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액션영화, 그 중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만든 영화 중 가장 인기를 끈 영화가 무엇일까? 단언하건데 무술고수를 찾아 전세계를 돌며 무도의 강함과 인격의 완성을 추구한 끝에 마침내 세계 무도의 전설이 된 극진 가라데의 그랜드 마스터 최배달, 최영의를 주인공으로 한 ‘바람의 파이터(2004)’일 것이다. ‘바람의 파이터’는 만화가 방학기 선생의 만화로 1970년대부터 꾸준히 인기를 얻어 동명의 소설까지 나왔고 2004년 양휸호 감독의 연출로 양동근이 주연을 맡아 마침내 영화로 만들어졌다. 당시 엄청난 이슈가 되었음에도 150만 내외의 관객을 기록하며 흥행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최배달을 흠모하는 무도가나 무도지망생들에게는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로 손꼽혔다. 동천동에서 ‘동천포차’를 운영하며 왕성한 SNS활동을 하고 있는 김석진 사장에게 ‘바람의 파이터’는 누구보다 각별하다. 그 자신 태극권을 오랜 기간 수련해 ‘전수자’의 단계까지 올랐고 검도 역시 공인 3단인 범상치 않은 무도가이기 때문이다. “바람의 파이터가 인생 영화인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주인공인 양동근 씨가 저와 동갑내기고 마침 그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 제가 군에서 제대하고 경주대학교에 복학해 검도 동아리와 태극권 동아리에서 회장을 맡고 있었고 전체 동아리 연합회 회장을 맡기도 했을 때였지요” 대학생으로 무도를 추구하던 김석진 사장은 당시에는 70kg안팎의 날렵한 몸매를 가지고 있으면서 최배달처럼 훨훨 날았다고 회상한다. “또 하나 잊지 못할 사건이 있습니다. 당시 태권도공원 건설이 예정되어 전국적인 유치 열풍이 불었는데 그때 경주도 선두권에서 유치 경쟁을 벌였습니다. 당시 경주대학에서 무도를 이끌던 저로서는 이 일을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없었습니다” 치열한 유치경쟁에 경주대학교 동아리 연합회 회장이자 경주 학생 무도인의 입장에서 많은 유치행사에 참여하며 태권도 공원유치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태권도 공원은 타당성이나 유치 효과보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치적 명분으로 인해 무주로 결정되어 무척 서운한 기억이 남아 있다. 당시 석굴암 금강역사까지 인용하며 경주가 우리나라 전통 무술의 원류이자 태권도의 성지라고 주장했던 일들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런 김석진 사장에게 바람의 파이터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기억 속에 살아 있지만 그 중에서 몇몇 장면은 특별히 뇌리에 깊숙이 새겨져 잊혀지지 않는다. “영화에서 최배달이 기요즈미 산에 입산해 눈썹을 밀고 혹독한 수련을 하며 일본의 전설적인 검술명인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를 읽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때 저도 입산하여 수련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느꼈습니다” 특히 김석진 사장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무사시노 벌판의 결투도 인상 깊게 남아 있다고 술회한다. 영화에서 전일본의 검도회장 ‘카토’ 역에 실제로 검도사범 자격증이 있는 카토 마사야가 열연했는데 그 덕분에 발도 순간의 모습이나 세부적인 검도 연출이 매우 실감나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바람의 파이터를 소개하면서 김석진 사장은 물 만난 고기처럼 최배달에 대한 이야기를 그치지 않는다. 그가 한국으로 건너와 박정희 대통령의 후원으로 우리나라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 공헌한 이야기, 세계를 돌며 무도가와 싸운 끝에 세계 무도계로부터 ‘그랜드 마스터라’는 호칭을 얻은 것까지 쉴 새 없이 소감을 들려준다. 김석진 사장은 우람한 체격과 우락부락한 모습과 달리 매우 유순하고 정의로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여왕미용실 정제훈 부원장, 경주 가수로 유명한 김경진 씨와 함께 ‘뚱 트리오’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며 경주의 맛집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운영하는 동천포차는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동천동 유명 맛집으로 성가를 올리고 있다. 바람의 파이터 최배달은 세계 무도계를 주름잡았지만 경주 신바람의 파이터 김석진 사장은 경주 젊은이들의 입맛을 주름잡고 있다.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이 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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