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악몽과도 같은 긴 터널 속을 헤매오던 지역 관광산업이 만 2년을 넘기면서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펜데믹으로 잔뜩 움츠렸던 관광·여행 욕구가 분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실제 봄을 맞아 전국적으로 유동 인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경주도 벚꽃시즌 관광지마다 몰려드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코로나19로 급격히 감소했던 경주지역 주요관광지점의 입장객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소식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공개한 2021년 전국 주요관광지점 입장객 통계 현황에 따르면 비록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엔 미치지 못하지만, 2020년과 대비해 입장객수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경주에서는 동궁과월지를 비롯해 모두 24곳을 주요관광지점으로 정하고 입장객수를 집계하고 있다. 그 중 상위권 5개소로는 동궁과월지, 불국사, 대릉원, 경주월드, 석굴암 등 경주 대표 관광지다. 동궁과월지는 2021년 입장객 128만2426명으로 전년보다 58.4% 증가했다. 불국사도 108만1816명이 찾아 전년대비 54.5%, 대릉원은 108만1410명으로 49.0%, 경주월드 97만2512명으로 55.8%, 석굴암은 52만6504명으로 41.2% 늘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곧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경주 관광산업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펜데믹 상황 속에서 감염병 전파를 우려해 항공편을 봉쇄하는 등 전 세계 관광산업이 꽁꽁 얼어붙어있었다. 그러다 최근부터는 높아진 백신 접종률과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 국가가 늘면서 여행수요도 그만큼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한 홈쇼핑 업체가 유럽 여행 상품을 내놓자마자 순식간에 동이 나기도 했다는 사실도 전해진다. 해외여행을 막아왔던 방역지침이 ‘입국시 자가격리’ 의무 해제로 전환되면서 수천 건의 예약이 몰려들었던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가장 호황을 맞을 분야는 바로 관광산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위드코로나 시대에 경주시도 이젠 변화하는 관광산업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관광산업은 부가가치와 고용창출 효과가 큰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회생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여행 시대가 열리고 있다. 2년 동안 잠재워졌던 여행 욕구가 한꺼번에 쏟아질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해외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도 그만큼 증가할 것이다. 이 때문에 경주를 찾아온 관광객들이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여행·숙박·관광 등 관련 산업이 조속히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길 바란다. 경주시는 위드코로나 시대 관광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간파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오는 5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 정부에 거는 경주시민들의 기대가 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1일, 12일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TK지역 방문 계획에 따라 경주를 찾아 하룻밤을 보냈다.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또 선거 때, 그리고 이번에 당선 후까지 모두 세 차례나 경주를 찾았다. 윤 당선인의 이번 방문으로 새 정부가 경주 현안 사업 해결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지원을 할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선 기간 윤석열 당선인이 한 경주 관련 공략이 이행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 당선인의 경주 방문일정을 함께한 주낙영 시장은 대선 당시 지역 공약인 △SMR(소형모듈원자로) 기술 집중 투자 △신라왕경 복원·정비 집중지원 △경주 역사문화관광특례시 지정 △미래자동차 산업 혁신벨트 조성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중수로 해체 기술원 건립 지원 등 경주 미래 발전을 위한 사업에 대한 지원을 건의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경주시민의 염원을 공감하며 빠른 시일 내 성과가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선거 운동 기간 경주를 찾아 내놓은 경주 관련 공약은 크게 세 가지다. 천년도읍, ‘신라왕경 복원·정비’ 집중 투자 및 지원, 경주 ‘역사·문화·관광 특례시’ 지정, 혁신 원자력 프로젝트 추진, 미래 자동차산업 혁신벨트 추진 등이다. 이들 사업은 모두 정부의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는 사업들이다. 특히 신라왕경 복원·정비의 조속한 추진은 경주시민들이 원하고 있는 사업으로, 천년고도의 위상을 회복시키고, 국격을 높이는 중차대한 일이다. 또 원자력 산업의 혁신, 자동차산업 혁신벨트 추진은 경주와 인근 도시뿐만 아니라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들 사업은 경주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 중이지만 지지부진하거나, 계획된 사업이 대부분이다.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약사업의 이행 의지는 새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하는 것이다. 윤 당선인의 경주지역 공약 실행 의지가 있는 만큼 이들 공약은 반드시 지켜질 것으로 경주시민들은 믿는다.
설마 했던 코로나 사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서 우리는 심리적인 펜데믹에 빠져들었다. 주도적이고 자유로웠던 생각들이 바이러스 때문인지 방역 때문인지 철저하게 통제되었다. 실존을 우선으로 개인의 자유권을 외치던 시대에서 전 국민과 전 세계인이 동시에 행동의 제약을 받는 암흑의 시기에 우리를 던져둘 수밖에 없었다. 행동이 통제 당한다는 것은 생각의 자유가 억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사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시간과 모임의 통제로 인해 제약받는 많은 업종과 그런 제약에 취약한 계층들에게 3년 가까운 시간은 허탈한 공황 상태를 맞이하여 회복하기 힘든 긴 시간이 되었다. 급작스러운 사건 사고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집중 관심을 받아서 해결책이 더러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우리 모두에게 서서히 스며든 이런 사태들은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각성이 사라지고 만다. 기대하고 기대했던 코로나의 종식 시기가 2년을 꽉 채우고도 다시 3년째 접어들면서 오미크론 변종의 유행과 함께 진정되지 않는 작금의 사태를 보며 2019년 2월부터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인내했던 시간에 허무감을 느끼게 되는 사람들도 많다. 명확한 구분 선 없이 극복한 것도 아니고, 항복한 것도 아닌 1급에서 2급 전염병으로 일상으로 오미크론이 풍토병으로 하향 조정되는 엔데믹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사실 다른 대안은 없다. 뒤돌아보면 2년이 넘는 시간 거의 무방비 상태였던 일반인들과 초·중·고등학생, 심지어 유아들까지 온라인 교육 및 재택수업 및 근무 등에 익숙해진 초유의 빠른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기술은 급진보 되는 계기가 되었고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가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본다면 모든 것이 멈춰진 것처럼 느껴지던 2년이 지나고 3년에 접어드는 시간 동안 돌아본다면 실상 아무것도 멈춰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지고 또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 멈춰 선 것이 있다. 과학기술도, 경제도 아닌 교육이다. 교육은 기술의 진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발달한 문화와 과학적 기술 안에서도 매우 느리고 직접적인 아날로그식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모든 것이 멈춰진 상태에서 다시 리셋을 하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놀랍게도 이 와중에 전 세계의 기업들은 ESG를 표명하며 환경과 사회공헌 그리고 투명한 경영을 내세우며 다시 선점우위를 시도하고 있다. 이 또한 교육의 힘에 의한 의식혁명이 시도되어야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자금의 흐름에 따른 조치라는 것은 한편으로는 걱정할 만하다. 교육이 또 다시 경제논리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가 된다. 그 동안 어쩔 수 없이 방역과 안전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정책은 교육 공백의 사태를 초래했다. 많은 것들은 당장에 부정적인 효과가 드러나지만, 교육과 환경문제만큼은 과거와 현재의 축적된 원인이 미래에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어있다. 2019년 초등학교 1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학생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이제 3학년이 되었다. 당사자들은 비교할 수 없어서 어려움을 잘 모르겠지만 지켜보는 부모의 입장이나 교사의 처지에서는 참 안타까운 상황을 바라봐야만 했다. 입학식을 온라인으로 하거나 생략이 되었고, 시스템도 교사도 능숙하게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우왕좌왕하던 비대면 화상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으므로 학습자나 부모의 입장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신입이라는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여 첫 학교생활을 하던 초등학교 아이들은 2학년을 지나 3학년이 되었고, 중·고등학생들은 신입생에서 졸업생이 되었다.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교육의 혼란, 격일 출석이라는 거리두기의 제한과 그리고 개인과 가족의 확진 등으로 심각한 수업 공백이 일어났다. 단순한 수치적 결과로는 수업일수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것과 그로 인한 수업내용의 부실함이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수업 태도가 제대로 길러지지 않은 것이다. 이 어수선한 가운데 부족한 학습량과 갖춰지지 못한 학습 태도와 관계 형성 등의 문제는 개인 사정이 되어버렸다. 백지상태였던 2019년 초·중·고 입학과 1학년을 잃어버리고 그 후 2년 동안 엉성하게 지내버린 학습자들의 시간, 누구도 비워진 3년을 채워주지 못한다. 엔데믹(주기적 유행)으로 전환하려는 시점에서 교육 당국과 교육의 주체자인 학교와 교사들은 이 심각한 문제를 학부모들과 같이 토론하면서 보완을 하는 완충 시기가 필요하다. 학습자 개개인의 학습량, 학습진도, 학습을 대하는 태도, 집중력, 끈기, 친구와의 관계형성 등에 대한 집중적인 질적 조사를 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문제가 잠재되어 표면화될 것을 충분히 예측하면서도 부모나 학습자 개인에게 책임 전가를 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또 다른 재앙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이 논단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지난달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조선의 승려 장인>을 관람했다. 조선시대 불교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대규모 전시로, 평소에 실견하기 어려운 불상(佛像)과 불화(佛畫) 등 불교 미술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중 필자는 제2부 ‘불상과 불화를 만든 공간’에 설치된 ‘화승의 스튜디오’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화승의 스튜디오’는 사찰에서 예술품을 만드는 스님(승려 장인)들이 실제로 작업하는 공간을 전시장에 옮겨온 것이다. 스튜디오 내부는 불화장(佛畫匠)이셨던 석정스님(1928~2012)이 생전에 실제로 사용하셨던 붓, 먹, 종이, 벼루를 비롯하여 불화를 그리는 도구들이 전시되어있었다. 도구들 옆의 모니터에는 석정스님의 제자인 송천스님이 실제로 불화를 제작하시는 영상이 방영되고 있었다. 스튜디오는 작가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완성된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작품의 제작 방법, 작품의 이면에 담긴 이야기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예가인 필자는 종이와 먹 등 전통 서화재료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스튜디오에 전시된 재료들을 꼼꼼히 살펴보는데 먹이 눈에 뜨였다. 석정스님이 쓰신 먹들은 일반적인 것인 반면, 송천스님의 먹은 영상 화면에 얼핏 부분만 보였지만, 분명 <철재옹서화보묵(鐵齋翁書畫寶墨)>이었다. 이 먹은 유래가 좀 독특하다. 일본의 문인화가이자 유학자인 토마오카 텟사이(富岡鉄斎, 1837~1924)가 중국 상해에서 활동했던 청나라 먹장이었던 조소공(曹素功)의 후손인 조요천(曹堯千)에게 요청하여 만든 것이다. <철재옹서화보묵>은 문화혁명기 이전,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등 시대에 따라 먹의 재료가 조금씩 다른데, 문화혁명기 이전의 것은 오동나무 기름(桐油)과 칠(漆), 한방약을 향(香)으로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시기 먹은 매우 귀하고 비싸다. 먹은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시간이 오래되면 될수록 숙성되어 고색(古色)이 나오기 때문이다. 송천스님이 불화 제작에 이 먹을 쓰고 계셨다. 보통 전통먹, 그 중 유연먹(油煙墨)을 쓸 때 고매원(古梅園)의 홍화먹(紅花墨)을 쓴다. <철재옹서화보묵>은 우리나라에서 크게 알려진 먹이 아니라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먹의 측면과 윗부분을 보면 어느 시기,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세부정보가 적혀있는데, 영상의 먹은 부분만 나오다 보니, 세부정보까지는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먹은 식물의 씨앗을 착즙해 생긴 기름을 태워 만든 그을음으로 만든 유연먹이다. 소나무 그을음으로 만든 송연먹(松煙墨)보다 입자가 작고 고르며, 보다 진한 검은색을 띄며 광택이 있는 편이다. 극세필이 필요한 불화를 위해서 송천스님은 중후하고 깊은 색을 내는 송연먹을 사용하기 보다는 검은색에 가깝고 입자가 고운 이 먹을 선택하신 것 같다. 일본인의 요청에 의해 중국에서 만든 먹이 불화 제작을 위해 한국에서 사용되었다. 전통시대 서사도구를 함께 공유한 한중일 삼국의 이야기가 이 먹 한 자루에 들어있는 느낌이었다. 좋은 먹과 종이에는 국경이 없다. 조선시대 옛 편지를 읽던 중, 정조가 중국에서 수입한 냉금지(冷金紙, 금박, 은박이 박혀 있는 종이)를 신하들에게 한두 장 씩 선물했다는 구절을 읽은 기억이 있다. 신하들은 왕에게 선물로 받은 그 종이 한 장을 얼마나 애지중지했을까? 물론 임금에게서 하사받은 것이어서 더욱 소중했겠지만, 종이는 그 자체로 귀한 것이었다. 좋은 먹도 물론이다. 그래서 예부터 먹 아끼기를 금과 같이 한다(惜墨如金)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동아시아 삼국은 함께 공유한 역사와 문화가 풍부하다. 특히 서사도구였던 문방사우는 동아시아만의 독특한 문화이다. 명필이 붓을 가리듯 국적과 관계없이 더 우수한 제품을 선호하고 사용하는 것은 예술가에게 당연한 일이다. 수단과 도구를 잘 활용하여 최상의 결과물,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여기는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샌디 훅(Sandy Hook) 초등학교 도서관. 광고는 도서관에 따분하게 앉아 있던 남학생의 낙서로 시작된다. ‘아, 따분해(I am boared)’ 무료할 때 흔히 하듯 주인공은 아무 생각 없이 책상에다 낙서를 남기고는 수업엘 들어간다. 가볍게 노래가 흐르고(아마 수업이 마쳤다는 의미겠다) 다시 돌아온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예상 못한 댓글(?) 낙서였다. “안뇽, 따분아(hi boared, nice to meet you)” 처음엔 독백이었는데 이제 대화가 되었으니 쌍따옴표 처리가 좋겠다. 남학생의 굵은, 그러나 무료한 느낌 그대로인 글자 바로 밑에 귀여운 필체의 댓글이 달린 거다. 여학생이다. 소년은 놀란 마음에 주변을 둘러본다. ‘누구지? 누가 글을 남겼을까?’ 따분한 도서관은 이제 흥미와 재미로 가득한 놀이동산이 된다. 남학생의 얼굴에서, 중딩인 우리 아들 첫사랑에 빠졌을 때의 딱 그 얼굴이 보인다. 콧구멍이 벌렁거리는 사춘기 소년의 얼굴이. 그 학생은 반가움 반 호기심 반으로 또 댓글을 남긴다. “ㅋㅋ(lol)” 쉬는 시간이 되기만 기다리는 중(can’t wait for break)” 짝사랑도 상대가 있는데, 얼굴도 모르는 비밀 연애를 하자니 쉽지 않다. 남학생은 오가는 애들을 지켜보는 게 이제 주 임무가 되었다. 친구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도 목을 빼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걸어가는 여자애들을 지켜본다. 댓글 릴레이는 계속 이어진다. “이번 여름방학에 뭐 할 거니?” 굵은 글씨가 물으니 “별 계획 없는데?” 하고 이쁜 글씨가 답한다. 가슴 설레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학교 내 풍경은 즐겁게 어지럽다. 기분 좋은 배경 음악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이제 곧 여름 방학인데 마음이 급한 남학생은 “넌 정말 누구니?” 하고 물었다. 그를 아니 그의 필체를 알아본 건 우연하게도 여학생 쪽이었다. “안뇽, 따분아” 여학생이 웃으며 반갑게 부르자 “너였구나!” 남자애는 고개를 돌리며 여학생의 얼굴을 확인한다. 배경음악은 이미 해피엔딩이다. 이렇게 풋풋한 사랑이 시작되려는 순간! 저 멀리 강당 문이 활짝 열린다. 그리고는 헤드폰을 쓴 노랑머리 남학생이 장총을 꺼내 든다.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학교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바뀐다. 불행히도 이 광고는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이다. 2012년 12월 14일에 있었던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은,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총기 사건이었다. 6~7세 사이의 어린이 20명과 학교 직원 6명을 포함해서 모두 26명이 살해되었다. 끔찍한 일을 저지른 주인공은 대체 누구인가? 다시 광고로 돌아가 본다. 상대를 찾고 다니는 남자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다니다 우리(시청자)는 그만 중요한 걸 놓치고 말았다. 광고 제작자의 의도였으니 모를 수밖에 없었겠지만, 사실 (나중에 총을 들었던) 그 노란 머리 학생은 모든 장면에 등장한다. 기분 좋은 배경음악과는 비교되게 어디선가 홀로 외롭게, 헤드폰을 푹 눌러쓰고 있었는데, 아무도 몰랐다. SNS에 죽고 싶다는 글을 남겨도, 총기 사이트를 뒤져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외롭고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는, 왕따 소년은 불행히도 광고의 진짜 주인공이었다. 인지(認知)하지 못하면 바로 앞에 있어도 우린 그 존재를 모른다. 엉뚱한 이야기지만 우리 와이프도 절대 모른다. 남편이 결백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와이프의 냉장고에서 굴 소스 좀 꺼내 달라는 소리에 나는 아무리 찾아도 없는(!) 그 소스를 와이프는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낸다. 정말 없었는데 말이다. 신경마케팅 분야의 권위자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박사도 ‘모르는 것’은 눈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법이라 했건만 나는 ‘잘 아는데도’ 안보였다. 공익 광고는 인간의 이런 특성을 잘 활용했다. 아무도 관심이 없었으니 결국 존재하지 않았던 그의 진짜 이름은 아담 란자(20). 학교에서 범행을 저지르기 전 자신의 어머니도 쏴 죽였던 그는 경찰이 들이닥치자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김으로써 처참한 사건은 종결된다. 광고의 마지막 자막은 이렇다. “당신이 사랑에 빠진 남학생에 빠져있는 동안 누군가는 총기 난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었다. 아무도 눈치를 채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외로움과 무관심이 이렇게 무섭다. 보험금 때문에 계곡으로 떠밀려야 했던, 어느 남편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하다.
아득한 옛날 1300여년을 거슬러 신라 사람이 되어 모차골을 찾아 길을 나선다. 모차골은 서라벌 동쪽 계곡 중에 마차가 다닐 수 있는 유일한 골짜기였다. 그래서 마차골이라 하였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모차골로 바뀌고, 필자가 어린 시절에 경주 사람들은 모챗골이라고 했었다. 감포행이나 양남행 시내버스를 타고 추령터널에 들어서기 전 추원(楸院) 정류장에서 내려 모차골로 접어든다. ‘楸’는 가래나무 또는 호두나무를 의미하고 ‘院’은 음식까지 제공하던 숙소를 의미한다. 원 마당에 호두나무가 있어 추원이라 했을까? 감포에서 서라벌로 오가던 길손이 날이 저물면 이곳에서 여장을 풀었을 것이다. 추원 아래 골짜기 건너에 있는 마을이 가내동이다, 옛날 사람들이 이곳에 올라 동해를 바라보고 소원을 빌었다고 하여 관해등(觀海嶝)이라고 하였다는데, 등(嶝)은 고개를 지칭하니 관해등은 ‘바다가 보이는 고개’라는 의미이다. 또, 동해를 볼 수 있는 곳이라 하여 관해동(觀海東),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관해동(觀海洞)이다. 우리 경주 사람들은 가내동이라고 했는데 관해동이 발음하기 편한 가내동으로 바뀌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승용차 1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소로를 따라 골짜기 안으로 접어들어 30여 분을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인자암(仁慈庵), 그리고 정면에 ‘신문왕호국행차길’이라는 커다란 표지판이 있다. 만약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이곳까지 진입이 가능하다. 여기서부터 용연폭포까지는 약 4Km이다. 골짜기에 들어서면서 보이는 안내판에는 ‘왕의 길’, 경주학연구원에서는 ‘만파식적로드’, 또는 ‘문무왕의 장례 길’이라고 하였다. 경주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는 ‘기림사 왕의 길’이라고 한다. 서라벌에서 동해안에 이르는 여러 길 중에 마차가 다닐 정도로 경사가 완만한 고개는 이 길뿐이다. 이 길은 문무왕의 장례 행렬이 지나면서 개척된 길로 추정된다. 이후 상기한 바와 같이 여러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을 것이다. 문무왕의 장례 행렬은 월성에서 시작해 낭산에 있는 능지탑을 거쳐 보문, 덕동호, 시부거리, 사시미기를 거쳐 모차골에서 함월산을 넘어 용연과 기림사를 지나 감은사와 대왕암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길은 용성국(또는 다파나국)의 왕자였던 석탈해가 서라벌로 들어온 길이기도 하다. 쌓인 낙엽이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는데 곳곳에 산짐승의 자취가 있어 등골이 써늘하다. 그러나 그 옛날 마차가 다닌 길이라 경사는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이곳 모차골은 경주에서 가장 깊은 골짜기이다.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홀연히 백발의 신선이 나타날 것도 같다. 문득 이런 싯귀가 떠오른다. 問余何事棲碧山 (문여하사서벽산)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묘연거) 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별천지일세, 인간 세상 아니네 시선(詩仙) 추앙되고 있는 이백(李白) 즉 이태백(李太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이라는 시다. 이 고갯길의 정상인 수렛재까지는 1.4km이다. 말이 구를 정도로 험하다는 말구부리, 숯을 구웠던 흔적이 있는 숯가마터, 당시 이 고개를 넘던 사람들이 땀을 씻었다는 세숫방을 지나면 불령봉표에 이르게 된다.
가난에 대하여 김승희 가난은 전깃줄 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반쯤 감전된 검은 까마귀들이거나 신문지로 덮어놓은 밥상 구타와 악다구니와 꽃밭 앞에 나동그라지는 세숫대야 천지는 인자하지 않단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 하나 병들어서 어느 날 밤에 누군가는 생을 떠나고 아침 골목에 내놓은 연탄재 구멍 속에 누군가 파란 손목 두 개를 꽂아놓았네 가난은 폭삭 끊어진 계단 계단이 없으면 천사도 안 오고 돈도 안 오고 밤새 눈 내려 얼어붙은 빙판길에 압정 같이 떨어진 별빛들 가난은 압정같은 별빛을 밟고 걸었다 슬픔은 휘발되지 않더라 슬픔은 가라앉아 벽돌이 되기도 하더라 그 벽돌이 몸을 이기기도 하더라 벽돌 한 장 만한 마당에 꼬부랑 할머니가 세살짜리 손녀와 앉아 채송화나 분꽃 씨앗을 심는 것 아욱을 바락바락 씻고 맑은 쌀뜨물에 된장을 풀듯이 어진 손이 그렇게 하는 것 천지는 인자하지 않지만 가난 속에서 어진 기운이 나오는 움틀임의 방향으로 그렇구나, 가난이 마지막 단어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가난의 막다른 골목, 그러나 그 속에서 나오는 어진 기운 다시 봐도 번득이는 시다. 이미지는 선득하고 뼈가 저린다. 박수근 그림보다 우울한 푸른 빛이 서린 좋은 시에 찔린다. 감전된다. 시인은 ‘세상’이 아니라 ‘천지’라는 어휘를 써서 골목의 가난을 핍진하게 그린다. ‘천지’라는 말은 세계를 넘어서 우주, 섭리까지를 끌어오는 말이어서, “천지는 인자하지 않다”라는 문장 속에는 신의 섭리가 있다면 어떻게 이렇게 비참하도록 내버려두었을까 하는 감정마저 들어 있다. 시인은 가난을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반쯤 감전된 검은 까마귀들”, “구타와 악다구니와 꽃밭 앞에 나동그라지는 세숫대야”,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 하나”밖에 없는 누군가가 병들어 죽어가는 것, 심지어 아침골목에서 발견되는 “연탄재 구멍 속에” 꽂아놓은 “파란 손목 두 개”로 묘사한다. 연탄구멍 속의 파란 손목은 필시 연탄 집게를 말한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그 불길함이 가시는 건 아니다. 가난은 필시 공간과 미래시간으로부터의 단절(“가난은 폭삭 끊어진 계단”)이어서 구원도(“천사도 안 오고”), 물질적 도움도 없어서(“돈도 안 오고”), 별빛마저도 압정같이 밟고(“빙판길에 압정 같이 떨어진 별빛들”) 건너게 한다. 이 시에서 가난이 야기한 슬픔은 벽돌이라는 최소공간으로 묘사되는데(“슬픔은 가라앉아 벽돌이 되기도 하더라”), 이 공간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바로 “벽돌 한 장 만한 마당에 꼬부랑 할머니가/세살짜리 손녀와 앉아 채송화나 분꽃 씨앗을 심는 것”에서 말이다. 골목에 만연한 조손가정 이야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천지는 인자하지 않단다”에서 “천지는 인자하지 않지만”으로 물길을 트는 할머니와 세살짜리 손녀에게서 어진 기운을 읽는 이 믿음 때문에 우리 삶은 아직 포기할 수 없다. 어진 기운은 어진 기운을 낳는 법. 마지막에 휘감아치는 “가난이 마지막 단어가 아니라서 다행이다”는 말이 한없이 작아진 우리를 감싼다.
“삼국지를 처음 본 것이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얼마나 심취했는지 학교공부는 뒷전이었지요. 그래도 그때 삼국지 본 덕분에 인생 전반에서 조금 더 현명해질 수 있었지 싶습니다” 북군동에서 유로빌 펜션과 열대농장을 경영하는 이광식 대표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삼국지를 추천한다. 방금 말했다시피 한창 가치관이 형성되던 시기에 푹 빠져서 읽은 삼국지는 숱한 군웅들의 삶을 통해 자신의 인생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삼국지에 매료된 이광식 대표는 지금까지 살면서 삼국지를 몇 차례나 읽었고 요즘도 중국 드라마를 보며 다시 삼국지 삼매경에 빠져 있다. “책이건 드라마건 삼국지는 보기가 겁이 나요. 일단 보기 시작하면 헤어나기 어려울 만큼 끌리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삼국지가 주는 몰입감이 크다는 이광식 대표는 삼국지의 군웅들 중에서 닮고 싶은 인물로 관운장과 제갈량을 꼽는다. 관운장은 젊은 시절 자신이 추구했던 표본적인 영웅이었던 한편 나이가 들면서 전체를 아우르는 제갈량의 포용력과 치밀한 전략이 자신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어디에서건 당당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의리를 무겁게 여기고 대의를 분명히 밝힌 관우의 모습은 젊은 시절 제가 추구한 인물상이었습니다. 그러다 사업을 하면서 전체를 지휘하는 제갈량의 모습에 매료되었지요. 사실 유비와 합류했을 때 제갈량이 나이 많고 고집 쎈 관우 장비와 어울리기 위해 지략을 발휘했고 심지어 뒤에는 황충 같은 노장도 쉽게 지휘하지 않았습니까? 삼국지 중후반부는 제갈량을 빼놓고는 이야기 자체가 의미 없을 정도지요” 사업을 오래 해온 이광식 대표는 사업상 중요 결정 역시 삼국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소개한다. 실제로 삼국지에는 그 시대를 앞서간 제갈량의 현란한 시도도 많이 녹아 있다. 기후를 잘 알아 적벽대전에서 승리하거나 연속동작으로 발사되는 쇠뇌를 만들었는가 하면 짐을 쉽게 나르는 목우유마를 개발한 이야기들이 대표적이다. 다분히 소설적인 이야기를 2010년 발표한 중국 드라마 삼국지는 잘도 현실화 시켜서 멋지게 구현해 놓아 이게 마치 실제 일어난 일처럼 만들어 놓아 실감을 더한다. 다분히 전통 기와집이 만연한 경주에서 유럽식 펜션을 짓고 열대과일농장을 일으킨 이광식 대표의 프론티어 정신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을지 가늠할 수 있다. 소설상의 허구성 여부를 떠나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면서 그것을 설득하고 실행하는데 조금의 망설임이 없었던 제갈량의 지혜는 이광식 대표가 눈여겨 보았던 대목임에 틀림없다. 북군동 펜션단지에서 다년간 회장과 여러 중책을 맡아 단지 활성화와 공동사업을 일으킨 것 등에서도 이런 면이 확인된다. 북군동에만 50여 개의 펜션이 있는데 이들과 뜻을 모아 공동의 목표로 움직이고 시에서 전격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활동한 것은 이광식 대표의 화합력이 돋보이는 일이었다. 유비는 허도에서 가까운 탁현 누상촌을 떠나 전국의 전쟁터와 낙양, 장안, 허도, 서주, 기주, 형주를 떠돈 끝에 제갈량의 권유로 중국의 서쪽인 익주와 한중에 의거해 촉나라의 기반을 다졌다. 제갈량 역시 대업을 위해 고향 양양을 버리고 오지라 할 수 있는 서촉땅으로 기꺼이 들어갔다. 이 역시 이광식 대표에게는 하나의 힌트였을 수 있다. 이광식 대표는 관광사업의 발흥과 비전을 깨달아 결연히 고향인 경산에서 경주로 옮겨온 지 올해로 16년째다. 경주에 살면서 토박이 경주사람들보다 더 경주사람답게 자신의 발전과 경주의 발전을 동시에 이룩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삼국지를 계기로 초한지, 손자병법 같은 기타 중국 소설과 고전을 탐독하게 되었고 중국 문화를 좀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기서와 고전들이 오늘날 중국을 이룬 저변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문화 속에도 중국 고전들이 많이 녹아 흐르고 있어서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가장 중요한 교역국인 만큼 시대적으로도 삼국지는 필독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광식 대표의 삼국지에 대한 효용성과 가치는 끝없이 펼쳐진다. 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면 당장 중국 삼국시대로 돌아가 관우나 제갈량이 되고 싶어 할 정도다. 그러나 굳이 삼국시대로 갈 필요도 없이 이광식 대표의 경주 관광에 대한 열정은 삼국지 군웅 누구보다도 뜨겁고 높다. 마침 최근 이광식 대표의 농장에서는 유로빌 농장 산 커피가 풍년을 맞아 수확에 들어갔다. 이밖에도 유로빌 열대농장에서는 바나나, 파파야, 드래곤 플루트(용과), 구아바와 파인애플, 경주산 천혜향까지 열대과일이 즐비하게 생산된다. 경주시는 어쩌면 이광식 대표에게 제갈량이 전략적으로 택한 삼국지 속 촉한 땅이 아닐까싶다.
혹시 독자 여러분들께서 알고 계시는 일본인이 있다면 이 칼럼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아마도 본 칼럼을 일본인들이 읽게 된다면 크게 충격을 받을 내용들이고, 자신들의 고대사를 새로 알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엽집(萬葉集)은 일본인들이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는 책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지난 1000여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만엽집이라는 책을 완전히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만엽집을 토종 한국인인 필자가 풀어 냈다고 하면 그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분개하거나, 한국인이 왜 자신들의 마음의 고향을 건드리는가 하며 크게 불쾌해 할 것이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혐한 세력들은 극단적 거부감까지 가지리라 생각한다. 일본의 만엽집은 신라에서 향가가 만들어질 무렵 씌어진 고대 노래집으로 알려져 있다. 그 만엽집에는 어떠한 내용이 들어 있을까. 필자는 얼마 전 새로운 향가 해독법을 발견하고, 이를 논문과 저서(일본 만엽집은 향가였다)로 발표한 바 있다. 학계에 보고한 향가 해독법으로 푼 만엽집의 핵심 작품들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만엽집을 소개할 수 있도록 지면을 허락해 주신 최고 권위의 경주신문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펼쳐나갈 이야기는 일본 고대에 발생했던 한 암살사건으로부터 시작하겠다. 그 당시 일본의 나라이름은 왜국이라 불리고 있었다. 신라는 선덕여왕 즉위 12년이 되던 해였다. 왜국 황극(皇極)천황 4년(643년) 6월 12일, 천황과 당대의 권력자 소아입록(蘇我入鹿)이 참석한 가운데 외교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황극천황은 여자였다. 신라와 왜국 두 나라 모두 우연히 여자 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다. 그날 중대형(中大兄)이라 불리던 천황의 둘째 아들이 몇몇 측근들과 함께 행사장에 나타났다. 황자가 행사를 진행하고 있던 소아입록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더니 갑자기 칼을 빼어 들어 그의 어깨를 내리쳤다. 소아입록이 놀라 일어나자 따라온 침입자들이 칼을 휘둘러 그의 한쪽 다리를 베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제서야 암살기도라는 사실을 알아챈 소아입록이 구르듯이 천황에게 다가가 소리쳤다. “제가 무슨 죄를 범하였습니까?” 암살자들이 소아입록을 쫓아가 그의 목을 베었다. 머리가 땅 바닥에 떨어져 멀리까지 굴렀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천황이 놀라 눈을 가리고 급히 피신하였다. 이 날의 사건은 소아입록이 무소불위로 국정을 농단하자 분노한 중대형 황자가 꾸민 일이었다. 이를 ‘을사년의 변’이라고 한다. 다음 날로 황극천황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녀는 퇴위에 앞서 아들 중대형과 협의한 끝에 자신의 친동생인 경(輕)황자에게 천황 자리를 물려주기로 하였다. 또 딸 간인(間人)황녀를 새로이 천황으로 즉위하는 친동생 경황자가 황후로 맞기로 했다. 조카딸이 숙부와 결혼하게 된 것이다. 일본 황실에서 근친혼은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새로 즉위한 천황이 효덕(孝德)천황이다. 효덕 천황은 바지사장이었고, 실권자는 중대형 황자였다.
▼체코의 가장 아름다운 다리「카를교」를 거닐며 구(舊)시가지 광장에서 10여분 걸으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가 나타납니다. 카를교입니다. 볼타브강을 사이에 두고 신·구시가지를 연결하는 보행자 전용 다리지요. 길이가 520미터, 폭이 10여 미터, 바탕에는 네모난 돌들이 박혀있으며, 30개의 조각상이 좌우 난간에 서있어요. 일반 다리와는 달리 구조와 모습이 특이하죠. 카를 4세에 의해 1406년에 준공, 그의 이름을 따서 다리 이름을 지었데요. 처음은 목조 다리였는데 12세기경 볼타브강 홍수 때 유실되어 재건축했다고 해요. 다리 위에는 거리 화가, 악사, 기념품 노점상, 행위예술가 등이 여기저기 관광객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프라하에 오면 반드시 이 다리를 건너야 하니, 항상 많은 관광객들로 복작거리게 되죠. 앞을 보면 프라하 성으로 이어지는 길 주변에 교회건물이며, 중세 오렌지 색의 집들이 사이좋게 아름답고 멋진 풍경을 만들고 있어요. ▼프라하의 순교자 성「얀네 포무즈키 동상」 카를교 다리 위에는 체코의 성인 30명의 조각상이 있는 데, 신부 출신인 성「얀네 포무츠」 조각상이 프라하의 순교자 상으로 가장 유명합니다. 왕(바츠라프 4세)이 외부와의 전투로 궁을 비우게 되면서 왕비의 불륜을 의심하게 되고, 그녀의 고해성사를 받는 신부인 얀네 포무초에게 외도사실을 묻습니다. 그러나 그가 끝까지 침묵하자, 왕은 신부의 혀를 자르고, 화형을 시켜 돌에 매달아 볼타브강에 던져 수장을 시켜요. 얼마 후 부패하지 않고, 강 위에 떠오르고, 그 자리에 5개의 별이 광채를 반짝거리며 하늘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신부는 300여년이 지나서 시성을 받았고, 고백자의 성인, 또는 수호의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조각상 아래에 있는 이 성인의 동판을 만지면 소원성취하며, 왕비를 만지면 프라하로 다시 돌아온다는 속설이 전해와, 무수한 관람객들이 이를 만져 반들반들해 있습니다. 우리도 모두 소원을 빌며 두 동판을 쓰다듬었습니다. ▼구 시청 청사탑과 천문 시계 구 시청사 남쪽 벽에는 1410년에 만든 천문 시계가 관광객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시계랍니다. 시간은 물론, 일출·몰 시각, 태양과 달의 위치, 별자리까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매시 정각이면 인형들의 퍼모먼스가 실시 되는 데, 사람 해골이 나와 줄을 당기고 모레 시계를 뒤집으며, 2개의 창문을 통해 12명의 사도의 행렬이 시작되고, 끝날 때 황금 닭이 울고,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600여년 전에 만들어진 최고의 시계와 기이한 율동을 보기 위해 비가 오는데도 많은 관람객이 모여들고 우리도 함께했습니다. 이 종 제작과 관련된 전설 한 가지가 전해오더군요. -「하누시」라는 시계공이 이 시계를 만들었는데, 시 의회에서 이 시계공이 다른 곳에도 이런 훌륭한 시계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의심해, 이 시계의 유일 보존을 위해 하누시의 눈을 멀게 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프라하의 봄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이야기 소개 (1)프라하 중앙역에 가면 ‘영국의 쉰들라의 동상’이라고 하는 동상이 있습니다. 영국의 금융인 「니콜라스 윈튼」이 1938년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서 어린이를 탈출시키는 데, 기차를 이용해 유대인 애들을 네델란드에 보내고, 다시 배로 영국으로 보낼 계획이 었습니다. 처음 669명은 탈출에 성공했으나, 이듬해 250명은 실패했어요. 이 아이들을 살리지 못한 죄책감에 자기의 행적을 알리지 못하고 고히 간직하며 평생을 살았다는데, 1988년 아내가 다락방에 숨겨둔 애들 사진과 명단을 발견,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영국에서는 그에게 훈장과 기사작위를 수여하고, 체코는 명예시민으로 선정하고, 2009년 이곳 중앙역에 동상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가 구한 어린이들에게 딸린 가족이 지금은 6000여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2)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에 가면, 바츨라프 동상 위쪽에 두 대학생의 분신자살 추모비가 있습니다. 1968년 소련의 침공으로 프라하의 봄이 좌절된 후, 이듬해 1월 16일 21살의 「안팔라」학생이 옷에 기름을 붓고, 분신자살한 후, 1개월 뒤 「안자익」학생이 뒤를 이어 역시 분신자살합니다. 타 추념비와는 달리 사람의 모양으로 십자가처럼 땅에 뉘어있는 비석인데, 십자가 왼쪽에 두 학생의 이름과 죽은 날짜가 기록되어있습니다. 소련의 침공에 항거하는 젊은이의 분노이지만, 체코 인의 항쟁을 다그치는 열망의 깃발처럼, 그리고 조국을 위해 순직한 십자가처럼 보입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 leejongi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토종개는 죽은 자의 무덤을 지키는 진묘견, 견우와 직녀의 반려견, 사냥개, 주인을 지키는 호위무사견, 평화로운 마당의 집개로 그려져 있다. 개를 사랑한 우리 조상들의 마음, 무덤에까지 함께 하고픈 심정을 엿볼 수 있다. 우린 분명히 오래전부터 개를 사랑하는 민족이었다.
경주시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이행 평가에서 ‘2년 연속 SA(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경주시의 공약이행 완료율은 76.2%로 전국 시 지역 평균 70.05%보다 6%p 이상, 경북지역 평균 완료율 64.86%에 대비해서는 11%p 이상 높은 수치다(경주신문, 2022.04.07.). 이는 경주시에서 매니페스토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매니페스토, 여전히 우리에겐 생소한 단어로 느껴진다. 영국에서 매니페스토는 “선거 후에 반드시 입법화하겠다고 약속한 정책 개요를 공식적인 문서로 만들어 선거 기간에 공표하는 시민에 대한 서약서”로 정의된다. 매니페스토가 기존의 선거 공약과 다른 점은 수치 목표를 포함하고 있는 구체적인 정책집이라는 점이다. 매니페스토는 선거공약의 목표치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명시하고,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재정적 근거와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즉 선거 공약에 기간, 목표, 공정, 재원, 나아가 우선순위라는 구체적 계약을 담는다. 매니페스토는 신뢰를 바탕으로 정책수립, 집행, 평가와 환류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전략적 목적을 세우고 지구-국가-지방 차원의 정책공약과 사회문제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지속가능성 관리체계, 통합관리 틀을 확립하는 것이다(이창언 외 2014, 5). 다시 말해,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의 관계 변화, 상호작용 관계의 변화(Kooiman 1993)를 반영하는 개념이자, 행위자들 간의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그들 간에 정책을 조정하여 공공문제를 해결하는 공적 의사결정의 한 형태이자, 새로운 통치시스템, 협력적 관리(co-operative management) 모델(Glasbergen, 1998)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연구자 다수는 매니페스토를 특징짓는 핵심어로 ‘신뢰’, ‘협력’, ‘거버넌스’, ‘심의민주주의’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따라서 뉴거버넌스에 의거해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와 신뢰공동체 구현을 실현하는 것이 매니페스토 운동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나아가 ‘공약생성→선거→단체장 임기 내내 집행’이라는 기존의 선거시스템과 달리, ‘공약생성→검증·선거→이행계획서 수립(공약재검토·선택)→집행’ 단계를 거치는 시스템으로서 심의민주주의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려는 ‘탄력적 제도화’로 정의하고 있다(유문종․ 이창언․ 김성균 2011: 43). 매니페스토는 공공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시민운동의 가치 지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주도라는 측면에서 볼 때 시민운동과 구별된다. 매니페스토는 참여자의 자발성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기존의 관의 일방적 주도가 아닌 시민성을 가진 시민의 능동성에 기초한 공동 협력적 참여하고 할 수 있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 실천 활동에도 부합한다. 정당정치의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과거 낙천낙선운동 또는 특정 후보와 정당에 대한 지지 운동이 아닌 다른 방식의 운동을 요구한다. 제도적으로 권한을 위임받지 못한 시민사회단체가 제도적으로 권한을 위임받은 정당에 대해 개혁을 요구하는 일종의 ‘대의의 대행(代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함께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운동방식의 한계도 분명하다. 따라서 “시민사회의 정치개혁운동은 일시적이고 계몽주의적인 네거티브(negative) 캠페인 위주에서 지속적이면서 포지티브(positive) 지향으로의 일부 전환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인물에서 정책으로 변화하며 대안 경쟁을 위한 활동을 병행하기 위해 지지 당선 운동 이후의 제4의 선택이 필요하다(오현순, 2009; 이창언·유문종 2013).” 매니페스토 공약이행을 위해서 다양한 사회적 주체와의 연계 및 역할 정립이 거버넌스를 이루는 길이다. 따라서 사회적 주체와의 연계 및 역할 정립은 단체장, 지방의원, 전문가, 시민 등의 사회적 역할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것은 지역사회가 지닌 사회적 자본이 최대한 동원되어 지역적 비전을 협력적으로 수행해가는 거버넌스 관계일 것이다. 결국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 간의 역할과 임무의 수행을 통하여 신뢰와 건전한 공동체 형성을 유지하도록 상호 간에 노력이며 사회적으로 신뢰의 공동체를 만드는 일임을 항시 인지해야 한다.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그리고 정책공약 발굴을 통한 지역적 비전과 전망을 지역사회와 같이 만들어 가는 지역학습의 과정이다. 먼저, 지자체장, 지방의원 후보들은 지역 매니페스토 실천체계 구축과 후속 조치(자발적 지역 보고, 모니터링)를 공약화하고, SDGs 지역 매니페스토 작성, 이행과 정기적인 평가, 보고대회 개최를 약속해야 한다. 당선 후에는 지역 매니페스토 활동을 위한 조례 제정, 지방 행정체계 구축과 지역 매니페스토 관련 활동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을 실행해야 한다. 동시에 매니페스토 관련 글로벌-지방자치단체 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 지역의 SD(지속가능발전) 주체들도 “지자체의 지속가능발전정책 추진을 주요 정당과 후보의 지방선거 공약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지선 후보·당선자 대상 지속가능발전정책 인식증진과 실행정책을 제안해야 한다. 지방선거 매니페스토는 지역 공론장의 확대는 물론이고 지방의회를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지역사회 시민사회단체, 지속협 등이 협동해서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매니페스토 포럼, SDGs 공약 협약식, 후보자 SDGs 공약 선언 캠페인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선거 이후 공약 이행 평가단, 시민 참여단 구성 등 지역 매니페스토 이행과 평가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유권자 또한 혈연, 지연, 학연, 정당을 뛰어넘어 매니페스토 정책을 비교, 평가해서 깐깐하게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 제대로 된 정책을 제시하고 혁신하는 후보만이 지지를 받는다는 ‘상식’이 제대로 자리 잡을 때 한국 정치, 지역사회의 경쟁 규칙도 변화될 수 있다.
경주는 1천년 동안 신라의 수도로 번성하며, 수많은 역사적 사건의 무대가 됐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 영원한 국가는 없듯, 신라 또한 고려에 자리를 내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세월이 흐른 뒤 고려와 조선을 살았던 사람들의 눈에 비친 경주의 모습은 어땠을까. 선조들의 옛 기록을 타임머신 삼아, 지금과는 또 다른 ‘천년고도’ 경주를 만난다. -편집자 주
경북도는 지난 12일 도청에서 ‘2022년 도·시군 문화재 관계관 회의’를 개최했다. 올해 문화재 보존·활용 등 문화재정책 추진방향을 시군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날 회의는 도·시·군 문화재 관계관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정부정책에 대응한 문화재 각 분야의 주요시책을 공유하고, 지역 문화유산 관련 당면 현안사항에 대해 시군과 소통했다. 도와 시·군은 2232개에 달하는 지역 문화재의 체계적 보존·관리 기반을 강화하고,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가야사 연구·복원 등 중앙부처의 문화재 정책추진 방향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예산 신속 집행 추진과 문화재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신규시책 발굴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도 나눴다. 특히 산불 등 각종 재난에 대비해 현장 재난매뉴얼을 정비하고 소방·화재·안전시설 개선 및 점검 철저, 초동대응 체계 구축, 안전경비원 배치 등 전국 최고 수준의 문화재 방재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협조해 나가기로 했다. 올해 경북도는 자치법규 개정을 통해 근대 문화유산의 보존·관리를 위한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이에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 건설·형성·제작된 후 50년 지난 근대 문화유산은 신청·조사·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예정이다. 또 지역 문화유산의 온전한 보존과 가치증대 및 활용을 위해 △문화재문화재 보수·정비사업(506개소, 1085억원) △문화재 재난방지시스템 구축(49개소, 27억원) △문화재돌봄사업(1404개소, 50억원) △문화재안전경비인력 배치(181명, 54억원) △세계유산 보존관리 및 활용사업(30건, 120억원) △생생문화재 등 문화재활용사업(55건, 62억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상철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일상회복이 시작되면 문화·관광 분야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문화재의 보존·관리와 함께 적극적인 활용으로 문화유산의 미래가치 창출을 위해 시군과 함께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는 지난 9일 시작으로 가족자원봉사단 프로그램 가족이 함께 가꾸어가는 자원봉사 이야기 ‘가꿈세상(환경편)’을 10월까지 월 1회씩 진행한다. 가꿈세상은 가족단위 자원봉사활성화를 위해 여가생활을 활용해 가족 간 공동취미로써 자원봉사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며, 지난해 경상북도 자원봉사 우수프로그램 개발 공모사업에 이어 선정돼 2년 연속 우수프로그램으로 지정된 프로그램이다. 2022년도 가꿈세상은 프로그램에 신청한 6가족과 함께 기후변화위기 및 탄소중립과 관련된 주제로 운영되며, 가정에서부터의 탄소중립 실천 및 기후변화위기에 대한 경각심 제고를 위해 교육 및 체험활동, 가정별 탄소중립 실천 목표 세우기 및 실천하기, 실천사례 발표대회(탄소중립 이그나이트대회)로 운영된다. 가꿈세상의 1회차가 진행된 지난 9일은 전반적인 사업일정 안내, 프로그램 목적 공유, 각 가정별 탄소중립 실천 목표 세우기를 포함해 가족의 내부결속력 강화를 위한 가족관계증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정재윤 이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꿈세상 프로그램이 자녀에게는 경험과 교육의 기회가 되고 부모에게는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낸 추억이 남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보건복지부가 전문심리상담서비스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서비스 신청은 이달 13일부터 주민등록상 거주지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접수하면 된다.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은 청년층의 심리 건강 회복을 위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나, 정신건강 상담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장벽을 낮추고, 정신건강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추진된다. 만 19세~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소득이나 재산 기준은 없으며, 자립준비청년과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연계한 청년을 우선 지원한다. 서비스는 5월부터 시작되며, 등록된 제공기관에 방문해 3개월(10회)간 주 1회의 전문심리상담과 사전·사후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용자는 대상자 욕구를 고려한 맞춤형 1:1 서비스를 원칙으로 회당 50분, 사전·사후검사 각 1회 90분의 서비스를 받는다. 정신건강 고위험군의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 또는 의료기관으로 연계하고, 사후검사 결과 필요시 재판정을 통해 서비스 연장이 가능하다. 서비스 단가와 제공인력 자격 기준에 따라 서비스 유형을 구분해 제공되며, 이용자는 유형을 선택해 신청할 수 있다. A형은 월 24만원(회당 6만원)이며, 정신건강전문요원, 임상심리사, 전문상담교사, 청소년상담사, 상담 분야를 전공(심리·상담학과 등)하고 실무경력이 있는 상담사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B형은 월 28만원(회당 7만원)이며, 정신건강전문요원, 임상심리사, 1급상담 분야를 전공(심리·상담학과 등)하고 실무경력이 있는 상담사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본인부담금은 서비스가격의 10%이며, 자립준비청년은 본인부담금이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을 통해 마음건강을 회복하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이번 사업은 소득기준 없이 청년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신청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자립수당을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지 않고도 ‘복지로(www.bokjiro.go.kr)’를 통해 온라인으로 손쉽게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사진> 자립준비청년 자립수당은 아동복지시설이나 가정위탁 대상자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면 보호종료 5년 후까지 매월 30만 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그간 자립수당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이달 13일부터 대국민 복지포털 ‘복지로 시스템’기능 개발을 통해 ‘자립준비청년 자립수당’을 온라인으로 24시간 신청가능토록 하고, 그 처리상황을 조회할 수 있게 됐다. 신청권자는 만 18세 도래 해당 연도의 보호종료 예정자(보호종료 30일 이내) 또는 만 18세 이후 보호종료자로 본인만 신청가능하며, 대리인 신청의 경우는 기존처럼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해야 한다. 자립수당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신청인이 ‘복지로 누리집’에 접속해 본인인증 후 서비스 신청을 진행하면 된다. 먼저, 서비스신청 기본정보를 입력하고, 개인정보활용 동의 후 신청서 작성 및 구비서류를 첨부하면 신청이 완료되며, 자세한 사항은 ‘복지로 누리집’의 서비스신청→화면따라하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아동복지시설 보호종료예정자에 대한 자립수당 방문신청이 시설종사자에 의한 대리신청만 가능했으나, 온라인 신청 개시와 함께 보호종료 전이라도 본인도 방문 신청(보호종료 전 30일 이내)이 가능하도록 개선된 것.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자립수당 온라인 신청 오픈으로 보호종료예정자의 사전신청이 확대돼 자립초기 혜택을 받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자서전 한 번 써보시죠?”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고개를 가로 흔든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자서전 쓸 글 실력이 안 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이 무슨 자서전이냐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해주는 말이 있다. “자서전이라고 무조건 자기가 쓰는 것이 아니고 대필해주는 사람들도 따로 있습니다. 유명세나 업적은 그럴싸한 허상일 뿐, 어떤 사람의 인생이나 세상이 공감할 만한 드라마는 몇 편은 숨겨져 있습니다” 최근 이런 나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사건이 있었다. 내 어머니 김계옥 님이 2021년 7월, 뜻밖의 노트 두 권을 주신 것이다. “이거 내가 쓴 자서전이다. 네가 책으로 한 번 내봐라!” 1935년생으로 올해 87세인 어머니가 작년 여름쯤부터인가 열심히 무언가를 쓰고 계셨다. 두 해 전 심각한 노환을 앓으셨고 밥도 요양보호사님에 의지해서 드시는 분이 언제 이렇게 긴 글을 쓰셨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는데 집에 갈 때마다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계신 것만은 늘 보아왔었다. 그러다 작년 겨울 초입에 두 권, 올해 초에 한 권 해서 모두 세 권의 자서전 노트를 건네주셨다. 노트에는 볼펜으로 꾹꾹 눌러 쓴 글이 빼곡히 들어가 있었다. 기운 없는 손으로 쓴 것임이 한눈에 다 보일 만큼 글씨가 비뚤어 이 노트를 들여다보면서 차오르는 감동을 참을 수 없었다. 아버지를 만나 결혼하신 시점부터 그 이전과 이후를 들락이며 쓰신 어머니의 자서전에는 달랑 숟가락 두 벌과 그릇 몇 개, 큰 가마솥 하나 들고 신행 나신 첫날부터의 막막함과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차곡차곡 살림을 일구어가며 자식들을 키우신 사연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어머니 시대를 산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겪었을 가난하고 힘겨웠던 시대상이 어머니의 자서전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 보였다. 어머니의 자서전 속에는 뜨개질로 살림을 보탠 젊은 시절의 솜씨며 아버지가 친구에게 속아 이사 갈 비용을 홀랑 털린 일, 손위 올케들의 시달림으로 고생했던 시집살이 이야기, 벌떼처럼 많았던 조카들 치다꺼리, 온집안이 소똥으로 도배된 듯한 기와집 샀던 사연과 자전거를 배워 추측하건데 경주에서 가장 먼저 자전거를 탄 여성으로 등극한 사연, 오형제 막내이신 아버지가 할머니상을 당해 집을 저당 잡혀 혼자 돈으로 상 치른 이야기, 아이들 키워놓고 아버지랑 배낭여행 다닌 이야기,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달 불우이웃 돕기 성금 내신 이야기까지 50대 이전의 분주하고 보람된 삶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이 노트를 읽으면서 ‘누구에게나 드라마가 있고 누구나 자서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내 지론을 다시 한번 증명할 수 있었다. 남들의 눈으로 보면 소소한 개인사일 뿐이지만 어머니에게만은 인생을 통털어 가장 인상 깊게 기억되는 일이고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었다. 어머니는 세 권의 노트를 주시면서 “내가 산 흔적이 자식들과 후손들에게 오래 기억되기를 바란다”며 자서전을 쓴 이유를 말해 주셨다. 자서전이란 이렇게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 자신만을 위해 쓰는 글이다. 어느 시대 누구를 막론하고 누구나 자기 나름의 희노애락이 있고 그에 따른 속 깊은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가슴에 숨겨져 있다. 자서전은 바로 그런 것을 하나둘 꺼내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책으로 엮는 것이다. 누가 당신에게 자서전 낼 자격이 되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이렇게 대답해도 된다. ‘자격이 차고 넘친다’!! 그 어떤 예술가나 스포츠인, 쟁쟁한 정치가나 경제인, 유명인과 비교해도 조금도 꿀리지 않을 당신만의 자서전이 당신 속에 갈무리되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어머니처럼 스스로 글을 쓸 만한 용기를 가지지 못해서 자신의 이야기일망정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조차 못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섣불리 ‘나는 안 돼’라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참고로 어머니가 자서전을 손수 쓰셨다고 하니 어머니가 무슨 대단한 교육이라도 받은 분이거나 자서전 내용도 출중할 것이라 지레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 어머니는 고작 중학교만 나오셨다. 당시로서는 그만큼 학교 다니기도 힘든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자서전 내실 만큼’ 교육을 많이 받으신 분은 아니다. 어머니가 써주신 글을 보면 맞춤법은 60년대 이전의 것이고 문장 역시 단순하고 거칠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붙드시느라 시점도 자주 뒤엉키고 앞에서 썼던 이야기가 뒤에서 반복되기도 해 자식인 내가 아니면 무슨 말씀을 써놓으셨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도 어머니는 보란 듯 자신의 이야기를 쓰셨다. 지금 60대 이하 대부분 사람들이 고등학교 이상 대학을 나왔다. 50대나 40대, 그 이하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다시 말해 누구나 어머니보다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들 어머니보다 나은 자서전을 못 쓸 이유가 없다,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떻게 용기를 내서 시작하느냐일 뿐이다. 잘라 말하는데 시작하는 순간 당신은 자신조차도 몰랐던 놀라운 드라마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주인공은 당연히 당신 자신이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보자. 눈물 콧물 다 빠질지도 모른다.
출퇴근 시간 서울이나 수도권의 지하철, 더 정확히 전철을 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하철이 ‘지옥철’이라는 말을 실감할 것이다. 지하철 노선 수도권 전철은 1974년 8월 15일 서울역~청량리역 구간 1호선이 최초로 개통된 이래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은 세계최고 수준의 전철로 성장했다. 기능이나 시설, 편의성이 어느 도시 전철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특히 버스와 연동되는 시스템은 수도권 전철의 최고 장점이고 인터넷이 원활히 되는 것 역시 수도권 전철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전철 노선도 사방으로 뻗어나가 인천과 수원, 의정부를 필두로 천안 지나 온양, 하남, 김포, 양평, 여주까지 뻗어있고 곧 원주까지도 이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역시 지옥철이 문제다. 출퇴근 시간 전철은 최소한 5분~10분 간격 이상으로 전노선에서 움직이지만 어느 노선에서건 첫 출발지 1~3곳을 지나면 좌석은 없어지고 10개 정거장을 지날 즘에는 서서히 사람과 사람 사이가 닿을 만큼 비좁아진다. 그 이후로는 문자 그대로 지옥철이다. 한때는 중요한 환승역에는 푸시맨이라고 해서 전철을 탈 수 있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까지 있었을 정도다. 그나마 노선의 다변화와 차량의 증량, 버스 노선의 증가 등으로 여건을 개선했지만 출퇴근 시간 붐비는 현상을 전부 해소하기는 어렵다. 출향인 김찬형 씨는 그래도 전철을 즐겁게 탄다. 지난 4월 11일에 올린 지하철 탑승기에서 만차가 된 전철로 또 다시 끓임없이 밀려 들어오는 승객들이 결국은 다 탔다며 신기해 하고 다음 역에서는 사람들이 좀 내리는가 싶어 숨 좀 쉬려니 다시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밀려들어와 기어코 다 탔다며 감탄한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 있는 발상이 터진다. “형아 생각 :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타는 것도, 서 있는 것도, 본인 내릴 때 수많은 인파 사이로 잘도 파고들어 내리는 것도 신기할 정도로 대단하다. 그레서 울 나라가 쇼트트랙을 잘 하나보다.. 경쟁 선수들 사이를 잘도 비집고 추월~^^” 김찬형 씨는 심지어 전철에서 내린 엄청난 사람들이 작은 마을버스에 다 올라탄다며 신기해하며 글을 마쳤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도 있지만 이 무지막지한 지옥철에서 쇼트트랙 강국의 이유를 떠올린 김찬형 씨의 여유가 역시 대단하다. 김찬형 씨 마음이라면 미어터지는 지옥철조차 시원한 빙판이 될 수 있겠다.
축산농가들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매년 각 지자체마다 큰 문제거리인 가운데 경기도가 올해부터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로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악취 저감을 위한 전문 컨설팅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친다고 해서 관심이 쏠린다. 경기도는 올해 총 4억32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2 축산농가 맞춤형 악취 저감 컨설팅 지원사업’을 신규 추진한다고 지난 4월 12일 밝혔다. 현재 경기지역은 가속화되는 도시개발과 귀농·귀촌 인구 증가로 축산에 대한 주민 불편 민원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축산악취 민원이 2018년 말 1729건에서 2020년 말 3017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에 경기도는 지금까지 해 왔던 일괄적이고 일방향적인 악취제거방식에서 벗어나 축산농가별 악취저감에 대한 보다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접근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번 컨설팅을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악취 민원이 다수 발생한 도내 축산농가 또는 축분비료공장을 대상으로 전문가를 파견, 악취의 원인을 분석해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전문가 컨설팅 결과에 따라, 해당 농가 및 비료공장에 악취개선 실천 방법과 시설개선 방안을 맞춤형으로 지도한다. 또한 이후 이행사항을 점검하여, 악취 저감 변화를 분석하고 후속 지원하는 등 축산악취 해소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한편 경기도는 이번 컨설팅 지원사업을 포함해 올해 총 35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축산환경개선, 축사악취 저감시설 설치 등 축산악취 해소를 위한 총 9개 지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축산농가 악취는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고 축산농가가 밀집한 대부분 지역에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이번 경기도의 대응이 타 지자체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로 본지는 지난 2월 10일자 신문에서 ㈜와이씨이엔지 이희혁 대표가 운영하는 신개념 돼지 축사를 상세히 보도한 바 있다. 발효 미생물과 톱밥, 왕겨 등으로 냄새를 제거하는 이희혁 대표의 방식을 관내 축산농가들과 협의하는 방법이 다시 조명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