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기준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경주지역 도난문화재 정보에 따르면 1993년부터 모두 29건의 지정 또는 비지정 문화재가 도난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3년 이전인 일제강점기 때 도굴·반출된 중요 문화재는 포함되지 않았다. 도난 시기로 보면 1990년대 6건, 2000년~2009년 사이 18건으로 집중돼있고, 2010년대 3건, 2021년 2건 등을 합쳐 모두 29건이다. 근래 들어서도, 특히 지난해 2건의 비지정 석조문화재가 도난되면서 문화재 당국의 관리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도난당한 문화재 중 기림사 감지은니묘법연화경 등 2점은 지난 1988년 11월 4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지 불과 5년 후인 1993년 12월 5일 잃어버렸다. 또 사적 제311호 창림사지 내 ‘석탑재’ 2점은 2008년, 경북 문화재자료 제345호인 왕신리 운곡서원 내 문짝 1점은 2004년, 경북도 유형문화재인 이조리 경모각 내 최진립 유품 조각품 2점은 2002년 각각 도난당했다. 나머지 25건은 모두 비지정문화재로 일부 회수된 것도 있지만, 대다수가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도난된 문화재 형태로 보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 이전까지는 고문서, 탱화, 병풍 등 실내 소장 문화재들이 주를 이룬다. 이후 2000년대 후반부터는 야외에 존치된 석조문화재가 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황룡사지 서쪽 외곽부근 석조물 1점, 황남동 ‘숭혜전 하마비’, 보문동사지 석물 2점 등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도난된 천관사지 내 석등 상대석, 석등 하대석, 북사지 비지정문화재 석탑 부재 하층기단석 등 4점도 야외에 방치되다시피한 비지정 석조문화재다. 근래 들어 설치된 CCTV가 증가하면서, 이를 피해 비교적 범행이 쉬운 석조문화재를 노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기준으로 재평가하면 지금까지 도난 된 비지정문화재들이 국보 또는 보물로 승격될 수도 있을 것이다. 행정력의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실태 파악 및 문화재 당국의 책임관리가 선행돼야 함이 마땅하다. 더 이상의 도난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문화재 관리가 가능한 향토박물관 건립 등도 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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