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독자 여러분들께서 알고 계시는 일본인이 있다면 이 칼럼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아마도 본 칼럼을 일본인들이 읽게 된다면 크게 충격을 받을 내용들이고, 자신들의 고대사를 새로 알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엽집(萬葉集)은 일본인들이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는 책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지난 1000여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만엽집이라는 책을 완전히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만엽집을 토종 한국인인 필자가 풀어 냈다고 하면 그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분개하거나, 한국인이 왜 자신들의 마음의 고향을 건드리는가 하며 크게 불쾌해 할 것이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혐한 세력들은 극단적 거부감까지 가지리라 생각한다. 일본의 만엽집은 신라에서 향가가 만들어질 무렵 씌어진 고대 노래집으로 알려져 있다. 그 만엽집에는 어떠한 내용이 들어 있을까. 필자는 얼마 전 새로운 향가 해독법을 발견하고, 이를 논문과 저서(일본 만엽집은 향가였다)로 발표한 바 있다. 학계에 보고한 향가 해독법으로 푼 만엽집의 핵심 작품들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만엽집을 소개할 수 있도록 지면을 허락해 주신 최고 권위의 경주신문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펼쳐나갈 이야기는 일본 고대에 발생했던 한 암살사건으로부터 시작하겠다. 그 당시 일본의 나라이름은 왜국이라 불리고 있었다. 신라는 선덕여왕 즉위 12년이 되던 해였다. 왜국 황극(皇極)천황 4년(643년) 6월 12일, 천황과 당대의 권력자 소아입록(蘇我入鹿)이 참석한 가운데 외교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황극천황은 여자였다. 신라와 왜국 두 나라 모두 우연히 여자 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다. 그날 중대형(中大兄)이라 불리던 천황의 둘째 아들이 몇몇 측근들과 함께 행사장에 나타났다. 황자가 행사를 진행하고 있던 소아입록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더니 갑자기 칼을 빼어 들어 그의 어깨를 내리쳤다. 소아입록이 놀라 일어나자 따라온 침입자들이 칼을 휘둘러 그의 한쪽 다리를 베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제서야 암살기도라는 사실을 알아챈 소아입록이 구르듯이 천황에게 다가가 소리쳤다. “제가 무슨 죄를 범하였습니까?” 암살자들이 소아입록을 쫓아가 그의 목을 베었다. 머리가 땅 바닥에 떨어져 멀리까지 굴렀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천황이 놀라 눈을 가리고 급히 피신하였다. 이 날의 사건은 소아입록이 무소불위로 국정을 농단하자 분노한 중대형 황자가 꾸민 일이었다. 이를 ‘을사년의 변’이라고 한다. 다음 날로 황극천황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녀는 퇴위에 앞서 아들 중대형과 협의한 끝에 자신의 친동생인 경(輕)황자에게 천황 자리를 물려주기로 하였다. 또 딸 간인(間人)황녀를 새로이 천황으로 즉위하는 친동생 경황자가 황후로 맞기로 했다. 조카딸이 숙부와 결혼하게 된 것이다. 일본 황실에서 근친혼은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새로 즉위한 천황이 효덕(孝德)천황이다. 효덕 천황은 바지사장이었고, 실권자는 중대형 황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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