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대왕 해양역사관’ 건립사업이 사업 추진 6년여 만에 첫 삽을 떴다. 경주시는 지난달 28일 감포읍 대본리 617번지 일원 옛 대본초 부지에서 문무대왕 해양역사관 착공식을 개최했다. 시가 2015년 10월 기본 구상안을 내놓으며 사업에 착수한 것을 감안하면 6년여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이룬 셈이다. 이날 착공식에는 주낙영 시장과 서호대 시의장, 김남일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 등 내·외빈 200여명이 참석했다. 문무대왕 해양역사관은 문무대왕의 수중왕릉은 물론, 이 일대 해양문화유적들을 체계적으로 홍보·전시·체험하기 위한 시설이다. 옛 대본초 부지 9089㎡에 연면적 1793㎡ 2층 규모로 조성된다. 사업비는 121억원이 투입되며 완공은 2024년 3월이다. 1층에는 문무대왕 청소년아카데미, 해양마린스쿨, 체험장, 카페, 기념품판매점, 사무실 등이 들어서고, 2층에는 문무대왕역사관, 신라해양실크로드관 등 전시시설이 마련된다. 문무대왕 해양역사관이 완공되면 신라의 동해구와 문무대왕릉, 이견대, 감은사지 일대의 해양문화 유산 등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경주시는 문무대왕 해양역사관의 운영이 본궤도에 오르면 동경주 지역 관광산업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낙영 시장은 “지난 2019년 경주시 최초로 개최한 경주시민원탁회에서도 문무대왕 역사관과 홍보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올 정도로 시민들의 문무대왕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매우 높았다”며 “이번 역사관 건립을 통해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대왕의 위업을 알림과 동시에 경주시 동해안 발전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성 해자가 3년 4개월 만에 복원공사를 마무리하고 일반에 공개됐다. <사진> 경주시는 이를 기념하는 준공식을 지난달 31일 인왕동 경주월성 터에서 열었다. ‘월성 해자 정비·재현 사업’은 경주시가 문화재청·경북도와 함께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해왔다. 사업비는 120억원이 투입됐다. ‘해자’는 과거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벽 외곽을 둘러 파 만든 구덩이에 물을 채워 놓은 인공 연못으로, 돌을 쌓아 만든 성곽과 함께 대표적 방호시설이다. 그동안 시는 2018년 6월 실시설계를 문화재청으로부터 최종 승인받아 같은 해 12월 첫 삽을 떴다. 월성 해자는 1984년 시굴조사에서 처음으로 확인됐으며, 2017년까지 진행된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발굴조사와 학술연구에 결과에 따라 해자의 정비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발굴조사를 통해 삼국통일을 기점으로 해자 축성방식의 변화를 확인했는데, 통일신라 이후 해자의 본래 기능인 방어의 의미가 쇠퇴하면서 조경적 의미의 해자로 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주시와 문화재청·경북도는 월성해자가 성곽 방어목적은 물론 조경목적도 함께 있었다는 점을 감안,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8세기 당시를 기준으로 복원·정비를 결정했다. 이후 문화재청 승인을 받아 담수해자로 정비·재현되도록 해자용수 순환시스템을 설치했다. 또 탐방로 조성과 함께 야간에도 월성 해자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경관조명을 설치해 주·야간 방문객들의 편의도 높였다. 주낙영 시장은 “월성 해자 정비·재현사업 준공으로 경주관광 산업을 이끌어 가는 새로운 명품공간이 탄생됐다”며 “경주의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을 문화재청과 경북도 등 관련기관과 협의를 통해 사업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통령선거 이후 지방선거가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출마예정자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본격화되면서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정당들의 공천 기준도 윤곽이 나오면서 치열한 공천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경북도지사 △경북도교육감 △경주시장 △경북도의원 △경주시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는 대선에 집중하며 미뤄왔던 예비후보 등록이 본격화됐다. 지난달 29일 기준 경주시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는 경주시장 1명, 도의원 2명, 시의원 40명 등 총 43명. 경주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주낙영 현 경주시장과 박병훈 전 경북도의원이 공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박병훈 예비후보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출마를 선언한데 이어 2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갖는 등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시정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점을 고려해 출마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29일 현재까지 경주시장선거 예비후보에 등록한 출마예정자는 한 명도 없다. 경북도의원 선거에서는 제2선거구(감포·외동·문무대왕·양남·동천·불국·보덕)에서만 유일하게 예비후보 2명이 등록한 상태다. 국민의힘 소속 박차양 경북도의원과 최덕규 경주시의원 등 2명이 등록해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다. 1·3·4 선거구에는 현재까지 예비후보 등록자수는 0명이다. 반면 경주시의원 선거에서는 29일 현재 모두 40명이 등록했다. 이중 34명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치열한 공천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 소속 4명, 무소속은 2명이다. 특히 시의원 선거구 중 자선거구(월성·선도·황남)는 현재 7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이 6명으로 벌써부터 공천경쟁이 뜨겁다. 특히 사선거구는 현 시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김상도 의원이 예비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무소속 김동해 의원도 출마 예정으로 이번 선거 최고 격전지로 손꼽히고 있다. 다음으로는 가선거구(황성·현곡)가 더민주당 1명, 국민의힘 4명, 무소속 1명 등 총 6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어 다선거구(동천·보덕), 라선거구(불국·외동), 아선거구(건천·산내·서면·내남)가 각각 5명씩 등록했다. 다선거구는 모두 5명 국민의힘 소속으로 전·현직 시의원 3명과 정치 초년생 2명이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선거구 역시 국민의힘 소속 5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라선거구는 더민주당 1명, 국민의힘 3명, 무소속 1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마선거구(감포·양남·문무대왕)는 현재 4명의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가 등록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나선거구(성건·중부·황오)와 윤병길 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사선거구(용강·천북)는 각각 3명이 등록했다. 나선거수는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며, 사선거구는 더민주당 1명, 국민의힘 2명이 등록한 상태다. 이만우 현 의원이 불출마하기로 한 바선거구(안강·강동)에서는 2명의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가 등록했다. 지난달 29일 현재 21명의 현역 시의원 가운데는 7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이중 2명이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남은 12명의 시의원 대다수가 4월 중 예비후보로 등록할 것으로 보여 향후 공천 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주요 정당 공천기준 관심 집중 6.1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본격화되면서 각 정당의 공천 기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지난달 28일 6.1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완료, 공천준비에 들어갔다. 공천 기준으로는 여성위원이 전체 정원의 50% 이상 되도록 규정된 현행 당헌당규를 넘어 추가로 외부인사 30% 이상, 청년 10%이상 반영 지침을 적용키로 했다. 특히 경북도당 최초로 경북지역 13개 지역위원회로부터 2명씩 위원추천을 받아 그 가운데 1명씩 공천관리위원으로 반영하는 한편 온라인 공천 시스템을 엄격히 적용,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지방선거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책임감 있는 공직선거 후보자추천 관리를 위해서라는 것이 도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공천업무가 늦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첫 전체회의를 열어 공천 기준과 일정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관심을 모았던 감점제도는 한 후보에게 최대 10%(득표율에 대입)만 적용하고 ▷정체성 ▷당선 가능성 ▷도덕성 ▷전문성 ▷지역 유권자와의 신뢰도 ▷당 기여도 등을 심사기준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공천 희망자가 밀집한 경북에서는 도당 공천관리위가 현재까지 구성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경북도당은 중앙 공관위에서 관련 지침이 나오는 대로 지역 공관위를 꾸릴 예정이다.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이준석 대표의 공약인 PPAT(People Power Aptitude Tes)다. 출마예정자들이 이 시험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는 공천지원 자격 등이 성적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시험 결과에 따라 광역의원 비례대표는 2등급(상위 15%), 기초의원 비례대표는 3등급(상위 35%) 이상의 성적을 얻어야 지원이 가능하다. 지역구는 시험 결과에 따른 가산점이 적용될 예정이다. 시험은 당헌·당규, 대북정책, 공직선거법, 자료해석 및 상황판단, 외교·안보, 안전과 사회 등 6개 과목이다. 하지만 처음 시행하는 당내 자격시험의 반영기준, 시험일시 등의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출마예정자들의 혼선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 대표 역사문화관광도시 경주에서 25일 한중일 3국 문화교류의 장인 ‘2022 동아시아 문화도시’가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문화로 여는 경주, 동아시아를 잇는 평화’라는 슬로건으로 개막한 동아시아 문화도시는 중국 원저우시·지난시, 일본 오이타현시가 함께한다. 개막식은 과거 남산과 월성왕궁을 잇는 월정교 수..
경주시는 ‘신중년 일자리 지원사업’ 참여자를 모집한다.이 사업은 미취업 신중년층의 노동시장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된다.지원대상은 만40세~64세 신중년으로, 한달 이상 미취업 상태여야 한다.사업은 ‘중소기업 취업지원사업’과 ‘파트타임 일자리 ..
신경주역 공영주차장과 역 광장을 곧바로 연결하는 높이 15m의 엘리베이트가 설치된다. 그동안 급한 경사의 계단으로 인해 주차 후 이동에 불편을 겪어왔던 이용객들의 편의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경주시가 지난해 4월 착수한 ‘신경주역 공영주차장 확장 및 승강기 설치사업’이 공정률 75%를 보이면서 마무리 단계..
자동차 종합검사 지연 차량에 대한 과태료가 최대 2배, 60만원까지 오른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에 따른 조치다. 경주시는 자동차 정기검사 기간이 경과한 차량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과태료가 인상된다고 25일 밝혔다. 적용 시점은 내달 14일부터다. 30일 이내의 경우 2만원에서 4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30일 초과 시 3일마..
‘2022 동아시아문화도시 경주’가 오는 25일 오후 7시 월정교 특설무대에서 개막한다. 동아시아문화도시는 지난 2014년부터 한·중·일 3국이 각 나라별로 개최도시를 선정해 다양한 문화교류행사를 추진하는 행사로 올해 8회째를 맞는다. ‘찬란한 신라 문화, 실크로드로 이어지다’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2022 동아시아..
재단법인 감포장학회는 감포 초·중·고등학교 출신의 대학 재학생 9명에 100만원씩 총 9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22일 감포장학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일반 장학생 7명, 특별 장학생 2명 등 9명을 선발해 장학금 수여식을 가졌다. 하원 (재)감포장학회 이사장은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국이지만 건강과 학업에 충실..
온정(溫情) 고전적인 주전자에 관심이 많아서 옛 주전자를 살펴보며 재현 해보려던 것이 어느새 여러 모양의 주전자를 만들게 되었다. 주전자는 술주(酒)자를 쓰기는 하지만, 꼭 술만 담는 것이 아닌 차를 끓이거나 데우는데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모양의 주전자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왠지 주전자를 보면 따뜻한 차 한잔이 마시고 싶다.
지난 13일 기준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경주지역 도난문화재 정보에 따르면 1993년부터 모두 29건의 지정 또는 비지정 문화재가 도난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3년 이전인 일제강점기 때 도굴·반출된 중요 문화재는 포함되지 않았다. 도난 시기로 보면 1990년대 6건, 2000년~2009년 사이 18건으로 집중돼있고, 2010년대 3건, 2021년 2건 등을 합쳐 모두 29건이다. 근래 들어서도, 특히 지난해 2건의 비지정 석조문화재가 도난되면서 문화재 당국의 관리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도난당한 문화재 중 기림사 감지은니묘법연화경 등 2점은 지난 1988년 11월 4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지 불과 5년 후인 1993년 12월 5일 잃어버렸다. 또 사적 제311호 창림사지 내 ‘석탑재’ 2점은 2008년, 경북 문화재자료 제345호인 왕신리 운곡서원 내 문짝 1점은 2004년, 경북도 유형문화재인 이조리 경모각 내 최진립 유품 조각품 2점은 2002년 각각 도난당했다. 나머지 25건은 모두 비지정문화재로 일부 회수된 것도 있지만, 대다수가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도난된 문화재 형태로 보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 이전까지는 고문서, 탱화, 병풍 등 실내 소장 문화재들이 주를 이룬다. 이후 2000년대 후반부터는 야외에 존치된 석조문화재가 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황룡사지 서쪽 외곽부근 석조물 1점, 황남동 ‘숭혜전 하마비’, 보문동사지 석물 2점 등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도난된 천관사지 내 석등 상대석, 석등 하대석, 북사지 비지정문화재 석탑 부재 하층기단석 등 4점도 야외에 방치되다시피한 비지정 석조문화재다. 근래 들어 설치된 CCTV가 증가하면서, 이를 피해 비교적 범행이 쉬운 석조문화재를 노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기준으로 재평가하면 지금까지 도난 된 비지정문화재들이 국보 또는 보물로 승격될 수도 있을 것이다. 행정력의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실태 파악 및 문화재 당국의 책임관리가 선행돼야 함이 마땅하다. 더 이상의 도난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문화재 관리가 가능한 향토박물관 건립 등도 검토해야 할 때다.
구 황남초등학교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오랜 전통을 지닌 황남초가 용강동으로 이전한 뒤 빈 터로 남아 있던 학교 건물을 개축·리모델링해 최근 ‘발명체험교육관’과 ‘경북웹툰캠퍼스’로 개관하면서다. 발명체험교육관은 경북도교육청과 특허청이 공동 추진해 문을 연 국내 최초 발명전문 교육기관이다. 총사업비 236억2000만원을 들여 3개동 연면적 5837㎡ 규모로 구 황남초 건물을 개축했다. 발명을 기반으로 하는 발명채움관, 도전혜윰관, 미래키움관 등 3개 전시·체험공간과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어울림광장, 기존 학교 운동장을 활용한 주차장을 조성했다. 경북도, 경주시, 경북콘텐츠진흥원가 추진한 경북웹툰캠퍼스는 유망 웹툰작가나 지망생을 대상으로 맞춤 교육과 다양한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경북웹툰캠퍼스는 지상 2층, 연면적 801㎡ 규모로 입주실 17개(개인실 15, 기업실 2), 교육실, 전시실, 만화방, 쉼터 등과 웹툰 창작과 교육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구축했다. 발명체험교육관은 발명 꿈나무를 미래 혁신가로 키우는 발명의 메카로, ‘경북웹툰캠퍼스’는 웹툰 전문 인력 양성과 저변 확대, 지역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 그동안 국내 발명교육센터는 아이디어 발상·구현에서 특허까지 확보하는 발명교육 전 과정을 체험하기에는 규모면으로 한계가 있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시설과 시스템을 최초로 갖춘 곳이 바로 발명체험교육관으로, 향후 경주가 명실상부한 발명의 메카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는 점이다. 지금 전 세계에 웹툰 열풍이 불고 있는데 그 진원지는 바로 우리나라다. 우리나라 웹툰은 K팝, K드라마 못지않은 한류열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문을 연 경북웹툰캠퍼스에 거는 기대도 크다. 이곳에서 많은 작가들이 소통을 통해 새로운 한류를 이끄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주에서 이제 막 운영을 시작한 발명체험교육관과 웹툰캠퍼스가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산실로서, 또 미래 콘텐츠산업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기반이 되길 바란다.
세월에 빗장을 걸 수 없다. / 둔중함과 더딤… / 그저 하찮은 존재로 살다갈 수밖에 없나? 나도 뭔가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불타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숨과 체념이 늘어간다. 내 피를 뜨겁게 달구던 흥분은 사라지고, 몸은 점점 중력의 힘을 크게 느끼게 된다. 그리스의 작가 메난드로스는 노래했다. 노년이여! 너는 인류의 적이구나. 모든 형태의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것은 바로 너다. 너는 신체의 화려함을 둔중함으로 바꾸고 날렵함을 더딤으로 바꾸는구나. 몇 날, 몇 달, 심지어 몇 년도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다. 시간에 빗장을 걸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 결국 삶의 더 큰 가능성에서 등을 돌리고 안락과 타협만 좇는 나약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이대로 우주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다시 삶을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몸이 힘들고 정신이 몽롱해지기 전에 삶을 다시 추스르는 일을 지금 이 나이에 서둘러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이런 나약함과 나태함을 쫓아낼 수 있을까? 세익스피어의 《소네트》에는 “5월의 싱그러운 환희 속에서 눈을 그리워하지 않듯, 크리스마스에 장미를 갈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5월에는 5월의 환희가,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이 있다. 천천히 흘러가는 인생 후반기의 시간에는 그 시간만이 지니는 즐거움이 있다. 호기심을 꺼트리지 않고 무언가에 집중해 자신을 맡길 때 여생의 시간은 빛난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호기심 많은 로멘스 그레이를 꿈꿔보자. 꿈꾸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기쁨과 놀라움 같은 감정에 인색해진다. 호기심과 유희성도 점점 사라진다. 이와 같이 나이 들면서 사라지는 어린아이의 특성을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하면 젊게 나이 들 수 있다. 어린아이들처럼 활기차게 유쾌한 반란을 시작해보자. 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젊게 나이 들 수는 있다. 젊음의 유전자를 일깨우면서 산다면 세월과 함께 늙는 것이 아니라 날로 새로워질 수 있다. 아일랜드의 위대한 시인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예이츠는 <비잔티움으로의 항해>라는 시에서 관능적인 젊은이들의 삶에 문제를 제기하고 노년의 삶을 사랑한다. 그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물질적인 것에서 벗어나 영적이고 지적인 것을 추구한다고 하면서, 가상의 시인을 내세워 노년의 초월적인 세계를 동경했다. 저곳은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 서로를 부둥켜안은 젊은이들, 나무에 앉은 새들 / - 그 죽어가는 세대들 - 은 노래를 부르고 / 연어 떼가 튀는 폭포, 고등어가 우글대는 바다에서는 / 물고기, 들짐승, 날짐승이 여름 내내 / 잉태되어 태어나 죽어가는 모든 것을 찬미한다. / 모두가 관능적인 노래에 취해 / 늙지 않는 지성의 금자탑을 홀대한다. 노인은 그저 하찮은 존재, / 영혼이 손뼉 치며 노래하지 않는다면 / 썩어 없어질 모든 누더기를 위해 / 소리 높여 노래 부르지 않는다면 / 노인은 막대기에 걸린 누더기일 뿐, / 영혼의 장엄한 금자탑을 탐구하지 않는다면 / 노래를 배울 곳은 어디에도 없다. / 그리하여 나는 바다를 건너 / 거룩한 도시 비잔티움으로 왔다. 먹는 나이야 어찌하겠는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나이 들어감을 받아들이면서 노년의 삶을 살아갈 궁리를 해보자. 이제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마음을 편하게 갖고 저녁놀처럼 아름답게 노년을 살아가자. 노년에는 물질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시각보다 우주적이고 초월적인 시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좋다.
대통령 선거는 끝났다. 이제부터는 지방선거다. 지방선거는 순수 정치인을 뽑는 것이 아니라 지방행정을 통해 경주발전을 견인하고, 지역 살림을 꾸려나갈 일꾼을 선택하는 선거다. 특히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 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에 거는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동안 대선에 가려 예비후보 등록조차 자유롭지 못하면서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 피해를 보는 ‘깜깜이 선거’가 우려되기도 했다. 지난 2월 18일부터 시작된 시장, 도·시의원 예비후보 등록에는 대선 전까지 시의원 5명만 등록하는데 그쳤다. 주요 정당이 대선 후 예비후보 등록 등의 제한을 걸면서 공천을 희망하는 정치 신인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지난 16일 오전 기준으로는 시장 1명, 도의원 1명, 시의원 16명 등 모두 18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이제야 지방선거 열기가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오는 5월 10일 예정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선거인만큼 여야가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제20대 대통령선거후 불과 3개월 만에 치르게 되는 선거로, 대선 결과가 경주지역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앞을 내다보면 오는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선거여서 여야 모두 긴장하고 있다. 이번 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자칫 여야 중앙당의 정치쟁점으로 묻혀버리지는 않을까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열어갈 ‘지방자치 2.0시대’의 취지가 훼손되지는 않을지 염려스런 목소리도 있다. 군부 정치로 중단된 지방자치제는 1991년 지방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재개돼 3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지방자치가 가야할 길은 멀다. 자치분권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지난 1월 13일 본격 시행되면서 전국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으로 그동안 시장이 가졌던 지방의회 직원 인사권은 의장에게 옮겨졌다. 또 지방의회는 자치입법·예산심의·행정사무감사 등을 지원할 ‘정책지원관’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권한이 많아지는 만큼 전문성을 갖고 의원 역할에 충실히 하라는 의미도 담겼다. 주민참여권 보장과 주민참여제도도 강화됐다.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안제’ 도입과 지방자치법에 근거를 두는 주민소환·주민투표의 청구요건 등도 완화해 주민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이뤄지게 된다. 이처럼 지방의회와 주민참여제가 강화되는 ‘자치분권 2.0시대’가 열린 만큼 지역정치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이는 유권자가 지방자치제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실천에 옮길 사람이 누구인지 판단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경주의 경쟁력을 연결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계획을 잘 짜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특히 보수성향이 강한 경주는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있어, 정당은 지방선거를 통해 누가 어떻게 경주발전을 일궈낼 것인가라는 확고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치열한 경선 경쟁이 불러오는 네거티브로 후보들의 정책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선거가 재연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의 등록이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각 정당은 앞으로 누구를 공천해야 할지 고심하고,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 이어 다시 한 번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결국 주민자치의 기반인 지방자치의 본질을 지켜내는 일은 유권자의 몫이다. 선관위는 예비후보 등록자들의 학력, 경력, 학력 등을 사항을 공개하고 있다. 이것만으로 충분치는 않지만 민주시민의 기본자질과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후보의 자질부터 가리고, 정치권의 거대담론과 후보들의 휘황찬란한 공약 사이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지역공약, 민생 공약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유권자들이 ‘자치분권 2.0시대’를 열어가는 주체임을 인식하고, 누가 경주발전을 이끌어 낼 적임자인지 관심만 가진다면 투표하고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경주만큼 원사정재(院祠亭齋)의 고건축물이 많은 곳이 드물다. 현존하는 건축물도 상당하지만 허물어져 기록으로만 전하는 것들까지 감안하면 거의 경주시 전역에 가득하였을 것으로 판단되며, 건축물의 수만큼 인물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도 병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주시 강동면 단구리에는 경주이씨 이세기(李世基)를 주벽(主壁)으로, 좌우에 국당(菊堂) 이천(李蒨,1274~1349)과 송와(松窩) 이종윤(李從允,1431~1494)을 배향하는 단구서원(丹邱書院)이 있다. 유림과 문중의 공의로 1862년에 이종윤을 제향하는 모현서당(慕賢書堂)으로 건립되었다가 훼철되었고, 이후 1926년에 새롭게 지었으며, 1983년에 중창하였다. 『안씨가훈(顔氏家訓)』「모현(慕賢)」을 보면, “천 년에 성인(聖人) 한 분이 나와도 마치 아침저녁 사이 같고, 오백 년에 현인(賢人) 한 분이 나와도 마치 어깨를 나란히 하여 연이어 나오는 것 같다”라 하였다. 이는 성현을 만나기가 어렵고 뜸하기가 이와 같다는 말이다. 만약 세상에서 보기 힘든 뛰어난 인물을 만나게 된다면 어찌 그를 따르며 흠모하지 않겠는가? 이에 어진 이를 사모하는 마음에서 ‘慕賢’의 이름을 빌어 선조의 덕을 숭모하는 공간의 명칭으로 삼은 곳이 많다. 배향인물을 살펴보면, 이세기는 고려 충렬왕 때의 문신으로, 이천의 부친이다. 이천은 1299년에 국자감시(國子監試)에 급제하였고, 첨의평리상의(僉議評理商議)로 원나라에 가서 교사(郊赦)를 축하하고 돌아왔으며, 우사보(右思補)·동지공거·판밀직사사(判密直司事) 등을 역임하였다. 이종윤(李從允,1431~1494)은 1462년 생원·진사에 합격하였고, 1468년 문과에 급제하여 영창전참봉(永昌殿參奉)을 거쳐 예빈시경력(禮賓寺經歷)에 제수되었다. 이후 내자시주부(內資寺主簿)·예조좌랑·제용감첨정(濟用監僉正)·사옹원부정(司饔院副正)·시강원보덕(侍講院輔德)·사헌부장령 등을 역임하였고, 1490년 여름에 제주목사로 부임해 백성의 칭송을 얻었다. 서애 유성룡은 「무오당적(戊午黨籍)」에서, “남계(藍溪) 표연말(表沿沫,1449~1498)과 교유한 이는 모두 한 시대의 유명한 선비이다(所與交遊 皆一時名士)”며 이종윤의 인물됨을 간접적으로 피력하였고, 남계는 김종직의 문인으로 1498년 무오사화에 화를 당하였지만, 이세윤은 이미 1494년에 세상을 떠나 연좌의 화를 면하였다. 단구리에 세운 단구서원은 이미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된 사당(祠堂)을 1926년에 새로이 서당(書堂)으로 고쳐 편액하였고, 이종윤의 행장을 지은 지역학자 손제익(孫濟翼)선생이 그 기문 등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모현사서당기(慕賢祠書堂記) 모현서당(慕賢書堂)은 목사(牧使)를 지낸 송와(松窩) 선생 이종윤(李從允) 공을 배향하는 곳으로, 예전에는 모현사(慕賢祠)였다. 무릇 선조의 덕스러움을 설명할 수 있고, 업적을 베풀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세대의 멀어짐과 자손의 마땅함에 달려있다. 제사를 지낸 것은 철종 계해년(1863)으로, 공의 남은 후손들이 비로소 새로운 사당을 지었다. 은혜에 보답하는 제사를 지내며 비록 사사로이 배향하였으나, 의론을 내어 온 마을의 선비들이 빠르게 도왔었다. 하지만 고종 무진년(1868)에 나라에서 금하는 일을 당해 훼철되어 남은 빈터는 황폐해졌고, 다스리지 못한 지가 58년이나 오래되었다. 후손들이 그 옛터를 지나며 풀만 무성함을 견디지 못하고, 개미가 썩은 고기에 모이듯 더욱 절실하였으니, 향의에 따라 사당 터에 한 칸의 집을 건축하였다. 비로소 을축년(1925) 봄에 시작해 정묘년(1926) 가을에 공사를 마쳤고, 이미 모현서당(모현사(慕賢書堂)이라 편액하였다. 나에게 기문을 부탁하였으나, 나는 늙고 글이 부족하여 어찌 어진 자를 사모하는 뜻을 다 말하겠는가. 살펴보면 보덕공(輔德公:이종윤)의 어진 행적은 남계 표연말 선생이 지은 묘갈문에 이미 후사를 징험하기에 충분하고, 약남(藥南) 이헌락(李憲洛,1718~1791)의 유사와 정헌(定軒) 이종상(李鍾祥,1799~1870)의 훌륭한 가장(家狀)은 드러냄에 부족함이 없다. 그가 조정에 있을 때의 큰 절개와 어진 정치가 저들과 같고, 그 어짊은 마땅히 후세의 사모하는 마음 끝이 없도다. 다만 예전에는 모현사(慕賢祠)였다가 지금은 모현당(慕賢堂)이 되었고, 은혜에 보답해 제사지내는 예는 당(堂)이 사(祠)만 못하지만, 어짊을 사모하는 마음이 어찌 사와 당으로 간격을 두겠는가? … 그 사모하는 자가 다만 사모함에 그치지 않을 따름이니 힘쓰지 않겠는가?
드로잉 시작! 학생들 손이 분주해집니다. 5분도 채 안 되는 사이, 김유신묘를 수호하던 십이지신상들은 학생들의 스케치북에서 기품 있고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대학시절 불교미술을 전공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한 번씩 야외 스케치를 나갔고, 김유신묘와 경주박물관, 남산 등 경주의 곳곳은 그렇게 우리에게 훌륭한 모델이 되어주었습니다. 지난 주말, 완연한 봄날이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봄의 기운을 듬뿍 느끼고 싶었습니다. 남편은 20여년 전의 추억이 가득한 김유신장군묘를 제안했고, 흔쾌히 아이와 길을 나섰습니다. 대학시절 같은 과 선후배로 만난 우리 부부는 목적지 설정과 동시에 풋풋했던 대학시절 추억을 소환시켰습니다. 김유신묘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따뜻한 날씨 탓인지 주차장에는 이미 차들로 가득했습니다. 연애시절 남편과 자주 즐겼던 커피 자판기도 여전히 자리해 있었습니다. 겨우내 얼었던 흙은 향긋하고 풋풋한 냄새를 풍기며 아련한 옛 시절 향수를 끄집어냅니다. 대학시절 빠질 수 없는 추억 중 하나는 야간작업입니다. 그 시대를 풍미했던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동기들과 실기실에서 밤새 작품에 몰입하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혹시라도 늦게까지 작업을 하던 ‘차 있는 선배’라도 마주치는 날에는 새벽녘 김유신묘 주차장에서 자판기 커피까지 얻어 마시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었습니다. 남편도 그 자판기 커피와 분위기를 공감했습니다. 새벽녘에 즐기는 김유신묘 자판기 커피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미술과 관습이라고 했습니다. 김유신묘를 향하는 소나무 숲길을 따라가는 동안, 봄 향기 가득한 신선한 공기는 우리 가족을 즐겁고 경쾌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나들이 나온 아이도 신이 났는지 지치지 않고 재잘거립니다. 사실 대학시절에 보았던 김유신묘는 저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습니다. 10분, 5분, 3분 점점 빠른 드로잉을 요구하는 교수님 덕분에 그림을 그리고, 스케치북을 넘기기 바빴습니다. 그 이후에도 지인들과 김유신묘를 찾을 때면 대학시절 중요하게 여겼던 십이지신상에만 집중했습니다. 예전 TV프로그램 스펀지에 방영돼 이슈가 됐던 ‘글자가 변하는 비석’이 그 곳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저의 관심은 오롯이 십이지신상에만 꽂혀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바뀐 사회 분위기 탓인지, 조급함을 내려놓을 수 있는 나이 덕분인지 이번에 찾은 김유신묘는 조금 달랐습니다. 묘 사방에는 봄빛이 완연했고, 주변을 감싸고 있는 소나무와 그 너머 보이는 산들은 파릇파릇 생동감이 흘러넘쳤습니다. 그곳을 찾은 관광객들의 표정에도 여유가 느껴집니다. 돌기둥 난간에 드리워진 그림자마저도 운치를 더합니다. 2022년 봄에 만난 김유신묘는 저에게 그랬습니다. 송화산 중턱에서 늠름한 자태를 뽐내는 김유신묘는 저에게 정겹고, 개성이 충만한 공간이었습니다.
베토벤의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였다. 술 때문에 목을 망쳤다. 그래서 성악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장남인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는 너무나 가혹하게 피아노 연습을 시켰다. 거의 학대나 마찬가지인 가르침 때문에 어린 베토벤의 성격은 점점 삐뚤어져 갔다. 훗날 베토벤이 괴팍한 성격을 갖게 된 건 아무래도 아버지의 영향이 큰 듯하다. 베토벤은 모차르트처럼 신동으로 인정받진 못했지만, 그래도 청년 베토벤의 음악은 점점 깊이를 더해 갔다. 늘 취해있어 가장 노릇을 못했던 아버지는 베토벤 나이 22세(1792년)에 죽고 만다. 청년 베토벤은 또래 음악가들 사이에 제법 잘 나가는 피아노 연주자였다. 작곡도 곧 잘 했다. 고전파의 대선배인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력이 베토벤의 초기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젠 꽃길만 걸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다. 아직 창창한 20대에 귀가 먹다니! 청천병력도 유분수지. 베토벤은 빈(Wien) 인근 휴양지인 하일리겐슈타트(Heiligenstad)에서 유서를 쓴다. 그이 나이 32세(1802년) 때다.
영화 지존무상(至尊無上)은 미국영화 직배가 처음 시작될 무렵 우리나라 영화계가 미국영화에 대항한다는 허울 아래 무분별하게 홍콩영화를 수입하던 시기 들어온 홍콩 르와르 영화다. 이전에 수입된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등 홍콩 영화가 다분히 일상적 폭력조직 간의 암투를 다룬 데 비해 지존무상은 도박이라는 새로운 장치를 둠으로써 색다른 재미를 추구한 영화이기도 했다. 이 지존무상의 흥행으로 인해 이후 홍콩으로부터 수입된 도박영화들이 대거 러시를 이루었고 지존무상만 해도 지존무상2, 지존무상3에 이르도록 속편이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지존무상이 유덕화와 알람탐, 관지림과 진옥련 등 신선한 배우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 성공했고, 특히 유덕화의 인지도와 인기를 급상승 시킨 영화로 기록됐다. 한국환경공단 최철식 시설본부장이 본지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영화가 바로 이 지존무상이다. 정부공공기관 최고위직으로 중책을 맡고 있는 최철식 본부장이 도박영화라 할 수 있는 지존무상을 추천했을 때 순간 귀가 의심됐다. ‘그거..., 도박영화 아닌가요?’라는 질문에 최 본부장은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박영화가 아니고 남자들의 영화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남자의 의리를 다룬 영화이지요!” 지존무상을 본 영화팬들이라면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극중 ‘아해’로 나오는 유덕화와 ‘아삼’으로 나오는 알람탄은 극 전체에서 남자의 의리를 가득 뿜어낸다. 특히 아해는 친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제일간다고 알려진 자신의 손을 포기하는 의리를 보여준다. 심지어 일본 야쿠자 도박단과 마지막 한판을 벌이기 위해 도박판에 나갈 때, 아삼에게 동참을 강요하지 않기 위해 아삼이 늘 선택하는 문양으로 앞뒤를 똑같이 만든 동전을 만들어 내기를 거는 의리를 보여준다. 일본 야쿠자 두목과의 독배 마시기 대결에서는 독을 마시고도 혼미해지는 정신을 붙들며 기어코 아삼의 연인인 카렌을 야쿠자들의 소굴에서 구해내기도 한다. 1989년 11월에 개봉한 이 영화는 최철식 본부장이 한창 대학 막바지이던 시절이다. 대학원 진학과 취업을 두고 고민하던 시기 최철식 본부장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면서 ‘과연 우리의 의리는 어느 정도 투철할까?’ 가늠해 보곤 했다고 술회한다. 영화에 나타나듯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의리인지 무모한 객기인지를 따져보았고 영화에서 장열하게 묘사한 아해의 죽음이 의리를 주창한 듯 하지만 사실은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목숨까지 거는 허접한 만용을 다루었을 뿐이라 판단했다고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지만 인생에서 단 한 명이라도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만큼 복된 일이 없겠지요. 지존무상은 한 번쯤 그런 바로미터를 우리 속에서 작동해보라는 권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면 최철식 본부장은 이 시기 관지림과 진옥련의 아찔했던 미모에 대한 추억도 빼놓을 수 없다고 열을 올린다. 특히 아해를 구하기 위해 야쿠자들에게 뛰어든 관지림이 어이 없이 총에 맞아 죽을 때의 아련함은 지금까지도 가슴에 뚜렷이 남을 만큼 안타까운 장면이었다고 회고한다. “그 이전에는 홍콩 여자배우 하면 ‘왕조현’이 대세이자 총아였지요. 그런 판도에 관지림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최철식 본부장은 또 하나, 지존무상이 인생영화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파한다. “다 떠나서, 그때 한창 혈기왕성하던 시절,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남자의 의리를 논하던 그 유치했던 청년시절이 지금은 그 어떤 순간보다 그리운 것이겠지요. 유덕화나 관지림도 그때는 정말 풋풋한 시절이었잖아요. 아마 유덕화도 그 시절이 많이 그리울 겁니다” #최철식 본부장은 지난 해 2020년 본지 셔블&서울 란에 초대될 당시 한국환경공단 수생태시설처 처장을 맡고 있었으나 4월 1일자로 사무기술직 1급으로 승진했고 이어 2021년 9월부로 환경시설본부장으로 승진했다. 한국환경공단의 최고위직으로 우리나라 환경보전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혼신을 다해 업무에 임하고 있다.
경주를 한 번이라도 와 본 관광객에게 ‘경주’하면 떠오르는 가장 분명한 기억은 무엇일까? 아마도 불국사 아니면 첨성대일 것이다. 불국사는 어디에 내놓아도 빠질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고 첨성대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유적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전에 만든 천문대라는 설명도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경주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수학여행의 메카였던 도시다. 서울과 제주도를 제외하면 딱히 갈 만한 곳이 없던 시대, 경주는 대한민국 역사와 ‘통일’이라는 그 시대 아젠다를 충족시키는 유일한 여행지였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경주 수학여행이 장려됐을 것이다. 경주를 다녀간 학생들의 추억담을 들어보면 교과서에서 첨성대를 처음 본 그 시대 학생들은 실물 첨성대를 보고 다소 실망했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높이 9.5m 정도로 1400년 넘게 지탱해온 명성에 비해 초라하게 느껴졌을 법하다. 거기에다 천문대라면 으레 높은 산이나 높은 단 위에 만들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평지에 작게 축조된 첨성대를 더 하찮게 보는 시각이 됐을지도 모른다. 해방 이후 첨성대에 대해 ‘제단’이니 불교 관련 건축물이니 하는 이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역시 바로 이런 평지의 작은 구조물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천의 유명 페부커 정윤영 씨가 학창시절 첨성대를 만난 이후 무려 55년 만에 다시 경주를 찾아 첨성대 앞에 선 소감을 밝혔다. 55년 전이면 첨성대 주변이 온통 논으로 둘러싸였고 지금처럼 포장로도 없었을 때이니 첨성대가 더 초라해 보였을 것이다. 게다가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학생들의 첨성대 경사면으로 기어올라 사진을 찍어도 누구 한 사람 나무라거나 제지하지도 않을 때였다. 가뜩이나 작은 첨성대가 더 위축되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50년 지나 첨성대를 다시 마주한 정윤영 씨 눈에는 첨성대가 예쁘고 자랑스럽게 보인다. 아내의 허리 시술로 울산의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잠시 들런 첨성대였으니 착잡한 심경이었을 수 있지만 첨성대의 단단한 모습에 힘을 얻지는 않았을까? 55년 세월이 지나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아주는 첨성대는 비록 체구는 작을지 몰라도 우리 국민들의 심상(心想)에 가장 친근하게 각인된 경주의 이미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