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에 따르면 세계 유일한 다도茶道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 서기 8세기 후반 중국 당나라 때의 식음료에 불과했던 차가 당시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에서 정중종(淨衆宗 선종불교가 남-북종으로 종파가 나뉘기 전의 이전 종파)의 창시자인 무상선사無相禪師에 의해 불교의 선수행禪修行에 중요한 수단으로 재탄생 돼 이른바 ‘선차’禪茶의 개념이 확립됐다. 즉 무상선사는 세계선차의 종조인 것이다.
그런데 이 무상선사는 신라 서라벌 출신으로서 신문왕의 왕자 또는 선덕왕의 왕자로 알려지고 있다. 무상선사는 신라인 특유의 사유능력을 바탕으로 단순한 음차행위를 고도의 정신적 부가가치를 부여해 선차일여禪茶一如의 세계를 창조했다. 선사에 이어 대당제국에서 더욱 선차를 융성하게 만든 인물은 또 다른 서라벌 출신 신라인 김지장 보살이었다. 그는 당나라에 입국할 때 서라벌에서 볍씨와 차茶씨를 가지고 가 안후이성安徽省 구화산九華山에서 현지의 민중들과 함께 벼농사와 차농사를 재배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김지장 보살의 이러한 농선병행農禪竝行과 차농병선茶農竝禪운동은 당나라의 유명한 선승 ‘백장회해’百丈懷海보다 무려 70여년이나 앞선 운동이었다.
이처럼 당나라에서 융성하던 선차는 고국 신라로 전래돼 신라불교의 주류인 구산선문九山禪門을 통해 더욱 발전하게 됐고 그 후 고려조에서는 일연선사一然禪師가 이 선차의 계통을 이어받았다. 세월이 지나 조선시대에 이르러 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에 의해 당시 신개념인 한차韓茶로 발전해 재탄생하기에 이른다.
현암 최정간 선생의 이번 저서는 매월당 김시습에 의해 재탄생된 한차가 곧 초암차草庵茶이며 이 초암차가 탄생한 장소가 바로 경주 남산 용장사 초암이었다는 사실을 새로이 밝혀내 한·일 다도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저자는 “매월당은 1463년 신라고도 경주남산 용장사에서 조선의 자연, 풍류, 심성, 청빈과 유·불·선을 통섭한 사상을 바탕으로 위대한 한차韓茶를 창시했다. 매월당이 창시한 한차가 곧 조선 고유의 청빈사상이 깃든 초암차인 것이다. 매월당 이전의 조선에서 선차는 사찰이란 비세속적인 공간에서 특수신분인 승가僧伽집단이 수행을 하기 위한 음차의식이었다. 매월당에 의해서 이러한 선차의 특수성, 국지성을 일반 민중의 세계로 도입 개방, 발전시킨 것이 곧 ‘한차’의 탄생인 것이다. 매월당은 동아시아 차문화 역사에 있어서 승가집단이란 특수 신문사회에서 차문화를 청빈의 ‘만인의 차’로 개방, 발전, 통섭해 일본으로 전파시킨 위대한 인물이었다”고 역설했다.
한편 매월당은 1463년(세조9년) 일본국왕사절로 조선을 방문한 월종준초(越宗俊超 日本京都 天龍寺 부주지 五山文學僧)에게 초암차韓茶 정신이 깃든 차시茶詩를 지어주면서 초암차의 정신세계를 일본에 전파시켰다. 이어 일본의 고승 잇큐(一休)를 거쳐 평민출신의 무라다슈코(村田珠光), 센노리큐(千利休)에 의해 ‘와비차’란 새로운 다도茶道가 탄생돼 오늘날 일본이 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 된 것이다.
이어령 선생도 현암 최정간 선생이 주장한 매월당에 의한 초암차의 일본전파설에 대해 “매우 창의적인 탁견이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학설”이라고 저자의 저서 내 추천사에서 격찬했다. 또한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민족학 박물관장 스티븐 엥겔스만 박사는 “현암 최정간 선생의 저서는 한국 차문화 역사 연구의 새장을 열어준 학문적이며 교양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저자는 본 저서에서 16세기 일본 다도사에 있어서 성기聖器로 불려졌고 지금은 일본국보로 지정돼 있는 이토다완井戶茶豌의 생산지와 일본전래 경로도 소상하게 밝혔다.
저자에 의하면 이토다완은 조선 서민층의 ‘막사발’같은 잡기雜器가 아니고 일본 규슈지방의 통치자, 이른바 ‘크리스찬 다이묘(영주)’로 불렸던 오오도모 소오린大友宗麟의 발주에 의해 대마도의 무역상 바이캉(梅岩)을 통해 조선의 진해 두동리와 하동 백연리 가마에서 생산돼 일본으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즉 저자는 이 책을 통해 15세기에는 매월당 김시습에 의해 초암차정신이 일본 다도계에 전파돼 일본 ‘와비차’의 원류가 됐고 16세기에는 조선의 남부지방에서 구워진 이토다완 등이 일본에 전래돼 일본 다도사에 성기聖器가 된 것이 바로 ‘한차문명의 동전’이란 것을 한·일 학계에서 최초로 심도 있게 밝힌 것이다.
현암 최정간은 고향 경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의 저서 ‘한차문명의 동전’을 결코 집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가 ‘한차’의 고향이란 사실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암 최정간은 경주 신라문화유산 발굴보존과 고고학 선구자이신 故석당 최남주(石堂 崔南柱, 1905-1980)선생의 막내아들이다. 석당선생의 업적은 이루 헤아릴 수 없으나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을 들자면 1926년 스웨덴의 구스타프 황태자와 동참한 경주시 노서동 서봉총瑞鳳塚의 발굴을 꼽을 수 있다. 세계적인 고고학자인 구스타프 황태자와 함께 신라시대 찬란한 황금보관을 발굴한 사실은 8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우리학계에 커다란 업적으로 남아있다.
지난 5월 30일 현 스웨덴국왕 칼 구스타프 16세(Carl XVI Gustaf, 구스타프 아돌프 6세국왕의 손자)가 국빈 방한訪韓시 청와대에서 개최된 만찬 환영사에서 이명박 대통령 또한 경주 서봉총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주최한 국빈만찬회에는 그의 친형인 최정필(세종대학교 석좌교수), 최정대(대광상사 대표, 코리아타임즈 칼럼리스트)씨가 함께 참석해 많은 스웨덴 귀빈들에게 경주 신라문화를 소개했다.
이 같은 서봉총과 관련된 발굴 업적뿐만 아니라 故최남주 선생은 자칫 일제 강점기 때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수많은 신라문화재들을 발견, 보존에 노력해 경주박물관에 수장하는 등 헌신적으로 조국의 전통문화재를 보존하는 데에 일생을 바쳤다. 이러한 故최남주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자 지난 2001년 5월에 후학들이 건립한 추송비가 현재 김유신장군 묘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차문화에 눈을 뜨고 연구에 착수하게 된 동기에 대해 “촌동시절 고향 서라벌에서 선친의 손을 잡고 신라화랑들의 차 유적지와 남산 삼화령, 용장사, 흥덕왕릉, 성덕왕릉, 신라, 고려, 조선 고도요지들을 답사하고 또한 생가 차실茶室에서 우리차를 배우면서 싹튼 ‘한차’에 대한 지적호기심에서 비롯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언급으로 미루어 볼 때 현암 최정간은 우리차 문화 역사를 서술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적으로는 고향 경주의 영향을 받았음은 물론이거니와 선친이신 故석당 최남주 선생으로부터 받은 영향 또한 지대했다고 볼 수 있다.
현암 최정간은 1980년 초 미국인 동양미술사학자 존 카터 코벨(Jon Carter Covell)박사로부터 일본 미술사와 일본 다도사茶道史에 대해 깊은 가르침을 받았고 그 후 한·중·일의 다도역사와 도자기 미술사에 대한 연구를 정진해왔다. 도예가로서도 국내와 해외 유명미술관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개최해 전문가들은 물론 대중들로부터 그의 예술세계를 호평 받은 바 있다. 그의 작품은 현재 호주 국립미술관에 영구 전시중이다. 또 저서로서 <동학100년 해월 최시형家의 사람들>, 대표논문으로 <당포승첩지도의 미술사적 의의> 등이 있다.
한편 ‘한차문명의 동전’ 출판기념회와 도자기전시회는 오는 6월 27일 서울에서 개최된다. 개막식에는 외교인사로서 주한외교사절단장인 ‘펜’ 우즈베키스탄 대사와 서울에 상주하는 세계 각국의 주한 외교사절단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정·재계인사로서 김두관 경상남도도지사가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다. 또 이해찬(민주통합당 대표), 손학규(민주통합당 상임고문), 김석동(금융위원장), 정수성(경주 국회의원), 백용기(거붕그룹회장), 김정완(매일유업회장), 김정태(하나금융그룹회장), 이봉관(서희건설회장), 권병현(前주중대사), 최양식(경주시장), 이정락(경주고도보존회)변호사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밖에 학계 및 문화예술계 인사로는 김정배(전 고려대총장), 최종고(서울법대교수), 김종규(박물관협회 명예회장), 한수산(소설가), 엄기백(경주예술의전당 이사장), 최정표(경주고도보존회 경주지회장), 유철용(영화감독), 조상현(국악인), 최은희(원로배우)씨 등이 참석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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