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파고가 힘차게 유럽으로 밀려오고 있다. K-CULTURE는 이제 문턱을 넘어 대세로 들어선 것이 분명하다. 유럽의 한 나라 영국에 살고 있으면서 눈으로 확인하는 바 그 체감 온도는 상당하다. BRAND KOREA라는 총체적 마케팅이 이제 어디에서든지 먹혀 들어간다고 봐도 옳다. 즉 제품광고나 기업광고에서 이제 국가 광고로 넘어가도 될 만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SAMSUNG, LG, HUNDAI의 KOREA가 아니라, KOREA의 SAMSUNG, LG, HUNDAI로 이야기를 해도 될 만한 시점에 오지 않았나, 다소 섣부르지만, 기분 좋은 마음에,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이제는 MADE IN KOREA가 어디든지 잘 먹혀 들어가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 한식 세계화가 시작된 이후 몇 년이 지났을 때 국내 경제 월간지와 이에 대한 특집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기자가 “음식문화 전문가로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한식 세계화를 어떻게 평가 하나?” 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서 필자는 “한 나라가 가진 문화의 힘은 정확히 경제력과 비례한다. 부자 나라의 선진화된 문화를 가난한 나라가 따라하는 식이다. 아무리 훌륭한 문화라도 가난한 나라의 문화가 선진국으로 역수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힘이 약한 나라에서 지명도가 낮은 특정 문화상품을 세계에 내놓으려면 정부나 자금력 있는 기업 등이 힘 있게 밀어 붙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식 세계화를 진두지휘하는 정부의 역할은 의미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여러 문화 중에서 음식은 더욱 진지한 논의와 충분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 나라와 민족을 가장 많이 그리고 정확히 보여주는 게 음식이다. 다시 말하면 맛에 대한 국가나 개인의 성향을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한식 세계화는 우리 문화를 알리고 여기에서 다양한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명확한 전략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술이 뚜렷하지 않아 보인다. 총론만 있고 각론은 취약하다는 느낌이다”고 대답했다. 그 당시 특집 인터뷰 기사라 월간지의 지면을 상당히 많이 차지한 내용 중 일부 발췌하여 재인용해 보았는데 지금 다시 읽어 봐도 필자의 당시 생각과 분석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문화’라는 상품은 그 만큼 특이하다. 그 이유는 특정 시점의 ‘문화’라는 것이 그 특정 시점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생활에 파고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현상이 경제적 가치로 창출될 때는 ‘집단적 가치로 전이’ 되는 결과물을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화가 동일문화권 국가가 아니라 이질적인 문화권의 타국이라면 더욱더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필자가 당시 ‘문화상품’이라는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서 견지한 요지는 거기에 있었다. 10여 년이나 지난 이야기이지만 필자 또한 당시 정부가 추진한 한식 세계화 사업 중 하나 였던 ‘한식 가이드북’ 유럽편에 직접 참여도 하였다. 그렇다면, 국제관광도시 경주에 대해서 좀 더 큰 포부를 가지고, 욕심을 아주 과하게 내서, 내 고향 경주에 대한 엄청난 자긍심이 충만한 한 사람으로서, 지금 성공한 한식 세계화처럼 경주 음식이 세계화 될 수 있까? 라는 질문을 뜬금없이 한다면, 필자는 너무나 단호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대답할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라고 말이다. 많은 이유들, 지금까지 시리즈로 이 지면에 썼던 필자의 칼럼에서 차고 넘치는 근거들을 제공해 왔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타임지 선정 ‘2021년 세계 100대 명소(The World’s 100 Greatest Places)’에 경주가 선정이 되지 않았던가 말이다. 사실 타임지에 경주가 언급이 된다는 것 자체만으로 BRAND GYOUNGJU의 위상은 엄청나게 올라갔다고 봐야 한다. 즉 문화도시, 역사도시, 관광도시로서의 경주의 존재감은 내·외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POWER GYOUNGJU가 유감없이 인정받고 있는 이 시점에 FOOD GYOUNJU 또한 동일한 위상을 받아야 함이 당연하다는 전제에서 경주의 민·관이 지혜를 모아서 ‘음식의 역할’을 도모함이 맞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주시의 힘 있는 정책’ 이다. BRAND GYOUNGJU의 세계화와 FOOD GYOUNGJU의 절묘한 조화와 성공을 기대해 볼 만 시점에 내 고향 경주는 서 있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필자가 바라보는 내 고향 경주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자면 K-culture가 깔아 놓은 멍석 위에 시사 주간지 타임즈가 밥상까지 차려준 형국이다. 이 멍석과 밥상을 경주가 걷어 차 버리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찾아온 기회는 잡아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경주시는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2017년까지 3년 연속 최하위 등급인 5등급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2020년, 2021년, 2년 연속 3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경주시가 제도화한 공직자의 부패 신고제도, 관행타파 캠페인, 청렴소통과 교육활동을 펼친 결과라고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다. 청렴도란 미래 시대에 중요한 희망의 신뢰도이다. 많은 공기관에서 수많은 정책과 아이디어가 쏟아졌지만, 청렴도는 국민의 피부에 와 닫지 않고 있다. 2021년도 청렴도 평가의 측정 영역은 외부청렴도와 내부청렴도로 구분하는데,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외부청렴도 측정항목인 부패인식에서는 권한을 남용하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무원 갑질행위의 부패도가 높았고, 부패경험 측정항목에서는 금품, 향응 경험에 대한 부패도가 높았다. 내부청렴도는 직무상 비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사익추구와 인사청탁을 위한 금품, 향응 분야에 대한 부패도가 높게 조사되었다. 2021년 전국 지자체의 갑질 행위 경험 유형은 부당한 업무처리 지연 또는 거부(35.5%), 직무와 상관없거나 직무의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요구(35.3%), 공공기관 부담 비용이나 업무 부당 전가(17.7%), 계약금 등 지급비용 미지급(5.6%), 업무와 상관없는 사적인 일에 동원(4.8%)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청렴도 등급이 낮은 지자체의 중요한 요인은 공무원의 권력남용과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갑질이었다. 지자체에서의 걱정거리이지만 해결할 묘책은 없었다. 갑질을 줄여야만 청렴도가 상위 등급으로 올라 주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고 팬데믹을 경험한 21세기에는 공조직보다 민간조직이 대부분의 분야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무원의 비전문가적인 간섭이 갑질이 된다는 것은 이미 검증되어 있다.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이 전문성이 월등한 민간 조직을 리드하려는 행위가 바로 갑질이다. 오랫동안 경주의 청렴도가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 했던 것은 전문성이 없는 공무원의 갑질과 연관성이 있을 것이다. 특히 민원 지원업무가 많은 관광업, 축산업, 농업, 복지, 허가업무가 많은 건축, 토목, 기업 등의 분야에서 갑질의 원인을 찾아야 하고, 또, 이들 분야에 대한 재검증도 필요하다. 2021년 전국 지자체의 청렴도 평가 저하요인은 금품수수(33.3%, 56건), 직권남용(19.6%, 33건), 향응수수(17.3%, 29건), 공금 유용·횡령(10.7%, 18건), 내부정보를 이용한 사익추구(8.3%, 14건)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직무상 비밀을 이용한 사익추구와 인사청탁을 위한 금품 및 향응은 공무원 조직의 오랜 폐단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아직도 획기적인 대책이 없는 현실이다. 전시행정적인 제도가 아닌, 개선을 요구하는 실질적인 시대적 행정이 필요한 때이다. 2021년 청렴도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평가는 2020년에 비해 하위직의 비율이 크게 감소한 반면에, 관리직과 중간직의 비율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무원의 입신출세와 무사안일한 행정업무가 빈번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에서 자본주의 국가의 행정을 통제하고, 행정부의 독주를 막고자 고안된 옴부즈만 제도의 도입을 추천한다. 원자력환경공단은 이제도를 도입하여 만년 하위권인 청렴도 평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지자체의 낮은 청렴도의 원인은 중간 보직자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청렴도 정책이 위와 같은 요소에 의해 정체되고 왜곡되어 낮은 청렴도 의식의 언덕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경주시가 3등급에서 정체되지 않고 1, 2등급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대내외적인 업무에 대한 의식개혁을 위한 진단이 이루어져야한다. 뉴욕대의 스콧 켈러웨이(Scout Galloway)교수는 “팬더믹 이후의 사회는 강자가 훨씬 더 강해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코로나시대의 공직사회는 방역을 위한 집합금지 핑계로 위원회 등의 사전 점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업무자의 의향과 편의에 따라 약식방법으로 많은 일들이 결정되었다. 경주시가 청렴도의 신뢰를 만들어 갈 것인지 아니면 청렴도의 신뢰를 포기 할 것인지는 공직자, 시민이 함께 짊어져야 할 앞으로의 과제이다. 펜더믹 이후의 경주도 왜곡된 강자들이 훨씬 강해지는 도시로 남을 것인지를 미리 곰곰이 살펴야 한다.
여강이씨 수졸당(守拙堂) 이의잠(李宜潛,1576~1635)은 문원공 회재 이언적의 손자로, 부친은 판관을 지낸 수암(守庵) 이응인(李應仁), 모친은 옥산장씨 장응기(張應機)의 따님이고, 계비(繼妣)의 막내로 태어났다. 이의잠은 가학을 통해 학문을 익혔고, 1612년 사마시에 합격 후, 음서(蔭敍)로 1616년에 참례찰방(參禮察訪)이 되었다. 1617년에는 휴가를 받아 고향에 돌아와 동래온천으로 행차하던 한강 정구를 만났고, 퇴계의 제자인 지산(芝山) 조호익(曺好益,1545~1609)을 따라 배우며, 퇴계학을 익혔다. 조호익의 연보를 보면, 1607년 영천의 도잠서원 망회정(忘懷亭) 곁에 서재를 지었는데, 이때 양동의 이의혼·이의잠 등이 건립을 도모하였고, 게다가 조호익은 흥해 곡강서원(曲江書院)에 회재 선생을 봉안하는 축문을 짓는 등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그리고 1621년에 내직으로 들어가 내시(內寺)가 되었고, 얼마 후 하양현감(河陽縣監)에 임명되었으나, 1625년에 병을 이유로 벼슬을 그만두었다. 그러자 하양현 백성들이 초상화를 그려 사모의 마음을 전하였다고 한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서재를 지어 ‘수졸당(守拙堂)’이라 하고, 시렁에 많은 서책을 두고 학문의 의리를 깊이 탐구하였다. 특히 1632년에 『회재집』「부록유례(附錄類例)」를 편집·간행하였고, 그의 행적은 후손에 의해 정리되어 『수졸당일고(逸稿)』가 전한다. 경주는 임진왜란 초기에 큰 타격을 입은 고장으로, 지역의 여러 문인들 역시 가족과 국가를 위해 붓을 던지고 의병에 가담하였다. 그 가운데 수졸당 이의잠도 행동을 함께 하였다. 난고(蘭皐) 남경훈(南慶薰,1572~1612)의 『난고선생유집』에 의하면, “9월에 금난수 문원, 이의잠 병연, 손엽 문백, 조동도 경망, 정세아 화숙 등 여러 의사와 출병하여 팔공산에 이르러 10여 차례 힘껏 싸우다가 경주 의병장 이눌이 적의 탄환에 맞아 신음하며 일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각각 시를 지어 근심을 말하다(九月 與琴聞遠 蘭秀 李炳然 宜潛 孫文伯 曄 趙景望 東道 鄭和叔 世雅 諸義士 進兵至八公山 力戰十餘合 慶州義將李訥 爲賊丸所中 呻吟不起 故各賦詩以道憂㦖)”등 이의잠의 팔공산 의병활동을 뒷받침한다. 함께 거론된 손엽·최계종·권응생 등 의병장은 당시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특히 최진립과 최계종의 활약상 그리고 권응생은 약관의 나이로 당숙인 권사악(權士諤)과 작은아버지 권사민(權士敏)과 함께 인근 주민과 노복들로 의병을 조직해 곽재우의 휘하에 들어가 전공을 여러 번 세웠다. 게다가 손엽의 「용사일기(龍蛇日記)」, 최동보의 「신협일기(神篋日記)」는 의병 활동 당시의 상황을 기록하였고, 훗날 사미헌(四未軒) 장복추(張福樞,1815~1900)와 서산(西山) 김흥락(金興洛,1827~1899) 등이 이의잠의 묘갈명을 지어 행적을 전하였다. 비록 이의잠의 의병활동이 타인의 기록으로 소수 전하지만, 제대로 연구되지 않아 안타까움이 많다. 지금이라도 이의잠을 비롯한 경주의 여러 선비들이 의병으로 참가한 사적을 밝히고 제대로 연구되었으면 한다. 하양현감 수졸당 이 공 묘지명 병서 - 장복추 이의잠 공은 용모가 옥과 같고, 영특하였다. 겨우 4세에 모친상을 당하자 부친 판관공이 기르고 가르쳤으며, 일찍이 잠시도 그 은혜를 잊지 않았다. 장성해서 무첨(無忝) 이의윤(李宜潤)과 설천(雪川) 이의활(李宜活) 두 형을 따라 항상 옥산 선조의 서원에서 독서하고 더욱 힘써 매진하였다. 임진년(1592) 여름에 왜란을 만나 판관공을 모시고 산 속으로 피신해 충심으로 극진히 봉양하였으며, 가을에 본부 의병에 달려가 사림들이 옥산서원에 문묘의 위패를 봉안할 때 공은 삼가 받들어 지켰다. 계사년(1593)에 부친상에 역병에 걸렸으나, 겨우 일어나 힘써 정성을 다해 초상을 치르고 3년 여묘살이의 제도를 다하였다, 을미년(1595)에 의병이 창도하여 참봉 손엽(孫曄,1544~1600)·남포현감 최계종(崔繼宗,1570~1647)·참봉 권응생(權應生,1571~1647)과 함께 토의하여 많은 왜적을 참수하고 사로잡았다. 병신년(1596)에 청송에서 대암(大庵) 박성(朴惺,1549~1606) 선생을 따라 의심스럽고 어려운 것을 강론하고 질의하였다. 이 해 가을에 공산회맹(公山會盟)에 참여하였고, 그 다음 해 가을에는 병사를 이끌고 망우당(忘憂堂) 곽재우(郭再祐,1552~1617)의 진영에 달려가 적을 방어하는 계책을 도왔다. 우락재(憂樂齋) 최동보(崔東輔,1560~1625)와 ‘삶을 버리고 의리를 취하는(舍生取義)’에 대해 논의하였는데, 말이 매우 사리에 합당하였다. 기해년(1599)에 지산(芝山) 조호익(曺好益,1545~1609) 선생을 뵙고 주역·시경·심경을 배웠고, 또 우복(愚伏) 정경세(鄭經世,1563~1633) 선생을 따라 배워서 학업을 마쳤다. 아! 공의 선행과 훌륭한 공적은 선대의 아름다움을 이을 만하였으나, 불행히도 작은 고을에 살았고, 덕망에 부합할 만큼 장수하지도 못하였다. 또 유문(遺文)도 불에 타서 남은 것이 천백에 겨우 한둘이니, 애석하도다. … 공의 8세손 이재종(李在鍾)이 칠십의 나이에도 200리 길을 멀다하지 않고 가장(家狀)을 갖추어 나에게 와서 묘지명을 부탁하였다.
2021년 12월 27일, ‘밤 11시 16분 경주역 발, 동대구역 도착 무궁화 기차’가 103년간 운행된 경주역의 가장 마지막 열차였습니다. 괜스레 울컥했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2021년 12월 28일은 동해남부선에 역사가 새로 쓰인 날이었습니다. 103년 경주역이 폐역되던 지난 27일 마지막 영업일에 경주역을 다시 찾았습니다. 저녁 무렵 찾은 경주역 광장에는 큰 현수막으로 영업종료를 알리고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2021년 12월 27일 23시 59분까지 운행된 경주역은 28일 24시부터 길고 따뜻했던 호흡을 멈추었습니다. 경주역을 비롯한 역들의 업무가 신경주역으로 모두 이관돼 이 과정에서 경주역, 서경주역, 안강역, 불국사역, 건천역, 호계역이 여객취급정지 됐습니다. 이제 경주시내권으로 열차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지요. (신)아화역, (신)서경주역, (신)안강역 등의 새로운 역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보다는 걱정과 안타까움이 훨씬 큰 것은 비단 저만 그렇게 느끼는 감상적 기분일까요? 변경된 새로운 열차 운행 구간과 새로운 역들을 간단히 설명해놓은 안내판에도 왠지 정이 가질 않았습니다. 벌써 역 구내 자판기도, 은행입출금기도, 안내 데스크도 모두 비어있었습니다. 경주역 광장에는 경주시가 28일 진행할 폐역 기념 문화행사 준비로 부산했고 각 행사진행용 부스들로 가득했습니다. 몇몇 가수들이 출연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그리움을 남겨두고 경주역에 대한 추억들이 이렇게나 덧없이 갈무리 됐습니다. 조용하면서도 뜻깊은 행사로 경주역의 노고를 기억할 수는 없었는지, 여론에 떠밀려 급하게 치러지는 일회적 행사가 영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전국에서 찾아온 유투버들과 사진동호회 회원들과 사진가들이 카메라 장비로 경주역 여기저기를 찍어댔습니다. 물론, 많은 이들이 휴대전화기로 경주역 이곳저곳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고 있었고요. 경주역 육교 위에서도, 대합실이나 플랫폼에서도요. 못내 떠나보내기가 아쉬운 것은 인지상정이었나 봅니다. 영업종료를 앞두고 전국에서 찾아온 많은 이들은 일부러 경주역을 찾아 왔다고 했습니다. 곧 멈출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대합실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플랫폼에도 사람들이 줄 지어 열차를 기다렸고 각지에서 이 소식을 듣고 몰려든 것 같았습니다. 역 구내 출발 시간을 알리는 방송도 이날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역 구내매점에서 6년간 영업했다는 주인은 26일, 27일 물건들이 거의 동나 다시 채워 넣고 있었습니다. 27일은 저녁 8시까지 문을 열어 손님들에게 따뜻한 물과 음료수라도 제공해야겠다며 그녀 역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주인장은 “마무리 잘하고 싶어요. 코로나 이후로 페역 된다는 소식을 듣고 손님들이 정말 많이들 오시네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경주역과 사연이 많은 어르신들은 우는 분들도 있었어요”라고 전합니다. 기자는 그간 경주역에 관한 내용이라면 어떤 매체보다 빠르게 심층적으로 경주역이 지닌 가치와 스토리에 대해 여러 차례 보도해 왔습니다. 최근엔 ‘경주역’ 역명 존속에 대해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텅 비어있을 무인역이 된 경주역이 다시 시민들과 경주역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알찬 콘텐츠로 거듭 태어나 사랑받기를 바라면서 경주역의 또 다른 출발을 응원하며 지켜보겠습니다.
모차르트와 다 폰테가 함께 한 3부작의 마지막 오페라는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1790)다. 우리말로는 ‘여자는 다 그래’로 해석되는데, 당시 귀족여성들의 바람기를 꼬집는다. 이야기의 골격은 대충 이렇다. 군 장교인 두 남자(굴리엘모와 페르난도)가 근무지를 옮기자 그들과 교제 중이었던 귀족가의 자매(피오르딜리지와 도나벨라)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 자매들의 정조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두 남자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이다. 이젠 ‘여자는 다 그래’의 의미가 더 명확해진다. ‘여자들의 정조는 믿을게 못 돼!’인 것이다. 코지 판 투테에는 두 쌍의 남녀 외에 주연급 조연이 2명 더 출연한다. 한 명은 철학자 알폰소인데, 그는 두 남자와 내기(남자들이 근무지를 옮기면 여자들이 바람을 필까? 아닐까?)를 해서 이긴다. 다른 한 명은 귀족 자매의 하녀 데스피나인데, 그녀는 자매들이 유혹에 빠지도록 분위기를 조장한다. 유명한 아리아 ‘여자나이 열다섯이면’을 부르면서 말이다.
“나의 책 나의 영화, 인생이 달라졌어요!” 이 코너에 글을 쓰거나 자신만의 책 또는 영화를 추천해준 사람들은 어떤 책과 영화에 매료됐을까? 당초 이 코너를 만든 목적은 책이나 영화를 평론가들의 수준이 아닌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편하게 이야기 하고 서로 추천하자는 의도에서 시작했다. 때문에 글을 잘 쓰는 분에게는 일반적인 평론 같은 글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두고 글을 써달라 주문했고 글을 잘 못 쓰는 분들에게는 책이나 영화와 관련해서 개개인의 추억이나 보고 난 후 심경의 변화를 집중적으로 물어 그 느낌과 변화를 근거로 글을 썼다. 7월 22일 이 코너에 대해 알림기사가 나간 이후 모두 20명의 책과 영화가 소개됐다. 책이 7인 7편, 영화는 13인에 의해 22편이 소개됐다. 영화는 한 사람이 다수의 작품을 추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20인 중 13인이 자신이 직접 글을 써주었고 7인은 기자에게 자신의 소감을 자세히 알려줬다. 완전히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오로지 자신만의 관점에서 책과 영화를 소개하다 보니 의외로 기발하고 재미있는 추천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화학 관련 제품, 특히 ‘M글루’라는 신개념 본드를 생산하는 ㈜엠브리드 도우성 대표의 경우 윤승운 씨의 만화책 ‘요철 발명왕’을 꼽았는데 어린 시절 이 만화를 보면서 발명가로의 꿈을 키웠다는 것이다. 농협의 각종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김호열 씨는 장끌로드 반담 주연의 영화 ‘투혼’을 인생영화로 추천했다. 김호열 씨는 이 영화를 보고 반해 무술을 연마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대학에서 호열장군이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술회했다. 이 각각의 책과 영화 추천을 이 코너 기획의도가 가장 잘 실린 것으로 선정했는데 거창하지는 않아도 누구나 자신만의 개성과 감동을 기억하는 영화가 있고 그것을 말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의미에서다. 영화나 연극, 드라마의 현장에서 직접 작업하는 극예술인들의 추천은 의외로 콕 짚어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로웠다. 연극의 손기호 감독은 한편의 영화를 선택하라 것은 고문이라며 자신의 인생 변곡점에서 만난 5편의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그린 파파야 향기’, ‘살인의 추억’,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추천했다. 시라소니 역으로 유명한 조상구씨 역시 5편의 영화를 추천했다. 마침 조상구 씨는 자신이 출연하는 유튜브 방송에 쓸 영화 추천 원고를 작성 중이었는데 이것을 통째 보내주어 이중 ‘문라이트’와 ‘미라클 오브 헤븐’을 이 코너에 실었다. KBS드라마 피디 출신으로 배우를 지향하는 엄기백 감독은 시나리오 세일즈 맨의 죽음을 추천했고 1회 스타트를 끓은 배우 박재현 씨는 우리나라에는 ‘14,000년을 산 남자’로 개봉한 ‘맨프롬 어스’를 소개하며 작은 세트에서 오로지 대화와 연기만으로 전체 영화를 완성한 몰입감에 대해 감탄했다. 시의성과 관련된 영화도 소개됐다. 진주에서 공직생활 하는 한부식 씨는 최근 넷플릭스에 인기를 끈 군대 영화 ‘D,P’를 추천하며 영관급까지 생활했던 자신의 군생활에서 해소하지 못했던 군 내 폭력과 가혹행위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뉴코리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송재용 단장은 대장 부리바를 추천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가족들의 비리와 탈법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박진호 씨는 인도영화 세얼간이를 추천하며 자유로운 사고와 주변을 돌아보는 시각을 가지게 됐다며 영화 한편이 끼친 영향에 대해 주목했다. 뇌 관련 칼럼을 본지에 기고했던 박전애 팀장은 인종문제와 젠더 문제를 동시에 다룬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추천했다. 전문인의 시각에서 자신이 일상으로 겪는 사안과 영화를 접목시킨 차재욱 경주클라이밍스쿨 교장의 추천작 ‘127시간’은 전문인이기 때문에 더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었던 영화로 보인다. 차재욱 교장은 소감을 통해 산행이나 등반시 반드시 지켜야 할 사안을 언급해 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영화에서 나온 허구적인 내용이 현실에 적용되길 바라며 경주고도보존회 사무국장 황병길 씨가 추천한 영화 ‘어바웃 타임’의 마지막 글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만일 나에게 시간여행 능력이 있다면 1987년 10월로 단 10분만 돌아가고 싶다. 50년 짧은 생을 사시다 떠난 아버지를 꼭 한번 다시 보고 싶다. 못했던 사랑의 표현을 뭐든 하고 싶다” 이 코너는 바로 이런 거창하지 않지만 오로지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는 곳이다.
2021년 역시 많은 SNS들이 본 코너를 만들어 주었다. 개인의 자잘한 일상에서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 국가적이거나 인류적 차원의 문제를 제시해 준 SNS들도 다수 있었다. 올해도 꾸준한 포스팅으로 이 코너에 3회나 좋은 정보를 올려 SNS짱으로 등극한 분들이 3명이나 된다. 가나다 순으로 보았을 때 가장 먼저 강정근 씨가 눈에 띈다. 드론 활용의 중요성과 자전거로 돌아본 경주의 아름다움, 영화 모가디슈를 본 소감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SNS를 즐겼다. 권원수 씨도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3회 출연으로 맹활약했다. 황성공원의 청설모와 후투티를 포착해 생물 다양성의 즐거움을 썼고, 도토리 줍는 사람들에게 도토리는 다람쥐에게 양보하자는 권유도 해주었다. 인터넷 신고센터인 ‘톡톡 경주’로 자신이 신고한 민원들이 해결되는 모습을 올리기도 하며 SNS를 활용했다. 온갖 운동을 좋아하는 활동가 지연화 씨도 3회 출연하며 꾸준히 활약했다. 보리새싹으로 건강을 지켜나가는 모습, 반 맨발로 남산을 종주한 당당한 종주기, 개를 함부로 풀어서 데리고 다닌 애견인으로 인해 자신의 가슴 철렁했던 순간을 공개하며 ‘우리개도 문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2회 올린 SNS도 많다, 담비첫날 씨는 코로나 상황에서 아이들 머리 깎이며 격리를 이기는 일상과 인터넷 오류로 쌍둥이 자녀들이 합당한 절차에서 밀려난 억울한 사연을 남기며 공분을 야기했다. 박성범 씨는 고교시절 농띠 부린 자신이 모교를 찾아 사은한 이야기와 리어카 무료 급식소에서 봉사한 사연을 올렸다. 윤석준 씨는 올해 대박 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보고 오징어 게임의 철학적 논거를 제시했고 황남동 명물 메타세쿼이어를 심은 사람이 정병태 씨라는 분임을 알리기도 했다. 이정환 씨는 너부러진 폐지를 주어 주는 젊은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주변 사람들을 감탄하게 했고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황남정미소에서 6인 사진전을 열어 다시 조명 받았다. 전점득 씨는 잊혀진 경주의 오래전 황남동 고분군의 모습과 1950년 대 봉황대의 모습을 펜화로 그려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도 다양한 즐거움이 쏟아졌다. 정재훈 씨는 딸 출산의 기쁨을 올려 눈길을 끌었는데 얼떨결에 정 씨의 예쁜 아기가 가장 어린 출연자로 등장하는 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이상락 씨는 어미 소와 송아지 사진을 올려 오래전 시골의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이재탁 씨는 독락당에서 느낀 아름다운 체험을 올려 힐링을 선물했고, 김현주 씨는 올림픽을 즐기는 남편 박서방의 모습을 꾸밈없이 올려 주위를 즐겁게 했다. 사회적인 이슈를 담아내는 SNS들도 이 코너를 장식했다. 이남희 씨는 독립 운동가 박상진 의사를 기리는 울산시의 기획전을 소개했고, 이원희 씨는 원전 사고 용어들이 지나치게 미화되었음을 꼬집으며 단어 속에 숨은 원전의 위험함을 지적했다. 재호주교민인 최영대 씨는 코로나 19로 똑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호주가 어떤 정책으로 국민들의 손실을 최소화 했는지 알려주며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이들 SNS들은 날카롭고 따듯하고 배려 깊은 등 특별한 시각으로 주변과 사회를 돌아보며 자칫 냉정하기 쉬운 SNS세상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멈추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가 2022년에도 쭉 이어질 것이다.
대불大佛 Ⅰ 월탄 박종화 천년을 지키신 침묵 만겁도 무양無恙쿠나 태연히 앉으신 자세 배움직함 많사이다. 동해바다 물결이 드높아 허옇게 부서져 사나우니 미소하시여 누르시다. 천년 긴 세월을 두 어깨로 막으시다. 신라의 큰 공덕이 님 때문 이시느라. 아침 해 붉게 바다에 소용돌이쳐 솟으니 서기瑞氣 굴속에 서리우고 달빛 휘영청 떠오르니 향연香煙 님 앞에 조요하다 일대一代 명공名工의 크나큰 솜씨에 고개 숙여 눈물겨워 지옵네. 석굴암 본존불은 문화유산 가운데 유일한 인공 석굴 여래좌상이다. 호국사찰의 서원(誓願)을 장엄 찬란한 종교예술로 꽃피웠다. 1.58m 원형 팔각 대좌 위에 3.26m 화강암 단단한 돌로 모남 없이 다듬었다. 대자대비(大慈大悲) 한결 같은 불심에 천년숨결을 느끼는 중생이다. 사계절 오르내리는 석굴암 천상의 길은 마음이 먼저 찾아가는 길이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느리게 밟히는 흙길에 번뇌가 녹아내린다. 산을 끼고 낮게 따르는 오솔길은 짐 진 무게를 놓아버리는 여유로 평화롭다. 산비탈 격 없이 비켜서는 산길의 흐름에 젖어드는 심신은 안온하다. 정겹고 수더분한 흙길에 빗물 촉촉한 날은 시상(詩想)이 겹친다. 흙살도화지 수두룩하게 빗물에 도배된 낙엽은 또 하나의 살가운 풍경길이다. 쉼 없는 생의 불협화음 가지런히 매기려 오르는 천상의 안식처 석굴암, 인간사 희노애락 구비치는 파랑을 고요히 풀어주는 대불(大佛)이다. 부드럽고 온화한 자비심에 무심히 안기고, 무던히 품어진다. 넋을 놓고 친견하는 무량함에 멍 때리는 순간의 묘미가 경이롭다. 천상으로 올라 하산하는 길머리 석굴암 삼층석탑을 기웃거린다. 요사채 옆 동북쪽 샛길 오르막 돌층계를 따라가면 숨바꼭질 하듯 탑을 만난다. 아담하면서도 올 곧은 삼층석탑이 탑인 듯 부도인 듯 단아한 자태다. 팔각원형의 이중 기단석에 삼층 탑신부 몸돌 층층이 옥개석 지붕돌 가지런하다. 석탑 조형은 신라시대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형식이다. 색다른 탑의 양식이 유래된 출처는 분명하지 않다. 화강석 삼층석탑 높이는 3.03m, 8세기 말로 추정하며 보물로 지정돼 있다. 석굴암 삼층석탑 언덕마당을 살피면 두 마리 돌거북이 앙증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기특하고 반가워 거북등을 쓰다듬으면 겨울 찬 기운에 손끝이 시리지만, 옛 석공의 온기가 전해져 가슴이 따습다. 탑돌이 합장으로 목례를 치르고 돌층계를 내딛는 발길이 하릴없이 가볍다. 신라오악(新羅五岳) 중 동악(東岳)으로 숭상 받던 토함산. 【삼국유사】 기이편 신라 제4대 석탈해왕 토함산 동악 수호신이 된 설화, 요내정 우물 기록이 전한다. ‘하루는 탈해가 동악(토함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백의를 시켜 각배(角杯)에 물을 떠오게 했다. 목이 마른 백의가 먼저 물을 마셨는데 각배가 입에 붙어버렸다. 탈해가 꾸짖자 백의가 뉘우치고 용서를 구했다. 비로소 각배가 떨어졌다. 이 후로 탈해를 두려워하며 감히 속이지 않았다. 토함산 동악 속 요내정 우물이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요내정의 위치를 석굴암 감로수 등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토함산 정상 인적이 드문 골짜기에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이 있는데 알천 발원지다 포수우물을 탈해왕 관련 요내정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왜구의 침입을 막는 최단통로 관문인 토함산은 신라국토 방위의 지리적 요충지이다. 통일을 이룩하고 죽어서도 호국용이 되어 왜구의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수호하겠노라는, 문무왕의 혼령이 묻힌 수중 능 대왕암이 토함산 아래 동해변에 장엄하다. 신라인의 기상과 염원을 호국불교로 승화시키려는 불심이 토함산석불사본존불을 탄생시켰으리. 동지 지난 엄동설한 서녘으로 빠지려는 짧은 해를 잡고 푸른 솔잎들이 부산하다. 겨울채비를 다져놓은 나무의 몸짓들이 삭풍에 맡긴 숨을 풀고 있다. 저물녘에 깊어지는 사유의 폭을 무심(無心)에 담고 하산하는 겨울 나그네가 된다. 땅은 얼어 지상의 가장 낮은 보폭으로 걸음을 떼고 가는 움츠린 그림자 하나.
“2022년은 ‘민생과 경제 그리고 경북 대전환’의 원년으로 만들기로 하고 도정의 모든 역량을 쏟겠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7일 2021년 도정성과와 2022년 도정방향 보고회에서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내몰린 민생경제를 살리고, 도민 모두의 마음속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긍심을 가득 채워 희망의 길을 만드는데 도정을 집중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2021년 도정의 최우선 목표였던 민생을 2022년에도 최우선과제로 삼고 경제를 살리는데 주력하는 한편, 미래 경북을 위한 대전환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시책도 역점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사는 이날 사상 최초 국비확보 10조원과 투자유치 10조원을 달성한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더 큰 대구·경북을 위한 초광역협력 프로젝트를 비롯한 ‘10+α’ 역점시책을 제시했다. 10대 역점시책은 △더 큰 대구경북 위한 초광역협력 프로젝트 △경북형 안심복지 환경 조성 △민생살리기, 행복경제 프로젝트 △글로벌 문화관광 거점 도약 △기술중심 농어촌 대전환 프로젝트 △대학주도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 △동해안 탄소중립 글로벌 허브 구축 △제조업 新르네상스 프로젝트 △혁신형 新산업 거점 구축 △경북 4차산업혁명 대전환 프로젝트 등이다. 510만의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행정통합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도록 교통, 관광 분야의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우선 설립하고, 강점을 가진 산업분야에 협력프로젝트를 과감하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1분기 시·도지사와 시·도의장의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 협약과 전담부서인 ‘광역행정기획단’을 설치하는 등 상반기에 관련 조례 및 규약을 확정해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거쳐, 하반기에 ‘대구경북특별지방자치단체’가 설립·운영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2040년 대구·경북을 인구 550만명, 실질 GRDP 300조원, 벤처기업 5000개, 외국인 관광객 800만명의 글로벌 경제권으로 만들기 위해 도와 대구시는 로봇, 미래차, 바이오 분야에서 초광역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시장 위축 등 소상공인들의 경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도 올해에 이어 계속 추진해 희망의 불씨를 살릴 계획이다. 올해 민생氣살리기 사업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공공배달앱’, ‘온라인희망마켓’ 같은 플랫폼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전통시장 현대화와 시설환경개선과 같은 인프라 확충도 적재적소에 투입해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로 했다. 한류 확산과 신공항 시대를 겨냥한 경북형 글로벌 관광 콘텐츠 발굴과 일상회복에 따른 여행 수요 증가에 대비한 입체적 관광마케팅 추진으로 글로벌 관광거점 도시로의 도약도 준비한다. 기존 관광단지에 짚라인, 리조트 등을 추가 유치하고 경주 천북관광단지 등 신규단지를 개발해 자립형 관광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신공항 시대 글로벌 마이스(MICE)산업 선도도시로 도약할 기회인 2025년 APEC 정상회의 유치도 아낌없이 지원할 계획이다.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된 ‘탄소중립’에 대해서도 대응함과 동시에 탄소중립에 대한 대응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미래 먹거리로 만들기 위한 정책들도 제시했다. 연 150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개발과 원자력 활용 수소생산 수출단지를 조성하며, 풍력에너지를 중심으로 기존단지는 개보수를 통해 활력을 불어넣고 해상풍력 발전의 사업화를 위한 시험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그리고 탈원전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청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환동해권을 원자력, 수소, 풍력의 ‘3대 미래 에너지 경제권’으로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이 지사는 ‘+α시책’으로 투포트시대 공항‧항만 경제권 본격화로 신공항을 장거리 국제노선 중심 공항으로, 포항공항은 ‘포항경주공항’으로 명칭을 변경해 단거리 국제노선 전문 공항으로, 울릉공항은 관광공항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 같은 3가지 색깔의 공항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권을 만들기 위해 중앙선 본선화를 포함한 8개 핵심 SOC를 구축하고, 공항에 걸맞는 인프라와 관광단지, 주변부를 국제도시로 육성하는 전략까지 경북의 성장틀을 바꾸는 작업을 해 나갈 예정이다. 이철우 도지사는 “지난 2년간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도 도민들의 격려와 애정어린 충고들을 버팀목으로 삼고 ‘생즉사 필사즉생’의 각오로 도정을 이끌어왔다”면서 “2022년은 새로운 경북을 위한 대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핵심 시책들이 경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성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올해의 10대 성과로는 △민생살리기 대장정으로 위기극복 선도 △연구중심 도정 운영 △세계 최고 기업 ‘애플’ 경북 선택 △내부 청렴도 1등급 달성 △사상 최초 국비 10조원 시대 개막 △혁신형 국책사업 유치 △사상 최대 10조원대 투자 유치 △경북형 일자리 9만7494개 창출 △혁신형 벤처창업타운 기반 구축 △경북 관광 재도약 등을 꼽았다. 한편 이철우 도지사는 이날 보고회에서 내년 지방선거 도지사직 재선 도전에 대한 질문에 “많은 사람이 원하면 페달을 계속 밟고 가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내년 재선 도전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육부촌, 보문탑, 호숫가 오래된 호텔들, 쇼핑센터였던 상가들...이들 건축물들은 1979년 조성됐다. 이들 건축물은 화려하고 웅장한가하면, 때론 단촐한 한옥 형태로 1970년대 당시의 건축양식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특히 단지 내 상가건물들은 수년째 비어있음에도 사람들이 유유자적 산책하고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는다. 현재 보문상가에는 13개 동에 34개 점포가 남아 있는데 적당하게 잘 발효된 술처럼 건물과 주변 경관은 중앙의 아름다운 물길과 함께 잘 스며들어 어느새 심미적 감상자가 되게 한다. 한편, 보문상가는 단지 내 노른자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슬럼화가 가속됐었다. 그러다가 지난 2019년 12월, 경북문화관광공사는 보문단지 내 2만5000여㎡의 보문단지 상가를 매각했다. 이로써 1980년대 소규모 기념품매장 위주의 구조로 영업하다 수년째 문이 내려진 채 방치된 보문단지 중심상가가 민자를 통한 활성화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민간자본을 유치는 했으나 매각에 바로 이어진 코로나 사태로 일련의 변화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곳을 지나는 많은 경주시민과 관광객들은 현재 비어있는 이곳에 대한 스토리나 방치된 연유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은 물론, 민자에 유치된 만큼 속히 정상화되어 보문관광단지의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27일,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홍보팀 김병찬 전문위원을 만나 보문관광단지 조성 배경과 단지 내 현재 방치돼있는 상가 건축물들의 연혁과 숨겨진 스토리에 대해 들어 보았다. -상가 건물 사이 정원들은 널찍, 전돌은 거의 연꽃 문양, 바닥은 화강암이나 전돌 단지 내 상가 건물 사이사이 정원들은 널찍해 답답하지 않았다. 바닥은 화강암이나 전돌을 크게 깔았거나 정방형으로 작게 깔아 놓은 곳이 대부분이다. 전돌은 거의 연꽃 문양이다. 화강암은 인도를 겸해 차도로 다니는 곳에 깔았고 전돌은 인도 전용으로 깔아 놓았다. 상가 건물을 오르내리는 계단 대부분은 화강암이다. 상가에 식재된 조경 수종은 향나무, 목련, 백일홍, 명자나무, 소나무, 느티나무 등이었는데 유독 목련이 많았다. 40년 이상의 조경수들은 제법 시간의 나이테를 두텁게 하고 있었다. 이제 나뭇잎들은 모두 지고 매서운 겨울바람에 맨몸으로 흔들리고 있지만 그리 스산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상가 건축물이 아기자기한 덕인 것 같았다. -1979년 아시아태평양관광총회(PATA) 유치하면서 경주보문단지 조성...국내 유일 관광객 수용 위한 관광유원지지구로 조성 보문단지를 조성하게 된 첫째 이유는 1979년 우리나라에서 아시아태평양관광총회(PATA)를 유치해 개최했던 것에 기인한다. 아시아태평양관광총회 본회의는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하고 워크숍은 고도 경주에서 개최하자는 중지가 모여졌으나 당시 경주에는 그들을 수용할 관련 시설이 없었다. 기껏해야 불국사 철도호텔이나 경주시내 경주관광호텔 정도였던 것이다. 그 외에는 수학여행단을 위한 숙소 뿐인 시절이었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급하게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에는 경주 유적지 정비(주차장과 화장실 정비 정도)를 비롯해 관광유원지조성이 포함됐다. 당시 국내에서 유일하게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한 관광유원지지구가 바로 보문관광단지 조성이었다. 조성 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원 마련이었는데 차관 없이는 실행하기 힘든 사업이었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에 차관 신청한 금액은 당시 2200만 달러였다. 당시 국민소득이 1734달러였던 시절이었으니 실로 엄청난 금액의 투입이었다. 공업시설도 아닌, 그야말로 위락시설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였다. 차관을 했으니 그 빚을 갚아야했고 경영으로 관리할 주체가 필요했었다. 김병찬 전문위원은 “이를 위해 정부가 경주관광개발공사를 발족시켰습니다. 현재의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의 전신이 되겠지요. 저희는 보문관광단지 전체를 관리하면서 관광용지를 분양해 은행 차관을 모두 갚았습니다. 한 번의 연체 없이 모두 갚은 경우는 우리나라, 경주관광개발공사 뿐이었습니다”라고 했다. -육부촌은 연회와 컨벤션 장소로 경회루 본떠서 짓고 공연장으로는 보문탑, 쇼핑센터로 상가 조성// 박정희 대통령이 경주 콘셉트 정해 직접 지시 보문단지 조성 당시 육부촌 건물과 상가 건물들은 동시에 지었다. 1975년 착공해 1979년 4월 6일, 준공식을 겸해 아시아태평양관광총회를 개최했던 것이다. 총회 날짜에 맞추어 완공했던 것. 이들 건물들과 동시에 준공한 건축물은 콩코드호텔(구 도쿄 호텔), 코모도 호텔(구 조선호텔), 옛 ‘거구장’ 건물 등이었다. 육부촌은 국제회의장으로 컨벤션(convention)용으로 지은 건물이었다. 육부촌 인근 보문호숫가에 새로 지은 두 호텔에서는 숙박을 하고 지척에 있는 지금의 상가건물은 쇼핑센터로 지었다. 쇼핑센터인 상가들은 맞배지붕의 단칸 한옥 형식이어서 쇼핑센터로서는 다소 비효율적이었다. 소규모 기념품매장 형식이었다. 한편, 이들과 유사한 경주에서 보는 1970년대 대표적 건물로는 ‘통일전’, ‘화랑의 집’, 각 유적지의 화장실, 진현동의 숙박시설 등을 꼽을 수 있는데 대체로 기와지붕에 콘크리트 구조의 몸체로 거의 같은 유형의 건물들이 많다. 건물 벽면 색은 거의 미색을 사용해 건령을 바로 짐작할 수 있다. 건물들 사이로는 향나무와 목련이 한옥 앞에 식재된것도 1970년대 시대적 특징의 한 단면이라고 한다. 이들 건축물은 다소 국적이 불분명한 건축물이라는 평도 있지만 그 시대에 지은 독특한 건축 유산이라는 의견도 많다. 이때 조성된 육부촌과 상가들도 이 형태를 고스란히 반영해 지었고 오늘까지 당시 한옥의 특징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보문단지 내 사람들이 붐볐던 집결지로서 역할했던 보문탑(일명 팔각정)은 국내외국인이 경주를 찾았을 때 공연할 장소로 만든 것으로 수 년 전까지는 활발하게 운영됐다. 보문탑 바로 입구에는 보문관광단지 조성의 배경을 간략하게 기록해 두었다. ‘1971년 6월 12일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신라천년의 찬란한 민족문화 유산을 길이 보존하기 위해 경주관광종합개발을 지시하셨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관광객을 위한 휴식공간으로서 보문관광단지를 개발하였으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 탑을 건립하였다. 1979년 4월 6일 건설부 경주개발건설사무소’. 김 위원은 “보문단지의 전체적 디자인 콘셉트는 ‘청와대 4인방(청와대 경주종합개발사업단)’이라 불리는 팀에서 맡았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경주 콘셉트를 정해 직접 지시할 때 웅대, 찬란, 정교, 유연, 우아 등을 고려해 조성할 것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한옥 형태를 띠되, 꽃담을 갖추는 등 옛 궁궐형식을 도입해 모티브를 잡은 것 같습니다. 육부촌은 연회와 컨벤션 장소였으므로 경회루를 본떠서 지었고 팔작지붕으로 크고 화려하게 지었죠. 육부촌과 바로 연결해 쇼핑센터인 상가 건물은 맞배지붕으로 단촐하게 지었고 공연장으로 보문탑을 지었는데 법주사 팔상전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합니다. 인근 호텔서는 숙박하도록 했고요. 당시 건설부 경주개발사업단에서 공사를 시행했고 설계는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가 맡았어요”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문관광단지 조성을 지시했던 박정희 대통령은 1979년 10월에 서거해 예정되어 있었던 경주종합개발 2차 계획은 무산된다. -민간에 매입된 상가건물의 기본골격은 무너뜨리지 않고 보존하는 방향으로 가닥 잡아 이 보문탑 공연장을 포함해 상가 운영은 당시 신세계백화점에 맡겼다고 한다. 일반 상인은 영어 구사에 어려움이 있었으니 정부에서 강제로 떠맡긴 셈이었다. 그러나 일 년 만에 적자가 심해 경영을 포기한다. 쇼핑센터로는 다소 비효율적 형태인데다 평일 수입이 시원찮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민간기업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후 경주상공회의소에서 몇 년간 운영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이후 경주관광개발공사가 맡아 상가들을 임대했다. 1985년 경 임대했으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공기업 구조조정으로 민간이 운영할 수 있으면 최대한 민자화하라는 방침이 내려졌고 강력한 기조였다. 이곳이 상가였으므로 이들 상가들도 1990년 초반부터 매각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보문관광단지의 건폐율은 20%(보문단지 내 녹지와의 균형)로 매우 낮은 편이어서 투자 대비 사업성이 낮은 편이어서 매각에 진통이 뒤따랐다. 지난 2019년 12월, 경북문화관광공사는 20여 년에 걸쳐 보문단지 내 2만5000여㎡의 보문단지 상가를 민간에 매각하기에 이른다. 김병찬 전문위원은 “상가 부지이므로 매입한 이들도 아직은 건물의 기본골격은 무너뜨리지 않고 보존한다는 기조는 바뀌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지 상가건물의 경우, 한옥이고 폐쇄형이기 때문에 골조는 유지하되 상가건물의 내부에 대해 효율적인 구조변경을 포함한 리노베이션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또 중간집적시설로서 보문탑은 이벤트나 광장으로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존속될 것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지금까지는 사업의 방향성을 계속 타진하고 있어서 다소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라며 공사측에서도 매입주에게 건축물군의 보존방향으로 가닥을 잡도록 설득했다고 한다. 45년 전 일반 저수지 옆, 황무지 땅이었던 보문단지에 지금은 연간 1000만 명이 찾는다. 이렇게 국제적인 관광단지로 발돋움하기까지는 초기 경주관광개발공사와 현재의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어 가능했을 것이다. 이들의 노력과 함께 민간에 유치된 단지 내 상가가 활성화 돼 주변 경관과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보문단지를 기대해본다.
-뮤지컬 가수 박슬기 씨 첫 회, 엘실용음악학원 이경희 대표 대미 장식! 2021년에도 ‘셔블&서울 경주사람들’은 48회에 걸쳐 뜻 깊은 활동을 하고 있거나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룬 경주사람 54인을 실었다. 2021년 마지막 호를 맞아 어떤 인물들이 이 코너를 빛내주었는지 되돌아보고자 한다. 올해 첫 신문인 1417호에는 ‘미스 뮤지컬 선발대회’에서 1위에 오른 박슬기 씨가 초대됐다. 박슬기 씨는 인기 음악 유튜브 티키틱과 함께 신곡 ‘숙면소감’을 발표했고 현재 뮤지컬 앤에 주연으로 출연 중이며 새해 1월 8일부터는 ‘이상한 나라의 아빠’에서 여주인공역을 맡아 2022년이 더 기대된다. 올해 마지막 초대 손님은 경주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치고 연주하는 엘실용음악학원 이경희 대표였다. 이경희 대표는 대중음악에 대한 인식과 지원이 부족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경주의 대중음악을 발전시키려는 음악가들의 현황을 자세히 알렸다. 하다 보니 음악으로 시작해 음악으로 마친 셈이다. 올해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 코너를 빛내 주었다. 사업가, 법조인들을 비롯해 22분의 전문인들이 이 코너에 초대돼 자신들의 사업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예술인들이 21분 초대됐다. 이들 중 미술인들 10분, 음악인 5분, 극예술 분야가 4분이다. 학계와 체육계 각각 2분, 기타 여러 분야의 손님들이 모셔졌다. -차재욱 클라이밍스쿨 교장, 김세훈 BCC글로벌 부사장, 박재평 보험 중개사 새로운 분야 관심 끌어 그 중 눈에 띄는 분야의 전문인은 경주클라이밍스쿨을 운영하며 인공암벽이나 등산이 인격형성에 얼마나 좋은 스포츠인지를 알려준 차재욱 교장, 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국제적 컨설팅 기업인 BCC글로벌 김세훈 부사장의 맹렬한 이야기와 뜻밖의 보험 이야기로 배상책임보험의 유용성을 알려준 박재평 ㈜피엔에스보험중계 대표를 꼽을 수 있다. 올해 초대된 손님 중 가장 젊은 사람은 뮤지컬 가수 박슬기 씨이고 가장 연장자는 뉴코리아 필하모닉 송재용 단장이다. 그러나 박슬기 씨는 탁월한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뮤지컬계에서 만만치 않은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송재용 단장은 언제나 왕성한 활동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진리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두드러지는 활동으로 2회에 걸쳐 이 코너를 장식해주신 예술인들도 특별히 기억난다. 경주를 사랑한 마산 출신 강원석 시인이 아름다운 시로 달빛 경주를 노래했고, 이 시가 가수 ‘조성모’ 씨와 작곡가 ‘알고보니혼수상태’ 듀엣의 작업으로 실제 대중가요로 탄생하면서 한 번 더 초대됐다. 평생이 보장된 국립박물관 학예사를 그만 두고 결연히 서예의 세계로 뛰어들어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작업을 펼치고 있는 서예가 박진우 작가도 2회에 걸쳐 초대됐다. 박진우 작가의 작업실 모습과 국립고궁박물관 도입부 전시에서 심혈을 기울인 역작 ‘적심(積心)을 선보이며 한 번 더 초대됐다. 올림픽이 열렸던 만큼 올림픽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쓰면서 대한민국 탁구의 영원한 명장 강문수 감독을 연속해서 올리기도 했다. 올해 두 번 초대한 것은 아니나 지난해 이 코너에 소개된 정병웅 전 한국관광학회 회장과 진병길 신라문화원장이 새로운 주제를 들고 이 코너의 초대 손님에 응해 주었다. KBS유명 PD출신 연극감독에서 연기자로 변신 중인 엄기백 배우의 제2의 인생역전도 두 번째로 초대됐다. 지난해 경주 보문의 핫한 명소로 떠오른 키덜트뮤지엄 김동일 관장은 동해안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환경지킴이로 한 번 더 초대됐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서양음악을 전하고 대한제국황실양악대를 조직한 프란츠 에케르트 서거 105주년을 맞아 음악 역사의 부활을 주도하는 뉴코리아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송재용 단장도 다시 초대됐다. -잉꼬 부부 세 쌍 해리원, 로만시티, 쭈사랑 불쭈꾸미 독자들에게 싱그러운 기쁨 안겨 사업가들 중에서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잉꼬’ 사업가 부부도 초대됐다. 남산동에서 한옥고택민박집을 운영하는 사진작가 한용석 선생과 아마추어 밴드로 활동하는 이경미 가수의 부부 캐미가 돋보였다. 이에 질세라 소티남길에서 생뚱맞아 보이지만 행복 가득한 브런치 카페를 경영하는 예술 PD 이동우 선생과 화가 박미희 작가 부부 이야기도 소담스러웠다. 분황사 맞은 편에서 대형식당 ‘쭈사랑불쭈구미’를 경영하며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오경철·황연신 부부사장의 따듯한 마음도 담을 수 있었다. 특별히 대비되는 초대 손님도 있다. 돌을 자연 그대로 감상하는 수석인(壽石人)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동적인 인터넷 수석카페인 무찰카페를 운영하는 윤병숙 선생이 초대되었는가 하면 경주남산의 화강암을 조각하며 신라인의 혼을 현대적으로 구현하는 오채현 조각가의 치열한 작업현장도 소개됐다. 이 셔블&서울 코너에 대해 일부 시민들과 독자들은 성공한 사람들이나 유명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란으로 오해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신문의 구조상 파급효과가 큰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 속성이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숨겨진 보석을 찾는 작업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우리 시대 경주사람이나 경주 출향인, 경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코너에 출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내세우고 싶은 사람이나 주변에 추천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박근영 기자와 경주신문을 찾아주기 바란다. 이 코너는 다름 아닌 경주 사람들, 여러분의 것이다.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식을 현장 행사 없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행사는 서울시 유튜브·페이스북을 통해 31일 23시 30분에 공개하며 tbs교통방송, 지상파·케이블 방송사를 통해서도 실시간 공개된다. 이번 온라인 타종식에는 타종식 행사 뿐만 아니라 △전국 해돋이 명소에서 미니어처로 제작한 보신각 종을 타종하는 영상 △보신각을 무대로 새해 시작을 알리는 축하공연 △셀럽 및 시민들의 새해맞이 응원릴레이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새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 해돋이 명소 타종영상은 국내 일출 명소로 꼽히는 해남 땅끝마을, 비무장지대(DMZ), 인천공항, 포항 호미곶을 배경으로 제작했다. 전국 동서남북 명소에서 미니어처로 제작한 보신각 종을 지역 주민이나 관계자가 타종하는 색다른 타종식을 감상할 수 있다. 축하공연은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주목받고 있는 댄스팀 ‘라치카’(La Chica)의 퍼포먼스, JTBC 풍류대장에서 1대 풍류대장에 등극한 ‘서도밴드’와 퓨전 국악밴드 ‘훌’(wHOOL)의 퓨전국악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제야의 종’ 타종식에는 양궁 국가대표 안산, 배우 오영수, 래퍼 이영지 등 ‘21년 한해를 빛낸 시민대표 10명이 함께 한다. 시민대표는 자유·평화, 시민안전, 사회복지, 과학, 다문화, 대중문화, 국위선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희망과 용기를 준 시민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럽들의 응원릴레이도 펼쳐질 예정인데 배우 한효주, 강하늘, 오정세, 가수 코요태, 나비 등이 참여해 새해 희망 메시지를 전한다. 이밖에 인천국제공항 코로나 검진센터 스마트방역팀, DMZ에서 복무 중인 군인, 포항 구룡포 어민과 시장 상인들, ‘22년 개교 100주년을 맞는 해남 땅끝마을 북일초등학교 학생들의 응원릴레이도 펼쳐진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전 세계, 전 세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일차적으로 의료적 위기 상황이지만, 바이러스가 가진 전염력으로 인해 개인과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변화를 야기했다. 2년 가까운 시간이 경과하며 사람의 심리, 대인관계, 생활 패턴의 변화는 축적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가 어렵다. 현재까지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청소년, 여성, 의료진, 방역 담당자들이 정신과 질환을 경험하는 등 개인적 취약성이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불안, 우울, 자살 등으로 이어지며 심리적 영향을 준다. 감염병의 유행이 어떤 방식으로 개인의 정신과 심리에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면 생물학적 요인보다 주로 비생물학적 요인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사회적 거리두기, 등교 중단, 봉쇄 조치 등으로 외로움, 고립, 실직, 소득 감소, 양육 부담 증가, 가족 내 폭언·폭행의 증가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자살 위험 요인 중 매우 중요한 경제적 어려움이 취약 계층에 가중되고, 취약 계층에서 더 낮은 사회경제적 계층으로 이동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또 독거 및 고립된 가정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지원책이 심리적 위기 상황에 주요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생물학적 요인으로는 첫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후각신경을 통해 뇌로 직접 침투하거나 둘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호흡기에 영향을 미쳐 저산소증을 유발하고, 중추신경계가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셋째,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전신 염증, 면역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치료제와 관련해 연구가 필요하다.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상황은 특수한 계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주게 되는데 청소년, 코로나19 전담 의료진, 코로나 19 확진 환자, 이전에 정신과 질환을 경험한 개인 등을 들 수 있다. -사회적 재난 상황에 취약한 정신건강 2020년 우리나라 청소년의 우울감 경험률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등교 중지로 인한 수업 연기, 단축수업, 비대면 수업 시행으로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청소년들의 슬픈 자화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 시행한 해외 연구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이 우울, 불안 등과 함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졌고 원인으로는 온라인 수업 참여의 어려움, 부모님과의 갈등 증가가 꼽혔다. 부모 역시 경제적 부담과 함께 양육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 직면했다. 사회적 재난 환경에 취약한 청소년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한다. 서울과 울산의 대형병원(울산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심리적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406명(여성 291명, 남성 115명)이 참여했는데 참여자 중 14.3%에서 우울증(PHQ-9 score 10 이상), 39.4%에서 경도 불안증상이 나타났으며(GAD-7 5점 이상), 52.0%가 불안을 경험하고(SAVE-9 21점 이상), 36.2%가 불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ISI 8점 이상). 직군별로 보면 의사보다는 간호사, 행정 등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감염병에 대한 불안과 직무 스트레스 척도가 높게 나타났다. 감염 환자를 직접 대하는 직원들은 우울감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다. 의료기관의 업무 부담 증가와 관련해 직원 개개인이 건강하지 않은 방식(음주, 흡연, 폭식 등)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경우 우울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회복탄력성을 가진 직원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우울, 불안 증상을 덜 경험하고, 직무 스트레스도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은 마음 챙김이 꼭 필요한 때 광역(부산+울산+경남)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던 코로나19 감염자들의 정신건강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2021년 6~7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648명 중 입소 시 불안감을 경험한 경우가 50.6%(4점 likert 척도 중 1점 이상), 심한 불안감을 호소한 경우는 17.8%(10점 중 8점 이상의 심한 불안감)로 나타났다. 퇴소 시점에는 심한 불안감을 호소한 입소자가 2.3%로 나타나 87.1%가 감소됐다. 또 심리적 고통·외상 후 스트레스(12.7%→5.8%) 및 자살 위험(7.5%→6.1%)도 입소와 퇴소 1일 전을 비교해보면 상당히 낮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울감은 입소 시 30.5%에서 퇴소 시점에 38.7%로 8.2%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 메르스나 사스에 감염됐던 사람들이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우울 증상을 경험할 확률이 29%로 나타나 비슷한 결과로 보인다. 이를 종합하면 생활치료센터를 이용하거나, 병원에 입원하거나, 자택에서 대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입소/입원 초기 불안 증상을 경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퇴소 또는 퇴원 후 우울 증상에 적극적인 대처를 고려해야 한다. 정신질환을 앓는 개인에게는 감염병 대유행이 끼치는 심리적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젊을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이, 이전에 자살이나 자해를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경우, 또 음주 관련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더욱 취약하다. 음주는 충동적인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 즉,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있는 정신과 질환을 경험한 환자들은 취약한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므로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사회적 스트레스 사건이 개인에게 심리적 영향을 끼쳐 결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어떤 연구에서는 6개월 정도의 시차가 존재한다고 보고하기도 한다. 현재 백신 접종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고 단계적 일상 회복이 진행 중이지만 개인의 정신건강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지역 커뮤니티에 ‘해체’, ‘혐오’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등 편 가르기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에게 좀 더 친절해야 하며, 자기연민을 가져야 하며, 마음 챙김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 글 : 박장호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광역시지부 건강검진센터 자료출처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발췌
마을 앞 철길, 검은 봉지 속 시든 브로콜리, 먹고 남은 하찮은 귤껍질이라도 작가의 시선이 머물면 훌륭한 작품이 된다. 박수미 작가의 ‘깰바자의 만년필’ 출판그림전이 경주 시내 중심상가 내 위치한 갤러리카페 공감에서 열리고 있다. 한지를 꼬아서 붙이는 ‘삶을 추다’ 시리즈를 비롯해 최근 ‘때창’ 시리즈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박수미 작가가 이번에는 드로잉 칼럼집을 펴내며 지역민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깰바자의 만년필’(글/그림 박수미)은 일상과 여행으로 깨달은 작가의 드로잉 칼럼집이다. ‘일상으로’ ‘동네산책’ ‘여행길에’ ‘똘이재이’ 등 4파트로 나뉘어 120여편의 이야기가 엮어져 있다. 이를 두고 작가는 게으른 화가가 동생이 낳은 작은 우주를 만나면서 자신을 에워싼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벅찬 순간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는지를 비로소 알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깰바자의 만년필’은 게으르다는 경상도 사투리 ‘깰 받다’에서 차용된 개성이 담긴 작가의 필명이다. 그렇게 하나, 둘 모은 단상은 2009년 4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본지 ‘박수미의 그림으로 보는 세상’ 코너에 150회 연재되며 지역민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박수미 작가는 “10년이 지난 원고를 책으로 엮는 일이 케케묵은 옛 일기장을 보여주는 것 같아 부끄럽고 민망했지만, 매 순간 관심을 두었던 주변과 소중했던 그 시간을 함께 추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면서 “당시 지인과 사소한 대화나 무심히 지나치는 풍경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고, 산책길에서 만난 이름 모르는 풀꽃과 아무 일 없던 하루조차도 갇혔던 자신을 꺼내 준 감사한 존재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느리게 가는 경주의 시간은 순간을 기록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라며 “특별할 것 없는 게으른 화가에게는 모처럼 눈을 반짝일 수 있는 재미난 일이었고, 덕분에 어디서든 작은 드로잉북을 펼치고 그 속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영위하며 주변의 누군가에게서 새로운 시각을 마주했을 때 지루한 일상에서 신선한 영감을 느낀다는 작가. 갤러리에 상주하며 자기 생각과 경험을 지역민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박수미 작가에게서 예술가적 진취성과 열정이 동시에 느껴진다. 박수미 작가의 드로잉칼럼집 ‘깰바자의 만년필’의 출판그림전은 2021 경북 예술인 창작활동 준비금 지원사업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전시 기간에 책과 원화 드로잉 소품이 판매된다. 경주에서 화가로 재미나게 살아가기 미션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 다시 긴 호흡을 준비하고 있는 박수미 작가. “이 책이 저와 같은 미션을 가진 사람들에게 함께라는 의미로 전해지길 바랍니다” 박수미의 출판그림전은 갤러리카페 공감서 내년 1월 30일까지 진행된다.
본지가 집중 보도해온 향가연구가 김영회 선생이 지난 50년 동안 신라 향가의 비밀을 추적해 온 한 자전적 에세이 ‘향가 루트(북랩)’를 출간했다. <사진> 이번 발간한 ‘향가루트’는 김영회 선생이 이전에 발간한 향가 연구집 ‘천년 향가의 비밀’과 ‘일본 만엽집은 향가였다’ 두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김 선생이 고심해서 추적해온 숱한 연구의 순간과 하나씩 향가의 비밀을 풀어나간 긴박했던 순간들이 오롯이 들어 있는 ‘향가연구의 작업보고서’이자 전체적인 ‘향가연구의 해설집’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을 먼저 읽고 기존의 두 책을 읽으면 훨씬 이해가 빠를 것이다. 김영회 선생은 “이 책은 향가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에 앞서 저 자신이 향가에 빠져들게 된 계기를 시작으로, 거의 전 생애를 다 바쳐 향가를 추적하게 된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민족의 비기(秘記)인 향가의 천 년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은 때로는 지난하고 때로는 절망에 휩싸이고 때로는 하늘이 내려준 기연에 기뻐 몸부림쳤던 저의 지난 날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며 이번 책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책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이제껏 정체를 숨기고 있던 황조가(黃鳥歌), 구지가(龜旨歌), 해가(海歌)의 정체가 향가였음을 밝혀내고, 삼국유사 속에 숨겨진 일연스님의 핵심비기 지리가(智理歌)를 찾아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황조가의 경우 4언 절구의 한시로 구성돼 있으나 이것은 단순한 위장일 뿐 여기에 향가의 구성 요서인 보언과 청언이 들어 있어 완벽한 향가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회 선생은 이런 논거에 의해 황조가를 풀이하면 기존의 해석과 다른 새로운 사실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영회 선생은 이미 일본 ‘만엽집’을 자신의 향가해석법으로 풀이하면서 그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하고 새로운 해석을 찾아낸 바 있다. 새로운 향가해독법이 그 만큼 한일 양국의 고대사에 긴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김영회 선생은 “한국과 일본 모두 잘못 해독된 향가를 기초로 해 역사와 인문, 문화에 거짓의 탑을 세웠다”고 진단하고 “이제 이를 해체하고 나의 신라 향가 해독법을 적용해 어둠 속에 가려진 한일 양국의 찬란한 고대사를 재발견할 시간이 도래했다”며 향가를 통해 한일 양국 고대사의 풀리지 않은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회 선생은 어려서 한문서당 영사재에서 사숙했고, 서울고등학교에 이어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1970년대 이래 향가를 연구해오고 있으며 향가연구실 문학방(文學房)을 중심으로 다수의 문헌을 집필 및 번역했다. 동북아 고대문자 해독가 및 향가 만엽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천년 향가의 비밀’과 ‘일본 만엽집은 향가였다’ 두 권의 책이 있고, 논문으로 신라향가 창작법 제시와 만엽집에의 의미, 찬기파랑사뇌가의 새로운 해독과 사뇌의 의미가 있다.
차세대 국악과 무용을 이끌어갈 국악 꿈나무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예인예술단이 오는 1월 7일 오후 7시 화랑마을 기파랑관에서 첫 번째 국악영재꿈나무 콘서트 춤판을 개최하는 것. 예인예술단은 한국적 정서가 담긴 국악과 무용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사상과 철학이 반영된 작품을 통해 국악과 무용을 선도하고 있는 단체로 지역민들과 관광객들의 문화 향유를 위해 2014년에 창단했다. 이날 공연은 리틀예인무용단의 ‘즈믄손’으로 시작된다. 즈믄손은 지난해 불교무용대전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공연으로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영롱한 연꽃처럼 어둠에 빠진 인간이 불도를 쌓으며 한줄기 어둠에서 천수관음의 구제를 받는 내용으로 천수관음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청소년단원들로 구성된 리틀예인무용단은 신라문화제 개막식 및 버스킹, 퍼레이드 등 크고 작은 문화행사에 참여하며 아름다운 몸짓으로 수준 높은 기량을 뽐내고 있다. 이들이 선보인 공연 ‘대한의 딸, 유관순’은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 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회’ 국민인증사업 공연분야 우수작으로 선정돼 청와대 영빈관에서 초청공연을 한 바 있다. 리틀예인무용단의 ‘즈믄손’에 이어 김나희 양의 ‘강선영류 태평무’, 김예진, 강리원, 김려원, 남유나, 박희원 양 외 5명의 ‘각시탈춤’, 박규림 양의 ‘한영숙류 태평무’, 김나희 양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조민서 양의 ‘불새 날아올라’, 최서인 양의 ‘부채입춤’, 황사랑 양의 ‘진달래꽃 필 무렵’, 황연지 양의 ‘원망’, 이선민 양의 ‘칼 끝에 서다’, 권나은 양의 ‘다시 봄은 오리’, 최서인 양의 ‘피어올라’ 순으로 공연이 진행된다. 이상수 예인예술단 단장은 “국악을 사랑하고 전통춤을 이어 나가는 청소년들이 이 무대를 발판으로 더 멋진 예술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지역의 국악영재들이 서로 교류하는 장이 되고 서로의 꿈을 응원할 수 있는 행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성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국악영재꿈나무 콘서트 춤판’은 2021 경북문화재단 청년신진예술인 발굴육성사업으로 마련됐다.
무산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제41회 대통령기 국민독서경진 중앙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무산중 이영은(2학년) 학생과 무산고 박윤서( 1학년) 학생이 편지글 부문에서 각각 받았다. 새마을문고중앙회가 주관하는 국민독서경진대회는 가정과 지역사회에 독서분위기를 조성, 정착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대회로, 각 시군구 예선(경주시), 시도 예선(경상북도)을 거쳐 중앙대회 진출자격이 주어진다. 앞서 열린 시군구 예선에서 무산중·고는 다수의 입상자를 배출했다. 곽가윤(무산중, 3학년) 학생이 독후감 중등부문 우수, 편지글 중등부문 우수, 이영은(무산중, 2학년) 학생은 독후감 중등부문에서 우수, 중등부 편지글 최우수, 김성욱(무산고, 1학년) 학생은 독후감 고등부 장려, 박윤서(무산고, 1학년) 학생은 고등부 편지글 최우수를 수상했다. 또 김준엽 교사가 일반부 편지글 최우수, 독후감 일반부 우수를 수상했다. 시도예선에서도 이영은(무산중, 2학년) 학생이 편지글 중등부 최우수, 박윤서(무산고, 1학년) 학생은 편지글 고등부 우수상을 수상했다. 무산중·고 권영훈 교장은 “최근 도서실 리모델링,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 대상교 선정, 신간도서 확충 등을 통해 학생들의 쾌적한 독서활동을 위한 제반 환경을 구축했다”면서 “독서토론 동아리의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활동 지원이 대회 수상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생활예술고등학교가 2021년 법교육 우수운영사례 고등-학생자치법교육 부문에서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삼성생활예술고 학생들의 준법정신을 높이고 민주시민 역량을 계발하는데 기여한 공로로 수상했다. 삼성생활예술고는 학생자치법정을 통해 판검사, 배심원 등으로 이뤄진 학생 자치법정 임원들이 학교 규칙을 어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법정을 열고, 그에 합당한 교육처분을 내리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독려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삼성생활예술고 학생자치법정은 학생들이 규칙 제정에 직접 참여해 함께 만들어가는 규칙을 기준으로 학생들의 법의식을 높이고 있다. 김효준 교장은 “학생자치법정은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한 학교 규칙을 토대로 민주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기를 수 있는 제도”라며 “지속적인 학교자치법정 운영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보건복지부 주관 ‘2021년 기초생활보장분야 평가’에서 우수 지자체로 선정,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보건복지부는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지원 등 국민기초생활보장 분야에서 지자체 합동평가 결과와 운영 역량 등을 종합평가하고 우수 지방자치단체 26곳을 선정했다. 시는 기초생계급여 부양의무자 폐지에 따른 신규 수급자 발굴실적과 지방생활보장위원회의 적극적인 운영, 취약계층 보호결정 실적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추진한 긴급복지 지원사업과 복지사각지대 발굴 실적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취약계층 한시 생계지원사업을 추진하며 현장을 발로 뛰며 대상자 발굴에 나서, 국비 20억원을 전액 집행하는 성과로 가점도 얻었다. 주낙영 시장은 “본연의 업무에 코로나19 방역업무까지 병행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민의 기초생활보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준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노고에 감사하다”며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지원으로 모두가 행복한 복지도시를 구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주시 복지정책과는 올해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 부문 우수지자체 경북도지사 표창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우수지자체 △보건복지부 자활센터 성과평가서 ‘경주지역자활센터’가 우수센터로 지정되는 등 각종 평가서 노력의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경주시가 여성가족부 주관 ‘2021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청소년 정책 우수지자체 포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청소년정책 우수지자체 정부포상’은 청소년 관련사업과 정책 등을 평가해 청소년 정책 추진에 기여한 지자체에 수여된다. 여가부는 올해 17개 시·도와 228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경주시는 △돌봄 필요 청소년들을 위한 학습지원·상담 등 종합서비스 제공 △청소년 진로체험센터 설치·운영으로 교육·진학·취업 등 체험활동 제공 △학교밖 청소년 대상 학력 취득과 대학진학 등 지원 △안강청소년문화의집 운영 등 성과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또 청소년 육성전담기구 개편과 육성전담 공무원 확대 배치 등 정책 추진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주낙영 시장은 “경주시의 청소년정책 우수지자체 대통령 표창을 25만 시민과 함께 축하하고 싶다”며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 지원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한편 경주시는 내년 청소년안전망 선도사업 및 고위기 청소년 맞춤형 프로그램 수행기관 공모사업 선정에 따라, 기존 안전망 체계를 더욱 보완해 위기 청소년 지원을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