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바로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 어느 선거 때보다 치열한 네거티브 공세가 이어지면서 각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심상정 정의당·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후보등록과 동시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우선순위를 배정한 10대 공약을 제출했다.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당지지율, 여론조사 비율 등을 반영해 4인의 대선후보들의 10대 공약을 살펴봤다. [본지 마감일 기준 이후 후보 단일화 등 변동사항은 지면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편집자주] -후보별 공약 1순위는 무엇? 제출한 공약 가운데 제1순위로 꼽은 공약을 통해 후보별로 국가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모두 코로나19 극복을 제1공약으로 내놓았다. 심상정 후보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의로운 탈탄소사회로의 전환, 안철수 후보는 5·5·5 신성장 전략으로 미래 먹거리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우선순위에 뒀다. 먼저 이재명 후보는 코로나 팬데믹과 피해 소상공인 피해 완전 극복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에 대응하는 총력체제를 강화하고, 국내 개발을 통한 백신·치료제 주권 확보,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의 온전한 보상과 매출회복 지원 등을 약속했다. 윤석열 후보는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재정자금을 확보해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 폐업 소상공인 손실보상 및 사각지대 해소, 심리 상담 디지털 치료제 무료제공 등을 목표로 했다. 이 같은 긴급 구조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위해 법률 제·개정, 대통령 직속 ‘코로나 긴급구조 특별본부’ 설치 등을 공약했다. 심상정 후보는 탈탄소사회로의 대전환을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대통령 직속의 ‘탈탄소사회전환 위원회’를 설치하고,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0년 대비 50% 이상으로 상향하며,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50% 달성을 제시했다. 또 탈핵기본법을 제정해 2040년까지 탈핵을 달성하고,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핵발전소 건설 원천적 방지를 공약했다. 안철수 후보는 5개 기술 육성, 5개 글로벌 선도기업 육성, 세계 5대 경제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한 ‘5-5-5 신성장전략’ 추진을 내걸었다. 과학경제강국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 국가과학기술체계 구축과 지원사업, 4차 산업혁명 인재양성 및 확보,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면적 규제 혁명 등을 약속했다. -일자리·노동 분야 정책 ‘온도차’ 일자리·경제·노동 분야에서는 진보와 보수 후보 간 온도차를 보였다. 먼저 이재명 후보는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보장과 일자리 대전환으로 성장하는 사회 실현을 목표로 정했다. 이를 위해 (가칭)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 노동 안전망 구축, 노동관계법상 권리보장 강화, 공정 일자리 정책으로 정책체계 개편을 통해 일자리 300만개 창출 등을 제시했다. 주 4.5일제 단계적 실시 등 실제 노동시간 단축, 상시적 지속 업무의 정규직 고용 원칙 확립 및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등을 공약했다. 윤석열 후보는 성장-복지-일자리의 선순환 구조 및 일자리창출 생태계를 조성해 지속가능한 좋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 패러다임 전환, 기업 성장에 의한 민간주도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든든한 일자리 이어주기 등이 공약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정책목표를 좋은 일자리창출에 두고 산업정책, 교육정책, 노동정책, 복지정책 등 제반 경제사회정책을 연계해 추진한다는 것이다. 심상정 후보는 주 4일제 근무를 필두로 내세우며 노동자, 자영업자, 농어민의 일할 권리와 기본권 보장을 약속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등 일하는 시민 모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주 4일제 도입을 위한 입법을 2027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 산재보험 선보장 제도로 전환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으로 적용범위확대, 징벌적 손해배상 하한 도입, 양형절차 특례규정, 공무원 처벌규정 신설 등을 제시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강성 귀족노조 혁파와 공정 시장경제 확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노조 불법집회·고용세습·채용장사 등 위법행위 처벌, 노동이사제 시행 전면보류, 공무원·교원 노조 타임오프제 법제화 무효 등을 공약에 포함했다. 또 물적분할 된 회사의 상장 금지, 기울어진 운동장 격의 공매도 제도 개혁, 주식시장 공정질서 확립 등의 경제정책을 약속했다. -에너지 분야 후보별 입장 큰 차이 보여 환경·에너지 분야 공약은 후보별로 극명하게 갈렸다. 이재명 후보는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 원전 분야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에너지 고속도로와 제도개혁으로 에너지 대전환의 기반 마련을 공약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30% 달성을 위한 입지를 확보하고, 재생에너지 생산·유통·판매가 자유로운 통합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 온실가스 다배출업종의 탈탄소 전환지원 강화 및 녹색산업 육성 등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윤석열 후보는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을 공약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발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친환경적 에너지 생산과 미래 먹거리 확보, 전 세계에 원전 원천기술 수출 등을 약속했다. 실효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적극 추진하며, 원자력과 청정에너지 기술 구축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달성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후보도 기후위기시대 탄소중립 추진을 목표로 두고 원자력에너지, 신재생 등 에너지 믹스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공약했다. 이를 위해 혁신형 차세대원전(SMR) 기술개발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신한울 3·4호기 즉시 공사 재개, 한미 원자력 협력 강화로 평화적 핵주권 확보 등을 제시했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제1공약으로 내세운 탈핵 달성을 목표로 신규 핵발전소 건설 원천적 방지, 소형모듈원자로 개발에 대한 투자를 재생에너지·에너지 저장장치 기술 투자로 전환 등을 공약하며 보수 후보들과는 상반되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치·사법 분야 개혁 공약은 ‘엇비슷’ 정치·사법 분야에서도 후보별로 각각의 공약이 제시됐다. 이재명 후보는 먼저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추진과 국민 주권실현을 위한 정치개혁과 사법 개혁을 공약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단계적 개헌 추진과 함께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책임총리제 실질적 운영, 부총리 정책 조정 기능 활성화와 능력과 실력 중심의 통합정부 국민내각을 약속했다. 또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추진 및 무노동 무임금법 도입, 비례대표 확대 및 위성정당 설립 금지 등도 공약에 포함했다. 윤석열 후보는 스마트하고 공정하게 봉사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과 대통령실 개혁을 제시했다. 대통령실 이전을 통해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제왕적 대통령 잔재를 청산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조직법 및 대통령실 직제 개정을 통해 청와대 해체 및 조직개편을 추진한다.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정책설계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빅데이터와 AI기술을 활용해 미래 발생 가능한 사회적 문제를 예견하고 대처하는 정부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심상정 후보는 특권과 부패가 없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내세웠다. 사법 민주화를 위해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 해체와 법원 민주화, 피의사실 공표 제한적 허용과 인권존중 수사과정 정착, 재벌총수 사면·황제노역·무전유죄 특혜 근절 등을 공약했다.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위성정당 재발 방지,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담았다. 또한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의회중심제 전환, 노동복지부총리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철수 후보는 책임총리제·책임장관제 도입으로 제왕적 청와대 정부 혁신을 약속했다. 청와대 정부,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해 대통령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공수처 폐지, 검경수사권 재조정, 정치검찰 퇴출 등을 공약에 담았다. 또 광화문에 있는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고, 대통령 비서실 직원과 예산을 절반으로 축소하며 ‘여야정 협의체’ 실질화와 정치보복 금지 등을 약속했다. 이외에도 국민통합 내각 구성, 대통령 임기 중간 평가, 정부와 공공기관 슬림화 등을 제시했다. -후보별 지역 공약은? 경북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를 지역 공약은 후보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정리했다. 먼저 이재명 후보는 경북공약으로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부품산업 육성 △구미-포항 연계 이차전지·소재산업벨트 구축 △글로벌 백신·의료산업벨트 조성 △경북동남권 과학기술 중심 신산업생태계 조성 △동서남북을 잇는 사통팔달 교통망 구축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및 울릉공항 성공적 추진 △육군사관학교 안동 이전 등이다. 경주시 공약은 △양성자가속기 최대 규모 확대 구축 △경주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 완성지원 △국도 14호선 선형개량과 도로확장사업 조속 추진 △1인당 연간 100만원 이내 농촌 기본소득 지급 △어르신이 건강하고 행복한 경주시 등이다. 윤석열 후보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글로벌 공항으로 조성 △통합신공항과 연계한 사통팔달 SOC 구축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SMR 특화 국가산단 조성 및 그린수소 플랫폼 구축 △경주·포항 가속기 기반 연계 첨단 연구산업단지 조성 등 신산업 적극 육성 △경북 북부지역 첨단바이오 신약개발과 세계적인 백신산업 클러스터로 탈바꿈 △미래 친환경·자율주행 모빌리티 산업 거점화, 차세대 소부장 산업 전략 육성 △경북 케어팜 G-밸리 조성 등 농산어촌 웰니스(치유) 산업화 △농식품 수출 위한 ‘경북 푸드밸리’ 조성 및 스마트농업 클러스터 등 혁신생태계 구축 △낙동강 철기로드 조성 등 낙동강 문화관광 르네상스 실현 △포항 영일만 대교 건설 및 지역 랜드마크화, 대구경북 광역경제권 형성 적극 지원 등을 약속했다. 심상정 후보는 △친환경 자동차 부품산업 클러스터 구축 △재생에너지 활성화로 에너지전환 △공공의료 및 공공교육 강화 △청년수당 및 농어민 기본소득 도입 등을 제시했다. 안철수 후보는 △대구경북특별광역시 행정통합으로 새로운 도약 추진 △글로벌 첨단 바이오 혁신 신약개발 클러스터 조성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및 연계 교통망 구축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와 그린수소 플랫폼 구축 △경북형 스마트농업 클러스터 구축 △중부권 동서횡단KTX(서산~울진)와 대구경북선철도 추진 △백두대간·낙동정맥 스마트 힐링관광과 역사·문화 관광벨트 조성 등을 공약했다.
포스코가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설립을 철회하고 포항 이전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 지난달 28일 김병욱 포항·울릉 국회의원은 포항시청에서 포스코와의 합의 사항을 공식 발표했다. 포스코가 결국 포항시민과 경북도민의 목소리를 수용해 포스코홀딩스의 포항 이전은 물론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또한 포항에 두기로 했으며, 지역상생협력사업 등을 추진한 것. 이에 앞서 포항시민들과 경북 내 단체들은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설립을 반대하는 집회와 서명운동을 펼쳤고, 범시민 총궐기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경북청년회의소(이하 경북JC) 또한 지난달 24일 포스코 본사 앞에서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 집회에서 경북JC는 포스코홀딩스를 서울에 설립하는 것은 국가균형발전을 역행하는 행위라고 밝히며, 경북 청년들은 이런 포스코의 결정을 강하게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을 반대하며 천막농성 중인 김병욱 포항·울릉 국회의원을 만나 뜻을 함께 할 의사를 전하며 응원하기도 했다. 반대 집회를 이끈 경북JC 김정훈 회장은 “포항시와 포스코의 상생협력 합의는 포항시민과 경북도민들의 단합이 이끈 좋은 결실”이라 평하며, “말뿐인 본사 이전이 아닌 포스코의 중추가 모두 포항에 있는 진정한 본사 이전을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포스코의 이번 합의가 국가균형발전의 올바른 예시가 되길 경북 청년들과 함께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전국의 8개 골목관광상권에 대한 관광역량을 심층진단하고, 분석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황리단길을 비롯한 골목상권의 장점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경주 도심권 관광 활성화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호 8개 상권에서 발생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중심의 보도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지역주민, 상인,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 골목상권 활성화를 견인하는 사례를 살펴봤다.-편집자주 한국관광공사가 조사·분석한 8개 골목관광상권 중 지역주민과 상인 그리고 지자체의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져 눈에 띄는 두 곳이 있다. 이들 활성화된 골목상권 이면에는 주민·상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자체의 지원이 숨어 있었던 것. 바로 ‘청주 수암골’과 ‘대구 들안길먹거리타운’ 2개 골목상권 이야기다. -자치조직 ‘마실’ 청주 수암골 활성화 견인 청주 수암골에는 1개의 자치조직인 ‘마실’이 운영되고 있다. ‘마실’은 지난 2011년부터 지역 예술인과 주민들이 더불어 운영하는 생활문화공동체다. 지식경제부 후원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마실’은 수암골이 가진 특화된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주민이 스스로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마을 주민 고용창출 효과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도 도모하고 있다고 한다. ‘마실’ 운영 초기에는 주민들의 의견이 각각 달라 마찰도 있었지만,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계획해 도시재생대학을 5~6년 정도 추진하면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냈다. ‘마실’은 현재 수암골 문화체험장, 수암골 스케치 행사, 관광안내소 등을 운영 및 개최하고 있다. 수암골 문화체험장은 주민들이 만든 벽화캐릭터의 열쇠고리, 배지, 수제 다이어리, 손지갑, 컵 등 문화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마을기금이나 부녀회로 전달돼 주민들을 위해 사용된다. 또 지난 2018년부터는 수암골 스케치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봄·가을 수암골 방문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관광 위주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통기타 공연과 문화예술 버스킹, 벽화 캐릭터 열쇠고리 만들기, 이야기 벽화 모빌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제공해 방문객들의 즐길 거리와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관광안내소도 ‘마실’에서 운영한다. 주민들이 관광안내원으로 활동하면서 관광객들에게 길이나 편의시설 안내를 맡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는 지역 상인까지 연계해 지역주민과 상인이 관광을 통해 경제적이고 사회문화적인 선순환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도시재생추진협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수암골에서는 이 자치조직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부와 지자체 사업들을 진행하고, 건강한 관광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21년에는 수암골이 위치한 청주시 수동 일원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2024년까지 국비 등 67억원이 투입돼 수암골 일원(3만1700㎡)의 주거환경 등을 개선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한다. 청주시에 따르면 사업을 통해 골목길 정비, 경로당 리모델링, 보안등·소화전 설치, 집수리 사업 등 주거환경을 개선할 예정이다. 또 공동체 거점시설인 ‘문화마실’과 근린공원, 공유주차장(42면)도 만들 계획이다. 특히 주민과 지역예술인 간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 ‘벽화마을 문화’를 회복하고 생활문화 공동체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청주시는 벽화마을이 조성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벽화 관리를 위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주민, 상인, 지자체의 상호 협력이 청주 수암골 활성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상인과 지자체 협력 돋보이는 대구 들안길 먹거리타운 대구 들안길 먹거리타운은 상인과 지자체의 협력이 돋보인다. 해당 지자체인 수성구와 들안길 상가 번영회는 적극적인 민·관 네트워크를 지속하며 지난해 말 ‘들안길 프롬나드 행복마을 조성사업’을 완료했다. 먼저 수성구청은 들안길 활성화를 위해 상인,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 ‘들안길 프롬나드 행복마을 조성사업’을 구상했고, 지난 2015년 국토교통부의 도시활력 증진사업에 선정됐다. 사업의 핵심은 들안길 삼거리에서 상동지구대 방향 길이 620m 산책로 조성과 면적 54만㎡에 이르는 지역의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산책로 조성은 우여곡절 끝에 5년을 넘기며 지난해 말 완료됐다. 당초 수성구는 왕복 8차선 차로를 4차선으로 줄이고, 도로 중앙에 폭 10m 규모의 산책길 조성을 계획했다. 하지만 교통 흐름과 보행자 사고위험 등으로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졌던 것이다. 그러던 사이 상권 내 외식업의 경우 2018년 개업해 영업 중인 점포의 비율(3년 생존률)이 16.9%로 크게 낮아지는 등 경기침체 및 인프라 부족으로 상권은 예전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사업 필요성을 절감한 수성구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지역주민, 관계기관의 협력을 통해 사업 추진 5년여 만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협의 끝에 당초 왕복 8차선인 들안길삼거리에서 상동지구대 방향 도로(620m)의 양측 차선 1개씩을 줄였고, 폭 7.5m 규모의 보행자 중심거리가 완성된 것이다. 앞서 수성구청은 들안길 프롬나드 행복마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대상지 54만㎡ 면적의 상동·두산동 일대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또 주민 공동체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상동커뮤니티센터를 매입했다. 공영주차장 2개소(총28면)도 조성하고, 미슐랭 프로젝트, 창의문화플랫폼 등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수성구청의 계획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들안길 프롬나드로 상권 활성화 및 공동체 활동 기반을 마련했다면, 앞으로는 수성못의 브랜드 파워를 들안길 너머까지 확장할 방침이다. 민간 문화예술시설 유입을 지원하는 ‘생각을 담는 공간(문화적 도시재생사업)’과 노후주택이나 원룸을 리모델링해 ‘공공 예술창작촌’ 조성을 추진한다는 것. 들안길 일대에 민간 문화예술시설 유입을 지원, 문화와 삶이 어우러지는 정주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사업의 핵심 골자다. 한편 ‘들안길 프롬나드’ 조성 사업은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의 ‘2021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았다. 주민, 상인, 수성구청의 진정성 있는 소통 및 노력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성구는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추진해온 ‘들안길 프롬나드 행복마을 조성사업’의 핵심사업인 ‘걷고 싶은 들안길 프롬나드’를 공모에 출품했었다. 수상 결과에서 나타나듯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수성구청과 주민, 상인 간 협력이 돋보이는 사례로 남게 됐다. -황리단길, 자치조직 활성화 통한 관광콘텐츠 개발 시급 경주 황리단길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부터다. 다른 골목상권에 비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시기가 가장 최근이다. 젠트리피케이션, 교통체증, 지역주민 불편 증대 등 타 골목상권에서 겪었던 각종 현상들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주시는 먼저 지난 2019년 말 ‘경주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및 상생협력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어 지난 2020년 6월부터는 교통 혼잡 등으로 지속적인 민원이 제기됐던 황리단길의 ‘일방통행’을 시행했고, 대릉원 남쪽 돌담길 일원에는 ‘차 없는 거리’를 조성했다. 또 동부사적지와 황리단길 등 지역 주요 관광지와 유적지를 잇는 포석로와 첨성로를 걷기 편한 보행친화거리로 조성하고 있다. 주차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경주IC와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을 최단거리로 잇는 강변로 종점부 인근에 대형 환승주차장 조성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시는 도시관리계획 변경과 토지보상 절차를 밟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착공해 2023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비 180억원을 투입해 1100면의 주차공간 외에도 BIS(버스정보시스템)단말기, 공공와이파이 등 편의시설을 갖춘 버스·택시 승강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이곳을 출발지·종착지로 황리단길, 대릉원, 교촌한옥마을, 동궁과 월지, 경주읍성 등 주요 관광지를 순환하는 셔틀버스와 전기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복합문화공간인 ‘황리단길 생활문화센터’도 지난해 7월 황남시장 인근에 문을 열었다. 이는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생활사회기반시설 공모사업에 선정돼 13억원(국비 4억원 등)의 예산으로 조성됐다. 지하 1층 공연장과 지상 1층에는 북카페·마주침공간·체험공방·청년감성상점, 2층에는 다목적홀·주민자율공간(동호회방) 등의 시설이 마련됐다. 이처럼 경주시에서도 황리단길의 지속과 인근 상권과 연계한 발전을 위해 다양한 행·재정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청주 수암골의 생활문화공동체 ‘마실’처럼 지역 예술인과 주민들이 더불어 문화상품 개발과 각종 문화 체험프로그램 운영, 주민 고용창출까지 견인할 자치조직의 활성화가 시급해 보인다. 한국관광공사가 지적한 황리단길의 지역 정체성 부족을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골목상권을 위해서는 주민과 지역 예술인이 참여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경쟁력 있는 관광콘텐츠를 개발을 이제부터라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황리단길 발전협의회 등 주민자치조직과 거버넌스를 구축해 정체성을 살리는 문화관광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겠다”면서 “특히 도심상권 부활을 핵심으로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는 ‘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황리단길과 도심, 전통시장, 경주읍성까지 연계해 상권 회복과 관광 분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때문에 지방선거의 정신이 훼손되는 일이 없기를…
경주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거래 플랫폼 호갱노노에 따르면 경주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 331건에 달하던 아파트 매매 거래가 9월 262건, 10월 259건, 11월 177건, 12월 163건, 2022년 1월 163건, 2월 110건으로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거래량 감소는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 등의 영향과 지역 아파트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구매심리가 한풀 꺽인 것으로 보인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높은 가격대의 물량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가 되지 않고 급매물만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면서 “아직 부동산 하락이라 볼 수 없지만 구매 심리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아직 부동산 가격 하락이라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지만 하락을 나타내는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아파트 거래량 감소에 이어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는 것. 한국부동산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사이 2000세대가 미분양 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 이후 분양한 삼부르네상스 더테라스는 534가구 공급에 453가구가 대거 미달됐으며 웰라움 더 테라스도 230가구 모집에 59가구만 청약됐다. 그리고 올해 1월 신경주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는 전체 1100세대 중 특별공급에서 10건, 일반분양에서는 356건이 접수됐다. 뒤이어 진현동에 총 337세대가 건립되는 경주 엘크루 헤리파크는 특별공급에서 169세대 중 0건, 일반 168세대 분양 총 50건 접수돼 전체의 1/3도 채우지 못했다. 그리고 총 549세대가 들어서는 더 메트로 줌파크 역시 특별공급에서 1건, 일반 공급에서 20건이 접수돼 대규모 미달된 것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2023년 신규 아파트 입주 시점에 아파트 가격 하락을 예상했고 현재는 정체기로 보인다”면서 “대선 이후 부동산 흐름이 바뀔 수 있어 섣불리 하락이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103주년 3·1절을 맞아 봉황대 야외공연장에서는 ‘경주 3·1독립만세운동 발상지’ 표지석 제막식 및 기념행사가 열렸다. 경주시립고취대의 흥겨운 공연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독립선언문 낭독, 기념사, 3·1절 노래제창, 만세삼창 순으로 진행됐으며, 마지막 피날레로 태극기가 인쇄된 풍선을 하늘에 날리며 헌신한 선조들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경주 3·1독립만세운동은 1919년 서울 파고다공원에서 일어난 3·1운동의 영향으로 경주 봉황대 앞에서 일어났던 경주의 대표적 국권회복을 위한 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낙영 시장은 “3·15경주만세운동이 경주 대표적 국권회복 운동인 반면, 우리 시민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선열들의 고귀한 독립정신이 후손들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면서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오늘 뜻깊은 행사를 계기로 자랑스러운 3·15경주만세운동의 역사가 미래 세대에게 커다란 긍지와 자부심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는 자리다. 이 곳에는 민족의 위기와 시련에 맞서 싸웠던 선열들의 정신이 살아있고 우리는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억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1919년 3월 우리의 선열들께서 종교와 신념, 신분과 학벌, 남녀노소를 떠나 모두가 한마음으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것처럼 16만명의 경주시민이 마음을 열고 하나가 돼 세계 속의 경주로 도약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주시와 경주 3·1독립만세운동 발상지 추진위원회는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한 선조들의 항일정신을 알리고 기념하기 위해 표지석을 설치했다. 추진위는 조철제 경주문화원장, 이동협 경주시의회 문화행정위원장, 박임관 경주학연구원 원장, 최재영 전 경주대 교수, 마흥락 전 경주시기독교연합회 회장, 한준호 경북독립운동기념관 학예연구부장 등 총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27일 경주를 방문하기로 했으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로 불발됐다. 대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방문해 지원유세를 펼쳤다. 경주를 방문한 이준석 당 대표는 투표 참여를 강조하며 압도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현 정권에 지역통합을 막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재명 후보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언급하며 ‘깨끗한 후보’ 윤석열의 지지를 당부했다. -경주시민의 압도적인 지지 호소 “윤석열 후보에 대한 압도적인 득표로 경주가 대한민국을 살리는데 앞장서달라” 지난 1일 봉황대를 찾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대선 후보에 대한 경주시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이 대표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 어떤 대한민국에 국민들이 5년간 살아갈지 달렸다”며 “자유와 창의를 권장하고 굳건한 안보와 자존심 있는 외교를 지향하는 윤석열 후보가 적임자”라고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8개월 된 정치신인 윤석열 후보는 스스로 어떤 정치인에게도 빚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면서 “오로지 그가 빚진 대상은 자신을 키워주고 불러준 대한민국의 국민뿐이라고 전했다”며 국민만을 바라볼 후보임을 강조했다. 또한 이준석 대표는 “기존 보수정당의 여러 대통령 후보들과 달리 윤석열 후보는 2030 젊은 세대부터 어르신들에게 이르기까지 신임을 받는 대통령 후보”라며 “세대를 가리지 않고 신임을 얻고 있는 윤석열 후보만이 대한민국의 세대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정권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후보는 영남이 잘되고 호남이 잘되는 것이 대한민국이 잘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후보”라며 “지역·이념에 따라 갈라치기를 해 모두가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약탈적 정치문화가 생기게 된 원인은 문재인 정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청년일자리 부족 문제를 예로 들며 “영남 청년의 일자리 문제는 동시에 호남 청년의 일자리 문제이기도 하다”며 “오히려 이러한 문제들은 영남, 호남 가릴 것 없이 두 지역이 서로 손을 맞잡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지역 통합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호남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0% 이상 나오는 윤석열 후보만이 지역통합의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는 윤 후보가 ‘국민의 검사’, ‘깨끗한 검사’로 문재인 정권과 대비된다고도 밝혔다. 이 대표는 “윤석열 후보는 26년간 검사로 재직하며 오로지 국민을 위해 일해 왔다”면서 “그렇기에 문재인 정부는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시절 총장자리에서 쫓아내기 위해 추미애를 법무부 장관에 앉혀 감찰도 하고 직무정지도 시키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윤석열 후보는 깨끗한 공무원이었기에 그러한 문 정부의 견제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깨끗한 대선 후보임을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밝혔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면서 유능한 인사로 포장됐다”면서 “하지만 최근 언론보도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국민들에게 망신을 당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사람이 수백조 예산을 움직이는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이 낭비될까 두렵다”며 “그와 달리 윤석열 후보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치가 살아있는,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준석 대표는 사전투표, 본투표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 윤석열 후보에 대한 경주시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당부했다.
5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경주도 막바지 선거운동으로 분주하다. 먼저 지난달 28일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경주 황리단길을 방문해 경주시민들과 황리단길 관광객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경북 출신임을 내세우고, 경주와의 인연을 소개하는 등 친근한 이미지로 유권자들에게 다가섰다. 무엇보다 그는 통합 정치 실현을 강조하며 ‘이재명의 주장, 안철수의 꿈, 심상정의 희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는 통합, 경제는 회복 “통합 정치의 출발점은 경주 화백회의. 국민 위한 통합 정치 이루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주 황리단길을 방문해 이 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달 28일 경북 유세지인 포항을 거쳐 경주 황리단길을 방문했다. 1번이 적힌 세발자전거를 타고 100여m를 이동하며 경주시민과 지지자들을 만난 후 유세장에 도착한 이재명 후보는 경주와의 인연을 서두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고향인 안동을 처음 벗어나 와 본 곳이 바로 경주고, 경주 이씨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경주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스마트한 코로나19 대응방식 △통합 정치 실현 △정치 안정과 경제 성장 등을 언급하며 자신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적임자임을 주장했다. 먼저 이재명 후보는 코로나 초기 경기도지사로서 코로나 방역과 경제 방역의 성공적인 성과를 언급하며 스마트한 코로나19 대응방식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과 같이 원천 봉쇄하는 방식으로는 코로나를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된다”며 “코로나가 초기보다 전파력은 올라갔지만 치명률은 낮아져 대응방식을 바꿔야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24시 영업 허가 등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스마트 방역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또 통합 정치의 출발점은 신라시대 만장일치 제도인 화백회의였다면서 통합 정치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정치는 거대양당 독점체제로 기초의원을 시민이 뽑는 것이 아니라 당에서 뽑게 돼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런 기초의원들은 국민을 위해 일하기도 하지만 당에 더 충성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치 문제점도 언급했다. 이 후보는 “중앙정치도 둘 중 하나니까 상대가 못하면 기회가 나에게 오게 돼 굳이 잘할 필요가 없다”며 “이것이 결국 상대를 잘하지 못하게 막는 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3의 선택이 가능해져 ‘잘하기 경쟁’을 하는 구도를 만들기 위해 통합의 정치, 국민의 정치를 하겠다”며 “이것은 이재명의 주장이고 안철수의 꿈이고 심상정의 희망 사항으로 확실하게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경제 회복에 대해서 이재명 후보는 정치 불안은 경제에 독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의 민주주의 후퇴에 따른 경제 불황을 언급하면서 정치가 안정돼야 경제가 산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로 많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며 위기 요인을 최소화해야만 경제 회복과 성장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상황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며 “안보 안심 대통령이 돼 평화적인 한반도, 경제적으로 디스카운트 없는 나라를 만들어 경제 회복과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이번 대통령선거는 대한민국에 따뜻한 봄을 가지고 올 것”이라며 “이재명과 윤석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의 운명을 선택하고 국민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선거이기에 사전투표에 열심히, 잘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각, 나무에 쓰고 마음을 새기다 나무에 새김(刻)을 하는 순간은 모든 것을 잊는다. 오로지 나뭇결과 질감, 칼(刀)과 호흡 할 뿐이며, 문자에 내포된 의미를 해석하여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제20대 대선에 가려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된 가운데 시장, 도·시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지난 18일부터 시작했지만 관심은 오롯이 대선에 쏠렸다. 주요 정당의 대선 전 개인 선거운동금지 권고에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선거가 유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경주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기준 시장과 도의원 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원 예비후보만 국민의힘으로 2명, 무소속 1명 등 3명만 등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비슷한 시기에 시장, 도·시의원 예비후보로 48명이 등록한 것에 비하면 7.1%에 불과한 수치다. 도지사 선거도 등록한 예비후보가 없고, 교육감 예비후보는 1명만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는 대통령선거 기여도에 따른 공천 등을 의식해 예비후보 등록을 대선 이후로 미루고 있는 탓이다. 일찍이 이런 지방선거는 없었다.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면 각 정당 색깔의 외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골목마다 다니면서 명함을 건네며 얼굴을 알리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대신 지방선거 주자들은 대선 승리를 위한 거리 유세에 동참해 얼굴을 알리는 등 정치이슈는 모두 대선에 집중된 분위기다. 지방선거 분위기가 이래선 안 된다. 대통령선거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향후 4년간 지역을 위해 일할 ‘지역 일꾼’을 선출하는 지방선거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연 시점에서 보면 그 의미에 역행하는 셈이기도 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실질적인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의정활동을 하게 될 기초의원의 진면목을 유권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자신의 얼굴을 알릴 기회와 시간이 없어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정치 신인들이 유권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 정당들이 현재 권고한 예비후보 등록과 개인 선거운동 금지 또는 제한을 지금이라도 풀어야 할 것이다. 대선만큼이나 비중 있는 국가 대사가 바로 지방선거다.
경주시가 농축수산 브랜드를 ‘천년한우’와 ‘이사금’ 2개로 통합하기로 했다. 오랜 기간 정체성 없는 브랜드 명칭으로 경주시민들조차 구분할 수 없었던 이름을 없애고, 가장 경쟁력 있는 ‘천년한우’와 ‘이사금’을 대표 브랜드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천년한우는 경주에서 생산되는 축산물, 이사금은 농수산물의 대표 브랜드가 된다. 농축수산 브랜드 통합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거론돼왔다. 그동안 경주에서는 △천년한우 △이사금 △청품 △해파랑 △경주 등 5개 브랜드를 주로 사용해왔다. 이중 2003년 경주 지명을 따 개발한 ‘경주’는 어떤 상품을 지칭하는지 구분되지 않았다. 또 2009년 개발된 농산물 브랜드 ‘청품’과 2013년 수산물 브랜드 ‘해파랑’은 이름조차 생소하다. 이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는 물론 경주의 우수한 농축수산물을 홍보하는데도 크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외에도 향토음식 브랜드 ‘별채반’과 로컬푸드 브랜드 ‘마실맛’, 과일 브랜드 ‘가바’, 장수식품 브랜드 ‘천년만년’ 등은 이렇다 할 인지도가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시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지역 브랜드 육성의 일환으로 추진한 ‘경주도시 마케팅 전략 수립 계획’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용역 결과 지역 브랜드 5개 중 ‘천년한우’와 ‘이사금’이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08년 개발된 브랜드 ‘천년한우’는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며 고급 한우 브랜드로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또 신라시대 사용한 임금의 명칭인 ‘이사금’을 넣은 ‘이사금 쌀’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경주시는 앞으로 통합 브랜드인 천년한우의 이름을 넣은 ‘천년한우 육포’, ‘천년한우 사골곰탕’ 등 파생 브랜드가 개발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이사금을 딴 ‘이사금 쌀’을 비롯해 ‘이사금 참가자미’, ‘이사금 미역’ 등도 개발될 것으로 전했다. 이제 남은 것은 경주의 우수한 농축수산물에 통합브랜드를 입혀 널리 홍보하는 것이다. 오랜 시일이 걸린 브랜드 통합이 지역 농어민 소득증대로 이어지고, 경주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길 기대해본다.
2000년대 이후 한국 도시 지속가능발전의 추진은 국제기구, 지자체, 시민사회, 기업, 다 부문적 네트워크의 독특한 에너지와 역량을 보여준다. 거버넌스(governance)는 문화적, 제도적 혁신, 즉 새로운 사회계약인 공동 책임의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거버넌스(협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한다는 효율성 차원(공공부문의 요구)에서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권한의 공유, 지역 시민의 자치권과 독립성 함양, 시민참여를 통한 공공재를 개발(민간부문의 요구)하려는 전략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거버넌스’가 도시 지속가능성의 주요한 화두로 대두되면서, 지자체 내부의 권력 분권화, 부서 구조 개혁, 전통적인 운영 절차의 혁신, 시민참여와 권한의 이임, 공동 책임 의식을 높여왔다. 다부문적 참여는 지역의 사회문제에 대한 새로운 정의, 변화의 방향과 비전을 합의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였다. 균형 잡힌 경험 교환, 존중될 필요성이 있는 공유된 원칙의 발견과 이행은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이창언, 2013). 목표로서의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수단으로서의 거버넌스(협치)는 지금도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과 달리 진정한 의미의 조정, 합의, 책임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민주적 로컬 거버넌스 유형에 근접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지자체가 여전히 낮은 차원의 민관협력체제 수준에 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버넌스 기구가 설치된 도시조차도 평가체계가 미흡하여 시·공간적으로 축적된 경험이 전파되는 데 한계를 보인다. 여기에는 과거 권위주의적 통치체제와 성장 중심 정책을 둘러싼 ‘비판과 옹호’, 중앙정계(지역 정계)의 파벌 존재, ‘모 아니면 도, 동지 아니면 적’과 같은 진영 논리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거버넌스 실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공공과 민간부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서로 상이한 활동 목표와 조직 작동 논리에서 벗어나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공동실천을 끌어내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다양한 행위자 상호 간의 권력 불평등성과 거버넌스 맥락을 둘러싼 체제적 불평등성에 대하여 검토하는 것은 거버넌스의 민주적 재구축을 위해 중요한 시사점이 될 수 있다. 그것은 거버넌스 전략이 갖는 행위자, 제도 그리고 체제적 수준에서 총체적인 이해와 비판적 접근이 바로 당면한 이해관계 대립의 본질을 인정하고 당면한 공통의 위기에 대한 대응과 해결 능력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컬거버넌스와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평가한 연구들은 거버넌스의 주요 장애와 제약요인으로 ‘재원, 지역사회의 합의 부족, 중앙수준의 지원 부족과 정치적 압력, 전문가와 정보의 부족, 거버넌스의 권한과 책임·지속성 확보와 기타 외부 조건들을 거론하고 있다.(이창언,2013; 이창언·오수길·유문종·신윤관,2014; 경주대 SDGs·ESG연구센터 심포지엄 2021)’ 따라서 경주시 거버넌스의 활성화를 위한 주된 초점은 기회와 장애요소를 확인하고 경주의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경주시 거버넌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지자체 리더들(시장, 국장-과장-팀장/ 기관장)의 거버넌스 전략, 경주시 시민사회의 이니셔티브, 경주시 다부문적 네트워크 간 협력과 제도화(조례)를 점검하고 이를 결합하여 새로운 비전을 구축하는 것이다. 새로운 비전은 유엔이 만장일치로 합의한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와 K-SDGs(대한민국 SDGs)를 경주형 거버넌스의 모형 구축과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전략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국내(당진시, 수원시, 전주시, 광주시 등) SDGs 거버넌스 사례들에 대한 엄밀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경주시 만들기’는 지자체가 ‘거버넌스 행정’이라는 전략적 목적을 명확히 세우고 다양한 지구-국가-지역 차원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지속가능성 관리 체계, 통합적 관리 틀의 확립이 중요하다. 동시에 공공 참여문화와 다층적 거버넌스 시스템의 기초를 구축하는 것이 지방지속가능성 추진과정의 핵심적 과제이다. 경주시 거버넌스 강화를 위해서는 파트너십을 저해하는 장벽을 점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파트너링(partnering)은 다른 섹터에 대한 포용력과 사회적 합의 능력이 중요하므로 효율성의 논리보다는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거버넌스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거버넌스는 지속적 협동과 공감,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므로 영역적이고 정파적인 파트너링이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심지어 비판-반대자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이고 개방적인 관계 맺기를 시도해야 한다.
나에게 경주는 고향이자 정신적 지주인 도시다. 로마를 능가하는 수 천 년의 긴 역사를 가진 아주 특별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경주는 그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핫하게 성장하고 있는 지방의 중소도시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출향인이 나오는 TV프로로 인해 황리단길의 특수성이 부각되고 코로나로 인해 반짝 특수를 누리는 관광도시, 사방팔방으로 도시개발을 하다가 만, 소멸되는 도시 같은 느낌에 늘 마음 한쪽이 무겁다. 한쪽 거리는 외국인의 거리가 된 듯 내왕이 안 되어 낯설다. 경주에는 아흔 넘으신 아버지와 여든 후반의 어머니가 계셔서 매달 2~3번씩 경주를 찾고 있다. 경주는 필자가 20세까지 자라며 시간을 보냈고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냈다. 현재 50대 중반이니 30여 년을 수도권에서 살고 있다. 도시공학을 전공한 출향인의 관점에서 보여지는 경주의 모습은 다분히 안쓰럽다. 필자가 경주에서 교육받은 내용은 신라의 후예, 화랑의 정신, 삼국통일, 유적지 많은 관광도시에 대한 자부심이다. 그 자부심은 고향 떠난 지금도 내 정신세계와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공부건 일이건 주도권을 행사하고 협상을 하며 비즈니스도 그렇게 해왔다. 필자는 고등학교까지 경주에서 학업을 마치고 대학은 대구에서 보냈고 대학원과 직장생활은 서울에서 하고 있다. 우리나라 포털지도나 네비게이션에 쓰이는 주소정보는 모두 필자 회사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통해 만들어지고 관리되고 있다. 대한민국을 바꾼 정보시스템을 경주 출향인이 만들고 발전시켜왔다. 그만큼 경주출향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했다. 대기업과의 싸움, 내부의 배신, 기업회생과 극복 등 기업인들이 흔하게 겪는 기업 스토리지만 경주정신을 가진 기업인이라 가능했다고 감히 자부한다. 경주 출신의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필자의 멘토 중 한 분이 경주사람들은 개개인은 매우 훌륭하나 함께 하는 것을 잘 못하는 것 같고 필자도 마찬가지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젊을 때 나는 동의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출향인으로서 바라보는 경주의 보완해야 할 요소를 몇가지 적어 본다. 첫째. 문화적 다양성이다. 신라의 모습은 아랍인 처용에 대한 이야기와 로마와 교류를 했던 찬란한 유적이 나오지만 현재 경주의 모습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원만히 교류하지 못하는 것 같다. 백인들에게는 관대하지만 유색인종이나 동남아계열 노동자들에게는 지역민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지역 내부도 마찬가지다. 특정 학교 출신만 도드라져 보이는 모습이다. 필자는 특정 학교를 나와서 의식하지 못했지만 나이 들면서 그 불편함이 함께 만드는 공동체를 만들지 못하는 것 같다. 신라인의 정신은 포용과 협력인데 처음 이야기 한 부분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둘째. 지역의 중심성과 확장성이다. 물리적인 부분으로는 도심에 있던 경주역의 이전으로 인해 구도심의 쇠락은 가속화할 것이 뻔해졌다. 도심의 큰 교통축이 외곽으로 이전해 지역민의 삶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수원 본사가 외곽에 홀로 존재해 유치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이 지역사회와 동화되지도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지도 못했다. 경주포항공항으로 이름을 바꾼 만큼 하늘길과 바닷길을 통해 확장성을 키워야 한다. 셋째. 방폐장이다. 방폐장 유치를 통해 한수원을 유치했지만 애초에 약속했던 저준위방사선폐기물뿐만 아니라 고준위 폐기물도 밀려 들어오고 있다. 활성단층으로 최근 지진을 경험한 경주는 후손들에게 큰 어려움을 줄지도 모른다. 이 방폐장에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넷째. 지역대학이다. 3개의 4년제 대학이 있지만 모두 사립이어서 비싼 학비를 대면서 경주까지 오지 않는다. 그나마 한 대학은 재정자립도가 낮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만들고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도시 전체가 나서야 한다. 지역의 대학을 국립으로 전환하거나 공공의대 같은 국립특화대학을 유치하면 좋을 것 같다. 다섯째. 쇠락하고 소멸하는 도시에 사는 노인과 아이들에 대한 인식이다. 노인에 대한 존경과 아이들에 대한 배려는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큰 소명이다. 이들이 우리의 현재이자 과거이고 미래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현재 대통령선거로 온 세상이 들 떠 있다. 2달 뒤에는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을 선출한다. 2022년, 오미크론 변종 코로나로 시작해서 혼란하다. 대통령선거와 지방 선거를 통해 어떤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출향인은 고향이 발전하기 바란다. 경주시민이 지성의 힘을 발휘해 국가와 지역을 위해 더 헌신하고 봉사할 동량을 뽑기 바란다. 그들이 우리 경주를 특색있고 살만한 도시로 만들어주면 더 고맙겠다.
법정스님의 ‘산방한담’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산에서 듣는 바람 소리는 귓전만을 스치는 것이 아니다. 저 뼈 속에 묻은 먼지까지도, 핏줄에 섞인 티끌까지도 맑게 씻어 주는 것 같다. 산바람 소리는 갓 비질을 하고난 뜰처럼 우리들 마음 속을 차분하고 정결하게 가라앉혀 준다. 인간의 도시에서 묻은 온갖 오염을 씻어준다” 가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산을 찾는다. 특히 이곳 무장봉에 들어서면 늘 법정스님의 이 글이 생각난다. 무장사지는 위와 아래로 단을 이루고 있는데 윗단에는 사적비가 있고 그 아래는 미타전 터로 알려져 있다. 아래 단의 끝자락에 삼층석탑이 있다. 현재 이곳에는 미타상을 조성한 인연을 적은 무장사아미타불조상사적비의 이수 및 귀부와 숲 사이에 있는 삼층석탑이 이곳이 옛 절터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현재 보물로 지정된 아미타조상사적비는 비신은 없어지고 다만 비를 받혔던 쌍귀부와 비신 위에 올렸던 이수만이 남아 있었다. 경주 지역에 있는 비신의 귀부는 태종무열왕릉을 비롯하여 13기가 전해지고 있다. 사지에는 6기가 있는데, 그중 이곳 무장사지를 비롯하여 숭복사지, 창림사지, 포항 신광면의 법광사지에는 쌍귀부가 있다. 귀두(龜頭)는 절단되어 없어졌으며, 귀부 비좌 위쪽 4면에는 전면과 후면에 각각 4구, 좌우 측면에 2구씩 12지신상이 조각되어 있다. 이러한 형식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이다. 또 지금까지 사찰이나 왕릉에서 귀부의 방향이 남향이나 여기서는 서향이고, 자상(子像)의 경우 북쪽을 향해야 하는데 동향을 하고 있다. 따라서 귀부의 방향을 남향으로 바로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비좌의 귀두는 모두 파손되어 유실되었는데 2008년 비신 복원을 위한 조사를 시행하던 중 서쪽으로 약 30m 떨어진 계곡에서 파손이 심한 왼쪽 두상을 발견하여 이를 복원하였다. 학계에서는 이 귀두는 용머리로 변모해 가는 과정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비신 위에 얹혀진 이수는 6마리의 용이 구름 속에서 용틀임을 하면서 앞발로 여의주를 움켜잡고 있는 모습이다. 행방이 묘연했던 이 비가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은 조선 정조 때의 대학자인 이계 홍양호(1724-1802년)에 의해서이다. 그가 경주 부윤을 지낼 때였다. 마을 사람이 맷돌로 콩을 갈고 있는데 유심히 살펴보니 그 맷돌은 평범한 돌이 아닌 비석의 파편이었다. 이미 마멸이 심해 알아보기 어려웠으나 이전에 비문 전부를 탁본한 사람이 있어 무장사지 비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비에 새겨진 글씨는 김생 글씨라고도 하고 왕희지 글의 집자라고도 하는데, 일찍이 금석학자이기도 한 추사도 빼어난 글씨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그가 1817년 직접 이곳을 찾았을 때 비편을 새로 발견하고 사찰 뒤로 옮겼다고 한 내용이 있어 19세기 초반 이후에 폐사되었음을 알 수 있다. 1915년 비편 가운데 세 조각이 발견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현재 확인 가능한 일부 글자를 새겨 비신을 보완하였으나 이수 및 귀부와는 석재의 차이가 두드러져 어색하다. 절터 아랫단 끝자락에는 역시 보물로 지정된 무장사지 삼층석탑이 있다. 이중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린 탑으로 적정한 비례와 균형이 잘 잡힌 당당한 모습으로 통일기 전형적인 신라 석탑이다. 아래층 기단 사면으로는 모서리기둥[우주(隅柱)]과 버팀기둥[탱주(撑柱)] 2주를 새기고 그 위 1층 몸돌에는 각 면마다 안상을 2개씩 조각하였다. 이처럼 기단에 안상을 새긴 예로는 현재 국립경주박물관 입구 왼쪽 높은 곳으로 옮긴 남산 승소곡 삼층석탑에서도 볼 수 있다. 각 층의 탑신석과 옥개석은 각각 1매씩 모두 6매로 구성되어 있다. 1층 몸돌 중앙에는 큼직한 네모 모양의 사리공이 있다. 지붕돌 아래로는 층급받침이 5단이고 처마선은 직선을 이루다가 양 끝에 살짝 들려있다. 각층 옥개석 위에는 각형의 2단 탑신 받침이 있다. 옥개석의 네 모서리에는 풍령(風鈴) 등 장식을 달았던 작은 구멍이 각 변마다 2개씩 뚫려있다. 무너진 채로 방치되어 있던 이 탑의 잃어버린 석재를 보충하여 1963년 복원하고 다시 1996년 전면 해체 보수하였다. 상륜부의 노반과 복발은 새로운 석재로 보완하였다. 이 탑은 9세기 이후에 건립된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배우 오영수가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 드라마〈오징어 게임〉으로 수상했으니 벌써 작년 일이다. 상 이름이 우리말로 황금 장갑이니까 복싱이나 야구 협회 정도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명백한 오해다. 1944년부터니까 올해로 79회째 접어드는 골든글로브(Golden Gloves)는 미국을 대표하는 3대 시상식 중 하나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 회원(현재 87명)이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 부문으로 나눠 선정하는,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그는 한국인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것이다. 기분이 어떤지 기자가 물었다. “전화통에 불이 나 정신이 없다. 지금 그로기 상태다” 여기까지는 익히 예상한 대로다. 겸손이 미덕인 우리 문화권에서 기대되는 모범 답안이다. 그러면서 “차라리 전화를 안 받고 가만히 있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어? 이런 반응은 좀 예상치 못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오징어 게임> 이후 내 이름이 여기저기 보일 때는 들떠서 중심이 흩어질까 봐 걱정을 했다” 이제 이해가 간다. 그의 말에 엄살이 아닌 진심이 느껴진다. 명성(fame)을 오히려 ‘들뜸’으로 정의하다니, 내가 아는 그 단어 맞나 싶어 사전을 찾아봤다. ‘정신 의학에서 비정상적이거나 보통이 아닌 흥분된 상태’라고 정의했다. 들뜸이란 단어로 그가 환기하고 싶었던 것은 이어서 언급한 ‘중심’일 테다. 그는 공중에 붕~ 떠있는 것보다 땅에 발을 단단히 디디고 서있는 걸 원했다. 노배우는 실제 행동으로 보여줬다.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그는 대학로 연극판으로 돌아왔다. 지난 12월 개막한 라스트 세션(Last Session)에서 그는 프로이트 박사를 연기 중이다. “니들이 게 맛을 알아?”로 유명한 원로 배우 신구와 더블 캐스팅으로. 영국이 독일에 전면전을 선포한 세계 2차 대전이 막 시작한 즈음, 심리학자이며 위대한 지성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와 영문학자이며 소설가인 C.S. 루이스가 신(神)의 존재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내용이다. 그럼 왜 하필 프로이트 역할일까? 스님 전문(?) 배우로 알려져 있지만 무신론자라고 밝힌 그는 극 중 프로이트처럼 신(神)을 부정했다. 인간의 외부지향적 본능이 가닿을 수 있는 그 정점인 신(神)을 부정하는 것도 그만큼 인간 중심에 집중하려는 그의 인터뷰와 맥을 같이한다면 과한 해석일까. 그는 인터뷰에서 “평심을 되찾아 본래 내가 지향하던 내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고백했다. 그 속에 배우의 단단한 중심이 만져진다. “첫 공연은 힘들었지만 이 연극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는 말은 그가 발 디디고 있는 데가 그의 마음 한가운데임을 짐작할 수 있다. 명성과 들뜸의 그 비실체성을 잘 알고 있는 눈치며 거기서 파생된 편안함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듯 그는 “앞으로도 연극을 중심으로 영화나 방송도 할 계획이다”고 했다. 문득 외연(外延)의 확대란 중심자리를 놓치지 않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사실을 그의 삶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무대 위에서나 아래에서나 한결같은 거인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가장 어려운 게 바로 이 ‘중심잡기’ 아닐까 싶다. 요즘처럼 혁신이다 새로움이다 죄다 외연 확장에 골몰하는 사이 노배우는 중심을 더욱 두텁게 채우고 있으니 말이다. 70대(代)가 되어서야 찾아온 행운을 쫓아가지 않고 지금껏 해온 것을 정성껏 지켜나가는 모습에서 대가(大家)의 풍모를 느낄 수 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세계 속의 내가 아니라 나 속의 세계”라고 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불교에서는 주인공(主人公)이라는 용어를 빌어 강조했다. 과연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공일까? 와이셔츠에 커피 좀 쏟았다고 나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지나가는 예쁜 여인 힐끔거리느라 내 고민거리를 잊은 지 오래다. 나를 내 삶의 주변인으로 만드는 것만큼 단호하고 무서운 운명은 없다. 배우 오영수는 자기 삶에 주인공으로 되돌아왔다. 아니 늘 그랬던 것처럼 그는 그 자신을 지켜온 것이다. 그에게 황금으로 된 장갑은 그래서 전혀 새롭지 않다.
슬픔의 자전 신철규 지구 속은 눈몰로 가득 차 있다 타워팰리스 근처 빈민촌에 사는 아이들의 인터뷰 반에서 유일하게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아이는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타워팰리스 근처를 둘러싸고 있는 낮은 무허간 건물들 초대받지 못한 자들의 식탁 그녀는 사과를 매만지며 오래된 추방을 떠올린다 그녀는 조심조심 사과를 깎는다 자전의 기울기만큼 사과를 기울인다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속살을 파고드는 칼날 아이는 텅 빈 접시에 먹고 싶은 음식의 이름을 손가락에 물을 묻혀 하나씩 적는다 사과를 한 바퀴 돌릴 때마다 끊어질 듯 말 듯 떨리는 사과 껍질 그녀의 눈동자는 우물처럼 검고 맑고 깊다 혀 끝에 눈물이 매달려 있다 그녀 속에서 얼마나 오래 굴렀기에 저렇게 둥글게 툭툭, 사과 속살은 누렇게 변해가고 식탁의 모서리에 앉아 우리는 서로의 입속에 사과 조각을 넣어준다 한입 베어 물자 입안에 짠맛이 돈다 처음 자전을 시작한 행성처럼 우리는 먹먹했다 -정념의 공감능력에서 보이는 “그들”과 “우리”의 차이 젊은 부부는 흔히 어린 자녀에게 “엄마 아빠를 얼마만큼 사랑해?” 이렇게 묻곤 한다. 그러면 이제 겨우 말을 더듬는 어린것이 양팔을 펼치면서 “하늘만큼 땅만큼” 이렇게 외친다. 이 때 입에 걸리는 부모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런데 이 시에서 “타워팰리스 근처 빈민촌에 사는 아이”가 “반에서 유일하게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하고 “지구만큼 슬펐다고” 답하는 인터뷰가 나온다. 그 말을 들은 시인은 얼른 “지구 속은 눈물로 가득차 있다”라는 진술로 화답한다. “사과를 매만지며 오래된 추방을 떠올”리는, “조심조심 사과를 깎는” 아이의 어머니, “텅 빈 접시에 먹고 싶은 음식의 이름을 손가락에 물을 묻혀 하나씩 적는” 아이. ‘그녀’ 마음의 상처는 “속살을 파고드는 칼날”처럼 찔린다. 그래도 “우물처럼 검고 맑고 깊”은 평정을 유지하는 그녀의 얼굴, 그러나 이도 오래 가지 못한다. 발설하지 않은 슬픔은 그녀 눈동자 속에서 오래 구르다, “혀끝에” 매달려 있다”, “둥글게 툭툭,” 떨어진다. 시인은 그들이 “식탁의 모서리에 앉아 서로의 입속에/사과 조각을 넣어”주는 것을 본다. 그런데 시인은 이를 “그들은”이란 말 대신에 우리는”이라 쓴다. 전까지 “그녀는”, “아이는”이라는 말을 사용하다가, 7연, 8연에서 시인은 왜 “그들은” 대신 “우리는”이라는 주체를 사용할까? 두 연에서 사용되는 “우리는”의 차이는 없을까? 자세히 보면 서로의 입 속에 사과를 넣어주는 모녀(혹은 모자)를 “우리”라고 쓸 때 시인은 심리적으로 이미 그들을 한 식구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하나는 아니다. 그러나 마지막 연 “처음 자전을 시작한 행성처럼 우리는 먹먹했다”에 이르면 시적 화자와 그들은 이미 같은 시공간에서 꿈틀거리며 움직인다. 더 정확히 말하자. 그들과 함께 공전하기 시작한다. 시인은 고통받는 타인의 몸을 자신과 겹쳐놓는다. 미디어가 보여준 고통인데도 이를 내면 삶의 공간으로 끌어들인 시인의 공감능력이 보통이 아니다.
우리나라 액션영화, 그 중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만든 영화 중 가장 인기를 끈 영화가 무엇일까? 단언하건데 무술고수를 찾아 전세계를 돌며 무도의 강함과 인격의 완성을 추구한 끝에 마침내 세계 무도의 전설이 된 극진 가라데의 그랜드 마스터 최배달, 최영의를 주인공으로 한 ‘바람의 파이터(2004)’일 것이다. ‘바람의 파이터’는 만화가 방학기 선생의 만화로 1970년대부터 꾸준히 인기를 얻어 동명의 소설까지 나왔고 2004년 양휸호 감독의 연출로 양동근이 주연을 맡아 마침내 영화로 만들어졌다. 당시 엄청난 이슈가 되었음에도 150만 내외의 관객을 기록하며 흥행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최배달을 흠모하는 무도가나 무도지망생들에게는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로 손꼽혔다. 동천동에서 ‘동천포차’를 운영하며 왕성한 SNS활동을 하고 있는 김석진 사장에게 ‘바람의 파이터’는 누구보다 각별하다. 그 자신 태극권을 오랜 기간 수련해 ‘전수자’의 단계까지 올랐고 검도 역시 공인 3단인 범상치 않은 무도가이기 때문이다. “바람의 파이터가 인생 영화인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주인공인 양동근 씨가 저와 동갑내기고 마침 그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 제가 군에서 제대하고 경주대학교에 복학해 검도 동아리와 태극권 동아리에서 회장을 맡고 있었고 전체 동아리 연합회 회장을 맡기도 했을 때였지요” 대학생으로 무도를 추구하던 김석진 사장은 당시에는 70kg안팎의 날렵한 몸매를 가지고 있으면서 최배달처럼 훨훨 날았다고 회상한다. “또 하나 잊지 못할 사건이 있습니다. 당시 태권도공원 건설이 예정되어 전국적인 유치 열풍이 불었는데 그때 경주도 선두권에서 유치 경쟁을 벌였습니다. 당시 경주대학에서 무도를 이끌던 저로서는 이 일을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없었습니다” 치열한 유치경쟁에 경주대학교 동아리 연합회 회장이자 경주 학생 무도인의 입장에서 많은 유치행사에 참여하며 태권도 공원유치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태권도 공원은 타당성이나 유치 효과보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치적 명분으로 인해 무주로 결정되어 무척 서운한 기억이 남아 있다. 당시 석굴암 금강역사까지 인용하며 경주가 우리나라 전통 무술의 원류이자 태권도의 성지라고 주장했던 일들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런 김석진 사장에게 바람의 파이터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기억 속에 살아 있지만 그 중에서 몇몇 장면은 특별히 뇌리에 깊숙이 새겨져 잊혀지지 않는다. “영화에서 최배달이 기요즈미 산에 입산해 눈썹을 밀고 혹독한 수련을 하며 일본의 전설적인 검술명인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를 읽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때 저도 입산하여 수련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느꼈습니다” 특히 김석진 사장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무사시노 벌판의 결투도 인상 깊게 남아 있다고 술회한다. 영화에서 전일본의 검도회장 ‘카토’ 역에 실제로 검도사범 자격증이 있는 카토 마사야가 열연했는데 그 덕분에 발도 순간의 모습이나 세부적인 검도 연출이 매우 실감나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바람의 파이터를 소개하면서 김석진 사장은 물 만난 고기처럼 최배달에 대한 이야기를 그치지 않는다. 그가 한국으로 건너와 박정희 대통령의 후원으로 우리나라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 공헌한 이야기, 세계를 돌며 무도가와 싸운 끝에 세계 무도계로부터 ‘그랜드 마스터라’는 호칭을 얻은 것까지 쉴 새 없이 소감을 들려준다. 김석진 사장은 우람한 체격과 우락부락한 모습과 달리 매우 유순하고 정의로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안강에서 태권도 도장을 하다 겸업으로 밀키트를 운영하는 친구 이희경 관장과 경주 가수로 유명한 김경진 씨와 함께 ‘뚱 트리오’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며 경주의 맛집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운영하는 동천포차는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동천동 유명 맛집으로 성가를 올리고 있다. 바람의 파이터 최배달은 세계 무도계를 주름잡았지만 경주 신바람의 파이터 김석진 사장은 경주 젊은이들의 입맛을 주름잡고 있다.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이 크지 않아 보인다.
달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휘영청 둥근 달을 보면 마음이 맑아지며 그리움이 열리고 상상력이 커진다. 달 보고 시를 쓰고 소원 빌고 기도한다. 이런 시대가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 실생활에 존재했다. <사진> 달 보고 기도하는 대표적인 날이 보름달이 뜨면 정월 대보름이다. 개인적으로 오곡밥을 먹으며 건강을 기원했고 ‘부름’을 통해 무사안녕을 빌었다. 달이 가지는 의미를 공공의 가치로 치환해 동네마다 달집 태우기나 지신밟기 등의 달맞이 행사를 즐겼다. 달을 향한 상상력도 많은 이야기로 발전했다. 옥토끼가 살고 있으며 달에는 ‘월궁’이라는 아름다움 대궐이 있고 거기에 항아가 살고 있어 그 아름다움이 사람 세상은 물론 천상에서조차 따를 사람이 없다고 여겨졌다. 환한 달의 아름다움이 항아를 만든 것이다. 서양에서도 똑 같이 달에 신성을 부여해 세레네를 달의 여신으로 추앙했다.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달의 신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그런 달이 과학의 발달과 함께 점점 위상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천문학의 발달은 달이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 아닌 태양의 반사판 역할로 빛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1969년 이후에는 더 이상 숭배의 대상이 아닌 단순한 과학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달나라에 사는 옥토끼는 달표면에 나타난 거대한 분화구 속 어딘가에 숨어 영영 나오지 못하는 전설이 됐다. 그래도 달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다. 비록 과학으로는 달을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달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노래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그들의 마음은 과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맑은 감성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심성이 있지 않을까? 늘 경주의 자연 속에서 자애롭게 경주를 산책하는 권원수 씨의 페이스북에 보름달이 잡혔다. 달보고 기도하는 권원수 씨, 인연 맺은 모든 사람의 건강과 소원성취를 함께 빌었다. 보름달처럼 넉넉한 기원이고 달 만큼이나 밝은 기도다. 항아님이나 세레네가 들으면 반드시 이루어주실 소원 아닐까?
-런던에서 ‘에딘버라’로 나르다. 런던공항에서 비행기로 1시간 20여분 후, 스코트랜드 동남부에 있는 에딘버라 공항에 도착하니 밤 10시경, 자정쯤에야 예약해둔 숙소에 이르렀습니다. 런던보다 북쪽에 위치한 탓인지 여름인데도 6월의 밤은 추웠습니다. -스코트랜드의 랜드 마크 ‘에딘버라성’에 오르다. 이튿날 아침 일찍, 우리는 바위 산위에 있는 에딘버라 성으로 올라갔습니다. 요새(要塞)처럼 가파른 성벽이 삼면을 둘러싸고 있는, 철통같이 견고한 난공불락의 성으로 보입니다. 다가오는 축제준비공사로 성 입구 광장이 다소 어수선해요. 이 성을 이곳 사람들은 ‘저항의 요새’라고 부릅니다. 스코트랜드 왕가가 여기서 잉글랜드와 맞서 싸우던 마지막 항전 터였기 때문이죠. 그들은 스코트랜드 자존심의 결정체라 여기며 명예롭게 받들고 자랑합니다. 관람료는 성인 16파운드. 성안에는 궁전, 군사시설, 박물관, 시장, 기념품 가게 등으로 사람들이 오래 거주할 수 있도록 조성된 독립된 한 마을처럼 보입니다. 전쟁박물관에는 총, 투구, 대포 등이 진열되어 있고, 전망대에 오르니 눈 아래 스코트랜드 특유의 오렌지 색 중세 가옥들의 도시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왕족만이 다녔던 ‘로얄마일’ 거리 구경 에딘버라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모이는 거리입니다. 이 시가지를 동서로 연결하는 중앙도로이죠. 16세기엔 왕족들만이 왕래하던 특별구역으로 길이가 1마일정도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요. 이 거리에는 경제학자인 아담스미스 동상, 유명시인 로버트 동상 등이 있으며, 이곳 특산품인 위스키, 남성용 스커트, 기타 스코틀랜드 전통 의류 등이 진열된 기념품 가게들이 많이 보입니다. 거리곳곳에는 비눗방울이 뭉글뭉글 날리며, 거리 마법사들이 재미있는 마술을 하고, 치마처럼 생긴 옷을 입은 아저씨들이 백파이프를 불며 행진하는 모습이, 스코틀랜드 고유의 전통 풍경으로 정겹게 보입니다. 마치 마법의 도시에 온 것 같습니다. -북해를 향(向)해 있는 ‘칼튼’언덕위의 기념탑들 로얄마일 거리를 지나 넓은 잔디 언덕인 ‘칼튼 힐’에 올랐어요. 북해가 멀리 보이는 넓은 잔디 벌판인데, 아테네 신전처럼 보이는 건축물들이 서너 개 서있을 뿐 주변이 휑합니다. 이곳을 사람들은 ‘북쪽의 아테네’로 부른다고 합니다. 나폴레옹전쟁 때 전사한 장병들의 추모탑이 아직 미완성으로 남아있고, 이곳 유명한 어느 철학자의 탑이 있는가 하면, 1815년 건립한 넬손 제독의 추념 탑도 북해를 향해 서있습니다. 이곳 칼튼 힐은 북해를 바라보며 잔디밭에 누워 여정의 피곤을 달래는 곳이래요. 그래서인지 스코트랜드의 여행 맛을 간직해가는 힐링코스로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북해를 쳐다보고 있으니, 손자 둘은 확 트인 공간에서 재미있게 뛰어 놀지만, 한국에서 참 멀리 왔다싶어지며 집이 그리워집니다. -충직한 강아지 ‘보비동상’ 이야기 로열마일 거리를 걷다가 가까운 곳에 충견 강아지 동상이 있다고 해 찾아갔어요. 두 살 정도 되는 개가 그의 주인인 ‘그레이’목사와 함께 이곳을 여행하다, 갑자기 주인이 객사하여 근처 그레이 ‘프라이어공동묘지’에 묻히게 됩니다. 개는 이곳을 떠나지 않았고, 무려 14년간이나 주인무덤을 지키며 살았다고 해요. 사람들은 이 개의 충복에 감탄하여 개를 돌봐줬고, 개가 죽고 나서는 시민권까지 부여하며, 주인 무덤 옆에다 묻어주고 동상까지 세우며 주인 무덤과 함께 잘 보살펴주고 있습니다. 동상에는 ‘Greyfriars bobby’라고 쓰여 있으며 코가 유난히 반질반질 거립니다. 이 개의 코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 leejongi2@naver.com
경주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이고,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세계적인 문화재는 기다림과 속 깊은 투자에 의해 지켜지는 것이다. 경주개 동경이는 지키는 사람에 의해 미래의 문화자산이 될 수 있으며, 세계적인 자리매김으로 값어치는 달라질 것이다. 경주개 동경이는 국가지정 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40호이며, 21세기 경주의 자산이다. 천연기념물은 학술적가치가 있고, 역사성과 희귀성을 가지고 있으며,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등을 말한다. 축양동물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종은 연산 오골계, 제주마, 제주흑우, 제주흑돼지, 진도개, 경주개 동경이, 삽살개 등이다. 진도개는 일제 강점기인 1938년에 조선총독부에 의해 천연기념물 제53호로, 경산의 삽살개는 1993년에 경북대학교 하지홍 교수에 의해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경주개 동경이는 2012년 서라벌대학 최석규 교수 연구팀(성기창, 이은우, 박순태)에 의해 축양동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오늘날까지 구전으로 전해온 토종개는 오수개, 제주개, 불개, 거제개, 해남개 등이며, 오래 전부터 종 보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개체복원을 위해 노력했지만, 연구 자료 부족과 추진 의지 부족으로 제주개를 제외하고는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옛이야기 속의 동물이 되어 버렸다. 경주개 동경이는 경주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연구자들의 노력에 의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시민들의 곁을 지키는 문화재가 되었다. 토종개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에 기록된 개는 벽사(辟邪:사귀(邪鬼)와 액(厄)을 막는 용도)의 의미로 길흉사를 미리 알려주는 존재로써 오랫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한 역사성의 스토리가 있는 동물이다. 개는 보는 자의 관점에 따라 여러 형태로 표현되고 대접을 받아왔다. 문화재가 된 경주개 동경이는 부서 담당자에 따라 문화재로, 또는 경제성 축양동물로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경주개 동경이는 국가문화재이며, 토종생물자원이며, 민족의 수많은 스토리텔링의 자원이 함께 하는 살아있는 신라 유산이다. 선진 문화국가일수록 함께 하는 스토리텔링 자원이 풍부하다. 이미 도래한 미래세대의 메타버스(Metaverse) 시대는 문화적 자원이 바탕이 되어야 세계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팬데믹(Pandemic) 시대를 거치면서 검증되었다. 21세기 자원인 경주개 동경이를 문화자원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경주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이고,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경주개 동경이는 살아 움직이는 자산으로 21세기의 경주만의 것이다. 세계적인 문화재는 기다림과 속 깊은 투자에 의해 지켜지고, 또 다양한 방면의 활용 가치를 찾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경주개 동경이는 지키는 사람에 의해 미래의 문화자산이 될 수 있으며, 세계적인 자리매김으로 값어치가 달라질 것이다. 21세기 세상은 개가 가정 깊숙이 들어와 반려동물이 되어 함께하는 가족구성원이 되었다. 경주개 동경이도 경주시민의 가슴 속에서 경주의 반려견으로 이어지길 간절하게 바란다.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