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존무상(至尊無上)은 미국영화 직배가 처음 시작될 무렵 우리나라 영화계가 미국영화에 대항한다는 허울 아래 무분별하게 홍콩영화를 수입하던 시기 들어온 홍콩 르와르 영화다. 이전에 수입된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등 홍콩 영화가 다분히 일상적 폭력조직 간의 암투를 다룬 데 비해 지존무상은 도박이라는 새로운 장치를 둠으로써 색다른 재미를 추구한 영화이기도 했다. 이 지존무상의 흥행으로 인해 이후 홍콩으로부터 수입된 도박영화들이 대거 러시를 이루었고 지존무상만 해도 지존무상2, 지존무상3에 이르도록 속편이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지존무상이 유덕화와 알람탐, 관지림과 진옥련 등 신선한 배우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 성공했고, 특히 유덕화의 인지도와 인기를 급상승 시킨 영화로 기록됐다. 한국환경공단 최철식 시설본부장이 본지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영화가 바로 이 지존무상이다. 정부공공기관 최고위직으로 중책을 맡고 있는 최철식 본부장이 도박영화라 할 수 있는 지존무상을 추천했을 때 순간 귀가 의심됐다. ‘그거..., 도박영화 아닌가요?’라는 질문에 최 본부장은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박영화가 아니고 남자들의 영화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남자의 의리를 다룬 영화이지요!” 지존무상을 본 영화팬들이라면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극중 ‘아해’로 나오는 유덕화와 ‘아삼’으로 나오는 알람탄은 극 전체에서 남자의 의리를 가득 뿜어낸다. 특히 아해는 친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제일간다고 알려진 자신의 손을 포기하는 의리를 보여준다. 심지어 일본 야쿠자 도박단과 마지막 한판을 벌이기 위해 도박판에 나갈 때, 아삼에게 동참을 강요하지 않기 위해 아삼이 늘 선택하는 문양으로 앞뒤를 똑같이 만든 동전을 만들어 내기를 거는 의리를 보여준다. 일본 야쿠자 두목과의 독배 마시기 대결에서는 독을 마시고도 혼미해지는 정신을 붙들며 기어코 아삼의 연인인 카렌을 야쿠자들의 소굴에서 구해내기도 한다. 1989년 11월에 개봉한 이 영화는 최철식 본부장이 한창 대학 막바지이던 시절이다. 대학원 진학과 취업을 두고 고민하던 시기 최철식 본부장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면서 ‘과연 우리의 의리는 어느 정도 투철할까?’ 가늠해 보곤 했다고 술회한다. 영화에 나타나듯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의리인지 무모한 객기인지를 따져보았고 영화에서 장열하게 묘사한 아해의 죽음이 의리를 주창한 듯 하지만 사실은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목숨까지 거는 허접한 만용을 다루었을 뿐이라 판단했다고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지만 인생에서 단 한 명이라도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만큼 복된 일이 없겠지요. 지존무상은 한 번쯤 그런 바로미터를 우리 속에서 작동해보라는 권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면 최철식 본부장은 이 시기 관지림과 진옥련의 아찔했던 미모에 대한 추억도 빼놓을 수 없다고 열을 올린다. 특히 아해를 구하기 위해 야쿠자들에게 뛰어든 관지림이 어이 없이 총에 맞아 죽을 때의 아련함은 지금까지도 가슴에 뚜렷이 남을 만큼 안타까운 장면이었다고 회고한다. “그 이전에는 홍콩 여자배우 하면 ‘왕조현’이 대세이자 총아였지요. 그런 판도에 관지림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최철식 본부장은 또 하나, 지존무상이 인생영화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파한다. “다 떠나서, 그때 한창 혈기왕성하던 시절,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남자의 의리를 논하던 그 유치했던 청년시절이 지금은 그 어떤 순간보다 그리운 것이겠지요. 유덕화나 관지림도 그때는 정말 풋풋한 시절이었잖아요. 아마 유덕화도 그 시절이 많이 그리울 겁니다” #최철식 본부장은 지난 해 2020년 본지 셔블&서울 란에 초대될 당시 한국환경공단 수생태시설처 처장을 맡고 있었으나 4월 1일자로 사무기술직 1급으로 승진했고 이어 2021년 9월부로 환경시설본부장으로 승진했다. 한국환경공단의 최고위직으로 우리나라 환경보전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혼신을 다해 업무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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