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휘영청 둥근 달을 보면 마음이 맑아지며 그리움이 열리고 상상력이 커진다. 달 보고 시를 쓰고 소원 빌고 기도한다. 이런 시대가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 실생활에 존재했다. <사진>
달 보고 기도하는 대표적인 날이 보름달이 뜨면 정월 대보름이다. 개인적으로 오곡밥을 먹으며 건강을 기원했고 ‘부름’을 통해 무사안녕을 빌었다. 달이 가지는 의미를 공공의 가치로 치환해 동네마다 달집 태우기나 지신밟기 등의 달맞이 행사를 즐겼다.
달을 향한 상상력도 많은 이야기로 발전했다. 옥토끼가 살고 있으며 달에는 ‘월궁’이라는 아름다움 대궐이 있고 거기에 항아가 살고 있어 그 아름다움이 사람 세상은 물론 천상에서조차 따를 사람이 없다고 여겨졌다. 환한 달의 아름다움이 항아를 만든 것이다. 서양에서도 똑 같이 달에 신성을 부여해 세레네를 달의 여신으로 추앙했다.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달의 신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그런 달이 과학의 발달과 함께 점점 위상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천문학의 발달은 달이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 아닌 태양의 반사판 역할로 빛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1969년 이후에는 더 이상 숭배의 대상이 아닌 단순한 과학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달나라에 사는 옥토끼는 달표면에 나타난 거대한 분화구 속 어딘가에 숨어 영영 나오지 못하는 전설이 됐다.
그래도 달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다. 비록 과학으로는 달을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달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노래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그들의 마음은 과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맑은 감성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심성이 있지 않을까?
늘 경주의 자연 속에서 자애롭게 경주를 산책하는 권원수 씨의 페이스북에 보름달이 잡혔다. 달보고 기도하는 권원수 씨, 인연 맺은 모든 사람의 건강과 소원성취를 함께 빌었다. 보름달처럼 넉넉한 기원이고 달 만큼이나 밝은 기도다. 항아님이나 세레네가 들으면 반드시 이루어주실 소원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