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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떻게 생각해?”…아이들의 말을 기다리는 교사

오선아 기자 suna7024@hanmail.net 1748호 입력 2026/10/01 10:42 수정 2026/10/01 10:46
시인 김현욱 양동초 교감
시와 책으로 아이들을 만나온 20여 년

시인 김현욱 양동초 교감. <사진=김현욱 제공>확대
시인 김현욱 양동초 교감. <사진=김현욱 제공>
김현욱 양동초 교감은 시를 쓰는 교사다. 2003년 교직에 들어선 뒤 2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쳤고 지금은 교감으로 학교 전체를 살핀다. 직책이 달라진 지금도 교실과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시를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학교의 아이들을 만나고, 일상에서 발견한 생각과 장면을 시로 옮긴다.


“저에게 시와 책은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하나의 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하면 교사와 아이 사이에 어느 순간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라는 벽이 생기기도 한다. 시 한 편을 함께 읽고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으면 그 벽이 조금 낮아진다고 했다.

“특히 시는 정답이 없다는 점이 좋습니다. 같은 시를 읽어도 아이마다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이야기하거든요.”


시를 읽어준 선생님, 시를 나누는 교사


김 교감이 시를 좋아하게 된 시작에도 한 교사가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만난 국어 선생님이다. ‘사자머리를 한 시 읽어주는 선생님’의 특별한 모습은 아직도 남아 있다. 선생님은 수업 시간마다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시집을 들고 와서 한 편 한 편 정성 들여 읽어줬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부터 시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한 달, 두 달 꾸준히 시를 듣다 보니 어느 순간 시가 좋아졌다. 서점에서 시집을 찾아 읽었고, 한용운의 시를 흉내 내며 시를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누가 저한테 어떻게 시를 쓰게 됐느냐고 물으면 시 읽어주는 선생님 덕분이라고 해요.”

교사가 된 뒤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시와 책을 아이들과 나눴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교사의 모습이기도 하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선생님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아이들과 나누는 선생님이에요.”

주변에는 영화를 좋아해 아이들과 영화를 만드는 교사도 있고, 새를 좋아해 함께 새를 찾아보는 교사도 있다. 김 교감에게는 시와 책이 그랬다.

담임 시절에는 아이들과 ‘글기지개’를 했다. 글로 기지개를 켠다는 뜻이다. 아침마다 아이들이 글을 쓰면 반드시 댓글을 달았다. 주말에는 부모에게 댓글을 부탁하기도 했다. 글이 쌓이면서 평소 말하지 않던 가족과 친구 이야기가 나왔다. 친구 사이 작은 갈등의 조짐을 먼저 알아차린 적도 있다.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됐어요.”

시와 책을 함께 읽는 시간도 꾸준히 이어졌다. 김 교감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시를 설명하는 것보다 아이들 스스로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는 일이었다.

최근 양동초 2학년 아이들과 윤동주의 ‘귀뚜라미와 나와’를 읽을 때도 작품을 설명하는 대신 질문부터 던졌다.

“귀뚜라미와 나는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비밀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는 아이부터 맛있는 것을 함께 먹자거나 주말에도 만나자는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다는 답까지 나왔다. 김 교감은 답을 고쳐주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동물과 식물에게 말을 걸 수 있다면 누구와 이야기하고 싶은지, 무엇을 묻고 싶은지 질문을 이어갔다. 곰에게 정말 꿀을 먹는지 묻고 싶다는 아이, 다람쥐에게 도토리를 먹기 힘들지 않으냐고 묻고 싶다는 아이도 있었다.

김 교감은 시를 어려워하던 아이가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는 순간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라고 손을 들거나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반응할 때다.

“아이들에게 시를 잘 쓰게 하는 것보다 세상을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이유로 아침독서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아침독서는 하루의 속도를 조금 늦추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휴대전화와 영상 등 빠른 자극에 익숙하다. 김 교감은 아침독서를 독서량을 늘리기 위한 활동으로 보지 않는다. 하루를 시작하며 조용히 책을 펼치는 10분, 한 문장을 읽고 생각하며 잠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2003년 교직에 들어선 뒤 2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쳤고 지금은 교감으로 학교 전체를 살핀다. <사진=김현욱 제공>확대
2003년 교직에 들어선 뒤 2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쳤고 지금은 교감으로 학교 전체를 살핀다. <사진=김현욱 제공>


교감이 된 지금도 아이들에게 묻는다


교감이 된 뒤에는 학교를 보는 범위가 넓어졌다.

“교사로서는 교실에서 내가 열심히 하면 됐어요. 그런데 교감이 되니까 보이는 것은 더 많은데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도 있더라고요.”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관계가 달라지고 학교가 마주하는 문제도 복잡해졌다. 교사일 때는 자신의 교실에서 직접 해볼 수 있었지만 학교 전체를 보는 자리에서는 문제를 알고도 당장 바꾸기 어려운 일이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그럴 때 김 교감은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떻게 생각하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좋은 시나 교육 자료를 발견하면 동료 교사들과 나누고,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아이들에게 시를 읽어주자고 권한다. 자신도 교실과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직접 만난다.

 

김 교감은 양동초에서 아이 한 명 한 명을 자세히 살필 수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규모가 작은 학교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모든 아이가 학교에서 자기 이름으로 불리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교감으로 학교를 살피면서도 글을 쓰고 아이들을 만나는 일은 계속하고 있다. 양동초에서 생활하며 동시를 쓰고 역사동화도 집필 중이다. 다른 학교의 초청을 받아 아이들과 시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도 꾸준히 나선다.

“아이들을 만나고 오면 제가 충전됩니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시와 책으로 만나는 일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이 책을 소리 내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글을 쓸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드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꼭 하나를 남길 수 있다면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공부를 잘해서도, 남보다 뛰어나서도 아니다. 자신이 가진 생각과 느낌, 자신이 바라본 세상이 자기만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도 ‘나는 안 돼’라고 먼저 생각하기보다 ‘한번 해볼까’, ‘나는 어떻게 생각하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가 오랫동안 아이들과 시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는 결국 교육이 아이에게 자기 삶을 사랑하고 자기 생각으로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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