 관계자에 따르면 위중증·사망자의 대부분이 고위험군에서 발생하고 있어 접종률 제고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4차 접종 권고 대상은 50세 이상 연령층, 18세 이상 기저질환자, 감염취약시설 등이다. 3차 접종 후 4개월 경과한 시점부터 화이자·모더나·노바백스 백신 중 원하는 백신으로 선택해 접종할 수 있다. 또한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더라도 접종을 원하는 경우에는 확진일로부터 3개월 경과 후 접종할 수 있다. 접종 예약은 사전예약 누리집을 통한 예약(ncvr.kdca.go.kr) 또는 콜센터(질병관리청 1339, 경주시보건소 760-2070)를 통해 전화예약이 가능하다. 스스로 예약하기 어려운 60세 이상 고령층은 거주지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보건소를 통해 대리 예약이나 전화 예약도 가능하다. 당일접종을 원하는 경우, 위탁의료기관으로 사전에 유선 연락해 잔여백신을 예약하면 된다. 지난 22일 코로나19 4차 백신접종을 마친 최재순 경주시보건소장은 “3차 접종군 대비 4차접종군의 중증화 예방효과는 50.6%, 사망 예방효과는 53.3%로 확인된다”며 “재유행 대비 및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 4차 접종 대상인 시민 들은 접종에 적극 참여해주시길 거듭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경주시 공영자전거 ‘타실라’가 시범 운영을 마치고 8월 1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경주시는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대여와 반납을 간편화한 공영자전거 ‘타실라’를 도입하고 지난달 25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 바 있다. 시범운영 기간 1일 평균 510회의 대여 횟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사용자 미숙과 홍보 부족으로 자전거 잠금 현상 등이 일부 오류가 발생했지만, 시스템 보완과 사용방법 안내 등으로 미비점이 보완됐다. 일부 대여소의 경우 보행자 통행에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에 따라 재배치했고, 우천 시 사용이 불편하다는 지적을 반영해 대여소 내 비가림 시설 설치 및 자전거의 안장을 방수재질로 교체한다. 이밖에도 대여소·반납소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도심권역 행정복지센터와 주요 공영주차장 내에 추가 설치한다. 경주시 공영자전거 ‘타실라’의 운영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대여가 가능하며, 반납은 24시간 언제든 가능하다. 대여와 반납은 도심권역 101곳의 대여소를 이용하면 된다. 이용요금은 1회 90분 기준 1000원이며, 추가 30분당 500원이다. 정기권은 △1년권 3만원 △6개월권 1만 8000원 △1개월권 5000원 △1주일권 2500원이다. 현재 신용카드 결제만 가능하며, 8월 말까지 휴대폰 소액결제 기능이 추가된다. 플레이스토어 또는 앱스토어에서 ‘타실라’ 앱을 다운받아 회원 가입 후 즉시 이용가능하며, 안전을 위해 만 15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타실라 고객센터로 연락하면 안내 받을 수 있다. 주낙영 시장은 “다음달 1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가는 공영자전거 ‘타실라’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써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통해 환경문제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낙영 시장이 지난 23일 첫 ‘오늘은 통하는 날’을 열어 시민의 고충과 민원 사항을 직접 듣고 해법을 찾아가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사진> 앞서 주 시장은 시민의 어려움을 듣기 위해 시장이 직접 주재하는 직소(直訴)민원 창구 정례화를 민선 8기 공약으로 약속한 바 있다. ‘오늘은 통하는 날’은 관련 부서에서 해결하지 못한 민원을 시장이 직접 나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절차다. 민원인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시장에게 중간 과정 없이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날 접수된 민원은 △어촌뉴딜사업에 따른 조망권 훼손 △하천 무단경작지 행정대집행에 따른 민원 △오수관로 연결 요청 △관광농원 사업승인 불허에 따른 민원 등이다. 이날 참석한 민원인 A씨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는데 시장과 직접 대화와 소통을 하니 속이 후련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오늘은 통하는 날’이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낙영 시장은 시민들의 요구 및 건의사항을 심도 있게 청취하고, 현황과 문제점 등을 파악한 뒤 관련 부서와 해결방안을 찾기로 약속했다. 특히 필요시 후속 대화를 통해 충분한 답변이 이뤄지도록 관계 공무원들에게 주문하며 적극적인 민원 해결 자세를 보였다. 또 일부 민원에 대해선 관련 법령과 절차·규정에 따라 안 되는 것은 행정에서도 안 된다며, 민원인에게 희망고문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주낙영 시장은 “힘들고 속상해서 오신 시민을 외면한 채 시정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오늘은 통하는 날’ 개설로 시정 운영의 중심인 시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시정에 적극 반영하는 소통행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늘은 통(通)하는 날’은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 개최되며, 보다 자세한 사항은 경주시 시민소통협력관으로 문의하면 된다.
경북도가 (재)문화엑스포 등 출자·출연기관의 통폐합 추진과 관련, 경북도의회와 기초자치단체를 패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도의회 배진석 의원은 지난 22일 제33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이철우 도지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출자·출연기관 통폐합 과정과 절차에 대해 ‘도의회와 기초자치단체 패싱’이라고 했다. 배 의원은 “제10대, 제11대 의정활동을 통해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공공기관의 문제를 바로잡고 경영효율화를 위해 인사검증제 확대 요구 등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다”며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과정과 절차에서 소외되고 있는 도의회 및 기관이 소재한 기초자치단체와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북도가 공공기관 구조개혁이라는 중차대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도민의 민의를 대변하는 대의기구인 도의회가 정책결정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 특히 경북도의 개혁안이 발표된 후 열흘이 지나도록 설명조차 없어 ‘도의회 패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배 의원은 “언론보도를 통해 경북도의 28개 산하공공기관을 19개로 통폐합한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문화재단으로 통폐합 계획도 경주시나 엑스포와 어떠한 협의나 의견소통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해 지역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철우 지사는 도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으로 경북도정을 함께 이끌어가는 한 축으로서 도의회를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배 의원은 또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독단적인 정책추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공공기관 구조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도의회 동의가 필요하다”며 “기관 통폐합에 대한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올바른 방향성 제시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서는 현실을 면밀히 분석해 성공적인 출자·출연기관 개혁을 위한 제도 마련과 동시에 인력과 조직 개편에 대한 준비과정을 통해 신뢰받고 지지받는 경북도정으로 새로운 경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경북도는 지난 24일 배진석 의원의 “도민과의 소통 없이 공공기관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5분 발언에 대해 다소 오해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주시가 오는 2025년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제32차 APEC 정상회의의 경주 유치를 위해 민·관·의회가 함께하는 ‘특별전담조직’을 즉시 구성해야 한다.” 이경희 의원은 지난 25일 열린 제26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이 같이 촉구했다. 이 의원은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벌써부터 대한민국 유수의 도시들은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경주도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반드시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경주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결집시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주가 APEC 정상회의를 유치한다면 대한민국 대표 역사·문화·관광도시로서의 확고한 위상을 확립하게 돼 경주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며 “해외 관광객 유입, 기업 투자 유치 등으로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게 돼 지역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시민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또 “대구경북연구원의 2021년 분석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로 경북지역 경제에 생산 유발효과 972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4654억원 등 천문학적인 경제수익은 물론, 7908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경주 보문단지는 국내 최고 숙박시설과 회의장을 보유하고 있고, 1시간 내외 거리에 국제공항이 있다. 무엇보다 신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대한민국의 뿌리이자 성지로, 가장 한국적인 도시가 경주다”며 “경주는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춘 준비된 국제회의 도시”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유치 경쟁을 펼치는 타 도시들보다 경주가 모든 면에서 절대적으로 뛰어나다고 판단된다”며 “이제 필요한 것은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에 대한 경주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경주의 역량을 총결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경주시는 지금부터 즉시 민·관·의회가 함께하는 2025년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를 위한 ‘특별전담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경주 전 시민이 APEC 정상회의 유치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의지를 모아나갈 방안을 모색해 경주의 매력적인 자원을 전 국민에게 알리는 대국민 홍보 전략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끝으로 이경희 의원은 “경주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 세대에게 자랑스러운 경주를 물려주기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제9대 경주시의회가 예산결산·윤리·원전 등 3개 특별위원회 활동을 본격화했다. 경주시의회는 지난 25일 제26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국책사업추진 및 원전특별위원회·윤리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의결하고, 각 특위별 위원을 각각 9명씩 선임했다. 예결특위는 박광호 위원장과 최영기 부위원장, 김종우, 이강희, 최재필, 김소현, 정원기, 정종문, 정희택 의원 등 9명으로 구성했다. 예결특위는 의회에 제출되는 경주시의 예산안, 결산, 기금운영계획안 등을 심사하며, 재정 운용의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등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원전특위는 이경희 위원장과 최재필 부위원장, 김항규, 오상도, 한순희, 최영기, 박광호, 정희택, 주동열 의원 등 9명을 선임했다. 원전특위는 3대 국책사업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역 지원 사업, 원전 관련 업무 등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윤리특위는 정종문 위원장, 김종우 부위원장, 이동협, 이강희, 김소현, 정성룡, 정원기, 이락우, 김동해 의원 등 9명이 활동한다. 이로써 경주시의회는 의회운영위원회, 행정복지위원회, 문화도시위원회, 경제산업위원회 등 4개 상임위원회와 3개 특별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 이철우 경주시의회 의장은 “상임위원회 구성과 더불어 이번 임시회를 통해 3개 특별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해 2년간 의정활동을 위한 모든 준비는 마쳤다”며 “앞으로 각 위원회별로 더욱 열심히 현장을 뛰어다니며 시민들을 위한 의정활동으로 더욱 발전하는 경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설치 상설화 경주시의회는 이번 임시회에서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그 운영을 상설화했다. 시의회 윤리특위는 그동안 필요한 경우에만 비상설 기구로 운영을 해왔지만, 이번에 구성과 설치·운영이 상설화된 것이다. 이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에 따라 선택사항이었던 시의회 윤리특위 운영이 같은 법 65조에 의무로 규정된 데 따라 취해진 조치다. 윤리특위는 의원의 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 준수 여부 및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조례안 등 각종 안건 의결 경주시의회는 이날 제2차 본회의에서 각 상임위원회에서 심의한 △경주시의회 위원회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경주시 공익신고자 보호 및 공익신고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 △경주시 관광진흥조례 전부개정조례안 △경주시 수운기념관 및 교육수련관 설치운영조례안 등 4건의 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이중 경주시의회 위원회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제9대 시의회부터 사용하기로 했던 시민보건위원회를 ‘행정복지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올해 행정사무감사를 오는 8월 예정된 제1차 정례회 기간 중 9일간 각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감사를 실시하기로 하는 내용의 ‘2022년도 행정사무감사 실시시기 및 기간 결정의 건’도 의결했다.
지난 16일과 17일 양일간 포항국제클라이밍센터 경기장에서 진행된 제18회 경북 스포츠클라이밍 선수권대회에서 경주시 선수단이 종합우승을 거머쥐었다. (사)대한산악연맹 경북도지부가 주최하고 포항시 산악연맹이 주관한 이번 대회는 제103회 전국체전 경북대표 선수 선발전을 겸해 남·녀 난이도 부문, 남·녀 스피드 부문으로 나눠 열띤 경쟁을 벌였다. <사진> 경북선수권대회와 도민체전 경기를 합산, 종합순위를 가린 이번 대회에서 경주시 선수단은 금 2, 은 2, 동 2개로 총 16점을 확보해 막판까지 경쟁했던 포항시를 0.5점 차로 누르고 종합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경북선수권 대회 여자 일반부에서 황동자 선수가 난이도와 스피드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하며 여자 스포츠클라이밍 최강자임을 과시했다. 남자 스피드에서는 서현두 선수가 금메달, 나대홍 선수가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어진 경북도민체전 경기에서도 여자 일반부 황동자 선수는 스피드 은메달, 난이도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남자 스피드에서는 서현두 선수가 금메달, 나대홍 선수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총감독을 맡았던 박병훈 경주시산악연맹회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김경례 감독과 선수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국제규격 인공 암반장이 없는 경주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선수들을 위한 훈련 인프라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북도내 대부분의 시ㆍ군이 국제규격의 인공 암반장을 갖춰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들이 훈련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반면 이를 갖추지 못한 경주시 선수단은 다른 지역 암반장을 빌려 눈칫밥을 먹으며 연습해온 것으로 알려져 이번 종합우승이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주시가 운영의 문제점을 드러낸 경주자원회수시설과 협약을 해지키로 했다. 시는 지난달 자원회수시설의 실시협약 위반과 정상 운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운영사인 ㈜환경에너지를 상대로 의무사항 미이행 사항에 치유 이행을 요구했다. 치유 이행은 민간투사업 협약에 따른 것으로 미소각 쓰레기 처리와 소각로 정상화, 인력 충원 및 환경복원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치유 이행 요구에도 환경에너지는 이를 이행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협약을 해지하기로 한 것이다. 시는 의무 소각 불이행, 유지보수 및 관리 태만에 따른 실시협약 위반, 소각장 처리 능력 감소, 출자사인 서희건설 재정지원 없이는 경영 회복 불가, 쓰레기 대란 우려 등의 이유로 해지를 통보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서희건설 측과 협약 해지 관련해 논의는 있었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소송 가능성까지 대비하며 협약 해지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각장이 운영되지 않으면서 매립장이 포화하고 있다. 자원회수시설이 정상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시 자원회수시설은 지난 2013년 서희건설과 동부건설이 출자한 ㈜경주환경에너지가 민간투자 방식으로 380억을 들여 조성한 곳이다. 경주환경에너지는 2013년부터 오는 2028년까지 15년간 운영 예정으로 매년 시로부터 쓰레기 소각 비용 등으로 연간 50~60억의 예산을 지급받고 있다.
제77회 광복절을 맞아 건천읍체육회에서는 다음달 15일 건천운동장에서 ‘일천 정수기 의사 추모식 및 8·15기념 건천읍민화합축구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행사는 추모식과 축구대회로 나뉘어 진행이 될 예정이다. 먼저 건천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광복투사인 일천 정수기 의사 기념비에서 그의 숭고한 나라 사랑과 희생정신을 기리는 추모식이 진행된다. 일천 정수기 의사는 건천읍 신평리 출신으로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구국운동에 뜻을 두고 군자금 모금활동을 전개하다 왜경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이에 1968년 건천의 지역 유력인사들로 구성된 ‘의사 일천 정수기 선생 기념사업회’에서는 송선리에 기념비를 건립했으며, 정부에서는 1990년 정수기 선생의 뜻을 기려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정수기 의사를 기리는 추모식이 끝나면 건천운동장에서는 건천읍민 화합을 위한 축구대회가 개최된다. 매년 100여명 이상 참가해 읍민 간 화합의 장이 펼쳐지는 축구대회에 올해도 많은 선수들이 참가해 실력을 겨루고 친목을 다진 예정이다. 행사를 주최한 건천읍체육회 이기협 회장은 “일천 정수기 의사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숭고한 정신을 가지신 건천의 자랑인 분”이라며 “자라나는 세대에게 정수기 의사의 업적을 기리고 그 정신을 전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코로나19로 3년 만에 개최되는 8·15기념 건천읍민축구대회는 오랜 전통을 가진 행사로서 건천읍민 화합에 많은 기여를 했다”며 “3년 만에 치러지는 대회인 만큼 읍민 간 친목을 도모하고 지역 발전을 위한 화합의 장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시내버스 운영사가 경주시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하며 보조금 사용에 신뢰도를 잃게 됐다. 경주 시내버스 운영사인 ㈜새천년미소가 지난해 3월 2018년과 2019년 2년간 발생한 18억1152만원의 적자가 운송사업의 손실분이라며 경주시가 손실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 사건은 1·2심에 이어 지난 17일 대법원에서도 기각됐다. 또 새천년미소는 2020년 보조금 중 6억5165만원을 2019년도 경비로 사용해 시가 보조금 반환 처분했다. 하지만 새천년미소는 관련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고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과도한 처분이라 주장하며 지난해 3월 보조금반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도 1심과 2심에 이어 지난 6월 대법원에서도 최종 기각되며 보조금 부정사용이 확인됐다. 재판부는 ㈜새천년미소의 2018~2019년 손해액과 2016~2017년 손해액을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어 운영적자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연도에 교부된 보조금을 전년도 인건비 등으로 지출한 것과 관련해서는 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시 관계자는 “새천년미소가 제기한 두 사건이 모두 기각됨에 따라 경주시는 새천년미소에 손실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없게 됐다”면서 “이미 교부된 보조금은 환수 조치할 계획으로 고지서 발부 후 미납 시 보조금과 상계 처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용역 예산 1900만원으로 가능할까? 시내버스 운영사에 지원하는 보조금 문제가 소송까지 이어지면서 운송원가 산정에 대한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시내버스 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시내버스 경영분석 및 운송원가 산정 용역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용역 예산과 계약 방식 등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A 위원은 “매년 수십억에서 수백억에 이르는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지만 운송원가 산정 용역에 고작 19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됐고 이마저도 수의계약이다”라면서 “작은 예산도 문제지만 수의계약으로 진행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역의 신뢰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년마다 실시되는 ‘시내버스 경영분석 및 운송원가 산정 용역’은 대구의 한 업체가 지금까지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용역 업체는 대구 경북 지역 운송원가 산정용역을 많이 하는 곳으로 원가 산정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면서 “인근 지자체 용역 예산을 비교해도 경주시 용역 예산은 적정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운송원가 산정 용역의 수의계약 문제와 함께 전문가 참여 필요성도 제기됐다. B 위원은 “다른 지자체 사례를 보면 반복된 소송 제기와 함께 소송비용까지 보조금으로 받아 가는 사례가 있었다”면서 “책임 소재와 차후 조치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분석을 위한 공인회계사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책심의위원회 위원들의 요구에 시는 지도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는 2년마다 실시하던 ‘시내버스 경영분석 및 운송원가 산정 용역’을 연 1회로 확대하고 현재 운용 중인 유가보조금관리 시스템과 버스정보 시스템을 통해 유류비와 운행기록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한 시내버스 재정지원금 운용의 적정성을 수시로 평가할 계획이며 용역 기간을 늘리고 위원회 참여 여부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예산 증액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혀 용역의 신뢰성 확보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북도의 (재)문화엑스포 통폐합 추진과 관련한 논란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24일 “경주시민이 원한다면 문화엑스포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새로운 방안을 경북도의회와 경주시에 제안하면서다. 앞서 경북도는 도내 산하공공기관 28개를 19개로 통합하는 안을 발표하면서 경북문화재단을 중심으로 문화엑스포, 경북콘텐츠진흥원을 하나로 묶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이와 관련해 경북도의회 배진석 의원은 지난 22일 제33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이철우 도지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출자·출연기관 통폐합 과정과 절차에 대해 ‘도의회와 기초자치단체 패싱’이라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문화재단으로 통폐합 계획도 경주시나 엑스포와 어떠한 협의나 의견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해 지역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며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공공기관의 문제는 바로 잡아야 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과정과 절차에서 소외되고 있는 도의회 및 기관 소재 기초자치단체와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4면> 이와 관련 경북도는 24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산하 공공기관 구조개혁과 관련해 기관의 통폐합뿐만 아니라 기능조정, 관리권한 이양 등 다양한 방안을 함께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철우 도지사는 “경주시민이 원한다면 문화엑스포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새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재)문화엑스포가 그간 여러 차례 치러진 국제행사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역량과 전문성을 가진 기관으로 성장한 사실과 경주시에서 문화엑스포가 가지는 지역적 상징성을 고려한 제안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경북도는 또 문화엑스포는 1996년 출범해 26년 동안 도 산하 공공기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그간 굵직한 국제행사를 10회 이상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도민의 신뢰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북도의회와 언론 등을 통해 문화엑스포 기능의 한계성, 방만한 경영 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며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고자 ‘공공기관 구조개혁 추진 방향’을 공론화했고, 그 안에 문화엑스포 통합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고 기관 통합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경북도가 (재)문화엑스포 통폐합을 추진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도의회 등으로부터 문화엑스포 기능의 한계성, 방만한 경영 등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매년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경영성과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대한 관리권을 경주시에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예산과 운영의 부담을 경주시에 넘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7월 말까지 전문가 등을 포함한 실국별 T/F 구성을 완료하고, 8월부터 구조개혁 타당성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와 의회, 주민의견 청취 등 모든 민주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며 “구조개혁 과정에는 도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다”고 밝혔다. 앞서 경주시의회와 경주지역 사회단체인 (사)천년미래포럼도 경북도의 문화엑스포 통폐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천년미래포럼은 지난 17일 성명서를 통해 “명분 없는 경주엑스포대공원 통폐합에 강력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단체는 “경주엑스포대공원을 경주시민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행정편의’를 넘어 ‘행정독재’나 마찬가지다”며 “경주엑스포대공원에 대한 통폐합이 필요하다면 경주시민을 대변하는 시의회와 지역 문화예술 단체 등과도 객관적이고 투명한 협의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통폐합 추진에 반발했다. 경주시의회 문화도시위원회도 지난 19일 “(재)문화엑스포에 경북문화재단이나 경북콘텐츠진흥원이 통합돼 경주엑스포대공원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다른 기관의 사용은 경주시의회가 절대 불허할 것”이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문화엑스포 통폐합 추진과 관련, 지역 반발에 이어 경북도가 관리권 경주시 이전 카드를 내밀면서 향후 예산 부담 등을 두고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캔버스에 스며든 소박한 마음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피어나는 일편단심 해바라기처럼... 핑크 꽃잎으로 소박한 작은 마음들을 여러 칼라로 찍어봅니다. 점 하나가 위로가 되고, 점 하나가 사랑이 되고, 점 하나가 기쁨이 되고, 점 하나가 일상의 소망이 되어 오늘도 캔버스에 깊이 스며듭니다.
올여름 이른 무더위와 반복되는 폭우가 이어졌다. 불안정한 날씨 때문에 작업실의 여러 재료가 걱정되었다. 특히 온습도에 민감한 먹의 상태가 마음에 걸렸다. 물리적인 외부 충격이 없어도 먹은 온도가 높고 습도가 낮은 곳, 짧은 시간에 습도의 변화가 나는 곳, 갑자기 환경이 바뀐 곳에서 파손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끼던 송연먹(소나무로 만든 먹) 중 하나가 위 아래로 살짝 금이 가있었다. 후회와 안타까움의 마음으로 먹을 정성스럽게 천으로 싸고 유물을 보관하는 데 사용하는 오동나무 보관함에 두었다. 보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살펴본 먹에는 놀라운 일이 벌어져 있었다. 그 사이 먹에 난 금이 흐릿해지고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 것이었다. 사람의 몸이 상처를 회복하는 것처럼 먹 또한 상처를 회복한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 예로부터 ‘먹은 살아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먹은 꿈틀꿈틀 생명력을 갖고 살아있는 것인가? 먹은 몸 전체에 공기구멍이 있다. 제조할 때 생긴 이 미세한 구멍들로 호흡하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받는다. 습기가 많은 날에는 구멍에서 수분을 흡수하고 습기가 적은 날에는 수분을 방출한다. 사람이 공기로 숨을 쉬듯 먹은 수분으로 호흡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먹의 주원료인 아교가 변화하면서 먹의 상태가 변한다. 아교는 동물성 단백질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먹의 또 다른 주원료인 그을음과 자연적으로 융합되면서 변화한다. 와인의 포도 당분이 효모를 만나면서 알코올로 변화하는 것처럼, 먹도 그을음이 아교와 만나 화학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먹도 와인과 위스키처럼 숙성된다고 할 수 있다. ‘(양질의 재료로 만든) 먹은 오래될수록 좋다’라는 말이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숙성된 먹은 색이 깊어지고, 입체감과 투명감 역시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먹을 만든 후 오랜 기간 묵힌 후 사용했다. 200년 이상 먹을 만들어 온 일본의 기업, 묵운당(墨運堂)의 사장이었던 마쓰이 시게오(松井茂雄)는 먹의 성장 변화를 사람의 일생에 비유했다. 그는 『묵운당묵보 백선묵 상권(墨運堂墨譜 百選墨 上卷)』에서 제조 후 2~3년이 된 먹을 유년기라 표현했고, 6~7년이 되면 소년기, 8~15년은 청년기, 16년 이상 되어야 장년기,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 묵힌 먹을 노년기로 구분했다. 오랫동안 먹을 만들어왔던 마쓰이 시게오는 어느 정도 숙성기를 거쳐야 먹다운 먹이 된다고 본 것이다. 좋은 먹이 환경 변화를 거치며 끝까지 사용될 수 있기 위해서는 주인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사물과 사용자와의 관계가 어디 먹뿐이겠는가. 문방사우(文房四友)라는 표현이 있듯 먹을 친구로 생각하며 아끼는 사용자를 만난다면, 그 먹은 쓰는 이의 학문 혹은 예술적 성장과 더불어 계속해서 거듭날 수 있다. 반면, 먹을 함부로 대하고 도구적 관계만을 맺는다면 그 먹은 청년이 되기 전에 숨을 멎을 수도 있다. 동아시아에서 먹은 이천여년 동안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되었다. 그러나 서사(書寫) 도구의 변화에 따라 최근 한 세기 동안 먹은 시나브로 사라져가고 있다. 당연히 전통 방식으로 먹을 만드는 곳도 거의 사라졌고, 값싼 원료로 제작한 저가의 먹들로 품질도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먹이 살아있다거나 먹을 묵힌다는 말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고, 먹과의 지기(知己)관계는 지나치게 낭만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서예가나 작가들이 먹을 써서 계속해서 작품을 창작하는 한, 본연의 재료인 먹을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먹의 숙명은 유물처럼 고이 보관되는 것이 아니라, 벼루에 갈려 닳아 없어지는 것이다. 먹의 일생 동안, 주인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면 먹은 물질적으로 소멸하더라도 글씨나 예술작품으로 남아 또 다른 형태로 생명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사라졌지만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물, 먹에서 시작한 이런 생각은 필자와 같은 예술가들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최근에 경주 유림(儒林)에 소속된 분들과 만날 일이 더러 있었다. 경주의 정신문화의 산실인 유림(儒林)에 관계된 분들을 만난다는 것은 교육학을 전공한 필자에게는 너무나 큰 행운이라 여겨진다. 그런 인연으로 경주향교 선비학교에서 역사 이야기 수업을 질문교육으로 재단장해 아이들을 만나기도 하는 기회도 생겼다. 유림의 회원이신 분들은 일단은 원로이시고 인생으로 보면 대선배님이시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몇 시간이고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경주 이야기를 듣는 행운도 누린다. 그야말로 진짜 경주 이야기이다. 삶 속에서 각색이 안된 채 면면히 유지되는 우리의 전통교육문화이자 역사다. 그야말로 생생히 살아있는 경주 이야기라 펄떡펄떡 뛰는 느낌이다. 경주사람에게 조차 경주는 객관적인 도시이다. 어릴 적부터 교과서에서, 책을 통해 경주를 배운다. 이런 경주이야기는 좀 무미건조하다. 논쟁이 되는 부분들도 있고, 왜곡된 채로 수용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가 기정사실화되어 뻔하기(?)까지 하다. 경주향교의 전) 전교님도 만나서 아직도 건재하게 현역 이상의 활약을 하고 계셔서 힘을 얻기도 하고, 아직도 경주에 건재한 유림에 대한 소식도 들을 수 있어서 새로웠다. 또한 서악서원을 지키고 계신 최병환 유사님은 적벽가를 멋들어지게 불러주시기도 하고, 경주 사마소를 중심을 모이는 유림의 역사에 대해서도 구수하게 들려주셨다. 또한 전국의 명문가의 종손들을 만나고 온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신다. 얼마 전에는 내남 신리 오우당에서 90이 넘은 노모를 모시고 계신 오우당 문중 14대 주손인 시인 남계 이창희 선생님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선생님의 부친과 조부의 이야기만으로도 경주의 살아있는 한 역사이어서 오우당 툇마루에서 무척 기쁘게 이야기를 듣고 왔다. 동경열전에는 오우당에 얽힌 다섯 형제의 지극한 효성과 우애가 실려있다고 한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6월에는 경주 유림의 최고 원로들이 모이신 정풍회에서 퇴계 선생의 가학(家學)과 가서(家書)라는 주제로 강의 요청도 받아 기쁘고 설레는 마음을 다녀오는 기회도 있었다. 아프리카에는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라는 속담이 있다. 중세까지 노인의 지성과 경험과 지혜는 마땅히 후세사람들이 배워야 할 스승으로 모셨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노인이라는 단어조차 그분들의 인생을 폄하하는 단어로 쓰고 있는 듯하다. 퇴계 선생의 가학과 가서를 통해 본 가정교육이 그날 강의의 주제였지만 정풍회의 어른들을 만난다는 것은 마치 퇴계 선생을 만나는 것 같은 설렘을 안겨주었다. 노인이 도서관 하나라면 젊은 세대들은 얼마나 자주 만나야, 그분의 일생과 지식과 경험과 지혜를 다 배울 수 있을 것인가? 또 노인들은 평생 일구어 온 논밭의 결실을 어떻게 차세대에게 물려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유대인들은 은퇴라는 말이 없다고 한다. 학자로, 교사로, 과학자로, 사업가로 살아온 평생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유아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책을 쓰고, 교육한다고 한다. 퇴계 선생이 말년에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선조의 부름을 마다하고 도산으로 내려온 이유와도 같을 것이다. 퇴계 가의 가학(家學)은 그런 학문과 가풍의 전통을 말한다. 퇴계의 아들과 손자를 비롯해 친손들과 외손들, 처가 식구들까지 대부분 퇴계의 문하생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날 경주 정풍회에 40여분 앉아계신 자리는 도서관 40개가 있는 곳, 마치 전설속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한가운데 있는 듯 가슴이 벅찼다. 현재 유림 소속 유학자들은 연세가 대부분 70이 넘으셨다. 천자문을 5세 때 떼는 방법을 알고 계시고 지금도 한문 원전을 줄줄이 외우고 인용하시고 풀이하신다. 어마어마한 기억력으로 선대의 집안 역사 즉 유림의 역사이자 경주의 역사를 그대로 꿰고 계신다. 현시대의 서양학 혹은 동양학 전공자들이나 학자 중에 저 정도의 기억력으로 줄줄 외면서 이야기를 풀어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날 정풍회 강의 때 탈무드 원전 1권을 가지고 갔다. 타블로이드 양장판이고 한 손으로 들기에도 무거운 책이다. 저 탈무드 72권을 유대인들은 아직도 유아들부터 읽고 외우고 토론한다고 전해드렸다. 다들 놀라시는 눈치였다. 그들의 공부법은 안식일을 통해 한자리에 앉아서 조부로부터 부모 세대 그리고 자녀들에게 전수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통 교육법을 체득해서 아는 세대들이 대부분 70이상 되신 노인 세대들이다. 방대한 도서관이 불타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사라지면 다시는 찾지 못한다. 왕경도시를 복원하는 것보다 이 어르신들의 정신문화와 공부법을 전수받는 것이 시급하다. 너무나 아까운 우리의 공부법이 고리타분하고 구세대적이라고 버려질 때 유대인들은 아직도 그 방법으로 배우고 세계를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선도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전통 교육에 그 답이 있는데 왜 유대 교육이나 다른 나라의 교육에서 해법을 찾으려고 할까? 유림의 어르신들을 만나고 반가운 마음과 또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적어본다. 이 논단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경북도가 재단법인 문화엑스포를 경북문화재단으로 통폐합하는 산하 공공기관 구조 개혁 계획을 발표하자 지역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북도가 경영 효율화 등을 이유로 산하 공공기관을 줄인다는 계획으로, 그 중 경주문화엑스포대공원과 경북콘텐츠진흥원이 통폐합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도는 유사 분야의 기능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고 기관 규모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중복 조직을 하나로 합쳐 규모의 경제를 꾀한다는 명분이다. 이 같은 통폐합 사실이 알려지자 먼저 경주시의회와 경주지역 사회단체인 (사)천년미래포럼이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사)천년미래포럼이 통폐합에 반대하고 나선 이유로는 경주문화엑스포대공원이 1998년 문화예술을 주제로 국제엑스포를 개최하며 주목 받았기 때문이다. 또 지난 20여년간 세 번의 해외엑스포와 7번의 국내 행사를 통해 경북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전문 기관으로 자리 잡은 점도 들었다. 이 같은 지속 명분에도 경북도가 경주시민의 의견도 듣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행정편의’를 넘어 ‘행정독재’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주시의회는 대응 방식을 달리하면서도 (재)문화엑스포 통폐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경주시의회 문화도시위원회는 지난 19일 “경주엑스포대공원은 경주시가 절반의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경북도가 (재)문화엑스포를 일방적으로 통폐합해서는 안된다”며 통폐합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경주엑스포대공원 토지와 건축물의 지분은 경북도와 경주시가 각각 50%씩 나눠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경주엑스포대공원 사용을 위해서는 경북도가 경주시로부터 무상사용허가를 얻어야 하고, 시의회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 같은 행정절차상 권한을 통해 경주엑스포대공원을 (재)문화엑스포 외 타 기관이 사용 못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는 경주시의회가 경북도의 공공기관 구조조정은 고유권한인 만큼 개입할 명분이 약하지만, 문화엑스포 통폐합을 막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문화예술 콘텐츠는 경제적 잣대로만 따질 수 없다. 그런 만큼 경주시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재)문화엑스포 통폐합을 계획한 것은 지역민들의 반발을 자초한 셈이 된다. 지금이라도 경북도는 지역 민심을 제대로 살펴보길 바란다. 그리고 이참에 (재)문화엑스포가 통폐합 대상에 거론되는 이유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향후 운영방안을 살펴보는 시간도 가지길 바란다.
경주시가 지난해 말 폐선된 중앙선과 동해남부선의 폐역사부지 및 폐선로 활용방안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면서 주민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특히 국가철도공단이 오는 10월 11일까지 시행하는 경주시내 폐선 부지 개발을 위한 민간제안 공모사업에 경주시와 시민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대처해야 한다. 이는 김동해 의원 지난 18일 열린 제269회 경주시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강조한 말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은 폐철로를 우선 걷어내고 상하레벨을 평탄화시키는 것을 원하고 있지만, 막상 이 같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국가철도공단이 7월 11일부터 10월 11일까지 제안공모를 통해 사업자가 정해지면 폐철도 활용사업에 경주시와 주민의 의견반영이 어렵게 된다는 우려도 표명했다. 공모사업자는 영리를 먼저 추구하기 때문에 경주시와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과 동떨어진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폐역사 및 폐철도 부지 대부분이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 소유로 경주시가 활용방안에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민간 사업자들이 영업수익만을 쫓는 사업을 하도록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공모사업이 이제 막 시작한 만큼 경주시는 지역 발전에 초석이 될 수 있는 사업이 선정될 수 있도록 국가철도공단과의 협의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또 막대한 예산이 들더라도 경주 백년대계를 준비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과감한 투자로 부지를 매입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경주시는 지난 2019년부터 폐철도활용사업단을 신설해 폐역사 및 폐철도 활용방안 수립을 추진해왔지만 아직도 시작단계다. 경주역을 비롯해 폐철도 부지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개발계획 수립까지는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공공사업영역과 민간사업영역으로 세분하고, 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 미래 경주발전 비전을 하나씩 마련해 주길 바란다.
진남루를 돌아 절 마당에 이르면 대적광전을 중심에 두고, 왼쪽에 약사전, 동쪽에는 목탑지, 서쪽에는 응진전, 앞쪽에 진남루가 사각의 성지를 이루고 있고, 뜰에는 삼층석탑과 새로 조성한 석등이 있다. 보물로 지정이 되어 있는 대적광전은 기림사의 본전으로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의 다포식 단층 맞배지붕이다. 전면은 배흘림기둥에 화려한 꽃창살문을 달았는데 단청이 퇴색하여 고색창연하고 공포에 조각이 많이 들어가 화려하며 내부는 넓고 장엄하다. 수리할 때도 원형을 손상시키지 않아 예전 모습이 제대로 보존되어 있다. 느닷없이 마누라가 예뻐 보이면 치매기가 있고, 단풍이 눈에 성큼 들면 늙었다는 징조라고 한다. 단청이 퇴색된 건물을 보고 오히려 정감을 느끼게 되는 필자는 치매 전조인가, 늙었다는 징조인가?? 대적광전(大寂光殿)의 ‘적(寂)’은 번뇌를 멸한 고요한 진리의 세계 즉 니르바나(nirvana)를 의미한다. 한자로는 ‘열반(涅槃)’이라고 하는데 ‘니르(nir)’는 ‘꺼지다’이고 ‘바나(vana)’는 ‘불’이다. ‘니르바나’는 ‘번뇌의 불이 꺼지다’의 뜻으로 탐욕[탐(貪)]과 분노[진(嗔)], 어리석음[치(痴)] 등 온갖 번뇌가 다 소멸된 궁극적인 경지를 가리킨다. 즉 근심, 걱정이 모두 사라져 버린 평온한 마음 상태, 번뇌의 불꽃이 모두 꺼져버린 고요한 마음 상태, 욕망과 괴로움이 모두 소멸된 정신 상태가 니르바나[열반(涅槃)]이다. 대적광전의 ‘광(光)’은 그 세계에서 나오는 참된 지혜가 온 우주를 찬란하게 비춘다는 의미이다. 내부에는 삼존의 소조 불상을 모시고 있다.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불과 아미타불을 배치하고 있다. 그런데 좌우의 불상을 노사나불과 석가모니불이라고도 한다. 약사불이라면 지물인 약합이 없고 또 이 전각 바로 동쪽에 약사전이 별도로 있어 불상이 중복된다. 노사나불의 경우 보관을 쓰고 있거나 양손을 들어 손바닥을 위로 올린 형태의 수인으로 표현하는데 이곳에는 좌우 불상이 꼭 같은 수인을 하고 있다. 삼존불상은 몸집은 비대하나 머리가 작아서, 완성도는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후불탱화인 비로자나삼불회도(毘盧遮那三佛會圖)는 전체적으로 황토색의 바탕에 홍색, 녹색, 노란색 등이 조화를 이루어 은은한 느낌이 든다. 화면의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가면서 위상이 높은 상에서 낮은 상으로 배치하고, 인물의 표현도 점점 작아지게 하여, 원근감과 입체적인 공간감을 살리고 있다. 이 탱화는 천오(天悟)와 임한(任閑) 등 18세기 경상도 지역을 대표하는 화승(畵僧)들이 참여하여 숙종 44년(1718)에 그린 것이다. 이 대적광전은 신라 선덕여왕 때 처음 지어졌으며 그 뒤 8차례나 다시 지어졌다. 1997년 해체 공사 때 종도리에서 4종의 묵서가 발견되었다. 이 묵서에 의하면 1629년에 제5차 중수가 있었고, 1755년에 개조 중수가 있었고, 1785년에 6차 중창이 있었으며, 1978년에 제7차 중수가 있었다. 최근 1997년에는 정부의 문화재 수리 비용으로 제8차 완전 해체 수리가 이루어졌다. 대적광전은 불전 자체도 보물이고,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 역시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후불탱화인 비로자나삼불회도도 보물이다. 그래서 이 전각은 기림사 내에서도 가장 문화재를 많이 보존하고 있는 불전이다. 대적광전에는 이외에도 보물로 지정된 비로자나불의 복장물(腹藏物)이 발견되었다. 고려 말부터 조선 중기까지 무려 700여 년 동안 발행된 대방광불화엄경』을 포함한 71권의 전적과 부처님 진신사리 4과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1986년 9월 대적광전에 들어와 이 유물을 훔쳐 도망치는 절도범들을 잡아서 겨우 되찾은 것이다.
여기 사진 한 장이 있다. 세계적인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Tiger Woods)의 힘찬 스윙을 찍은 사진이다. 잘 알다시피 그는 PGA 통상 82번의 우승을 거머쥔, 현역 중 최고의 골프 선수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기에 갤러리들은 그의 힘겨운 스윙에 온통 집중하고 있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역사적인 순간을 두 손으로 곱게 쥐어든 핸드폰으로 기록 중이다. 미국 PGA 챔피언십 1번 홀, 우즈의 세컨드 샷 상황. 우즈만큼이나 긴장한 갤러리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뜯어보다가 우즈의 왼쪽 뒤에 있던 사람에 이르자 피식 하고 웃음이 터진다. 파란색 모자를 쓴 그 사람만 핸드폰 대신 캔 맥주를 들고 있다. 맥주 사이즈(!)도 모양(!)도, 두 손으로 고이 들고 있는 모양새(!)마저 똑같아 여차하면 놓치기 쉽다. 마치 ‘윌리를 찾아라’처럼 쉽게 지나친 장면에 교묘하게 숨어 있는 윌리를 찾았을 때의 그런 느낌이랄까.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였더라, 중요한 장면을 두 눈 대신 핸드폰에 담기 시작한 지가... 내 눈에 그는 존재 자체로 세상에다 웅변하고 있는 철학자였다. 눈은 이렇게 사용하는 거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의 눈과 그의 태도가 그걸 증명해준다. 아니 맨눈으로 대상을 보는 게 뭐가 대단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핸드폰이 눈의 기능을 대신하는 세상이다. ‘까만 직사각형’이 인류가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평범했던 일상이 더 이상 그렇지 않고 비범한 그 무엇이 되어버린 세월이 야속해서랄까. 핸드폰을 움켜쥐기 전의 그 견고했던 우리의 습관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그 상실감과 좌절감에, 그는 맥주를 든 철학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좀 오글거리는 표현이지만 그저 내 생각이 로맨틱해졌다고 치자.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은 한 장면만을 기록할 뿐이다. 동영상이라면 이어진 장면을 기억할 테고. 반면에 눈이 담은 기억은 언젠가는 흐릿해질 테지만, 인식 주체와 대상 사이 그 어떠한 개입도 없이 주체와 대상이 날 것 그대로 부딪치는 그 싱싱함이 살아있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타이거 우즈는 우상(idol)이다. 거의 BTS이고 ‘나훈아 오빠’다. 나를 홀라당 잊어버리고 온전히 몰입하는 대상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겸제의 ‘인왕제색도’도 마찬가지로 소위 걸작(masterpiece)이다. 걸작은 기본적으로 우리를 잊어버릴 만큼 시선을 붙잡아놓는 힘이 있다. 그래서일까 시공을 넘나들며 사랑받아 온 걸작을 감상하기 위해, 아니 소유하기 위해 예외 없이 우리는 핸드폰을 끄집어낸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아는가? 작품 모나리자가 걸작이라면 그걸 바라보는 우리도 걸작이라는 사실 말이다. 세상에는 성인(聖人)들이 많다. 하지만 그 어떤 성인도 스스로를 성인이라고 자랑하지는 않는다. 헤어스타일 독특한 그저 평범해 보이는 어느 인도 사람을 부처로 만드는 건, 그를 성인으로 볼 줄 아는 ‘눈 밝은’ 제자들에 의해서다. 스승을 뛰어나게 하는 것은 ‘스승의 눈’을 가진 제자 때문이란 말이다. 모나리자 작품만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눈을 가진 우리도 대단하듯, 타이거 우즈만큼이나 우즈의 눈을 한 갤러리도 주인공이란 말이다. 젊은 친구들 말마따나 가슴이 웅장해지는 이런 상황에 뱀 다리 하나를 붙이자면, 그 갤러리가 들고 있던 맥주 브랜드 사(社)에서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홍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맥주 캔을 든 철학자’와 바로 계약을 맺고는 이후 열릴 PGA 챔피언십 티켓과 모든 여행 경비를 제공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다. 무제한(!) 맥주를 제공한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들어있다고 한다. 그 조건으로 타이거 우즈 뒤에서 맥주를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은 티셔츠에, 모자에, 그리고 맥주 캔에 ‘새겨졌다’. 15초짜리 광고를 찍어 공식 트위터에도 올렸다. 두 손에 캔을 고이 든 그의 모습은 이제 영원히 기록된 셈이다. 광고 끝에는 이런 자막이 나온다. ‘즐길 때만이 가치가 있는 법이다(It’s only worth it, if you enjoy it).’ 타이거 우즈처럼 매 경기에 집중하고 즐기다 보면 레전드가 된다는 말도 되지만, 우리도 이 맥주를 즐길 수만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분명한 건 그냥 맨눈으로 대상을 봤다고 평생(뒷끝 있는 저를 용서하십시오, 얼마나 부러웠으면...) 맥주 이용권을 획득하는, 이 아이러니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식물원을 위하여 序/이경록 누가 만든 식물원인지 식물원이 하나 둥두렷이 공중에 떠 있다. 낮에는 이 나라 사람들이 뱉는 탄소炭素들이 모여 이 식물원을 감싸고, 식물원의 숨소리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모두 아맹啞盲이 되는 풍조라, 자신의 호흡으로 이 식물들이 생긴 줄 모른다.) 주인 없는 이 식물원은 공중의 정精, 별 꺼지는 밤이면 지상으로 내려온다. 지상으로 내려와 사람이 잠든 거리를 식물들이 거닐고, 식물들 중의 어떤 놈은 자기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잠든 사람은 모두 식물들인가? 이 세상은 식물을 위한 하나의 식물원인가? (사람들은 모두 아맹啞盲이 되는 풍조라 이런 개념 구분이 불분명하다.) 그러면 밤이여, 다시 끝없이. 이 식물원을 위하여! -지금 읽어도 새로운 공중정원의 상상력 경주가 낳고 품은 천재 요절 시인 이경록이 절정일 때 쓴 「이 식물원을 위하여」 연작은 상상력과 현실 인식, 미적 완성도 등에서 시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두루 갖추면서 한국 시단에 시적 광휘를 눈부시게 펼쳐 보인 작품들이다. 연작 6편 가운데 첫 작품인 「이 식물원을 위하여 · 序」를 보기로 한다. 안타까운 것은 시 전집에 실린 이 시에서 틀린 곳이 다섯 군데나 발견된다는 것. “탄소炭素들이”가 “탄삭炭索들이”가 되고, 불필요한 구절이 들어가고, 한 구절은 아예 빠지기도 했다. 올바른 해석을 위해서라도 원전확정이 시급하다. “식물원이 하나 둥두렷이 공중에 떠 있다”니? 환상을 통해 공중에 돌올한 이미지 건축을 하는 시인의 놀라운 상상력을 우리는 본다. 이 공중정원의 이미지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공중의 핵(“정精”)인 식물원이 “별 꺼지는 밤이면 지상으로 내려”오는 구조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자. 공중의 식물원은 지상의 사람들과 무관하지가 않다. “이 나라 사람들이 뱉는 탄소炭素들이 이 모여 식물원을 감싸고” 있어 보이지 않고, 또 숨소리도 들리지 않 지만 말이다. 시인만이 “사람들의 호흡으로 생”긴 이 식물원을 상상력 속에서 공중에 위치시키고 낮엔 공중에 떠 있다가 밤이 되면 내려오게 한다. 내려온 식물들은 “사람이 잠든 거리를 거닐고, 식물들 중의 어떤 놈은 자기가” ‘진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움직이다 못해 거들먹거리기까지 하는 식물, 이야말로 시적 영혼의 아픔과 불온성이 아닌가? 마침내 시인은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말 못하고 보지 못하는 인간, 마비된 세상을 향해 일갈한다. “잠든 사람은 모두 식물들인가? 이 세상은 식물을 위한 하나의 식물원인가?”고. 이제 우리는 시인이 공중에 하나의 식물원을 축조한 이유가 하나의 ‘식물원이 되어버린 당대의 세상’에 대한 저항 의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시인은 식물원이 지상에 내려오는 이 의식을 통하여 ‘아맹啞盲’이 된 당대의 숨 막히는 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시적 응전을, “그러면 밤이여, 다시 끝없이. 이 식물원을 위하여!”라고 지속하고 있다. 어떻게 시인은 70년대 중반에(「이 식물원을 위하여」 연작은 『현대문학』 1976년 1월호와 같은 해 봄에 발간된 동인지 『자유시』 1집에 실려있다.) 우리 시단에서 198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나타나는 ‘공중정원’의 상상력(송찬호는 1989년에 낸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에서 「공중정원」 연작 3편을 선보인다.)을 10년 이상이나 앞당겨 선취하고 형상화할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이런 미학적 건축술은 확실히 시인만의 독자적인 영역이다. 실제로 시인은 이 연작을 쓰기 위해 남산식물원과 창경원을 여러 번 다녀왔고 “피다 만 산난초 하나”(연작 1), “말이 필요하지 않은 질경이풀”, “오래 사용하지 않은 목구멍”에 “얼기설기 엉켜 있”는 가시덩굴(연작 2) “본적이 다”른 산다화, “서로 말이 없”는 개불알꽃(연작 3), “시들고 짖이겨져 있”는 개나리, 진달래(연작 4), “입만 벙긋”하는 포인세티아, 남천, 철쭉, 동백, 열대식물(연작 5) 등 다양한 식물들을, 소통 불능이 된 당대 인간의 양태와 상황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연작의 놀라운 신선함을 알아본 당대의 대표적인 평론가 김현이 “작품을 쓰는 대로 모두 문학과지성사로 보내라”는 엽서를 보낸 것도 이 무렵이다. 그러나 뒤이은 발병과 투병으로 그는 “내 피는 하늘에서 별이” 된다는 시(「빈혈」)만 남기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말았다. 그의 빛나는 업적을 이어가는 것은 이제 후배들의 몫이 됐다.
경주를 기반으로 한 책은 널리고 널렸다. 신라 유적과 신라사를 기반으로 한 인문학술서적들만 해도 수만 권이 넘을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경주를 특정할 만한 영화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개봉된 영화 중에 작품성과 흥행을 다 잡은 알찬 작품도 있었던 반면 언제 그런 그런 영화가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영화도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는 ‘신라의 달밤(2001)’이다. 김상진 감독이 연출했고 이성재, 차승원, 김혜수 등 당시로서는 가장 핫한 배우들이 출연했고 인기 있던 조연인 이원종, 성지루 등이 가세한 조폭 영화다. 흥행도 성공적이어서 당시로서는 놀랄 만한 서울 160만, 전국 480만명의 출중한 성적을 거둔 영화다. 이 영화에서 경주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요점은 영화의 모티브가 수학여행에 있고 그 수학여행의 요람이 경주였다는 사실이다. 극중 주인공인 최기동(차승원 분)과 박영준(이성재 분)이 수학여행 와서 경주의 고등학교 학생들과 패싸움을 벌인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제목답게 황남동 고분군, 감포 앞바다, 영화의 주요 촬영지였던 황오동 상가, 서출지, 불국사 유스호스텔 지역, 보문호수는 물론 경주경찰서까지 직접 비추는 등 경주의 구석구석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들에 몰입하다 보니 경주의 풍경이 차분하게 조명되는 흔적은 적은 편이다. 고분들이 자주 드러나는 장면 이외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 영화가 온전히 경주에서 찍은 영화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경주의 색채를 담는 데는 소홀했다. 당시 이 영화는 경주 출신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강우석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는 전제에서 시작되었는데 나중에 투캅스3(1998), 주유소 습격사건(1999) 등의 연출로 알려진 김상진 감독으로 바뀌면서 출연진도 일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경주를 다시 알리는데 충분한 영화였고 경주사람들에게도 수학여행 전성기 경주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아쉬운 것은 2001년은 지금처럼 SNS가 발전하지 않은 시기이다 보니 영화가 흥행했는데도 불구하고 신라의 달밤을 보고 경주를 찾는 관광객은 드물었다는 사실이다. 만약 지금처럼 SNS가 발달했다면 영화를 보러 온 관광객도 훨씬 많았을 것이고 영화 촬영 장소들마다 관광객이 들끓는 특수도 누렸을 것이다. 이런 아쉬움은 드라마 선덕여왕(2009 MBC)과 상당한 대조를 보인다. 최고 시청률 43.6%를 기록한 근래 보기 드문 흥행작이었던 이 드라마는 2009년 5월에 방영을 시작해 같은 해 12월 22일에 종영했다. 마침 이듬해인 2010년은 대한민국 스마트폰이 보급이 500만 대를 넘어선 스마트폰 대중화의 시대였고 이를 기반으로 한 SNS의 효과가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을 때였다. 당시 선덕여왕 촬영장소는 경주시민은 물론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연일 몸살을 앓았다. 오죽하면 그 이전에 아무도 찾지 않던 낭산의 선덕여왕릉이 관광객들의 행렬로 근처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을까? 이서진, 김희선이 주연을 맡아 방영된 ‘참 좋은 시절(2014 KBS2)’도 30.3%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경주 알리기에 톡톡히 한몫했다. 그러나 아무리 SNS가 발달해도 영화건 드라마건 흥행하지 못하면 이런 특수를 기대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장률 감독이 내놓고 ‘경주’란 제목으로 찍은 영화 ‘경주(2014)’의 경우 경주시민들조차 이런 영화가 있었는지조차 모른 채 묻혀버렸다. 경주출신 송창수 감독이 도굴을 소재로 찍은 ‘마이 캡틴 김대출(2006)’도 경주에 파급효과를 미치지 못했다. 유감스럽게도 경주는 ‘신라의 달밤’과 ‘참 좋은 시절’ 이후 이렇다 할 영화나 드라마를 유치하지 못한 채 영상산업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신라의 달밤’이 SNS 발달 이전 기억나는 경주 영화로 선택된다면 SNS발달 이후 경주사람들이 자신 있게 말할 경주 영화는 언제쯤, 누구에 의해 만들어질까? 꾸준한 스토리 개발과 영화·드라마 유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