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새마을회와 도내 23개 시·군 회장단은 지난 18일 경북도 새마을회관 대회의실에서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 지지를 선언했다. <사진> 이번 지지 선언은 새마을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10주년 기념식 준비를 위한 도내 시군 회장단 회의 자리에서 함께 역량을 모으기로 결의했다. 손지익 경주시새마을회장은 “경주시는 2016년 월드그린에너지포럼, 2017년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 등 다양한 분야의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풍부한 경험과 숙련된 운영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전 시·도민이 의지를 담아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며 “도내 새마을 개개인 회원 모두가 경주유치 홍보 도우미가 돼 전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캠페인 전개, 유치서명 운동 등에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2025 제32차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를 위한 기관과 단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경주시태권도협회도 지역 태권도인들과 유치를 기원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 경주시태권도협회는 지난 21일 월정교 잔디광장에서 태권도 수련생, 지도자를 비롯한 태권도인들과 일반시민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 기원 태권도 플래시몹 한마당’을 열었다. 행사는 연희의숲 풍물단(단장 김정자)의 공연을 시작으로 김경희 난타팀 공연, 춤추는키다리 댄스팀(단장 강난주) 공연, 월성중·정보고 태권도팀 시범, 천년국악예술단(단장 김정은) 공연, 위덕대 태권체조(김주연 교수) 등이 펼쳐졌다. 이후 조희락 경주시태권도협회장의 선창으로 참가자들이 APEC 경주유치를 희망하는 구호를 참가자들과 함께 외쳤다. 특히 유치원생으로부터 일반인에 이르는 400여명의 지역 태권도인들이 펼치는 태극1장 플래시몹은 보기 드문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조희락 회장은 “경주 태권도인은 2025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 유치되길 간절히 희망하기에 이번 플래시몹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며 “꼭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려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다시 한번 세계적인 문화역사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APEC 유치기원 플래시몹에 참가해준 어린 태권도인부터 원로 태권도인과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행사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공연팀들과 화랑라이온스, 숨소리한의원, 경주시, 경상북도태권도협회에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경상북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가 ‘2025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 지지를 결의했다. <사진> 지난 23일 문경시에서 열린 경상북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 제311차 정기 월례회에서 만장일치로 ‘2025년 제32차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 결의안’이 통과됐다. 이날 협의회는 APEC 정상회의가 지방 균형발전 실현을 위해 수도권이 아닌 지방도시에서 개최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개최지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로 결정할 것을 강력히 희망한다”며 “경북 도민의 염원을 담아 2025년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를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주시의회 의장은 “천년고도 경주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도시이고, 대규모 국제행사 성공 개최 경험, 최상의 컨벤션 시설과 편리한 교통망을 갖춘 APEC 정상회의 개최의 최적의 도시”라며 “경주시민과 경북도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유치활동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울산·포항의 해오름동맹 3개 도시가 2025년 APEC 정상회의 경주개최에 공동 지지를 선언했다. 해오름동맹 상생협의회는 지난 23일 경주시청 알천홀에서 상반기 정기회의를 갖고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결의하고 공동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정기회의는 주낙영 경주시장을 비롯해 김두겸 울산시장, 김남일 포항부시장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정기회의는 공동협력사업 추진성과 보고, 도시발전 전략 연구 용역 착수보고, 상생발전 모델 정립, APEC 경주유치를 위한 퍼포먼스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지지 선언에 참석한 경주·울산·포항의 세 단체장과 간부 공무원들은 먼저 대형 LED 터치 퍼포먼스로 유치 역량을 한곳으로 모았다. 이어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 한국을 넘어 세계로! 2025 APEC 정상회의는 경주에서’라는 문구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경주가 정상회의 개최도시 최적지임을 밝히고 함께 힘을 합치기로 약속했다. 주낙영 시장은 “APEC 정상회의를 경주에 유치하는 것은 경주의 미래 백년대계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지방화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MR 국가산단 유치,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양성자가속기센터, 중수로해체연구원 등 경주시의 첨단 과학 분야와 함께 울산의 자동차 및 중공업, 포항의 철강분야 등을 아우르는 산업시찰 프로그램을 통해 APEC 회원국에게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소개하기에 매우 용이할 것”이라며 APEC 경주유치에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경주시가 2023년 지역 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본지는 경주시 국·소·본부별로 올해 중점 추진 사업과 가시화되는 사업들은 무엇인지 몇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주 경주시가 지난해 강타한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와 함께 제2금장교(황금대교) 건설, 경주 문화관광 통합환승주차장 조성 등 주요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순곤 경주시 도시개발국장은 지난 23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2023 시정현안 언론브리핑을 갖고 올해 중점을 두고 추진 중인 도시개발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문화관광 통합환승주차장 조성 속도낸다 사정동 일원에 주차면수 1000면 규모의 ‘경주 문화관광 통합환승주차장 조성공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경주시는 오는 6월 경주 도시계획시설(주차장) 실시계획인가를 고시하고 본격적인 토지 매입에 들어갈 방침이다. 실시계획인가는 매입되지 않은 토지를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을 거쳐 강제 수용할 수 있고, 이후 인허가 등 과정을 거쳐 착공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본격적인 사업 시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통합환승주차장은 지난해 3월 경북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원안 가결됐고, 오는 6월 실시계획인가 고시가 이뤄지면 토지 보상과 문화재 시·발굴을 거쳐 오는 연말 착공할 계획이다. 시의 계획대로라면 내년 연말경 주차장 조성공사가 완료될 전망이다. 경주 문화관광 통합환승주차장은 사업비 225억원을 들여 4만7000㎡ 부지에 1000면 규모의 주차장을 만드는 사업이다. 시는 주차장 조성이 완료되면 동부사적지와 황리단길을 찾는 관광객들의 주차공간 확보는 물론, 도심 내 차량유입 최소화로 교통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2금장교 건립 오는 11월 완공 목표 극심한 교통난을 해소할 ‘제2금장교 조성사업’은 오는 11월 개통을 목표로 순항하고 있다. 황성동과 현곡면 금장리를 잇는 제2금장교 조성사업은 공정률 73%를 넘어서면서 오는 11월말 조기 개통할 예정이다. 사업비 410억원을 들여 폭 20m, 왕복 4차선, 총연장 371m 규모로 조성 중인 제2금장교가 개통되면 이 지역 교통난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황성동과 현곡면을 유일하게 연결하던 금장교의 차량통행을 분산해 교통정체를 해소하고, 금장지구와 하구지구 등 주거 밀집지역의 정주여건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또 지방도 68호선(현곡~안강)과 현곡면 라원리를 잇는 접속도로 조성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도심 속 저수지와 하천에 친수공간 조성 경주시가 지난 2019년부터 본격 추진한 5개 저수지 둘레길 조성사업이 내년 말까지 완료될 전망이다. 가장 먼저 가시화될 사업은 용강동 ‘구곡지 친수공간 조성’이다. 구곡지 일원 1만5000㎡부지에 사업비 19억원을 들여 목교, 수변산책로 등을 조성해 시민들이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친수공간을 조성 중이다. 오는 12월 준공 목표다. 서면 ‘심곡지 둘레길’ 조성은 예산 55억원을 들여 길이 2.5km의 둘레길과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내년 연말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또 강동면 안계리 안계저수지 주변 11.5㎞ 구간에 62억원을 들여 둘레길과 데크, 전망대, 쉼터 등 ‘안계댐 둘레길’을 내년 연말까지 조성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천북면 성지지와 불국 하동지도 사업비 각각 18억원과 6억원을 투입해 둘레길과 수목을 식재하는 등 수변공간을 내년 준공할 계획이다. 이들 사업이 완료되면 도심 속 저수지를 한눈에 조망하고 휴식할 수 있는 친수공간이 마련된다. 시는 인근 지역 주민들에 대한 친수·여가공간 제공 및 쾌적한 환경 조성으로 정주여건을 높이고 관광자원화 할 방침이다. 또한 도심하천 친수문화 수변공간 조성사업도 이미 조성을 완료한 건천천을 비롯해 남천, 칠평천, 고천, 모화천, 형산강(용황둔치) 등 6개소를 오는 2026년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신경주역세권 해오름 플랫폼 시티’ 본격 추진 ‘신경주역세권 해오름 플랫폼 시티’ 조성사업도 올해부터 본격 추진된다. 이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주관 공모사업인 거점 육성형 투자선도지구로 선정되며 추진동력을 확보했다. 투자선도지구는 발전 잠재력이 있는 지역의 전략사업을 집중 지원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성장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2015년부터 국토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도다. 지구로 선정되면 국비 지원과 건폐율·용적율 완화, 특별건축구역, 인허가의제 등 73종의 규제특례를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시는 신경주역 일원 면적 113만2529㎡에 시비 55억원, 민간 5352억원 등 총 5407여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31년까지 광역교통 연계 융복합 자족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환승주차장, 컨벤션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등의 복합환승센터 △다목적 스포츠 콤플렉스 △그린에너지시설(수소융복합시설)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 사업은 경주시를 비롯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 경북개발공사, 한국수력원자력, KR(국가철도공단)과 민간투자사업자가가 함께하는 민관합동개발로 추진한다. 시는 투자선도지구 선정이 신경주역을 중심으로 지역특화산업(양성자, 원자력)을 비롯해 전통적인 역사문화관광이 융·복합된 거점 조성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령자 공공임대주택 3곳 내년까지 차례로 준공 경주시는 2019년 안강읍 103세대를 시작으로 2020년 황성동 137세대, 2021년 내남면 90세대 등 3년 연속 국토부 주관 고령자 복지주택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준공을 눈 앞에 둔 안강고령자복지주택은 오는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 12월 황성고령자복지주택과 내남고령자복지주택이 차례로 완공된다. 고령자복지주택은 어르신 맞춤 설계된 복지주택과 사회복지시설이 복합된 공공임대주택이다. 만 65세 이상 고령자 중 생계·의료 수급자, 국가유공자, 저소득 어르신들이 우선 입주 대상이다. 복지시설에는 취미실, 체력단련실, 특화프로그램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 공간을 구성해 어르신들에게 보건·의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주거복지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김순곤 경주시 도시개발국장은 “경주시는 역사문화도시의 기반 위에 첨단과학도시로 성장해나가고 있고,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 같은 성장의 밑바탕이 되는 도시 기반 조성과 안전한 도시 경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시 지역경쟁력이 도내에서 가장 크게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경북지역 시군 지역경쟁력지수(RCI)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주시는 최근 3년 사이 지역경쟁력이 19위에서 7위로 12계단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순위 상승은 도내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경북지역 시군 지역경쟁력 현황을 살펴보면 경주시가 3년간 12계단 상승으로 가장 높았으며 뒤를 이어 경산시 11계단, 문경시 8계단, 성주군, 칠곡군 7계단이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군위군은 도내 16위에서 26위로 10계단 하락했으며 문경시와 상주시, 김천시 등은 8계단, 영양군 7계단 하락하는 등 지역별로 등락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에서 지역경쟁력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포항시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구미시, 경산시, 고령군, 칠곡군, 성주군 순이었으며 지역경쟁력지수가 가장 낮은 지역은 울릉군과 영양군, 봉화군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주시 RCI 지수 상승은 지자체 청렴도 상승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주시는 2018년 대비 2020년 지역내 및 전국 순위가 크게 상승했는데 이는 기관별 청렴도 등급 상승과 종합병원 접근성 개선이 주요 원인이다”면서 “다만 종합병원 접근성 개선 부분은 경주시 여건이 좋아진 부분보다 다른 지역의 접근성이 나빠져 상대적으로 수치가 높아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초지자체의 RCI 상승과 하락은 지자체 청렴도 하락과 타 지역 시·군 재정자립도 개선에 따른 풍선 효과, 노동시장 성별 고용률 격차, 경력단절여성 비율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조사결과 경북 지역의 기초지자체 RCI가 2018년 대비 2020년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자체 청렴도 등급 하락과 종합병원 접근성 약화가 공통적 점수 하락에 큰 영향을 준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역 기초지자체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청렴도를 높이고 노동시장 성별 고용률 격차 해소, 경력단절여성 지원 등 정책적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RCI 지수는 유럽연합(EU)이 회원국 내 지역단위 경쟁력을 다방면으로 측정 종합 비교할 수 있도록 공표하는 지수다. 이 지수는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지수 평가 방법과 유사하다.
경주시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경주시 복합문화도서관(가칭)’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시민 의견을 수렴한다. 시는 지역 공공도서관 이용 실태, 이용자 만족도, 공간 구성 및 서비스 수요 등 복합문화도서관 건립에 필요한 다양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30일까지 설문조사(30개 항목)를 진행한다. 복합문화도서관은 한수원 자사고 대안사업으로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충족에 기여하고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전시, 문화, 체험 등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참여방법은 경주시립도서관 홈페이지나 포스터의 QR코드를 통해 접속해 작성 후 온라인 제출하면 된다. 설문조사는 경주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여자 중 추첨을 통해 500명에게 음료 기프티콘을 지급한다. 시는 이번 설문조사 통해 도출된 결과를 복합문화도서관 건립과 운영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정보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향후 현장 방문과 대면조사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경주시립도서관 홈페이지를 참고 하거나 시립도서관 서무팀으로 문의하면 된다.
경주시는 31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내 백결공연장에서 ‘제28회 바다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 바다의 날은 매년 5월 31일이다. 828년 통일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 대사의 청해진 설치를 기념하는 날로 바다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해양 수산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1996년 지정된 국가 기념일이다. ‘혁신 해양산업, 도약 해양경제, 함께 뛰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기념식은 해양수산부와 경주시가 주최하고 한국해양재단이 주관한다. 이날 기념식에는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비롯해 해양수산 관계자와 지역주민 등 12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기념식은 해군 군악대와 경주시립합창단의 축하공연 식전행사 이후 유공자 포상, 기념사, 미래비전 구현 이벤트, 폐식선언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날 △은탑산업훈장 수상자로는 김영득 이스턴마린 대표, 강수일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회장 △홍조근정훈장은 차형준 포항공대 석좌교수 △산업포장은 김동현 성부수산 대표, 김경율 HMM㈜ 선장 △대통령 표창은 (사)한국해양교육연구회가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또 31일부터 6월 2일까지는 해양 신산업 발굴과 우수기업 육성을 위해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2023 대한민국 해양수산 EXPO’도 펼쳐진다. 이번 엑스포는 수산식품 가공품, 기자재, 레저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시회 △세미나·상담회 △수산 체험관, 수산물 시식행사 등 부대행사로 나눠 진행된다. 시는 기념식과 연계한 다양한 문화행사 및 학술대회 등을 열어 바다의 날 기념식을 전 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국내 최고의 해양축제로 만들 방침이다. 주낙영 시장은 “앞으로 경주가 신라 역사문화 유적 등 내륙관광 자원과 연계한 해양레저관광 거점 조성으로 해양 레포츠 저변확대와 해양관광 활성화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도약을 준비 하겠다”고 전했다.
느슨해진 방역·늘어가는 코로나 감염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신라 고분의 대한 이해도를 높일 고분정보센터가 내달 문을 연다. 경주시는 사업비 83억원을 들여 건립을 추진한 ‘고분정보센터’가 6월말 개관한다고 밝혔다. ‘고분정보센터’는 2015년부터 발굴조사와 설계공모를 거쳐 2020년 12월 착공했다. 건축면적 1024㎡(연면적 980㎡) 규모로 신라 고분의 모든 정보를 담아 이해를 높이기 위한 ‘지식타워 플랫폼’이다. 건축물은 지난해 12월 준공됐으며, 시설 내부 정보화 구축사업을 거쳐 이르면 다음달 말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고분정보센터’는 지난해 8월 새롭게 복원된 ‘금관총’과 함께 경주를 대표하는 고분 관련 정보공간이 될 전망이다. 새롭게 복원된 ‘금관총’은 고분 형태로 복원된 천마총과 달리 현대 건축물로 복원됐다. ‘고분정보센터’의 시설 내부 정보화 구축사업은 지난 23일 주낙영 시장의 현장점검과 최종보고회를 거쳐 이달 중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후 내부점검과 주변정비 및 개관 준비를 거친 후 정식 개관한다. 경주시는 고분정보센터가 정식 개관하면, 신라고분의 우수성을 알리고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낙영 시장은 “이번 사업은 역사문화관광도시 경주의 도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추진된 사업”이라며 “고분정보센터가 정식 개관하면 금관총과 함께 대릉원과 중심상가 일대를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신라 고분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의미 있는 역사문화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주시가 지난해 발생한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개선복구사업 추진율 20%, 기능복원사업은 45%에 그치고 있어 올해 우기 전 복구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주시 도시개발국은 지난 23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시정현안 브리핑을 열고 태풍 ‘힌남노’ 재해복구사업 추진현황을 밝혔다. 지난해 9월 경주를 강타한 태풍 ‘힌남노’로 하천 등 공공시설 754건이 유실되거나 침수돼 1113억원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했다. 경주시는 국·도비 포함 총 2891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복구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동천, 호암천 등 6개 지방하천과 소하천, 국도14호선 등 개선복구사업 8건의 추진율은 2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방하천, 소규모시설, 도로 등의 기능복원사업은 총 746건으로, 복원 추진율은 45%에 불과하다. 이처럼 본격적인 우기를 앞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이 더딘 이유로는 복구 대상 사업지가 방대한 탓도 있지만, 실시설계와 보상, 주민협의 등 각종 행정절차 등이 손꼽힌다. 실제 개선복구사업의 경우 8건 모두 설계와 사업부지 내 사유지 보상 등이 진행되면서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피해발생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개선복구사업의 경우 기능복원사업과 달리 소하천 정비기본법에 따라 정해진 행정절차에 따라야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 복구의 경우 행정절차 간소화와 신속한 국비 지원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속한 복구와 함께 매년 반복되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 시민 A씨(58, 불국동)는 “기상이변으로 태풍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는 만큼 기존의 행정절차 등으로는 피해 예방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 질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들이 관련 법안 개정을 통해 행정절차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이날 개선복구사업을 지방하천은 6월, 소하천과 도로 복구는 7월 착공해 내년 연말까지 100% 준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앙사전심의 및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5월 이후 공사를 발주한다는 방침이다. 기능복원사업은 한층 더 속도를 내기로 했다. 시는 본격적인 우기 전인 7월까지 지방하천 등의 기능복원 진척률을 70%, 연말엔 90%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다. 경주시 관계자는 “각종 행정절차 등의 이행으로 태풍피해 복구 속도가 기대만큼 미치지 못한 면도 없지 않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서둘러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우기 전 재난취약구간을 우선적으로 시공하고, 피해지역의 재해복구사업을 조기에 마무리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경북도는 지난 19일 경주시청에서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경주·포항의 지방하천 재해복구사업 착공을 앞두고 대책회의를 가졌다. 재해복구사업 특성상 피해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빠른 공사 추진과 주민생활 안정, 재해와 피해 예방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도는 태풍 피해를 입은 경주와 포항 지방하천의 기능복원사업 19곳, 개선복구사업 14곳에 대해 복구사업을 시행한다. 이 자리에서 경북도 관계자는 “우기 대비 재해·피해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조속한 재해복구사업 추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도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재해복구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농협경주교육원이 ‘배우는 기쁨, 편안한 쉼터, 희망찬 농업’이라는 원훈을 공개하고 제막식을 개최했다. 지난 18일 교육원 1층 로비에서 진행된 제막식에는 조소행 상호금융대표이사를 비롯해 송영조 농협중앙회 이사, 서국동 상호금융기획본부장, 김응규 인재개발원장, 경주교육원 교직원 등 40여명의 임직원이 함께했다. 조소행 대표이사는 “올해 개원 7주년을 맞아 제정한 원훈은 농업인 조합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설립된 농협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며 “앞으로도 농협경주교육원은 최상의 교육, 최고의 휴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농업인과 함께하는 100년 농협 구현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묵향의 여운 ‘당신의 땔감은 무엇인가?’라는 묵은 의문을 품다 침묵의 소리를 들었다. 백(白)을 염두에 두고 흑(黑)을 써야한다. 하지만 백(白)과 흑(黑)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글로써 리듬을 표현하고 여백의 공간배합이 자유로운지 개성 담긴 창작으로 실용적인지 많은 과제를 만났다. 아날로그 감성의 가치(價値)에 먹빛이 오묘하게 번진다. 기분 좋은 번짐은 정서적 지수(指數)를 높여 행복한 여운, 묵향의 여운에 오래도록 물들게 한다.
정부가 지난 11일 코로나19 확진자 격리의무를 권고로 변경하는 등 코로나 방역 완화조치를 발표했다. 대통령 주재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인 6월 1일부터 확진자 격리 기간이 기존 의무 7일에서 권고 5일로 바뀐다. 또 입원 병실이 있는 병원을 제외한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 입국 후 PCR 검사 권고도 해제된다. 다만, 고위험군이 많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입소형 감염취약시설은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또 방역조치가 완화되더라도 코로나19 관련 검사나 치료비 지원은 국민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지난 2020년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후 3년 4개월 여만에 대부분의 방역 규제가 사라지는 것으로, 사실상 엔데믹을 선언한 셈이다. 길고도 어두웠던 ‘코로나 터널’을 빠져나와 일상으로의 회복 단계를 맞게 되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코로나19 감염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는 매일 1만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경주의 상황도 낙관할 수 없다. 5월 들어 경주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4월 대비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지난 16일 기준 5월 확진자수는 모두 812명으로 일일 평균 50.8명이 확진됐다. 이는 4월 한 달간 37.9명에 비해 일일 확진자수가 12.9명으로 크게 늘어난 수치다. 격리 해제와 마스크 없는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것을 수치가 말해주고 있다. 또 전파력 강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 바이러스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이르면 2~3년 안에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방역당국이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개인과 민간의 자율방역이 더욱 중요해졌다. 타인을 배려하고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성을 감안한다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되도록이면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피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에 걸렸어도 등교하거나 출근하는 무책임한 일도 없어야 한다. 자율방역이 느슨해진다면 감염병은 다시 고개를 든다. 방역당국 등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관심 및 홍보와 함께 손 씻기 등 감염예방을 위한 개인 방역수칙 준수는 계속 돼야한다.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구제역이 국내에서 발생해 전국적으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일 충북 청주 한우농장 3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해당 농장 소들을 매몰 처분했다. 또 전국의 소 농장 차량에 대해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것은 2019년 1월 이후 4년여 만이다. 사육두수 증가에 따른 소값 하락으로 시름이 깊은 한우 사육 농가로선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구제역은 소·돼지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 가축의 입·발굽 주변에 생기는 제1종 법정전염병이다. 치사율이 최고 50%로 높다. 경주시는 구제역 차단 방역을 위해 기존 운영 중인 가축방역상황실 운영 시간을 늘리고, 거점소독시설 2기를 확대 운영해 축산차량 소독을 강화했다. 또 소독과 함께 3203호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홍보 문자 발송과 수시 긴급예찰도 병행하고 있다. 경주지역에서도 지난 2015년 3월 안강읍 돼지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1만6700여두를 매몰하는 등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010년, 2011년에도 안강읍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30개 농장 우제류 가축 3만2000여두를 살처분하는 등 경제적으로 큰 피해가 있었다. 구제역이 확산되면 축산업뿐 아니라 국가와 지역경제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구제역 살처분 비용만 수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당장 급한 건 구제역 확산을 막는 일이다. 전파력이 강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동물과 사람, 차량 바퀴 등에 묻어 14주까지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동물 간 접촉과 공기 전파를 통해서도 확산할 수 있어 초기에 철저한 대응이 중요하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대부분 사람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선 축산 농가뿐만 아니라 방역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협조가 요구되는 이유다. 또 정부와 지자체는 구제역 확산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가장 최근인 2021년 경주시 통계연보에 따르면 경주에 살고 있는 외국인 수는 무려 1만203여명이다. 25만이 무너진 경주인구의 4%가 넘는 많은 수다. 국적별로는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국적 순으로 많고 분포상으로 성건동과 외동읍, 동천동 순으로 많이 산다. 신라백화점이 있던 이전 구 중심상가에는 외국인 마켓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어 이 거리에 가면 마치 베트남 타운이나 외국의 거리를 연상하게 한다. 최근 서울에 사는 친구 한 명이 이 거리를 지나면서 어떤 위압감을 느꼈다며 외국인 거리가 이렇게 방만하게 퍼져나가는 것을 규제하고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을 던졌다. 친구의 말이 단순히 피부색이 다르고 인종이 다르다고 느낀 데서 출발한 듯해 몹시 불편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 그들이 폭력적이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은 사람들이라 알려주면서 거꾸로 우리의 미국 이민사를 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대한민국의 미국 이민사는 지금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숱한 외국인 근로자들과 근본적으로 닮았다. 좀 더 잘 살기 위한 수단으로 선진국행을 택한 조선 사람들은 미국 농장에서 노예와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경제적 기반을 잡는 과정에서 그들은 끊임없는 인종차별을 견뎌야 했다. 이민 2세대는 해방 이후 미국과 교류가 왕성해지면서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위한 이민으로 이루어졌다. 그런 미국행은 2000년대 이전까지 한결같았다. 일부 유학한 사람들이 미국의 상류사회에 진출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는 3D 업종, 힘들고 더럽고 위험하게 몸을 쓰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차별 이전에 언어소통의 부족으로 인해 맞닥뜨린 벽이기도 했다. 이들이 겪는 인종차별과 무시는 한국에 있던 사람들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고역이었다. 극명한 예로 1992년 일어난 LA흑인폭동사건은 당시 한인들이 백인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흑인들에게 혐오의 대상으로 비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때 미국에 거주했던 한국인들이 과연 백인이나 흑인들이 섣불리 판단했듯 위험하고 한심하고 자기들만 아는 사람들이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은 그 당시에도 전반적으로 한국에서 잘 살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학력도 좋아서 대부분 대학 나온 사람들이었다. 적어도 이민 갈 수 있는 사람은 하다못해 그 까다로운 ‘미국 비자’라도 받을 수 있어야 했는데 그때 비자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 지금 성건동과 외동읍, 경주 전역에 뿌리내리고 사는 외국인들의 면면도 따지고 보면 그들의 나라에서는 공부도 할 만큼 하고 나름대로는 앞선 사람들이다. 적어도 이 낯선 나라에 와서 살 마음을 먹었다면 머리도 깼고 용기도 있는 사람들인 셈이다. 당연히 한국 정부가 비자를 줄 만큼 보증된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런 그들이 피부색과 국적이 다르다고 해서 위험한 인물, 더러운 사람으로 취급받는다면 그만큼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알고 보면 지금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과거 미국에 들어가 미국 경제를 북돋우던 우리나라를 비롯한 제3 세계 이민자들의 경우와 흡사한 공헌을 우리나라에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노동 생산 현장을 외국인 근로자들이 메꾸면서 우리 경제가 큰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가 미국에서 한 걸음씩 성장해 지금은 어느 민족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교민사회를 만들고 당당히 미국인으로 행세하듯 그들 역시도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어엿한 대한민국의 주축으로 행세할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을 지금 모습 그대로 맞아들이고 존중한다면 그들에게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훨씬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걸핏하면 소멸도시 방지를 외치는 지방자치단체라면 정책적으로 더 외국인 근로자들을 잘 대해주어야 한다. 낳지 않는 아이를 억지로 낳아라고 하느니 외국인 근로자들을 우대해서 더 많은 좋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것이 앞으로 인구정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000년 전 신라의 경주는 외국인들과 원만히 소통하며 국제화 시대를 구가했다. ‘단군 이래 단일민족’이란 허무맹랑한 구태 역사에서 벗어나 훨씬 성숙하고 개방적인 생각으로 외국인 근로자들과 소통한다면 다시 한번 1000년 전 국제도시 경주로 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별명은 1/n이다. 이는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학생들이 지어준 것이다. 내가 평소 수업시간에 1/n을 하도 많이 강조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의미는 간단하다. 교수는 교수로서 정해진 수업시간에 강의실에 들어가고 그날 강의계획서에 예정된 강의 주제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한다. 물론 수업 준비를 해야 되는데, 과제도 읽고 파워포인트(ppt)도 미리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이들을 다시 한 번 점검한다. 그 전에 쪽지시험이나 중간고사를 치루었다면 학생들 답안지를 사전에 모두 채점하고 여백에는 잔소리를 잔뜩 적어 놓는다. 뭐를 잘했고, 못했고, 부족하고, 그리고 왜 그런지 등등이다. 수업이 시작되면 이 답안지를 학번 순으로 정리해서 책상 위에 펼쳐 두고 학생들이 다 찾아갈 때까지 잠시 강의실에서 나와서 기다린다. 시험 혹은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할 때는 성명은 표기하지 않고 학번 마지막 네 자리를 비밀번호로 기입하게 한다. 논술형 답안지를 채점할 때 학생들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자 하는 나름대로의 방안이다.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는 가져가지 않는다. 학생들도 모두 전화기를 끄도록 되어 있다. 수업시간에 전화기가 울린다거나 통화를 하거나 게임을 하다 들키면 깨 버린다고 윽박지른다. 교수가 정해진 수업시간에 잘 가르쳐야 되듯이 학생들도 수업 분위기를 흐리지 않고 집중해야 한다. 교수가 수업을 너무 일찍 시작하거나 너무 일찍 마치거나 너무 길게해서도 안된다. 적절한 시간에 마쳐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화장도 고치고 다른 강의실로 이동, 혹은 식사시간도 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게는 이것이 1/n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1/n이란 여러 사람들이 함께 밥이나 술을 먹고 한두 사람이 돈을 내면 부담이 크니까 각자 먹은 것은 각자 내고 술의 경우 모든 경비를 합해서 이를 사람 머리 수 대로 나누어서 내는 것을 의미한다. 소위 더치 페이(Dutch pay)이다. 네덜란드에서 유래했으나 근래 우리나라에서도 차츰 정착되어 가고 있다. 어느 모임에나 입만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한두 명은 꼭 있다. 한 번 얻어먹었으면 한 번 사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세 번 얻어먹고 한 번만 사도 친구나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욕은 먹지 않는다. 1/n이란 밥먹고 술 마실 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 일상생활에 골고루 해당된다. 축구 11명, 야구 9명, 농구 5명, 배구 6명, 테니스, 배드민턴 및 탁구 복식 각 2명 등 팀 스포츠에도 각자 위치가 정해져 있고 자기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가 재미도 없고 게임에서도 패하게 된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가정에서 남편과 부인 그리고 아이들의 몫이 대체로 정해져 있다. 아버지 어머니가 가정을 책임져야 하고 아이들이 편안하게 놀거나 공부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열심히 자기들에게 주어진 몫을 해야 하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건강하게 별탈없이 잘 자라주는 것이 아이들의 몫이다. 이러한 역할 담당은 선사시대부터 인간사회에서 관습화 되어 있었다. 이것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이 삼강오륜(三綱五倫)이다. 삼강은 군위신강(君爲臣綱)·부위자강(父爲子綱)·부위부강(夫爲婦綱)을 의미한다.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남편과 부인 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다. 오륜은『맹자(孟子)』에 나오는 부자유친(父子有親)·군신유의(君臣有義)·부부유별(夫婦有別)·장유유서(長幼有序)·붕우유신(朋友有信)의 다섯 가지이다. 부자 사이의 도(道)는 친함에 있으며, 임금과 신하 사이의 도는 의리에 있고, 부부 사이에는 구별이 있으며, 어른과 젊은이들 사이에는 질서가 있어야 하고, 친구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 밥그릇에 손대지 않고 각자 소속되어 있는 곳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서 최소한 자기 밥값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 자기 몫을 해야 하는 바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1/n이다.
와이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보고 있던 자신의 핸드폰을 내민다. 핸드폰을 받아 든 나는 “이게 출산한 지 7시간 만에 찍은 사진이라고?”하며 따라 고개를 흔든다. 그냥 건성으로 보면 부부가 갓 나은 아기를 안고 있는 평범한 사진이다. 사실은 그 반대다. 아빠는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의 장남 월리엄 왕자, 아기 엄마는 350년 전통을 깨고 영국 왕실에 입성한 평민 출신의 왕세손비 캐서린 미들턴이다. 강보에 싸여 왕자 얼굴은 볼 수 없지만 새 로열패밀리의 등장에 온 영국 시민들은 기쁨으로 가득하다. 전통적으로 영국 왕실에서는 왕세자비가 출산을 하면 언론에 모습을 공개해 왔다. 정작 우리의 이목을 끄는 건 왕세자비의 빨간 원피스와 하이힐이다. “아기를 낳은 지 몇 시간 만에 굽 높은 힐을 신는다고? 보통 다리가 퉁퉁 붓지 않나?” 하자 와이프는 “난 내 다리가 무슨 통나무인 줄 알았잖아, 발가락은 또 얼마나 부었던지...” 내가 거들었다. “풀메이컵을 했나 본데, 수유하는 아기엄마들은 보통 ‘쌩얼’ 아냐?” 그러자 와이프는 “아기를 저렇게 안고 있으면 손목도 남아나질 않아” 난 그저 신기해서 한 말인데 와이프는 걱정이 앞서나 보다. 하지만 우리의 걱정은 기우였다. 미국에서는 출산 후 특별한 이상 징후(?)가 없다면 그 다음날 퇴원한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분만 30분이 지나면 산모에게 샤워를 권한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와이프 눈이 커진다. 혈액과 체액을 보충하기 위해서 병원에서는 시원한 주스를 제공한다. 심지어 얼음물을 마시기도 한다. 와이프 얼굴이 점점 이상해져 간다. 식사는 평소 먹던 일상식이고, 분만하고 일주일이 지나면 임신 전처럼 일상생활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렇게(!) 눈을 부라리는 와이프를 포함한 우리나라 산모들은 어떨까? 우린 예로부터 아기를 낳으면 대문에 삼줄부터 달았다. 새끼줄에 고추와 숯 조각을 끼운 삼줄은 열 달의 임신기간과 해산으로 지칠 대로 지쳐있는 산모를 지켰다. 충분한 휴양과 수면, 그리고 알맞은 영양식은 심신 회복에 필수적이다. 그래서 산후 한 달쯤은 누워 있는 것을 예사로 여겼다. 전문가들도 늘어난 자궁이 임신 전 모양과 크기로 돌아가려면 적어도 3~4주는 걸린다고 한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뿐만 아니라 회음부나 제왕절개한 부위가 아물기 위한 절대 시간이며 퉁퉁 붓고 아픈 가슴이 가라앉는 시간이다. 이게 정상일 것 같은데, 그럼 저 빨간 원피스의 영국 산모는 뭐지? 서양인 산모는 체질적으로 다른 걸까?’ 점점 부풀어 오르던 우리의 궁금증은 어느덧 산후조리원으로 옮겨갔다. 몸을 풀고 금방 돌아다니는 서양 아기엄마가 이상(?)하다. 세상 모든 산모한테 필요할 것 같은 산후조리원이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건 더 이상하다. “뭐야, 그냥 산후조리원이 아니라 ‘K-산후조리원’이었던 거야?” 그래서 조리원은 어떻게 하는지 살펴봤다. 호텔급 실내 공간/무료 유방 관리 및 젖몸살 관리/일대일 맞춤 수유 자세와 수유 방법 지도… 홍보문구는 화려하고 프로그램은 다양했다. 산전·후 마사지/만삭 사진+신생아 사진+50일 사진으로 앨범 제작/아빠와 함께 신생아 목욕법 교육/베이비 마사지/우는 아이 달래기… 문득 우리 아들 목욕시키느라 진땀을 빼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래서 비용이 얼마냐고? 서울 강남에 있는 조리원은 기본이 500만원이란다. 방에 개인 정원이 딸려 있고 점심에 랍스터가 나온다는 어느 고급 조리원의 경우 2주에 1,000만원인데도 이미 몇 달 치 예약이 차있단다. 참고로 우리나라 평균 산후조리 비용은 246만원 정도다. 산후조리원이란 용어 자체가 없는 일본, 어느 현직 산부인과 의사는 자연 분만으로 아이를 낳아야, 모유를 먹여야만 ‘좋은 엄마’라는 낙후된 산후 문화를 꼬집는다. 그러면서 산후조리 선진국인 한국을 닮자고 했다. 하지만 자랑스러울 수만은 없는 게 우리는 산모도, 배우자도 장기간의 출산 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다. 남성 육아휴직도, 사회적인 돌봄 인력지원도 없다시피 하다. 이게 현실이다. 육아휴직자 중 남성은 24%(2020년 기준)에 불과하다. 예전처럼 친정엄마나 대가족에 근거한 끈끈한 가족문화에 기댈 수도 없다. 그 공백을 상업적으로 영민한 산후조리원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과골삼천(踝骨三穿)’이라는 말이 있다. 복사뼈에 세 번 구멍이 난다는 의미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20년 유배생활 동안 공부하고 또 공부하다가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또 추사 김정희는 열 개의 벼루에 구멍을 냈고 천 자루의 붓을 몽당붓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문화재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문헌을 뒤지고 현장을 답사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 고사를 대하고는 스스로 더욱 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특히 이번 문무왕의 비문을 대하고는 자신이 문화재에 대한 식견이 크게 부족하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문무왕의 비편이 1796년(정조 20)경 경주부윤 홍양호(洪良浩)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이때 탁본이 청나라의 유희해(劉喜海)에 의해 『해동금석원(海東金石苑)』에 실리게 되었다. 『해동금석원』에서는 탁본이 4장임에 근거하여 4개의 비편으로 보았다. 하지만 실물은 그 행방이 묘연했다가 1961년 비석 하단 부분이 경주시 동부동에서 발견되었고, 또 상단 일부는 2009년 9월 경주문화원 향토사료관 바로 북편 주택의 수돗가에서 발견되었다. 이 비편 2개는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이 비편은 신라 역사의 블랙박스이다. 그 비밀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기록에 의하면 문무왕의 유언에 따라 봉분을 쓰지 않고 화장한 후 그 뼈를 동해에 뿌렸다. 그리고 그의 비는 왕이 세상을 떠난 직후인 682년 지금의 경주 사천왕사 터에 세워진 것이다. 현재 사천왕사지 남쪽에 남아있는 귀부 2기의 비좌 구멍과 2개의 비편 중 큰 비편의 하부에 돌출한 촉의 치수를 대조한 결과, 서쪽의 귀부가 문무왕릉비를 세웠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천왕사에 문무왕의 비가 있었던 것은 이 사찰이 문무왕 때 창건되었고 시신을 화장한 곳이 이 인근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비문에는 문무왕의 조상, 즉 신라 김씨의 가계와 관련해서 수수께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신라 김씨의 조상을 흉노족으로 보았거나, 적어도 그 뿌리를 흉노에서 찾고자 했다는 암시가 등장한다. 확인된 비문에 의하면 문무왕의 15대조를 ‘성한왕(星漢王)’이라고 밝히고 “투후 제천지윤(祭天之胤)이 7대를 전하여 …했다[傳七葉]”는 구절이 있다. 휴도왕이 금인(金人)을 만들어 하늘에 제사[祭天]했으며, 한 무제로부터 김(金)씨 성을 받았다는 기록이 『한서』 「열전」 ‘김일제전’에 나온다. 여기서 ‘제천지윤 전칠엽’은 신라 문무왕 선대의 7대 전승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비문 자체가 깨지고 멸실된 부분이 워낙 많아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힘든 측면은 있다. ‘투후 제천지윤’은 『한서』 「열전」에 나오는 김일제(金日磾)라는 인물이다. 그는 기원전 134년에서 기원전 86년까지 생존했던 인물로 흉노족 휴도왕의 태자로 한나라 장수 곽거병의 흉노 토벌 때 포로가 되었다. 투후는 중국에서 김일제 이외에는 아무도 받은 적이 없는 시호였다. 문무왕 비문에 있는 ‘투후’가 흉노족 김일제를 가르키는 것은 확실하다. 또한 문무왕 비에 나오는 15대조 ‘성한왕’, 문무왕 동생 김인문 비에 나오는 ‘태조 한왕’, 흥덕왕 비에서는 24대조 ‘태조 성한왕’이 등장한다. 투후에 이어서 나오는 성한왕과 흉노족 김일제와의 깊은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신라 김씨 족보에서 문무왕의 15대조는 김알지의 아들이 ‘세한’으로, 『삼국사기』에도 세한이 김알지의 아들로 기록되어 있다. 비문에 등장하는 투후는 신라 김씨 왕조의 조상이라 여기는 김일제로 그는 흉노 사람이다. 그렇다면 경주 김씨의 시조가 흉노 사람이 된다. 그런데 이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금궤에서 나왔다는 ‘알지(閼智)’를 김씨의 시조라고 한 것과는 다르다. 비문을 1차 사료로 본다면 후대의 역사 기록은 2차 사료가 된다. 그렇다면 문무왕의 비문의 기록이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김일제 또는 그의 후손이 신라로 왔다는 근거를 찾을 수가 없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대숲 아래서 나태주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득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제밤 꿈에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치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을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실연의 아픔과 이를 다스리는 균형의 미학 사랑을 잃고 쓰여진 시다. 젊은 시절 한번쯤 사랑을 잃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가장 절실한 서정은 어쩌면 실연 후에 오는 것이 아닐까? 목월 선생이 「소곡小曲」이라는 제목을 「대숲 아래서」로 바꾸어 주었다고 전하는 나태주 시인의 등단작인 이 작품은 ‘대숲’이라는 소슬한 자연 속에서 실연의 아픔을 삭이는 시다. 얼마나 착잡했으면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고 했을까. 갈 곳을 잃고 서성이는 시인의 모습이 애잔하다. “그슬린 등피에” 어리는 네 얼굴로, “후득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로 밤새 애를 끓인 화자는, 급기야 “꿈에 너를 만나 쓰러져 울”고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을 남길 정도다. 그러나 이 시는 4에 이르러 상실감에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상태를 확보하기 시작한다. 너를 잃음으로서 세상을 다 잃었다는 표현을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이라 에둘러 말하면서부터다. 그러니 “서녘구름”과 “떠드는 애들의 소리”,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은 “내 차지”가 될 수 있는 것. 다음 표현은 더 절묘하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이 가을”이라는 이중부정의 역설을 통해 마음의 평형의식을 은근히 확보하고 있는 것. 이 안정감은 “저녁밥 일찍이 먹고/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 “물에 빠져 머리칼을 헹구는 달님”이라는 하나의 대상에 대한 두 구절의 차분한 묘사까지 가능하게 한다. 시인은 실연 후 그 사랑에 대한 시를 씀으로서 완전한 상실감을 극복하는 거리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 실연의 체험에서 긴장과 균형 의미 있는 하나의 미학을 만들어낸 시인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