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경주는 고향이자 정신적 지주인 도시다. 로마를 능가하는 수 천 년의 긴 역사를 가진 아주 특별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경주는 그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핫하게 성장하고 있는 지방의 중소도시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출향인이 나오는 TV프로로 인해 황리단길의 특수성이 부각되고 코로나로 인해 반짝 특수를 누리는 관광도시, 사방팔방으로 도시개발을 하다가 만, 소멸되는 도시 같은 느낌에 늘 마음 한쪽이 무겁다. 한쪽 거리는 외국인의 거리가 된 듯 내왕이 안 되어 낯설다. 경주에는 아흔 넘으신 아버지와 여든 후반의 어머니가 계셔서 매달 2~3번씩 경주를 찾고 있다. 경주는 필자가 20세까지 자라며 시간을 보냈고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냈다. 현재 50대 중반이니 30여 년을 수도권에서 살고 있다. 도시공학을 전공한 출향인의 관점에서 보여지는 경주의 모습은 다분히 안쓰럽다. 필자가 경주에서 교육받은 내용은 신라의 후예, 화랑의 정신, 삼국통일, 유적지 많은 관광도시에 대한 자부심이다. 그 자부심은 고향 떠난 지금도 내 정신세계와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공부건 일이건 주도권을 행사하고 협상을 하며 비즈니스도 그렇게 해왔다. 필자는 고등학교까지 경주에서 학업을 마치고 대학은 대구에서 보냈고 대학원과 직장생활은 서울에서 하고 있다. 우리나라 포털지도나 네비게이션에 쓰이는 주소정보는 모두 필자 회사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통해 만들어지고 관리되고 있다. 대한민국을 바꾼 정보시스템을 경주 출향인이 만들고 발전시켜왔다. 그만큼 경주출향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했다. 대기업과의 싸움, 내부의 배신, 기업회생과 극복 등 기업인들이 흔하게 겪는 기업 스토리지만 경주정신을 가진 기업인이라 가능했다고 감히 자부한다. 경주 출신의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필자의 멘토 중 한 분이 경주사람들은 개개인은 매우 훌륭하나 함께 하는 것을 잘 못하는 것 같고 필자도 마찬가지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젊을 때 나는 동의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출향인으로서 바라보는 경주의 보완해야 할 요소를 몇가지 적어 본다. 첫째. 문화적 다양성이다. 신라의 모습은 아랍인 처용에 대한 이야기와 로마와 교류를 했던 찬란한 유적이 나오지만 현재 경주의 모습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원만히 교류하지 못하는 것 같다. 백인들에게는 관대하지만 유색인종이나 동남아계열 노동자들에게는 지역민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지역 내부도 마찬가지다. 특정 학교 출신만 도드라져 보이는 모습이다. 필자는 특정 학교를 나와서 의식하지 못했지만 나이 들면서 그 불편함이 함께 만드는 공동체를 만들지 못하는 것 같다. 신라인의 정신은 포용과 협력인데 처음 이야기 한 부분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둘째. 지역의 중심성과 확장성이다. 물리적인 부분으로는 도심에 있던 경주역의 이전으로 인해 구도심의 쇠락은 가속화할 것이 뻔해졌다. 도심의 큰 교통축이 외곽으로 이전해 지역민의 삶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수원 본사가 외곽에 홀로 존재해 유치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이 지역사회와 동화되지도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지도 못했다. 경주포항공항으로 이름을 바꾼 만큼 하늘길과 바닷길을 통해 확장성을 키워야 한다. 셋째. 방폐장이다. 방폐장 유치를 통해 한수원을 유치했지만 애초에 약속했던 저준위방사선폐기물뿐만 아니라 고준위 폐기물도 밀려 들어오고 있다. 활성단층으로 최근 지진을 경험한 경주는 후손들에게 큰 어려움을 줄지도 모른다. 이 방폐장에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넷째. 지역대학이다. 3개의 4년제 대학이 있지만 모두 사립이어서 비싼 학비를 대면서 경주까지 오지 않는다. 그나마 한 대학은 재정자립도가 낮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만들고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도시 전체가 나서야 한다. 지역의 대학을 국립으로 전환하거나 공공의대 같은 국립특화대학을 유치하면 좋을 것 같다. 다섯째. 쇠락하고 소멸하는 도시에 사는 노인과 아이들에 대한 인식이다. 노인에 대한 존경과 아이들에 대한 배려는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큰 소명이다. 이들이 우리의 현재이자 과거이고 미래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현재 대통령선거로 온 세상이 들 떠 있다. 2달 뒤에는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을 선출한다. 2022년, 오미크론 변종 코로나로 시작해서 혼란하다. 대통령선거와 지방 선거를 통해 어떤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출향인은 고향이 발전하기 바란다. 경주시민이 지성의 힘을 발휘해 국가와 지역을 위해 더 헌신하고 봉사할 동량을 뽑기 바란다. 그들이 우리 경주를 특색있고 살만한 도시로 만들어주면 더 고맙겠다.
법정스님의 ‘산방한담’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산에서 듣는 바람 소리는 귓전만을 스치는 것이 아니다. 저 뼈 속에 묻은 먼지까지도, 핏줄에 섞인 티끌까지도 맑게 씻어 주는 것 같다. 산바람 소리는 갓 비질을 하고난 뜰처럼 우리들 마음 속을 차분하고 정결하게 가라앉혀 준다. 인간의 도시에서 묻은 온갖 오염을 씻어준다” 가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산을 찾는다. 특히 이곳 무장봉에 들어서면 늘 법정스님의 이 글이 생각난다. 무장사지는 위와 아래로 단을 이루고 있는데 윗단에는 사적비가 있고 그 아래는 미타전 터로 알려져 있다. 아래 단의 끝자락에 삼층석탑이 있다. 현재 이곳에는 미타상을 조성한 인연을 적은 무장사아미타불조상사적비의 이수 및 귀부와 숲 사이에 있는 삼층석탑이 이곳이 옛 절터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현재 보물로 지정된 아미타조상사적비는 비신은 없어지고 다만 비를 받혔던 쌍귀부와 비신 위에 올렸던 이수만이 남아 있었다. 경주 지역에 있는 비신의 귀부는 태종무열왕릉을 비롯하여 13기가 전해지고 있다. 사지에는 6기가 있는데, 그중 이곳 무장사지를 비롯하여 숭복사지, 창림사지, 포항 신광면의 법광사지에는 쌍귀부가 있다. 귀두(龜頭)는 절단되어 없어졌으며, 귀부 비좌 위쪽 4면에는 전면과 후면에 각각 4구, 좌우 측면에 2구씩 12지신상이 조각되어 있다. 이러한 형식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이다. 또 지금까지 사찰이나 왕릉에서 귀부의 방향이 남향이나 여기서는 서향이고, 자상(子像)의 경우 북쪽을 향해야 하는데 동향을 하고 있다. 따라서 귀부의 방향을 남향으로 바로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비좌의 귀두는 모두 파손되어 유실되었는데 2008년 비신 복원을 위한 조사를 시행하던 중 서쪽으로 약 30m 떨어진 계곡에서 파손이 심한 왼쪽 두상을 발견하여 이를 복원하였다. 학계에서는 이 귀두는 용머리로 변모해 가는 과정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비신 위에 얹혀진 이수는 6마리의 용이 구름 속에서 용틀임을 하면서 앞발로 여의주를 움켜잡고 있는 모습이다. 행방이 묘연했던 이 비가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은 조선 정조 때의 대학자인 이계 홍양호(1724-1802년)에 의해서이다. 그가 경주 부윤을 지낼 때였다. 마을 사람이 맷돌로 콩을 갈고 있는데 유심히 살펴보니 그 맷돌은 평범한 돌이 아닌 비석의 파편이었다. 이미 마멸이 심해 알아보기 어려웠으나 이전에 비문 전부를 탁본한 사람이 있어 무장사지 비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비에 새겨진 글씨는 김생 글씨라고도 하고 왕희지 글의 집자라고도 하는데, 일찍이 금석학자이기도 한 추사도 빼어난 글씨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그가 1817년 직접 이곳을 찾았을 때 비편을 새로 발견하고 사찰 뒤로 옮겼다고 한 내용이 있어 19세기 초반 이후에 폐사되었음을 알 수 있다. 1915년 비편 가운데 세 조각이 발견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현재 확인 가능한 일부 글자를 새겨 비신을 보완하였으나 이수 및 귀부와는 석재의 차이가 두드러져 어색하다. 절터 아랫단 끝자락에는 역시 보물로 지정된 무장사지 삼층석탑이 있다. 이중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린 탑으로 적정한 비례와 균형이 잘 잡힌 당당한 모습으로 통일기 전형적인 신라 석탑이다. 아래층 기단 사면으로는 모서리기둥[우주(隅柱)]과 버팀기둥[탱주(撑柱)] 2주를 새기고 그 위 1층 몸돌에는 각 면마다 안상을 2개씩 조각하였다. 이처럼 기단에 안상을 새긴 예로는 현재 국립경주박물관 입구 왼쪽 높은 곳으로 옮긴 남산 승소곡 삼층석탑에서도 볼 수 있다. 각 층의 탑신석과 옥개석은 각각 1매씩 모두 6매로 구성되어 있다. 1층 몸돌 중앙에는 큼직한 네모 모양의 사리공이 있다. 지붕돌 아래로는 층급받침이 5단이고 처마선은 직선을 이루다가 양 끝에 살짝 들려있다. 각층 옥개석 위에는 각형의 2단 탑신 받침이 있다. 옥개석의 네 모서리에는 풍령(風鈴) 등 장식을 달았던 작은 구멍이 각 변마다 2개씩 뚫려있다. 무너진 채로 방치되어 있던 이 탑의 잃어버린 석재를 보충하여 1963년 복원하고 다시 1996년 전면 해체 보수하였다. 상륜부의 노반과 복발은 새로운 석재로 보완하였다. 이 탑은 9세기 이후에 건립된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배우 오영수가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 드라마〈오징어 게임〉으로 수상했으니 벌써 작년 일이다. 상 이름이 우리말로 황금 장갑이니까 복싱이나 야구 협회 정도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명백한 오해다. 1944년부터니까 올해로 79회째 접어드는 골든글로브(Golden Gloves)는 미국을 대표하는 3대 시상식 중 하나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 회원(현재 87명)이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 부문으로 나눠 선정하는,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그는 한국인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것이다. 기분이 어떤지 기자가 물었다. “전화통에 불이 나 정신이 없다. 지금 그로기 상태다” 여기까지는 익히 예상한 대로다. 겸손이 미덕인 우리 문화권에서 기대되는 모범 답안이다. 그러면서 “차라리 전화를 안 받고 가만히 있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어? 이런 반응은 좀 예상치 못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오징어 게임> 이후 내 이름이 여기저기 보일 때는 들떠서 중심이 흩어질까 봐 걱정을 했다” 이제 이해가 간다. 그의 말에 엄살이 아닌 진심이 느껴진다. 명성(fame)을 오히려 ‘들뜸’으로 정의하다니, 내가 아는 그 단어 맞나 싶어 사전을 찾아봤다. ‘정신 의학에서 비정상적이거나 보통이 아닌 흥분된 상태’라고 정의했다. 들뜸이란 단어로 그가 환기하고 싶었던 것은 이어서 언급한 ‘중심’일 테다. 그는 공중에 붕~ 떠있는 것보다 땅에 발을 단단히 디디고 서있는 걸 원했다. 노배우는 실제 행동으로 보여줬다.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그는 대학로 연극판으로 돌아왔다. 지난 12월 개막한 라스트 세션(Last Session)에서 그는 프로이트 박사를 연기 중이다. “니들이 게 맛을 알아?”로 유명한 원로 배우 신구와 더블 캐스팅으로. 영국이 독일에 전면전을 선포한 세계 2차 대전이 막 시작한 즈음, 심리학자이며 위대한 지성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와 영문학자이며 소설가인 C.S. 루이스가 신(神)의 존재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내용이다. 그럼 왜 하필 프로이트 역할일까? 스님 전문(?) 배우로 알려져 있지만 무신론자라고 밝힌 그는 극 중 프로이트처럼 신(神)을 부정했다. 인간의 외부지향적 본능이 가닿을 수 있는 그 정점인 신(神)을 부정하는 것도 그만큼 인간 중심에 집중하려는 그의 인터뷰와 맥을 같이한다면 과한 해석일까. 그는 인터뷰에서 “평심을 되찾아 본래 내가 지향하던 내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고백했다. 그 속에 배우의 단단한 중심이 만져진다. “첫 공연은 힘들었지만 이 연극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는 말은 그가 발 디디고 있는 데가 그의 마음 한가운데임을 짐작할 수 있다. 명성과 들뜸의 그 비실체성을 잘 알고 있는 눈치며 거기서 파생된 편안함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듯 그는 “앞으로도 연극을 중심으로 영화나 방송도 할 계획이다”고 했다. 문득 외연(外延)의 확대란 중심자리를 놓치지 않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사실을 그의 삶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무대 위에서나 아래에서나 한결같은 거인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가장 어려운 게 바로 이 ‘중심잡기’ 아닐까 싶다. 요즘처럼 혁신이다 새로움이다 죄다 외연 확장에 골몰하는 사이 노배우는 중심을 더욱 두텁게 채우고 있으니 말이다. 70대(代)가 되어서야 찾아온 행운을 쫓아가지 않고 지금껏 해온 것을 정성껏 지켜나가는 모습에서 대가(大家)의 풍모를 느낄 수 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세계 속의 내가 아니라 나 속의 세계”라고 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불교에서는 주인공(主人公)이라는 용어를 빌어 강조했다. 과연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공일까? 와이셔츠에 커피 좀 쏟았다고 나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지나가는 예쁜 여인 힐끔거리느라 내 고민거리를 잊은 지 오래다. 나를 내 삶의 주변인으로 만드는 것만큼 단호하고 무서운 운명은 없다. 배우 오영수는 자기 삶에 주인공으로 되돌아왔다. 아니 늘 그랬던 것처럼 그는 그 자신을 지켜온 것이다. 그에게 황금으로 된 장갑은 그래서 전혀 새롭지 않다.
슬픔의 자전 신철규 지구 속은 눈몰로 가득 차 있다 타워팰리스 근처 빈민촌에 사는 아이들의 인터뷰 반에서 유일하게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아이는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타워팰리스 근처를 둘러싸고 있는 낮은 무허간 건물들 초대받지 못한 자들의 식탁 그녀는 사과를 매만지며 오래된 추방을 떠올린다 그녀는 조심조심 사과를 깎는다 자전의 기울기만큼 사과를 기울인다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속살을 파고드는 칼날 아이는 텅 빈 접시에 먹고 싶은 음식의 이름을 손가락에 물을 묻혀 하나씩 적는다 사과를 한 바퀴 돌릴 때마다 끊어질 듯 말 듯 떨리는 사과 껍질 그녀의 눈동자는 우물처럼 검고 맑고 깊다 혀 끝에 눈물이 매달려 있다 그녀 속에서 얼마나 오래 굴렀기에 저렇게 둥글게 툭툭, 사과 속살은 누렇게 변해가고 식탁의 모서리에 앉아 우리는 서로의 입속에 사과 조각을 넣어준다 한입 베어 물자 입안에 짠맛이 돈다 처음 자전을 시작한 행성처럼 우리는 먹먹했다 -정념의 공감능력에서 보이는 “그들”과 “우리”의 차이 젊은 부부는 흔히 어린 자녀에게 “엄마 아빠를 얼마만큼 사랑해?” 이렇게 묻곤 한다. 그러면 이제 겨우 말을 더듬는 어린것이 양팔을 펼치면서 “하늘만큼 땅만큼” 이렇게 외친다. 이 때 입에 걸리는 부모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런데 이 시에서 “타워팰리스 근처 빈민촌에 사는 아이”가 “반에서 유일하게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하고 “지구만큼 슬펐다고” 답하는 인터뷰가 나온다. 그 말을 들은 시인은 얼른 “지구 속은 눈물로 가득차 있다”라는 진술로 화답한다. “사과를 매만지며 오래된 추방을 떠올”리는, “조심조심 사과를 깎는” 아이의 어머니, “텅 빈 접시에 먹고 싶은 음식의 이름을 손가락에 물을 묻혀 하나씩 적는” 아이. ‘그녀’ 마음의 상처는 “속살을 파고드는 칼날”처럼 찔린다. 그래도 “우물처럼 검고 맑고 깊”은 평정을 유지하는 그녀의 얼굴, 그러나 이도 오래 가지 못한다. 발설하지 않은 슬픔은 그녀 눈동자 속에서 오래 구르다, “혀끝에” 매달려 있다”, “둥글게 툭툭,” 떨어진다. 시인은 그들이 “식탁의 모서리에 앉아 서로의 입속에/사과 조각을 넣어”주는 것을 본다. 그런데 시인은 이를 “그들은”이란 말 대신에 우리는”이라 쓴다. 전까지 “그녀는”, “아이는”이라는 말을 사용하다가, 7연, 8연에서 시인은 왜 “그들은” 대신 “우리는”이라는 주체를 사용할까? 두 연에서 사용되는 “우리는”의 차이는 없을까? 자세히 보면 서로의 입 속에 사과를 넣어주는 모녀(혹은 모자)를 “우리”라고 쓸 때 시인은 심리적으로 이미 그들을 한 식구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하나는 아니다. 그러나 마지막 연 “처음 자전을 시작한 행성처럼 우리는 먹먹했다”에 이르면 시적 화자와 그들은 이미 같은 시공간에서 꿈틀거리며 움직인다. 더 정확히 말하자. 그들과 함께 공전하기 시작한다. 시인은 고통받는 타인의 몸을 자신과 겹쳐놓는다. 미디어가 보여준 고통인데도 이를 내면 삶의 공간으로 끌어들인 시인의 공감능력이 보통이 아니다.
우리나라 액션영화, 그 중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만든 영화 중 가장 인기를 끈 영화가 무엇일까? 단언하건데 무술고수를 찾아 전세계를 돌며 무도의 강함과 인격의 완성을 추구한 끝에 마침내 세계 무도의 전설이 된 극진 가라데의 그랜드 마스터 최배달, 최영의를 주인공으로 한 ‘바람의 파이터(2004)’일 것이다. ‘바람의 파이터’는 만화가 방학기 선생의 만화로 1970년대부터 꾸준히 인기를 얻어 동명의 소설까지 나왔고 2004년 양휸호 감독의 연출로 양동근이 주연을 맡아 마침내 영화로 만들어졌다. 당시 엄청난 이슈가 되었음에도 150만 내외의 관객을 기록하며 흥행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최배달을 흠모하는 무도가나 무도지망생들에게는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로 손꼽혔다. 동천동에서 ‘동천포차’를 운영하며 왕성한 SNS활동을 하고 있는 김석진 사장에게 ‘바람의 파이터’는 누구보다 각별하다. 그 자신 태극권을 오랜 기간 수련해 ‘전수자’의 단계까지 올랐고 검도 역시 공인 3단인 범상치 않은 무도가이기 때문이다. “바람의 파이터가 인생 영화인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주인공인 양동근 씨가 저와 동갑내기고 마침 그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 제가 군에서 제대하고 경주대학교에 복학해 검도 동아리와 태극권 동아리에서 회장을 맡고 있었고 전체 동아리 연합회 회장을 맡기도 했을 때였지요” 대학생으로 무도를 추구하던 김석진 사장은 당시에는 70kg안팎의 날렵한 몸매를 가지고 있으면서 최배달처럼 훨훨 날았다고 회상한다. “또 하나 잊지 못할 사건이 있습니다. 당시 태권도공원 건설이 예정되어 전국적인 유치 열풍이 불었는데 그때 경주도 선두권에서 유치 경쟁을 벌였습니다. 당시 경주대학에서 무도를 이끌던 저로서는 이 일을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없었습니다” 치열한 유치경쟁에 경주대학교 동아리 연합회 회장이자 경주 학생 무도인의 입장에서 많은 유치행사에 참여하며 태권도 공원유치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태권도 공원은 타당성이나 유치 효과보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치적 명분으로 인해 무주로 결정되어 무척 서운한 기억이 남아 있다. 당시 석굴암 금강역사까지 인용하며 경주가 우리나라 전통 무술의 원류이자 태권도의 성지라고 주장했던 일들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런 김석진 사장에게 바람의 파이터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기억 속에 살아 있지만 그 중에서 몇몇 장면은 특별히 뇌리에 깊숙이 새겨져 잊혀지지 않는다. “영화에서 최배달이 기요즈미 산에 입산해 눈썹을 밀고 혹독한 수련을 하며 일본의 전설적인 검술명인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를 읽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때 저도 입산하여 수련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느꼈습니다” 특히 김석진 사장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무사시노 벌판의 결투도 인상 깊게 남아 있다고 술회한다. 영화에서 전일본의 검도회장 ‘카토’ 역에 실제로 검도사범 자격증이 있는 카토 마사야가 열연했는데 그 덕분에 발도 순간의 모습이나 세부적인 검도 연출이 매우 실감나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바람의 파이터를 소개하면서 김석진 사장은 물 만난 고기처럼 최배달에 대한 이야기를 그치지 않는다. 그가 한국으로 건너와 박정희 대통령의 후원으로 우리나라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 공헌한 이야기, 세계를 돌며 무도가와 싸운 끝에 세계 무도계로부터 ‘그랜드 마스터라’는 호칭을 얻은 것까지 쉴 새 없이 소감을 들려준다. 김석진 사장은 우람한 체격과 우락부락한 모습과 달리 매우 유순하고 정의로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안강에서 태권도 도장을 하다 겸업으로 밀키트를 운영하는 친구 이희경 관장과 경주 가수로 유명한 김경진 씨와 함께 ‘뚱 트리오’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며 경주의 맛집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운영하는 동천포차는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동천동 유명 맛집으로 성가를 올리고 있다. 바람의 파이터 최배달은 세계 무도계를 주름잡았지만 경주 신바람의 파이터 김석진 사장은 경주 젊은이들의 입맛을 주름잡고 있다.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이 크지 않아 보인다.
달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휘영청 둥근 달을 보면 마음이 맑아지며 그리움이 열리고 상상력이 커진다. 달 보고 시를 쓰고 소원 빌고 기도한다. 이런 시대가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 실생활에 존재했다. <사진> 달 보고 기도하는 대표적인 날이 보름달이 뜨면 정월 대보름이다. 개인적으로 오곡밥을 먹으며 건강을 기원했고 ‘부름’을 통해 무사안녕을 빌었다. 달이 가지는 의미를 공공의 가치로 치환해 동네마다 달집 태우기나 지신밟기 등의 달맞이 행사를 즐겼다. 달을 향한 상상력도 많은 이야기로 발전했다. 옥토끼가 살고 있으며 달에는 ‘월궁’이라는 아름다움 대궐이 있고 거기에 항아가 살고 있어 그 아름다움이 사람 세상은 물론 천상에서조차 따를 사람이 없다고 여겨졌다. 환한 달의 아름다움이 항아를 만든 것이다. 서양에서도 똑 같이 달에 신성을 부여해 세레네를 달의 여신으로 추앙했다.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달의 신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그런 달이 과학의 발달과 함께 점점 위상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천문학의 발달은 달이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 아닌 태양의 반사판 역할로 빛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1969년 이후에는 더 이상 숭배의 대상이 아닌 단순한 과학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달나라에 사는 옥토끼는 달표면에 나타난 거대한 분화구 속 어딘가에 숨어 영영 나오지 못하는 전설이 됐다. 그래도 달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다. 비록 과학으로는 달을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달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노래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그들의 마음은 과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맑은 감성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심성이 있지 않을까? 늘 경주의 자연 속에서 자애롭게 경주를 산책하는 권원수 씨의 페이스북에 보름달이 잡혔다. 달보고 기도하는 권원수 씨, 인연 맺은 모든 사람의 건강과 소원성취를 함께 빌었다. 보름달처럼 넉넉한 기원이고 달 만큼이나 밝은 기도다. 항아님이나 세레네가 들으면 반드시 이루어주실 소원 아닐까?
-런던에서 ‘에딘버라’로 나르다. 런던공항에서 비행기로 1시간 20여분 후, 스코트랜드 동남부에 있는 에딘버라 공항에 도착하니 밤 10시경, 자정쯤에야 예약해둔 숙소에 이르렀습니다. 런던보다 북쪽에 위치한 탓인지 여름인데도 6월의 밤은 추웠습니다. -스코트랜드의 랜드 마크 ‘에딘버라성’에 오르다. 이튿날 아침 일찍, 우리는 바위 산위에 있는 에딘버라 성으로 올라갔습니다. 요새(要塞)처럼 가파른 성벽이 삼면을 둘러싸고 있는, 철통같이 견고한 난공불락의 성으로 보입니다. 다가오는 축제준비공사로 성 입구 광장이 다소 어수선해요. 이 성을 이곳 사람들은 ‘저항의 요새’라고 부릅니다. 스코트랜드 왕가가 여기서 잉글랜드와 맞서 싸우던 마지막 항전 터였기 때문이죠. 그들은 스코트랜드 자존심의 결정체라 여기며 명예롭게 받들고 자랑합니다. 관람료는 성인 16파운드. 성안에는 궁전, 군사시설, 박물관, 시장, 기념품 가게 등으로 사람들이 오래 거주할 수 있도록 조성된 독립된 한 마을처럼 보입니다. 전쟁박물관에는 총, 투구, 대포 등이 진열되어 있고, 전망대에 오르니 눈 아래 스코트랜드 특유의 오렌지 색 중세 가옥들의 도시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왕족만이 다녔던 ‘로얄마일’ 거리 구경 에딘버라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모이는 거리입니다. 이 시가지를 동서로 연결하는 중앙도로이죠. 16세기엔 왕족들만이 왕래하던 특별구역으로 길이가 1마일정도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요. 이 거리에는 경제학자인 아담스미스 동상, 유명시인 로버트 동상 등이 있으며, 이곳 특산품인 위스키, 남성용 스커트, 기타 스코틀랜드 전통 의류 등이 진열된 기념품 가게들이 많이 보입니다. 거리곳곳에는 비눗방울이 뭉글뭉글 날리며, 거리 마법사들이 재미있는 마술을 하고, 치마처럼 생긴 옷을 입은 아저씨들이 백파이프를 불며 행진하는 모습이, 스코틀랜드 고유의 전통 풍경으로 정겹게 보입니다. 마치 마법의 도시에 온 것 같습니다. -북해를 향(向)해 있는 ‘칼튼’언덕위의 기념탑들 로얄마일 거리를 지나 넓은 잔디 언덕인 ‘칼튼 힐’에 올랐어요. 북해가 멀리 보이는 넓은 잔디 벌판인데, 아테네 신전처럼 보이는 건축물들이 서너 개 서있을 뿐 주변이 휑합니다. 이곳을 사람들은 ‘북쪽의 아테네’로 부른다고 합니다. 나폴레옹전쟁 때 전사한 장병들의 추모탑이 아직 미완성으로 남아있고, 이곳 유명한 어느 철학자의 탑이 있는가 하면, 1815년 건립한 넬손 제독의 추념 탑도 북해를 향해 서있습니다. 이곳 칼튼 힐은 북해를 바라보며 잔디밭에 누워 여정의 피곤을 달래는 곳이래요. 그래서인지 스코트랜드의 여행 맛을 간직해가는 힐링코스로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북해를 쳐다보고 있으니, 손자 둘은 확 트인 공간에서 재미있게 뛰어 놀지만, 한국에서 참 멀리 왔다싶어지며 집이 그리워집니다. -충직한 강아지 ‘보비동상’ 이야기 로열마일 거리를 걷다가 가까운 곳에 충견 강아지 동상이 있다고 해 찾아갔어요. 두 살 정도 되는 개가 그의 주인인 ‘그레이’목사와 함께 이곳을 여행하다, 갑자기 주인이 객사하여 근처 그레이 ‘프라이어공동묘지’에 묻히게 됩니다. 개는 이곳을 떠나지 않았고, 무려 14년간이나 주인무덤을 지키며 살았다고 해요. 사람들은 이 개의 충복에 감탄하여 개를 돌봐줬고, 개가 죽고 나서는 시민권까지 부여하며, 주인 무덤 옆에다 묻어주고 동상까지 세우며 주인 무덤과 함께 잘 보살펴주고 있습니다. 동상에는 ‘Greyfriars bobby’라고 쓰여 있으며 코가 유난히 반질반질 거립니다. 이 개의 코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 leejongi2@naver.com
경주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이고,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세계적인 문화재는 기다림과 속 깊은 투자에 의해 지켜지는 것이다. 경주개 동경이는 지키는 사람에 의해 미래의 문화자산이 될 수 있으며, 세계적인 자리매김으로 값어치는 달라질 것이다. 경주개 동경이는 국가지정 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40호이며, 21세기 경주의 자산이다. 천연기념물은 학술적가치가 있고, 역사성과 희귀성을 가지고 있으며,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등을 말한다. 축양동물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종은 연산 오골계, 제주마, 제주흑우, 제주흑돼지, 진도개, 경주개 동경이, 삽살개 등이다. 진도개는 일제 강점기인 1938년에 조선총독부에 의해 천연기념물 제53호로, 경산의 삽살개는 1993년에 경북대학교 하지홍 교수에 의해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경주개 동경이는 2012년 서라벌대학 최석규 교수 연구팀(성기창, 이은우, 박순태)에 의해 축양동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오늘날까지 구전으로 전해온 토종개는 오수개, 제주개, 불개, 거제개, 해남개 등이며, 오래 전부터 종 보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개체복원을 위해 노력했지만, 연구 자료 부족과 추진 의지 부족으로 제주개를 제외하고는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옛이야기 속의 동물이 되어 버렸다. 경주개 동경이는 경주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연구자들의 노력에 의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시민들의 곁을 지키는 문화재가 되었다. 토종개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에 기록된 개는 벽사(辟邪:사귀(邪鬼)와 액(厄)을 막는 용도)의 의미로 길흉사를 미리 알려주는 존재로써 오랫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한 역사성의 스토리가 있는 동물이다. 개는 보는 자의 관점에 따라 여러 형태로 표현되고 대접을 받아왔다. 문화재가 된 경주개 동경이는 부서 담당자에 따라 문화재로, 또는 경제성 축양동물로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경주개 동경이는 국가문화재이며, 토종생물자원이며, 민족의 수많은 스토리텔링의 자원이 함께 하는 살아있는 신라 유산이다. 선진 문화국가일수록 함께 하는 스토리텔링 자원이 풍부하다. 이미 도래한 미래세대의 메타버스(Metaverse) 시대는 문화적 자원이 바탕이 되어야 세계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팬데믹(Pandemic) 시대를 거치면서 검증되었다. 21세기 자원인 경주개 동경이를 문화자원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경주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이고,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경주개 동경이는 살아 움직이는 자산으로 21세기의 경주만의 것이다. 세계적인 문화재는 기다림과 속 깊은 투자에 의해 지켜지고, 또 다양한 방면의 활용 가치를 찾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경주개 동경이는 지키는 사람에 의해 미래의 문화자산이 될 수 있으며, 세계적인 자리매김으로 값어치가 달라질 것이다. 21세기 세상은 개가 가정 깊숙이 들어와 반려동물이 되어 함께하는 가족구성원이 되었다. 경주개 동경이도 경주시민의 가슴 속에서 경주의 반려견으로 이어지길 간절하게 바란다.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
경북도가 문화관광분야 산학연관 역량 융합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한 ‘2021 경주엑스포 대공원 콘텐츠 혁신 사업’이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에 따르면 혁신 사업 추진 결과 지난해 경주엑스포대공원의 유료 관람객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역 관광산업이 코로나19로 인해 부진한데도 불구하고 경주엑스포대공원은 지난해 유료 관람객 31만6081명으로, 전년 15만4572명보다 16만1509명 증가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지난해 4월 CJ그룹, 대구대와 대학, 기업, 지자체의 혁신자원 공유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문화예술 및 관광산업 진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어 재단법인 문화엑스포에 콘텐츠 혁신TF를 신설하고 CJ ENM, 대구대 관광축제연구소 및 지자체와 실무협의회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CJ ENM의 다양한 콘텐츠와 홍보 플랫폼, 대구대의 콘텐츠 운영 자문 및 관광객 만족도 연구·조사, 경북도와 경주시의 운영 및 행정지원을 융합한 ‘경주엑스포 대공원 콘텐츠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같은 성과는 계절별 특색이 담긴 시즌별 프로그램 운영, 주말 상설공연 등 민관 협업 콘텐츠가 경주로 관광객을 유인하는 핵심 콘텐츠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화랑아놀자, 살롱 헤리티지 등 엑스포 자체 신규 콘텐츠가 지역 문화관광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이날 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 손경식 CJ그룹 회장, 이철우 도지사, 주낙영 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1 콘텐츠 혁신사업 성과보고회 및 향후 비전 선포식’을 했다. 재단법인 문화엑스포는 이날 성과발표에 이어 올해 새로운 민관 협업사업으로 신라문화를 재현하는 실감스튜디오 건립과 친환경 태양광 주차장 설치 등 새로운 사업진행 계획을 밝혔다. 또 박대성 화백의 솔거아카이브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해 나가고, 메타버스 시대에 발맞춰 경주엑스포대공원을 디지털 공원으로 대전환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021 경주엑스포 대공원 콘텐츠 혁신사업은 기업과 대학, 지자체 간 협업을 통해 언제나 새롭고, 콘텐츠 중심의 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지역관광 활성화에 기여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코로나 이후 경북도의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해 철저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이날부터 20일까지 3일간 경주엑스포대공원 경주타워에서 경북 전통문화의 품격을 담은 ‘2022 경북 전통문화상품 기획전’을 개최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삼일절(3·1 만세 운동)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103주년. 애국선열지사들의 고된 삶이 더욱 생각나는 요즈음이다. 경주 독립유공선열의 명예를 선양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자 우리 후대의 막대한 책무다. 국가보훈처에 본적이 경주와 월성으로 서훈된 독립유공자는 2020~2021년 새로운 서훈자가 세 명 추가되면서 모두 56인이 되었다. 경주남부보훈지청 관계자는 “국가보훈처에서 경주지역 독립유공자를 경주시와 월성군으로 나눠 기록한 것은 1955년 경주읍이 경주시로 승격되고 외곽 읍면 지역이 월성군이 되면서 당시 유공자의 호적상 본적에 따라 경주와 월성으로 나눠진 상태 그대로 표기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가보훈처 분류에는 ‘월성’과 ‘경주’로 아직도 나누어져 있고 56명 중 아직도 10명은 월성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 56인은 다음과 같다. 김만득, 김봉규, 김종철, 서달수, 손진형, 이순구, 장경탁, 정내영, 정수기, 황병기, 김기도, 김두오, 김민환, 김봉식, 김성권, 김성길, 김세종, 김은충, 김일성, 김재호, 김종호, 김철, 김필권, 김학봉, 김화섭, 노말수, 박문홍, 손경익, 손동창, 손문익, 손석봉, 손시헌, 손진창, 신동하, 양태원, 이대백, 이두만, 이무범, 이석채, 이인석, 이중근, 이치용, 이판득, 이홍석, 정을기, 조경규, 조근만, 채순봉, 최명표, 최상제, 최성렬, 최수창, 최완, 최준, 최해수, 허장환. 한편, 서훈 된 이들 중에서 실제로 경주 사람인데 다른 지역명으로 기재되었거나 혹은 본적이 어딘지 모르는 ‘미상’으로 기록돼 있는 14명의 경주독립유공자를 찾아내 현재까지 56명에서 모두 70명이라고 밝힌 이가 있다. 바로 경주최부자민족정신선양회 최혁 연구위원이 그 주인공. 최부자민족정신선양회에서는 경주의 독립유공자 발굴과 선양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일련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재판기록이나 여러 자료들에서 그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어 독립유공자로 반드시 서훈되어야 할 여덟 명의 경주 유공자도 발굴해냈다. 최혁 위원의 자문과 인터뷰를 통해 잃어버린 경주의 독립유공자 14명과 서훈되어야 할 8명의 선열들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정리해 보았다. 지면을 빌어 고향 경주로 돌아오지 못한 독립유공자들의 이름만이라도 호명해보았다
경주시청년연합회 이진수 회장과 임원들이 추운 겨울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쌀을 후원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사진> 청년연합회는 지난 16일 지역의 어르신과 소외계층,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펼치는 중부동 리어카 무료급식소를 방문해 10kg 쌀 20포대를 전달했다. 이번에 전달된 쌀은 이진수 회장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여러 인사들이 보낸 것이다. 이진수 회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위해 작게나마 따뜻한 손길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며 “기증한 쌀이 꼭 필요한 분들께 전달돼 유용하게 쓰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회장 취임을 축하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지역의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경주시청년연합회가 일조할 수 있도록 후원방안을 모색하는 등 경주시민들을 위한 나눔을 꾸준히 이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경주엑스포대공원이 코로나19로 외부활동과 문화생활 접근이 어려운 지역 내 아동을 대상으로 문화 나눔과 아동복지 증진을 실천하고 있다. 경주시 성건동 소재 아란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은 지난 17일 경주엑스포대공원 측의 초청으로 아이스링크 체험 등 문화 체험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발열체크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방역 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3~4명씩 조를 나눠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공원을 관람했다. 신혜은(15) 학생은 “오랜만에 밖에 나와서 기분이 좋다”며 “경주엑스포대공원에 와서 아이스링크장이랑 VR체험이 제일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뿐만아니다. 지난해 업무협약을 맺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지역아동센터 13센터에서 총 390명이 방문했고, 천북면 소재 사회복지시설 대자원에서는 올해 1월 30일부터 2월 2일까지 4일간 총 63명이 공원을 방문했다. 아동복지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문화행사를 경험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 걱정이 많았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경주엑스포대공원에 감사드린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류희림 경주엑스포대공원 사무총장은 “지역 내 모든 아동들이 문화 사각지대 없이 다채로운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고객편의 증진 및 사회적 약자들의 문화접근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기관으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주엑스포대공원은 지난해 경북행복재단, 장애인편의증진기술지원센터, 시각장애인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나눔 활동도 적극적으로 병행할 방침이다.
코로나19의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지역 복지시설들의 프로그램 운영이 3월에도 불투명해졌다. 복지시설들은 오는 3월부터 인원수를 줄이고 대면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했지만 확진자 증가로 인해 프로그램 운영을 잠정적으로 미룰 예정이다. 무료급식은 도시락배달로 계속해 대체하며, 긴급도움이 필요한 위기가정사례관리 등 최소한의 대면서비스가 필요한 사업만 진행한다.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3월부터는 인원수를 줄이더라도 운영을 해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역에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또다시 프로그램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당분간은 비대면으로 운영가능한 필수 사업만 운영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노인여가복지시설도 지난 14일부터 운영중단을 결정한 보건복지부의 조치에 따라 지역도 경로당(629개소)을 비롯한 노인여가복지시설 등이 폐쇄됐다. 노인여가복지설의 경우 그동안 추가 접종자만 출입·이용할 수 있게 했지만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부터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키고 집단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한다. 취미·여가 관련 대면 활동서비스는 운영을 중단하되, 노인돌봄맞춤서비스나 독거노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 등 지속적 제공이 필요한 필수 서비스 또는 비대면 프로그램은 제공한다. 복지시설들이 비대면 서비스로 대체된 지 3년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정서적 돌봄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지역은 고령인구와 독거노인 비율이 높아 이번 폐쇄조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60대 우울 위험군은 지난해 3분기 12.4%에서 4분기 13.8%로 늘었다. 우울 평균점수도 4.0점에서 4.2점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지역 노인들의 정서적돌봄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복지기관 관계자는 “이전에는 노인복지관 등에서 대면으로 우울증이나 고독사 방지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비대면으로 전환된 이후부터는 상호 피드백이 어려워 제대로 상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노인들의 정서적인 안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23일 2022학년도 도내 모든 중·고등학교 신입생과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개인당 20만원 상당의 ‘진학지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진> ‘진학지원금’은 직업 세계의 급속한 변화와 코로나19의 장기간 유행으로 인해 강조되고 있는 진로교육과 체육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3월부터 도내 6만 7000여명의 학생에게 134억여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에 지원되는 진학지원금은 ‘진로탐색비’ 10만원과 ‘체육복비’ 10만원으로 나누어 지원하게 된다. 진로탐색비는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학생 진로체험 및 진로탐색 활동 비용, 진로심리검사지 제공 및 상담 비용을 지원하거나 진로교육용 도서를 지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학교에서 직접 집행한다. 특히, 코로나19 극복 이후 학급별 진로 여행, 진학 희망별 전공 체험, 동아리별 직업체험, 교내 진로캠프 등을 권장한다. 체육복비는 학교 단체 체육복 또는 교과 수업, 동아리 활동 등 학교 교육 활동을 위한 개인별 체육 준비물 구입에 사용되며, 체육복, 운동복, 운동화, 줄넘기, 공, 라켓, 기타 스포츠용품 등의 구입을 위해 학부모에게 현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한편 초등학교는 중·고등학교와 달리 신입생이 아닌 3학년에게만 지급하는 이유는 진로 인식 발달 수준에 따라 3학년부터 진로체험 학습을 권장하고 있어 체육교과 또한 이때부터 편성된다.
서울시가 차량 진입이 어려운 좁은 골목길, 재래시장, 계단도로 등 서울 전역의 1만4000여개 ‘소규모 골목길’의 거리뷰를 디지털 ‘S-Map’을 통해 서비스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장애 지역, 최적의 경로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휠체어·유모차 등 보행 약자들의 보행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소방관은 응급상황이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 거리뷰를 보고 신속하게 대처·활동할 수 있다. ‘S-Map’은 서울 전역을 3D 지도로 구현하고 그 위에 행정, 환경 등 도시정보를 결합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지도다. 소규모 골목길은 보행 환경·안전과 밀접해 시민들의 체감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골목길에 대한 공간정보가 구축되지 않아 소방관의 대처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 보행 약자의 경우 기존 지도 서비스에서는 골목길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이동하는 데 불편을 겪었다. 서울시는 지난 2020년초부터 2년여에 걸쳐 서울 전역의 골목길 1만4699개소, 총연장 674.1km에 대한 ‘시민 체감형 골목길 공간정보’를 구축해 이번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업은 디지털 뉴딜 공공 일자리 사업을 통해 추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참여해 정보를 수집·데이터화해 구축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은 공간정보 구축에 대한 교육과 경험 기회를 얻고, 시민들에게는 이전에는 없었던 골목길의 공간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알찬 사례다. 서울시는 5만3715건의 거리뷰를 통해 CCTV, 보안등, 비상벨 등 골목길 안전 시설물 위치정보도 파악하고 골목 청결도, 번잡도 등 5가지 항목에 거리상황을 분석했고 성동구, 구로구, 동작구, 광진구, 동대문구 등 5개 자치구와 협업해 화재 등 응급상황 시 소방활동에도 활용할 수 있는 거리뷰도 구축했다. 이 서비스를 시는 2월 23일부터 종로구 등 강북권역 10개 자치구에 대한 골목길 거리뷰 서비스를 시작해 강남권역 14개 자치구에는 6월까지 순차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스마트 서울맵(https://map.seoul.go.kr/) 또는 에스맵(https://smap.seoul.go.kr/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인과 화가가 만나 함께 작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중·고등학교 시절 시화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분위기를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 쓴 시인 지망생 학생이 자신의 시를 그림으로 표현해 줄 미술부 친구나 선후배를 찾아 쫓아다니던 기억이 새로울 것이다. 혹은 시와 그림에 고루 능한 어느 친구의 비범한 시화를 감상하며 부러워하던 기억도 있을 법하다. 봄이 무르익을 무렵이나 가을이 한창 진홍으로 물들 무렵 경주 전역의 학교들이 각자의 학교나 서라벌 문화회관. 기타 경주의 명소들에서 약속이나 한 듯 시화전을 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때 시 쓰고 그림 그리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지금도 경주와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시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들이 한 자리에 다시 모여 시화전을 함께 벌인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 환상적인 아이디어가 서울에서 실현됐다. 지난 16일 혜화동 대학로 혜화아트센터 제2관, 아직도 전시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몇몇 행사에 참여한 몇몇 시인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이들은 2월 12일부터 시작한 시인과 화가 콜라보 전시회인 ‘시가 꽃으로 피어날 때’에 참가한 12명의 시인들이다. 이들 시인들은 16일 전시회를 마치고 각자의 작품을 이웃한 동성중·고등학교로 옮기기 위해서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혜화아트센터의 특별한 배려, 코로나19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가장 좋은 치유는 문화! 시와 그림으로 힐링됐어요!! 전시회는 열두 명의 시인이, 24명의 화가들의 그림 위에 시를 옮겨 모두 36점의 작품으로 시화전을 연 것이다. 비록 프린트한 그림이라고는 하지만 오직 이 행사만을 위해 단 한 장씩만 프린트했고 중견 화가들의 작품이 이렇게 한꺼번에 여러 작품이 프린트되기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작품 위에 시가 쓰인 것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날 작품을 낸 시인들은 그림을 낸 화가들과 관람객들 앞에서 기타리스트 신현대 씨의 기타 반주와 음악에 맞춰 자신의 시를 낭송하는 특별한 이벤트도 즐겼다. 이런 기발한 행사에는 이 행사에 혼신을 기울인 시인들과 혜화아트센터의 배려가 숨어 있었다. 이 행사에 처음 착안한 사람은 시 낭송으로 유명한 최대남 시인(사진)이다. 최대남 시인은 동리목월기념관 행사와 지난해 5월 경주의 들쑥날쑥축제에 참가해 시를 낭송하는 등 자주 경주를 찾는 친경주 인사다. 최대남 시인은 이번 행사의 취지를 코로나19에서 착안했다고 고백했다.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문화가 제일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칼로 베인 듯한 상처가 생겼을 것인데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시와 그림, 음악과 춤 같은 것이 있지 않겠어요?” 그 중에서도 시인의 가장 자연스러운 치유 장르가 시였고 이것을 형상화 할 수 있는 파트너로 미술과의 동행을 꿈꾼 것이다. “시는 문자로 쓰는 그림입니다. 그림은 색채로 쓰는 시이고요. 표현의 방법은 각각 다르지만 두 예술 장르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은데서 이 행사를 착안해 보았습니다” 최대남 시인의 아이디어는 곧바로 주변 시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행사 기획을 맡은 오정후 시인은 이번 행사가 본인의 어떤 행사보다 생생하고 실감나는 행사였다고 소개한다. 특히 이 행사 후 혜화아트센터와 이웃한 동성중·고등학교에 약 2달 반 동안 작품을 전시하게 된 것을 말하며 요즘 학교들이 시화전을 잊어버린 것이나 대학에서 국문학과들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마침 이번 행사에서 부위원장을 맡아 활약한 이호남 시인은 전시회 이틀째 같은 장소에서 자작시집 ‘내 별 하나 너의 달 하나’ 출판기념회도 함께 열었다. 이호남 시인은 이번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행사 자체도 의미 깊었지만 낭송의 기쁨에 대해 스스로 감동되었고 힐링되었다고 회고했다. 이호남 시인은 이번 행사가 고등학교 다닐 때 시화전의 추억들이 이 전시회에 재현된 듯하여 추억에 젖기도 했다며 각별한 감흥을 표시했다. 참석한 시인들의 감회도 남다르다. 구지평 시인은 고등학교 때 처음 자신의 시가 활자화 된 후 오랜 기간 시를 잊고 살다가 고교시절 자신이 묶어놓았던 세계문학전집을 되찾은 2010년경부터 다시 시 쓰기를 시작 시와 시조 부문에 등단했다. 구지평 시인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낭송의 기쁨을 재발견했다고 술회했다. 자신의 그림에 자작시를 직접 올린 서양화가 겸 시인인 김주윤 시인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자신의 두 가지 재능을 동시에 펼칠 수 있어서 무척 뜻 깊었다며 의미를 더했다. 그림과 시가 너무 흡사한 느낌이 든다는 김주윤 시인은 이번 행사에서 평소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 양쪽을 공백을 한곳에서 채우는 기쁨을 맛보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은유 시인은 특히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지독한 사랑’이 아버지와의 사연이 깃든 시라 알려주며 나이 들어 아버지의 사랑을 알고 나니 아버지가 세상에 계시지 않음이 죄스럽고 안타깝다며 절절함을 표했다. 이번 전시회에 그림과 함께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서 의미 깊다며 스스로 위안했다.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인 이재섭 시인은 시낭송의 순간이 학교에서 강단에 설 때의 느낌과 사뭇 다르다며 그 독특한 감흥을 전했다. 또 이번 전시회가 문학과 미술의 만남이라는 특별한 기획으로 이뤄져 서로 다르지만 유사한 예술이 어우러져 빛을 발했다는 것이 무엇보다 의미 깊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주도한 오정후 시인은 펜데믹 시대, 시와 미술과 접목해 순수 예술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진정한 시화전을 기획하게 돼 뜻 깊었다고 전한 후, 행사중간 토론은 화상 미팅과 SNS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고 화가들의 소통은 혜화아트센터에서 중간 역할을 해주어 가능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랑데부 시화전, 낭송회, 미술품 간접 판매, 특별한 시집 출간, 인근 동성중·고등학교에 전시 등 다양한 성과 이번 전시회는 24인의 미술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프린트해 시와 접목하는 것을 허락함으로써 이뤄졌다. 이들 미술가들은 자신의 그림이 유명 시인들의 관심을 받아 선택된 것이 반가운 한편 자신의 작품들이 시화전을 통해 새롭게 조명되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흡족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화가들 중 최대남 시인과 랑데부한 박순영 작가는 “시인들과 작품을 통해 특별하게 교감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한 후 “오프닝 행사를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 시집을 열 권이나 사서 지인들에게 나눠 주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특히 박순영 작가는 전시회 동안 자신의 작품이 판매됐다는 소식을 듣고 더 기뻤다며 앞으로 이런 활동이 다른 곳에서도 자주 열리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박영순 작가의 말에서 보듯 이번 행사에 출품된 미술작품들은 관객들에게 판매됐고 전시회 후 작품들은 혜화아트센터와 이웃한 동성중·고등학교에 4월 30일까지 전시돼 학생들의 정서순화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또 전시회에 사용된 시화 36점과 시인들이 각각 2편씩 더 낸 시 총 60편으로 특별한 시집이 출간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편 이번 전시회에는 혜화아트센터(대표 강석동 / 관장 한은정)의 도움이 아주 컸던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혜화아트센터는 시인과 화가들과의 접합점을 찾아주고 흔연히 대관까지 무료로 해주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갈증에 차 있던 시인과 미술가들에게 시원한 감로수 역할을 대신했다. 한은정 관장은 “혜화아트센터가 대학로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왔는데 이번 기회에 관객들에게 새로운 장르를 선물할 수 있었다”며 의미를 강조하고, 한은정 관장의 소감은 이번 행사의 전반적인 감흥을 한꺼번에 요약해 준다. “행사장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을 보며 이 행사에 참여해 준 시인과 화가님들께 정말 고마웠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너무 좋았어요” 나흘 동안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이 행사를 통해 시인과 화가들이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충만감을 얻었고 미술관도 새로운 장르를 제시하며 꽤 ‘길어질’ 역사를 만들었다. 이번 행사가 앞으로 다양한 지역사회나 문화계에 전파돼 또 다른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획은 없을 것이다. 경주의 시인과 화가들이 주목할 만한 행사들이고 사람들이었다.
-가습기를 사용해 실내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되나요? 겨울철에는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기 위해 가습기를 사용하는 분이 많습니다. 습도 조절에 도움이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매일 물을 갈아주어야 하고, 남은 물은 세균이나 곰팡이가 번식할 수 있으니 무조건 버려야 합니다. 또 최소 2~3일에 한 번은 가습기 내부를 청소해줘야 합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환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나요? 겨울철에는 추위와 미세먼지로 환기를 자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환기를 하지 않으면 실내에 이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등이 축적되어 호흡기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대기가 정체된 밤을 피해 공기 흐름이 활발한 낮 시간대에 10분씩 세네 번씩 환기해주어야 실내 공기질과 호흡기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만성호흡기질환 환자는 코로나19 위험성이 더 큰가요? 만성 호흡기질환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특별히 높은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기에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처방받은 약을 잘 복용하고 개인위생에 신경 쓰며 면역력을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호흡기질환 예방접종이 도움이 되나요? 인플루엔자(독감)의 경우 해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40~60%의 예방률을 보입니다. 건강한 성인의 예방률은 약 80%로 월등히 높고 인플루엔자에 걸리더라도 비교적 가벼운 증상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면역력이 낮은 소아나 어르신은 폐렴구균 예방접종도 권합니다. 바이러스성폐렴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로 인한 세균성 폐렴같은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만성 호흡기질환 환자들도 마스크 쓰는 것이 도움이 되나요?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었지만 만성 호흡기질환 환자들은 마스크 착용 시 주의해야 합니다.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기관지염 등 폐 기능이 약한 호흡기질환자는 차단율이 높은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면 질환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출 전 미리 마스크를 착용해보고, 두통이나 어지러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마스크를 벗고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반려동물의 털 때문에 호흡기질환이 악화할 수 있나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정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반려동물의 털은 호흡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합니다. 청소할 때는 바닥의 먼지와 털을 치우고 물걸레질을 한 후 환기하는 순서로 해야 효율적입니다. 옷이나 이불을 자주 털어주고 세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광역시지부 건강검진센터 자료출처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발췌
아주 오랜 시간 파도에 밀려 동그랗게 내게 온 몽돌, 거칠고 모난 마음이 다듬어져 부드럽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름다운 마블링을 표현하는 마블플루이드아트 김명지 작가의 ‘CASCADE’전이 3월 6일까지 렘트갤러리에서 열린다. 마블플루이드아트는 유동성 있는 재료를 사용해 붓고, 흘리고, 쓸어내리는 과정을 통해 아름다운 마블링을 표현하는 퍼포먼스 형태의 아트워크다. 김명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바다를 담다’ ‘불꽃놀이’ ‘불그림자’ ‘파도’ 등 신비로운 플루이드작 28점을 선보인다. 마음이 가는 색을 고르고, 캔버스를 기울여 쏟아낸 물감이 작은 폭포가 돼 흘러내린다. 흐르는 물속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작은 모래알갱이, 큼직한 자갈돌은 물과 함께 흐르는 동안 모난 곳이 갈려나가 둥글어진다. <작품 바다를 담다> 고운 흙을 빚어 뜨거운 불 속에서 구워내는 도자기를 보고 있노라면 가마 속에서 타오르는 불그림자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작품 불그림자> “CASCADE에는 쏟아지고 흐른다는 뜻이 포함돼있어요. 무엇인가를 가슴 속에 너무 많이 쌓아두면 삶이 힘들어집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물감을 붓고, 흘려내는 것만으로도 답답하게 들어찬 것들이 같이 쓸려나가는 기분이 들죠. 이 자그마한 해방감을 작품을 보는 사람도 같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작가는 작품 활동을 통해 성장하고 치유 받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감정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며 공감하고 싶어한다. 평소 캘리그라피를 쓰고, 꽃과 나무를 가꾸는 일도 즐긴다는 작가. “좋은 글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위로하는 캘리그라피도,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원예활동도 훌륭한 예술입니다. 예술은 작가와 관람객 모두에게 위로와 치유를 주는 특별하고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가끔 쉬어가더라도 멈추는 일 없이 언제까지나 예술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작가는 깊이 사색하고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는 매일을 꿈꾼다. “풀루이드아트는 미술을 처음 입문하는 초보자들도 전문작가처럼 쉽게 완성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르입니다. 미술을 하고 싶지만 테크닉 부족으로 부담을 느끼셨다면 신비한 풀루이드아트에 도전해보시길 권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는 무거운 것들을 흘리고 비워내서 조금 가벼워졌으면 좋겠다는 작가. “신비한 마블플루이드아트의 세계를 대중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많은 이들이 함께 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김명지 작가는 마블플루이드아트 뿐 아니라 캘리그라피와 레진공예 등 다양한 방면에서 두각을 보이고있는 작가다. 두 번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016년부터 전국 공모전 입상, 레진공예 출강 및 페어참가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여름 7월, 8월을 제외하고 오는 12월까지 ‘문화가 있는 날’에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문화재 돋보기’를 진행한다. ‘문화재 돋보기’는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전시품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로 큐레이터가 직접 해설하는 프로그램이다. ‘문화가 있는 날’인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박물관 야간 개장에 맞춰 오후 9시까지 운영되며, 프로그램은 전시 담당자의 전문적인 해설과 질의응답 시간으로 마련된다. 지난 23일에는 특별전시 연계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을 시작으로 올해 새로운 특별전 ‘낭산’, ‘금령총’과 관련한 해설이 진행됐으며, 12월 28일 마지막 날에는 특별전과 관련 보존처리도 다룰 예정이다. 또 수장고형 전시공간인 ‘신라천년보고’와 전시품과 관련한 주요 유적지인 ‘금관총’, ‘사천왕사’를 살펴보고,‘벼루’와 ‘치미’ 전시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등 다채로운 주제로 진행될 계획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측은 “코로나19와 관련한 방역수칙을 준수해 관람객들이 안전하게 참여하도록 운영하고 있다”면서 “문화재 돋보기에 참여해 큐레이터의 해설을 들으며 우리 문화재를 더 깊이 이해하고 감상하는 시간을 갖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신청은 사전 신청 없이 당일 프로그램 시작 시간인 오후 5시에 맞춰 해당 전시관 입구로 오면 참여할 수 있다.
경주시가 3·1운동 103주년을 맞아 경주지역 3·1운동 발생지인 봉황대 야외공연장 한켠에 기념 표지석을 제작·설치한다. <사진> 지난 23일 표지석 설치 현장에는 좌대 설치 및 바닥작업이 한창이다. 좌대는 30x220cm 황등석으로 제작됐으며, 좌대에 세겨진 비문은 지난해 경주시에서 제작한 서체 ‘신라문화체’로 새겨져있다. 상판은 100x180cm 규모의 화강암으로 표지석 제명 ‘경주 3·1 독립만세운동 발상지’는 덕봉 정수암 선생의 글씨로 새겨졌다. 표지석이 설치되는 곳은 독립만세운동이 격렬하게 펼쳐졌던 실제 장소다. 표지석 비문에는 ‘이곳은 경주 읍내 작은 장날인 1919년 3월 15일 경주 3·1만세 운동이 일어난 역사적인 장소다. 노동리교회(현 경주제일교회) 신자를 중심으로 3월 13일 큰 장날 만세시위를 계획했으나 사전에 발각 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군중에게 알려졌고, 마침내 3월 15일 기독교인, 천도교인 수많은 읍민이 참가하여 양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 만세를 힘차게 외쳤다. 이들의 투철한 이 독립정신을 길이 후손에 전하려 여기 비석을 세운다’는 내용을 기록돼 있다. 경주시는 경주지역 3·1운동 발생지에 표지석을 설치해 시민 자긍심을 고취하고 후손들에게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표지석 제막식 및 기념식은 오는 3월 1일 오전 10시 표지석 설치 장소에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