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이행 평가에서 ‘2년 연속 SA(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경주시의 공약이행 완료율은 76.2%로 전국 시 지역 평균 70.05%보다 6%p 이상, 경북지역 평균 완료율 64.86%에 대비해서는 11%p 이상 높은 수치다(경주신문, 2022.04.07.). 이는 경주시에서 매니페스토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매니페스토, 여전히 우리에겐 생소한 단어로 느껴진다. 영국에서 매니페스토는 “선거 후에 반드시 입법화하겠다고 약속한 정책 개요를 공식적인 문서로 만들어 선거 기간에 공표하는 시민에 대한 서약서”로 정의된다. 매니페스토가 기존의 선거 공약과 다른 점은 수치 목표를 포함하고 있는 구체적인 정책집이라는 점이다. 매니페스토는 선거공약의 목표치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명시하고,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재정적 근거와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즉 선거 공약에 기간, 목표, 공정, 재원, 나아가 우선순위라는 구체적 계약을 담는다.
매니페스토는 신뢰를 바탕으로 정책수립, 집행, 평가와 환류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전략적 목적을 세우고 지구-국가-지방 차원의 정책공약과 사회문제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지속가능성 관리체계, 통합관리 틀을 확립하는 것이다(이창언 외 2014, 5). 다시 말해,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의 관계 변화, 상호작용 관계의 변화(Kooiman 1993)를 반영하는 개념이자, 행위자들 간의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그들 간에 정책을 조정하여 공공문제를 해결하는 공적 의사결정의 한 형태이자, 새로운 통치시스템, 협력적 관리(co-operative management) 모델(Glasbergen, 1998)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연구자 다수는 매니페스토를 특징짓는 핵심어로 ‘신뢰’, ‘협력’, ‘거버넌스’, ‘심의민주주의’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따라서 뉴거버넌스에 의거해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와 신뢰공동체 구현을 실현하는 것이 매니페스토 운동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나아가 ‘공약생성→선거→단체장 임기 내내 집행’이라는 기존의 선거시스템과 달리, ‘공약생성→검증·선거→이행계획서 수립(공약재검토·선택)→집행’ 단계를 거치는 시스템으로서 심의민주주의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려는 ‘탄력적 제도화’로 정의하고 있다(유문종․ 이창언․ 김성균 2011: 43).
매니페스토는 공공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시민운동의 가치 지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주도라는 측면에서 볼 때 시민운동과 구별된다. 매니페스토는 참여자의 자발성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기존의 관의 일방적 주도가 아닌 시민성을 가진 시민의 능동성에 기초한 공동 협력적 참여하고 할 수 있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 실천 활동에도 부합한다. 정당정치의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과거 낙천낙선운동 또는 특정 후보와 정당에 대한 지지 운동이 아닌 다른 방식의 운동을 요구한다. 제도적으로 권한을 위임받지 못한 시민사회단체가 제도적으로 권한을 위임받은 정당에 대해 개혁을 요구하는 일종의 ‘대의의 대행(代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함께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운동방식의 한계도 분명하다. 따라서 “시민사회의 정치개혁운동은 일시적이고 계몽주의적인 네거티브(negative) 캠페인 위주에서 지속적이면서 포지티브(positive) 지향으로의 일부 전환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인물에서 정책으로 변화하며 대안 경쟁을 위한 활동을 병행하기 위해 지지 당선 운동 이후의 제4의 선택이 필요하다(오현순, 2009; 이창언·유문종 2013).”
매니페스토 공약이행을 위해서 다양한 사회적 주체와의 연계 및 역할 정립이 거버넌스를 이루는 길이다. 따라서 사회적 주체와의 연계 및 역할 정립은 단체장, 지방의원, 전문가, 시민 등의 사회적 역할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것은 지역사회가 지닌 사회적 자본이 최대한 동원되어 지역적 비전을 협력적으로 수행해가는 거버넌스 관계일 것이다. 결국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 간의 역할과 임무의 수행을 통하여 신뢰와 건전한 공동체 형성을 유지하도록 상호 간에 노력이며 사회적으로 신뢰의 공동체를 만드는 일임을 항시 인지해야 한다.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그리고 정책공약 발굴을 통한 지역적 비전과 전망을 지역사회와 같이 만들어 가는 지역학습의 과정이다. 먼저, 지자체장, 지방의원 후보들은 지역 매니페스토 실천체계 구축과 후속 조치(자발적 지역 보고, 모니터링)를 공약화하고, SDGs 지역 매니페스토 작성, 이행과 정기적인 평가, 보고대회 개최를 약속해야 한다. 당선 후에는 지역 매니페스토 활동을 위한 조례 제정, 지방 행정체계 구축과 지역 매니페스토 관련 활동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을 실행해야 한다. 동시에 매니페스토 관련 글로벌-지방자치단체 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
지역의 SD(지속가능발전) 주체들도 “지자체의 지속가능발전정책 추진을 주요 정당과 후보의 지방선거 공약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지선 후보·당선자 대상 지속가능발전정책 인식증진과 실행정책을 제안해야 한다. 지방선거 매니페스토는 지역 공론장의 확대는 물론이고 지방의회를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지역사회 시민사회단체, 지속협 등이 협동해서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매니페스토 포럼, SDGs 공약 협약식, 후보자 SDGs 공약 선언 캠페인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선거 이후 공약 이행 평가단, 시민 참여단 구성 등 지역 매니페스토 이행과 평가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유권자 또한 혈연, 지연, 학연, 정당을 뛰어넘어 매니페스토 정책을 비교, 평가해서 깐깐하게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 제대로 된 정책을 제시하고 혁신하는 후보만이 지지를 받는다는 ‘상식’이 제대로 자리 잡을 때 한국 정치, 지역사회의 경쟁 규칙도 변화될 수 있다.
이창언 경주대 교수, 경주대 SDGs·ESG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