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기독교연합회, 경주제일교회, 경주시기독문화협회, 경주예총 등 단체들이 ‘경주 3·1독립운동 기념조형물’ 건립을 경주시에 제안한 것은 의미 있으며 후손으로서 마땅히 추진해야 할 일이라 여겨진다. 경주에서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때는 1919년 3월 15일로 기록되어 있으며 노동리 봉황대였다. 기록에는 거사를 위해 3월 11일, 12일 밤 노동리 교회당(현 경주제일교회)에서 두 차례 비밀모임 끝에 13일 경주읍 큰 장날 거사를 계획했으나 주동 인물이 일본경찰에 체포되면서 실패로 돌아가 15일 만세운동을 일으켰다. 일제강점기 나라를 되찾기 위해 기꺼이 나선 경주지역 독립운동가도 다수다. 국가보훈처에 등재된 경주지역 독립유공자는 1907년 봉기한 정미 의병 7명, 3·1운동 10명, 국내항일·문화운동·학생운동·계몽운동 22명, 임시정부·광복군·중국방면 9명 모두 53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경주에서 독립운동가에 대한 발굴 및 체계적인 자료수집과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조사하면 경주지역에도 더 많은 독립운동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우리 민족사에 있어 가장 암울했던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나라를 구하기 위해 희생했던 독립운동가에 대해서는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본다. 지난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경주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가 ‘경주 항일 정신과 독립운동가’를 주제로 의미 있는 학술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학술대회에 참석했던 주낙영 시장은 “경주는 그동안도 신라역사에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해왔기에 상대적으로 근대 역사를 소홀히 다뤘던 것에 통감한다. 앞으로 근대사 또한 깊이 연구하고 선양해 드러나지 않은 독립운동사를 밝히는데 노력하겠다”며 경주지역 독립운동사에 많은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따라서 경주시는 이번에 제안한 ‘3·1독립운동 기념조형물 건립’을 적극 추진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경주지역에 산재한 근대사를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해 역사를 관리하는 근대유물관 건립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길 기대한다.
신라 왕경의 사찰과 정원의 가치를 고찰하고 체계적인 복원·정비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학술행사가 경주에서 열렸다. 경주시는 문화재청, 경상북도,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과 함께 지난 14일, 15일 라한셀렉트 경주에서 ‘신라왕경의 사찰과 정원-분황사지·구황동 원지’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분황사는 선덕여왕 3년 창건돼 자장스님과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유서 깊은 사찰로 신라 최초의 ‘품(品)’자형 1탑3금당식(一塔三金堂式) 사찰 건물 배치로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구황동 원지 유적일원은 2개의 인공섬과 입수로, 배수로, 건물지 등이 확인된 신라시대 정원터다. 경주시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신라왕경의 사찰과 정원을 대표하는 분황사와 구황동 원지 유적 일원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고찰하고 유적의 구조와 성격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먼저 첫날인 14일에는 고려대 최광식 교수의 ‘신라왕경의 사찰과 원지 유적의 역사적 의미’라는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경주 신라왕경 핵심유적을 대상으로 한 관광과 활용, 분황사지 가람배치 변천과정 고찰 등의 주제발표가 열렸다. 이어 15일에는 신라 분황사의 역사·문화사적 가치와 의미, 신라 분황사 건축 고증 연구 등의 다양한 주제발표에 이어 경북대 이영호 교수를 좌장으로 동국대 한정호 교수와 중앙승가대 최태선 교수 등이 토론에 나섰다. 경주시와 문화재청, 경상북도,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분황사지와 구황동 원지 유적일원의 체계적인 정비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며, 앞으로도 신라왕경의 복원·정비 성과를 국민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경주국민체육센터가 지난 20일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경주시시설관리공단은 지난 8월 7일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경주국민체육센터 운영을 중단했었다. 공단에 따르면 수용인원은 경주시 방역지침에 따라 정상운영 기준 50%로 하고, 운영종목은 자유수영(동시입장 75명, 백신접종완료자 포함)과 헬스(동시 입장 17명)만 운영한다. 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이용객 대상 출입자 명부 작성, 발열 측정, 마스크 필수 착용 안내, 매일 두 차례 정기적인 방역·소독 등 방역조치를 철저하게 준수해 운영할 계획이다.
경주시가 탄소중립 시대에 발맞춰 친환경차 보급에 나섰다. 시는 미세먼지를 줄이고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21년 수소자동차 보급사업을 시행한다. 이 사업은 수소자동차를 신규 구매하는 시민들에게 구매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총 25대 차량에 지원할 예정이며, 1대당 325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신청기간은 이달 21일부터 12월 20일까지로, 차량 판매처가 대리신청해야 한다. 신청은 온라인(저공해차 구매보조금 지원시스템, http://www.ev.or.kr/ps)을 통해 이뤄진다. 신청자격은 신청일 기준 경주시에 3개월 이상 주소를 둔 개인 및 개인사업자, 신청일 기준 경주시에 사업장을 둔 법인 등으로 개인은 1대, 법인은 2대까지 신청할 수 있다. 12월 20일까지 출고 가능한 차량에 대해 신청 가능하며, 출고·등록 순으로 보조금이 지급된다. 신청 관련 자세한 내용은 경주시청 홈페이지 또는 저공해차 구매보조금 지원시스템 홈페이지를 참고하거나 경주시 환경과(054-779-6383)로 문의하면 된다. 한편 경주시는 충효동에서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수소충전소 설치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충전소가 완공되면 경주지역 첫 번째 수소충전소가 된다.
나의 외가가 있었던 경주시 암곡동 명실리에 지금은 수몰되어 흔적도 없지만 통일신라 전기인 7세기 후반에 창건된 ‘高仙寺’라는 아주 유서 깊고 멋진 가람이 있었다. 출가 및 낭지 스님과 관련된 반고사, 왕명에 의해 주석한 분황사, 판비량론 을 저술한 행명사, 여분오어(汝糞吾漁)의 설화가 서린 오어사, 그리고 삼국유사에 언급된 ‘뱀복이가 말을 않다’(蛇福不言)와 ‘원효가 굴레에 매이지 않다’(元曉不羈) 등 고기가 점철된 고선사는 원효대사의 행적과 관계 깊은 사찰이다. 고선사는 서기988년 중국 송나라 때 ‘찬영’이 지은 <송고승전> 원효편에 기술되어 있는 고찰로 원효대사가 57세부터 70세(686년) 영원한 대야(大夜)에 드실 때까지 계셨고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오래 한곳에 머물렀던 곳이다. 왕의 원찰로 경주 박물관 동쪽 뒷뜰에 고선사지의 서당화상탑비가 꽂혀있던 귀부의 귀갑문을 특수카메라로 확대해보면 임금 王자가 새겨져 있다. 열반지인 혈사(穴寺) 즉 움막절(구멍절,동굴절)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아주 중요하다. 고선사지는 1975년 덕동댐 수몰 직전에 충남대학교 고적조사팀이 발굴했고 그 보고서는 충남대학교에 보관되어 있는데, 통일신라의 전형적 1금당 2탑 형식이 아닌 1금당 1탑 형식의 산지가람 형이다. 옛 고선사지터는 명실리에서 시릿골로 넘어가는 도로가에서 큰거랑 건너 ‘수리웅디’를 지나 논 가운데 위치하고, 절터 뒤쪽은 산비알이 이웃해 있었다. 이 고선사지에는 장대미려한 국보 제 38호 고선사지 삼층석탑과 저 유명한 <고선사서당화상탑비>가 고정되었던 보무늠름한 귀부, 담소유려한 디자인의 금당계단 소맷돌이 있었다. 고선사터 석탑, 귀부, 폐사지 석재, 금당지 소맷돌 등 수많은 석재유구들은 현재 국립경주박물관 동쪽 뒷뜨락에 옮겨져 있다. 탑의 사리공내 보물들은 1940년경 일제에 의해 도굴반출되어 지금 일본 어딘가에 있겠지만 구체적으론 알 길이 없다. 고선사지 귀부비갈 받침돌에는 서기 800년 초 당시 신라 제40대 애장왕의 삼촌이자 정계의 막후 실력자였던 각간 ‘김언승’(훗날 신라 제41대 헌덕왕이 됨)이 원효대사를 대대적으로 기리며 조성한 세기적 기념비인 고선사서당화상탑비(高仙寺誓幢和尙塔碑)가 꽂혀 있었고, 이 탑비 조각이 1915년 일제의 금석문 수집조사에서 우연히 고선사 옛터에서 발견되었는데, 여기에 사서에 없는 진귀한 주옥같은 자료들이 전한다. 8세기 백제 도래인들이 일본 교토에 코잔지(高山寺)를 짓고, 13세기 초[1206년] 가마쿠라 막부시대에 원효대사를 깊이 흠모한 ‘묘에 스님’이 이 코잔지를 크게 개수 중창했는데 절 이름도 내고향 암곡 명실리 <高仙寺> 사명 중에서 중간자 ‘신선 선’에서 ‘사람 인’ 변을 빼 <高山寺>로 하였다. 또한 묘에는 일본인 ‘오오따니’로 하여금 원효대사와 의상조사의 일대기와 행장을 30여 폭의 두루마리 그림으로 남기게 하였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화엄종조사회전’, 일명 화엄연기이다. 1편에 의상대사, 2편에 원효대사의 행장이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여기에 현존하는 가장 오랜 고선대사 원효의 진영이 남아 있다. 원래 원효대사의 진용은 분황사에, 소상은 고선사에 모셔져 있었다. 이를 통해 묘에 스님이 얼마나 고선대사 원효를 흠모하고 존경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이에 일본 ‘고토바 천황’은 묘에 스님이 주석하고 있던 고잔지에 특별히 <高山寺> 칙액을 하사했다. 남의 나라 코잔지에 원효대성사의 진영이 모셔져 있고, 추앙과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정작 내고향 암곡 명실리 덕동댐 물밑 옛 高仙寺 주변에는 추모의 발길은커녕 표지석 하나 없으니 그 언제 그 어느 인연으로 고선사를 복원해 고선대사 해동교주 원효보살의 진영과 소상을 모시고 추모의 제를 다시 올릴까! 한자 한자 자구마다 용처럼 꿈틀대는 <대승기신론소>, <화엄경소>, <금강삼매경론>을 비롯한 주옥같은 명저들을 그 언제 주장자로 치고 일갈하며 강설의 사자후를 토해 볼 꺼나! 일연스님은 원효대사를 크게 기려 삼국유사에 유일하게 고선사가 있었던 내 고향 암곡 한 산골짜기에 대해 <원효불기조>, <사복불언조>, <무장사미타전조> 등 세 편의 고기를 남기셨다. 경주 사람들이 이처럼 위대한 원효대사에 대해 지나치게 무관심한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을 이 글을 통해 써본다.
가을이 깊이 익어가면서 가을걷이가 한창인 계절입니다. 농부들의 가을 일들이 차곡차곡 갈무리 되어가는 요즈음이죠. 지난 주말,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화들짝 놀라 움츠려 있다가 모처럼 탑리 천관사지가 바라보이는 들녘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올해도 폭우와 거센 바람을 잘 견뎌준 곡식이 대견하리만치 가을 황금 들녘은 풍요로웠습니다. 교동과 월정교 맞은편에는 탑동 ‘천원마을’이라 불리는 아담한 동네가 있습니다. 한편, 오릉 맞은편에는 ‘탑리’라는 점잖은 동네도 있지요. 숭덕전(경북문화재자료 254), 오릉(사적 172), 천관사지(사적 제340호) 등 이 마을 전체가 조상이 물려준 문화재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모습입니다. 탑리나 천원마을에서 천관사지가 바라보이는 들녘에선 지난 8일 경부터 벼 수확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올해 첫 벼 베기는 지난달 초 도지동의 한 농가에서 시작됐다고 하니 한 달 여가 지나서죠. 논두렁을 따라 자생한 억새도 은빛 자태로 들녘의 풍성함에 운치를 보태고 있었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가을 장맛비가 지리하게도 내렸습니다. 벼 수확기에 내리는 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직 수확하지 못한 벼에 검은 반점이 생기는 등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오랜 비가 그치고 며칠 가을햇살이 따가웠습니다. 이 마을 농부들도 기다렸다는 듯 바로, 연이어 벼를 베기 시작했다는군요. 그동안 잦은 비로 질퍽한 논바닥 이어서 추수를 미뤘다가 다행히 논바닥이 꾸덕꾸덕해지면서 별 무리없이 콤바인이 지나다니고 있었습니다. 들녘을 종횡무진하는 ‘콤바인(combine)’ 이라는 기계는 농삿일에 혁신을 불러온 일꾼입니다. 콤바인은 농토 위를 주행하면서 벼나 보리, 밀 등을 동시에 탈곡하거나 선별작업을 하는 수확기계를 지칭합니다. 수확한 곡식알은 그대로 탱크에 저장하거나 부대에 넣어서 건조장으로 운반되고요. 금방 콤바인이 지난 자리에는 벼 씨알들이 탈곡통에 채워지고 난 뒤 볏짚들은 머잖아 사료로 쓰일 모양새로 ‘촤르르’ 가지런히 참하게도 누워있습니다. 그런데 기계만이 능사가 아니었습니다. 콤바인이 진입하기 힘든 구간, 즉 논의 가장 모서리 부분은 직접 낫으로 벼를 베어야 콤바인이 진입할 수 있다고 하니까요. 우리가 사는 경주는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이런 가을의 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경주는 농어업 종사자가 많은 도농복합도시의 대표도시기 때문입니다. 이제, 황금색 들녘도 머지않아 황량한 빈 벌판으로 남겨져 다시 봄을 기다릴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들 마음의 빈 공간에도 거둬들인 알곡들로 가득 채워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여강이씨 몽암(蒙庵) 이채(李埰,1616~1684)는 양좌동 안계리(安溪里)에 살면서 꽃을 가꾸고 후학양성을 위해 평생을 살았다. 어려서 종조부 설천(雪川) 이의활(李宜活,1573~1627)에게 수학하였고, 1666년 늦은 나이 50세에 과거에 합격해 진사가 되었다. 갈암(葛庵) 이현일(李玄逸,1627~1704)이 행장을 지었는데, 사람들이 벼슬하라고 권하면 번번이 귀를 막고는 “내가 젊어서 어버이 봉양을 위해 과거에 응시해서 벼슬을 구한 지가 40여년이다. 머리가 허옇게 되도록 고생하면서 뜻을 얻지 못하는 것이 명(命)이 아니겠는가. 어찌 괴롭게 60세 나이에 머리를 숙이고 얼굴을 붉히면서 마음을 어기고 뜻을 거스르는 수치를 거듭 범할 수 있겠는가”라 하였고, 1676년 영릉참봉(寧陵參奉)과 1677년 빙고별검(氷庫別檢)에 등용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다. 경주부윤 민주면(閔周冕,1629~1670) 등과 함께 동경잡기(東京雜記)를 편찬하고, 울산지역을 자주 왕래하며 학문을 전하였다. 회재 선생의 후손인 몽암은 선조의 자취를 더듬고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자옥산의 북쪽에 있는 도덕산에 올랐다. 당주(鐺洲) 박종(朴琮,1735~1793)은 옥산을 찾아 사방을 돌아보고는 앞에 삐죽삐죽 솟은 화개산, 뒤에 우뚝하게 자리한 도덕산 그리고 시내가 그 사이로 흐르고, 시내 앞 정자는 암대(巖臺)와 가지런하고, 소나무와 대나무 짙은 그늘이 드리우고, 물소리가 맑고 시원하게 들렸다고 묘사하였다. 1643년 몽암은 옥산서원 앞 세심대(洗心臺)에서 출발해 두덕암(斗德庵)을 거쳐 정상에 올랐다. 두덕암은 회재가 정혜사에 머물 때 도덕암으로 고쳐 불렀고, 임진왜란 때는 향교 대성전의 위패(位牌)를 임시로 봉안하고, 삼국유사 원본을 보관한 적도 있는 곳으로, 선대의 유업과 지방 유림의 자취가 서린 공간이다. 게다가 도덕산을 두루 유람하고 「유도덕산록(遊道德山錄)」 기록을 통해 험준한 도덕산을 오르내리며 학문의 수련과 고된 등산의 오묘한 이치를 깨닫고, 선조인 회재의 사상과 학문 그리고 학자 자신의 심신을 단련하며 천기(天機)의 방도를 얻었다. 이외에도 낙곡(樂谷) 이질(李耋,1783~1854)의 「도덕산기」, 묵헌(黙軒) 이태수(李泰壽,1799~1857)의 「유도덕산기」, 춘포(春圃) 이병태(李秉泰,1915~1990)의 「도덕산기」․「유도덕암기」 등 후대의 등반기록이 다수 전한다. 유도덕산록(遊道德山錄) - 몽암 이채 영남지방은 동도(東都)의 옛 성(城)이고, 동도의 오래된 이름으로, 산수의 고장이다. 여러 산은 태백산을 조종(祖宗)으로 하고, 청량산에서 갈라져 용이 서린 듯 범이 웅크린 듯 구불구불 드넓게 경상도 여러 고을을 둘러싼다. 그 갈라진 줄기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주왕산·내연산·보현산·팔공산·운문산이 되고, 북쪽에서 동쪽으로 비학산·무학산·도음산·도덕산이 된다. 그 가운데 가장 출중하고 오직 도덕산이 여러 봉우리에서 모여 크게 이룬다. 을해년(1635) 봄에 마침 원우(院宇)에 도착하였고, 동지와 몇몇 사람과 함께 지팡이 짚고 올라 나란히 두덕암(斗德庵)에 도착하였으나, 날이 이미 저물어 두루 관람하지 못하고 돌아왔는데, 괜스레 슬피 보낸 세월이 이에 10년이었다. 금년 여름 4월에 함께 절에 들어가 독서하자고 여러 벗에게 요구하였다. 나는 여러 친구에게 고하여 말하길 “무릇 인간이 마음을 확장시키고 문장에 도움이 되며, 심지(心地)를 넓히고 도덕을 갖추는 데에는 천하 명산대천(名山大川)의 승경을 다하지 않음이 없으니, 옛날 우리 부자(夫子:공자)께서 태산(泰山)을 유람한 것이 오래되었고, 마치 사마천(司馬遷)의 무리가 일찍이 용문(龍門)을 오르고, 검각(劒閣)을 찾아서 그 유람을 장렬히 한 것은 논할 것도 없다. 우리도 어찌 또한 천년 아래에서 기이한 유람을 뒤따르고, 옛사람이 이르렀던 지역을 찾아가지 않겠는가? 다행히 지금 이 산의 형승이 동도(東都)에서 제일이고, 산 높고 험한 기이함은 태산(泰山)의 용문(龍門)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우니, 이 또한 동토(東土)의 하나의 큰 기이한 풍경이다. 이미 저곳에서 보기를 추구하기 어려우니, 이곳에서 두루 유람하기를 바라면서 그 뜻을 기리는 것 또한 마땅하지 않겠는가?”라 하니, 모두가 “좋다”고 하였다. 승려가 말하길 여기에서 저기까지 오르내리는 어려움이 전에 겪었던 것보다 백배는 어렵다고 하였다. …이 어찌 오르는 것은 어렵고, 내려오는 것은 쉬운가? 오르는 것은 힘들고, 내려오는 것은 편하니, 이 또한 우리가 공부하는 것과 비유할 수 있다. 대체로 이 산이 도덕으로 이름을 삼은 것이 어찌 우연일 뿐이겠는가. 산신이 이름 붙인 것도 아니고, 세상 사람이 이름 붙인 것도 아니며, 또한 회재 선생이 이름 붙인 것도 아니니, 조물주가 그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겠는가? 신라, 고려 이래로 초연(超然)히 구름 낀 골짝에서 은거하는 사람을 어찌 한정 짓겠는가? 천지가 비밀스레 숨겨두고, 귀신이 보호하고 감추어 마침내 우리 선생을 기다림이 있었으니, 아마도 사람은 각각 주인 되는 곳이 있고, 물건은 각각 돌아가는 곳이 있어서 장수(藏修)하는 지역에 그 이름이 부합(符合)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니면 어찌 산과 골짝의 신령이 상서롭지 못한 것을 위금(撝禁)하여 세속의 사람으로 하여금 그 이름을 더럽힐 수 없게 해서, 도가 있는 사람에게 돌려준 것이 아니겠는가? 우러러봄에 더욱 높고 뚫으려 함에 더욱 견고한 것은 바로 선생 도덕의 높음이고, 우뚝이 뛰어나고 늠름(凜凜)하여 범하기 어려운 것은 선생 기상의 엄함이며, 봄 화장을 짙게 한 듯 가을 꾸밈을 옅게 한 듯한 것은 선생 문장의 아름다움이고, 구름이 일어나 비가 내리고 사물을 적셔 널리 은혜를 베푸는 것은 선생 사업의 넓고 큼이니, 아! 공경할 만하도다. 혹은 산으로써 산을 보고도 도덕의 이름을 알지 못하고, 유람으로써 유람을 하고도 학문에 도움이 있음을 생각하지 못하니, 어찌 족히 군자관(君子觀)이 되겠는가? 우리가 이곳에서 유람한 것은 원리에 통달하지 못하는 안목의 즐거움에서 벗어나 가득히 자득(自得)의 묘함을 바라는 것 또한 얻음이 적지 않다. 다시 찾을 약속은 가을로 기약하고, … 동행한 자가 그 일을 기록하길 청하였고, 마침내 그 유람의 전말을 다음과 같이 간략히 서술한다. 계미년(1643) 초여름 상순에 몽암거사(蒙庵居士)가 적다.
음악사에서 고전파를 대표하는 음악가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즉 ‘하모베’다. 하이든이 바로크시대의 영향을 받으면서 고전파 시대를 열었다면, 모차르트는 고전파의 골격을 완성했고, 베토벤은 여기에 살을 붙였다고 할 수 있다. 하이든(F.J.Haydn/1732-1809)은 나머지 두 사람과 짧게나마 사제의 인연을 갖는다. 하이든부터 살펴보자.
나에게 인생 영화는 이미 본 영화인데도 여러 번 보고 싶게 만들고 그렇게 여러 번 보았을 때 매번 새로운 느낌을 주는 영화다. 나에게 ‘쇼생크 탈출’은 그런 영화다. 1.“Keepbusylivingorkeepbusydying”(바쁘게 살거나, 아니면 빨리 죽거나) 주인공 앤디는 은행 부지점장이었고 아내 살인이라는 누명을 쓰고 최악의 교도소에서 살게 된다. 자신을 괴롭히는 소장과 주변인들, 그럼에도 앤디는 자신이 그 곳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묵묵하게 한다. 앤디는 매일 조금씩 벽을 긁어 마침내 탈옥에 성공한다. 나는 대학교 1학년 무렵 처음 ‘쇼생크 탈출’을 보았는데, 앤디가 빗속에서 하늘을 향해 팔을 뻗던 모습이 뇌리에 떠나지 않았다. 그 무렵 나 자신이 입시 터널을 통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긴 세월동안 조금씩 벽을 긁어 내고 긴 하수도관을 기어서 마침내 탈옥에 성공한 주인공 앤디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2.“hope is good thing, may be the best of things, and no good thing ever dies”(희망은 좋은 것이다. 어쩌면 제일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앤디는 탈옥을 결심한 후 레드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신은 자유를 찾아서 태평양 연안의 ‘지후아타네후’라는 곳에 갈 거라고 얘기한다. 그러자 레드는 그 동안 앤디가 감옥에서 겪었던 좌절들을 알고 있기에, 앤디에게 ‘꿈과 희망은 헛된 것이니 포기하라’고 말한다. 내가 ‘쇼생크 탈출’을 다시 보던 때는 군대를 다녀온 후 앞으로 무엇으로 밥벌이를 하며 살지 고민이 많던 무렵이었다. 그 시절 나는 늦은 나이에 법대를 가서 사법시험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었다. 그 때 주변에서 만류하거나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 자신도 생소한 법 공부를 잘 할 수 있을지? 사법시험에 붙을 수 있을지? 계속 떨어지면 어쩌지? 등 한 동안 부정적인 생각들과 씨름했었다. 3.“Fear can make you prisoner. Hope can set you free”(두려움은 당신을 감옥에 가둔다. 희망은 당신을 자유롭게 만든다) 앤디의 감옥도서관 친구인 브룩스는 50년 수감생활 후 출소한다. 브룩스는 달라진 바깥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일 힘든 생활을 반복한다. 그러다 결국 자살하고 만다. 또 다른 친구 레드도 수감 40년 만에 가석방 심사에 합격해 출소하게 된다. 브룩스처럼 허름한 원룸에서 생활하고 마켓에서 포장일을 한다. 레드는 매번 마켓 매니저에게 소변을 보고 와도 되는지 물어본다. 40년을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허락받지 않고서는 소변도 나오지 않는다고 혼잣말을 한다. 레드도 변해버린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범죄를 저질러 감옥으로 돌아갈까, 브룩스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고민한다. 그 때 레드는 앤디가 말한 장소에서 앤디의 박스를 찾아주겠다고 얘기한 약속을 떠올리며 나침반을 들고 옥수수밭으로 향한다. 그리고 가석방 주거지 무단 이탈이라는 범죄를 무릅쓰고, 멕시코행 버스를 탄다. 겉보기에 ‘쇼생크 탈출’은 희망에 관한 영화다. 그러나 나에겐 두려움에 대한 영화다. 탈옥한 앤디, 자살한 브룩스, 앤디를 찾아간 레드, 심지어 감옥의 소장과 경비대원 모두 두려움 속에 살고 있었다. 우리는 살면서 늘 크고 자은 걱정거리가 생기고, 바로 앞의 걱정거리가 해결되면 또 다른 걱정들이 몰려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안다. 그렇기에 늘 걱정 속에 허우적대면서 살 수 없는 노릇이다. 가끔 멕시코 해안에서 재회한 앤디와 레드는 계속해서 행복했을까 생각해본다. 그 진짜 결말은 모르겠지만, 그들에겐 또 다른 희망들이 생겼을 거라 믿는다.
경주시 농특산물 온라인 쇼핑몰 ‘경주몰’(www.gjmall.net)이 10월 한달 동안 이사금 농산물 증정 이벤트와 쿠폰 증정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이달 경주몰에서 1회 결제금액 5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는 1회에 한해 이사금 새송이버섯 한 박스를 증정한다. 새송이버섯은 다음 달 중순에 발송한다. 또 이달 동안 리뷰를 작성한 고객 중 우수리뷰 20명을 선정해 1만원 할인쿠폰을 증정한다. 이번 이벤트는 경주 농특산물의 우수한 품질을 홍보하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진행된다. 아울러 경주몰 신규가입 시 5000원 할인쿠폰(2만원 이상 구매시 사용가능) 증정 이벤트도 계속되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농특산물 유통을 확대하고자 한다”며 “이벤트 진행으로 경주몰을 홍보하고 이사금 농산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몰은 천년신라 경주의 청정 자연에서 생산된 이사금쌀, 한우, 미역, 버섯, 벌꿀, 가공식품 등 410여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계명대학교 경주동산병원이 지난 14일 확장 오픈한 MRI센터에서 MRI 신규장비 가동식을 열었다. 이번에 도입한 MRI 장비는 GE사의 SIGNA Explorer 1.5T 장비다. MRI 촬영 시 주로 발생하는 움직임에 대한 문제점을 GE사만의 최신 기술인 Propeller로 보정 영상왜곡이나 오류를 줄인 혁신적인 영상 장비이며, 촬영속도도 빠르다. <사진> 이경섭 경주동산병원장은 “새로운 MRI 장비 도입으로 경주지역 주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주시 치매안심센터는 개인 사업장 7곳을 ‘치매안심가맹점’으로 지정하고 현판을 전달했다. 치매안심가맹점은 치매 안전망 구축으로 치매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사진> 이번에 지정된 치매안심가맹점은 △낙지마실 △정화송이순두부 △광동성 △오미손칼국수 △동네맛집 △경주눈편한안경콘택트 △우성식육식품 등이다. 가맹점에 지정되면 먼저 구성원들이 치매파트너 교육을 이수하고 치매환자와 가족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치매예방 및 인식개선 활동을 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치매 의심 환자 발견시 임시보호하고 경찰신고를 하는 안전망 역할, 치매예방·인식개선 홍보활동 등을 한다. 최재순 경주시보건소장은 “지역 치매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해 치매환자와 가족들의 부담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복 보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20세기 끝동까지만 해도 명절에는 한복 입은 사람들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21세기 들면서 한복 입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한복이 일상에서 멀어진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옷 자체에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고 비싼 비용에 비해 입는 횟수가 적다보니 생활에서 점점 멀어졌을 것이다. 일상에서 멀어진 한복이지만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세계 어느 전통 복장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다. 특히 한복은 한옥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서울의 궁궐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유명 한옥촌에서 한복 입는 열풍이 거세졌다. 여기에는 한복을 적극 활용하려는 정책적인 배려도 한 몫 했다. 서울의 경복궁을 비롯한 5대 궁궐과 운현궁, 한옥마을, 용인민속촌 등에서는 한옥을 입으면 입장료를 할인해주는 행사를 벌여 큰 호응을 얻었다. 한복은 특히 한복을 입어보지 못한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에게 단연 인기 높은 복장으로 서울의 궁궐을 거닐어보면 한복을 차려입고 깔깔 웃는 청소년들과 외국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한복을 입고 궁궐을 거니는 사람들은 그 자체가 또 다른 볼거리로 자주 방송에 소개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궁궐을 찾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난 17일 오기현 씨 페이스북에 경주예술의 전당이 마련한 ‘신라복’ 체험이 경주를 방문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경주예술의 전당 관장인 오기현 씨는 이날 예술의 전당에 모두 240벌의 신라복이 모두 대여되었다고 알리며 경주예술의 전당 인스타 그램에서 ‘좋아요’ 누른 인원이 9000명 정도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경주예술의 전당 인스타 그램에는 신라복에 대한 포스팅이 집중되어 올라와 있고 포스팅마다 ‘좋아요’가 풍성했다. 여행전문 인스타그램 두 곳에도 ‘좋아요’가 지난 주말까지 각각 1만3000명, 1만명에 달했다. 신라복은 일상의 한복보다 디자인이 훨씬 매력적이고 색상도 다채롭다. 이런 신라복을 입고 아름다운 경주를 활보하는 모습은 SNS를 타고 또 다른 경주의 모습이 되어 전국으로 급속히 퍼져 나갈 것이다. 당연히 신라복 때문에 경주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이렇듯 체험을 동반한 알찬 프로그램들은 거대한 유적을 복원하거나 거창한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것 이상으로 효과적이다. 한복을 뛰어 넘은 신라복이 경주관광에 또 다른 선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어 반갑다.
하늘 가만히 만져보는 10월이 깊다. 코로나 여파 속에서도 티 없이 맑고 푸른 가을하늘이다. 코스모스, 쑥부쟁이, 구절초 들꽃 만개한 길을 나서면 그리운 듯 안겨드는 소슬바람. 어느새 마음 안에 똬리 틀고 들앉은 가을이 천년을 자맥질한다. 석굴암 석불 누가 돌을 깨서 한 생生을 풀어놨나. 동그란 어깨선에 깍은 듯 고운 얼굴 반쯤 입술에 머금은 천년 미소 신비롭다. 지존이라 하기에는 오히려 아름답고 미인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고결하다. 떨리는 마음을 추스려 멀리 두고 봄이여. 미풍에 스칠라면 파르르 흩날릴 듯 비단 가사 얇은 천에 살풋 비친 속살이여 돌에도 더운 피 돌아 숨 쉬는 듯하구나. 『2021년 경주 전국문학인대회 기념작품집』에 실린 오세영시인 시다. 석굴암 가는 토함 산길은 천상으로 오르는 길, 계절마다 오르내리는 묘미가 짙다. 돌아치는 골짝마다 숨바꼭질하는 안개며 바람이며 잴 수 없는 거리다. 굽이굽이 산길 돌아 나와 마주치는 트인 공간 석굴암주차장이 훤하다. 주위로 설치해 놓은 망원경으로 동해바다 물빛을 보려는 관광객들의 시선도 눈에 띈다. 절 입구에 기품 있고 우렁차게 매달린 통일대종 종각의 계단을 밟는다. 통일기원하며 소원을 실어보는 종의 당목치는 손길들 뿌듯하다. 타종소리 울림이 토함산 정상 메아리로 퍼져 산천을 적신다. 당신도 나도 말없이도 무량하고 거룩한 나그네다. 【삼국유사】 권 5 대성효이세부모조(大成孝二世父母條) 김대성이 전생의 부모를 위해 석불사를 짓고, 현생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창건했다는 설화기록이다.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토함산 석굴암일주문 현판글씨는 전주 명필 강암 송성용 글씨다. 천년을 숨 쉬고 불 밝히는 연등으로 세계유산에 오른 옛 사찰 석불사다. 국보 24호 현재 석굴암으로 이름 지어진 유래가 먹먹하다. 산모롱이 구불구불 오솔길은 천상으로 들어서는 길, 어느새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향기롭다. 가파르지 않고 무던한 흙길을 걷다보면 평화로운 숲의 향기에 도취된다. 천년을 갈무리하는 바위살점 떨어져 나간 돌담 그늘이 서늘하다. 구부정한 나무뿌리가 골짜기를 휘감는 한 쪽 낭떠러지로 손사래 치는 바람의 날개 재바르다. 청정한 나뭇잎에 싸여 번지는 새들의 지저귐 영롱하다. 낯선 듯 귀에 젖는 고요한 소리의 결들이 심신을 갈앉힌다. 타박타박 걷다보면 돌에 새겨진 글귀를 만난다. “석굴암의 불상 우리는 무엇보다도 잊어서 안 될 작품으로 경주의 불상의 갖고 있다. 영국인은 인도를 잃어버릴지언정 세익스피어를 버리지 못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귀중한 보물은 이 석굴암의 불상이다” 살금살금 다람쥐 출현으로 걸음을 멈추고 눈짓하다보면 살가운 생명과 교감하는 귀한 시간을 얻는다. 자연발효 숙성된 여문 꼭지 뗀 도토리 알들이 굴러다닌다. 계절의 바람에 실려 흩어지는 한 톨 씨앗의 열매가 양식이 된다. 마음 안에 나를 찾아 떠나는 사색과 사유의 몫을 모조리 풀어버린들 어떠랴! 고요하게 길을 걸어 나와 닿는 구도의 길머리에 색색의 연등 자북하다. 한 쌍의 사자 입에서 철철 흘러넘치는 감로수(甘露水) 달게 마신다. 조선 숙종 때 정시한이 석굴암에 기거하며 쓴 사찰의 절묘한 건축석공예 솜씨에 감탄 찬미한 「산중일기」가 전해진다. 간송미술관 소장품 겸재 정선의 화첩「교남명승첩」에 ‘골굴 석굴도’는, 경주의 골굴암 입구에 목조전실을 첨가하는데 참고로 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해발 565미터의 토함산 정상에서 약간 아래로 구축 된 석굴암본존불이 지척에 있다. 가을을 따라간 걸음, 그 걸음 따라 온 가을, 발길 닿는 곳마다 기다림의 가을이다.
경주시는 ‘2021 경주시 좋은간판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한다. <사진> 이번 공모전은 디자인이 우수한 간판을 발굴하고 창의적인 간판 디자인을 개발해 지역 옥외광고 산업 수준을 향상시키고 바람직한 광고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공모기간은 다음 달 15일~26일까지며, 디자인 개선이 필요한 기존 간판을 새롭게 디자인한 도안을 제출하면 된다. 공모방법은 경주시 도시계획과를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응모하면 된다. 전문가 심사를 거쳐 대상 1명(180만원), 우수상 2명(각 80만원), 장려상 4명(각 40만원) 등을 선정해 12월말 경주시청에서 시상할 계획이다. 선정된 간판은 추후 경주시 간판 홍보자료로 쓰이게 된다. 공모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경주시 홈페이지 고시공고를 참고하거나 전화(054-779-6438)로 문의하면 된다.
경주 동궁원은 22일부터 12월 25일까지 매주 금·토·일 오후 6시~9시 야외광장을 무료 개방한다. 코로나19로 지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이 기간 야외광장은 달빛광장(느티나무광장), 신라광장(잔디광장), 사랑의 길(녹색관광탐방로), 팔색정원(메타세콰이어 사색의 길) 등 아름다운 야경으로 조성된다. 달빛광장은 달빛을 테마로 달과 토끼 등이 어우러지는 조명, 신라광장은 신라를 테마로 신라인의 찬란한 문화를 표현한 연화벤치, 보물탑, 천마, LED장미, 초승달벤치 등 화려한 조명이 설치됐다. 사랑의 길은 사슴 조형물과 LED장미가 어우러진 포토존으로 꾸며졌고, 팔색정원은 메타세콰이어를 비추는 화려한 조명으로 연출됐다. 동궁원은 야외 음악분수도 연장 운영해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주낙영 시장은 “야간 경관 조성 등 특별한 볼거리 제공으로 동궁원과 보문 일대를 찾는 발길이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동궁원은 11월 본관 유리온실 경관조명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화려한 빛으로 단장한 동궁원 본관은 보문단지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내년 제2관 유리온실 경관조명사업과 방문객의 안전한 관람을 위한 조명 보강사업이 완료되면 본격 야간 개장을 계획하고 있다.
‘2022 전통주 & 로컬 브랜드 페어’와 ‘경주술술페스티벌’이 내년 6월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와 글로벌마이스전문가그룹(대표 이해정, 이하 GMEG)은 지역특화콘텐츠를 활용한 성공적인 MICE 행사 기획 및 개최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HICO 회의실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두 기관은 내년 6월 개최예정인 ‘전통주 & 로컬 브랜드 페어’ 및 ‘경주술술페스티벌’ 행사를 공동기획하고 개최하기로 협의했다. ‘전통주 & 로컬 브랜드 페어’는 경북도 및 경주시에 소재한 전통주, 전통차 등 지역특화콘텐츠를 기반으로 ‘생산자가 곧 브랜드다!’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분야의 지역 브랜드들의 판로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예정이다. 또 ‘경주술술페스티벌’은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폭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관광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지역 체류형 페스티벌이다. 수제맥주부터 전통주, 푸드 페어링 등 다양한 로컬 먹거리와 함께 전문공연 등이 HICO 광장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특히 2022년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과 연계해 새로운 문화행사 기획 및 개최를 통해 동아시아의 다양한 주류문화까지 함께 보고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될 예정이다. 김용국 HICO 사장은 “이번 업무협약으로 내년에 처음으로 개최될 ‘전통주 & 로컬 브랜드 페어’와 ‘경주술술페스티벌’을 보다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며 “센터의 주관전시회 개최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2024년 센터 증축을 앞두고 HICO가 보다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지난 19일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중개보수 증가, 주요 구간 요율인하, 거래구간별 요율급증 완화, 매매·임대차 간 역전현상 방지 등 부담 완화를 위해 주택의 중개보수 요율을 인하해 적용한다고 밝혔다. 주요 개편 내용은 매매 6억 이상과 임대차 3억 이상에 대해 상한요율을 인하하고, 9~15억 구간을 3개로 세분화 및 15억 이상 최고구간을 신설해 거래금액 증가에 따른 보수부담을 경감한다. 또한 임대차의 중개보수 부담이 매매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전 구간에서 임대차 요율이 매매요율 보다 낮거나 같게 설정했다. 새로 시행되는 중개보수 요율은 국토교통부의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공포·시행(2021.10.19.)에 따라 공인중개사와 중개의뢰인 간에 매매ㆍ교환, 임대차 등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
경북도는 경북산림자원개발원(원장 정철화)에서 운영하고 있는 산림과학박물관이 이달 18일부터 2023년 12월까지 임시휴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경북도는 이 기간 중 산림과학박물관의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관람객의 편의 시설을 확충하고, 사회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입장이다. 2004년에 개관한 산림과학박물관은 연면적 5284㎡에 지하1층 지상3층 규모로 4600여점의 소장유물을 보유한 전시문화 공간으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주변의 생태숲 공원과 어우러진 박물관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아 체험학습의 장으로 선호 받고 있다. 인근 도산서원, 국학진흥원, 선성현문화단지와 함께 좋은 볼거리와 문화서비스를 제공해 연인원 10만여 명 정도의 관램객이 찾고 있다. 하지만 개관이후 15년이 지나 전시콘텐츠의 교체가 필요하고 디지털 기술을 반영한 체험프로그램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따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관람객을 위한 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디지털(AR, VR, 미디어아트) 기반의 전시콘텐츠 강화와 메타버스를 접목해 시각적, 감각적인 변화를 추진한다. 또 지역에서 확보되는 산림자료를 효과적으로 전시하고 보전하기 위해 수장고도 대폭 정비한다. 이를 통해 지역의 산림·생태자원을 수집·보존·관리하는 중심센터로서 역할과 지속적인 조사연구를 통한 전문 연구기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춘다. 지역주민들은 이번 리모델링으로 주변의 안동호반자연휴양림, 생태숲, 야생동물생태공원,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 등과 연계해 새로운 산림휴양 문화복합센터로써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박물관의 야외 전시장은 휴관과 관계없이 관람 가능하다.
경북교육청은 2022학년도 유아모집을 위한 요강을 확정했다. 2022학년도 모집 대상은 2016년 1월 1일~2018년 12월 31일 사이에 태어난 유아로 유아모집은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처음학교로’)을 통해 진행한다. 우선 모집은 오는 11월 1일 오전 9시부터 3일 오후 6시까지, 일반모집 사전접수는 11월 1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 59분까지이고, 일반모집은 오는 11월 17일 오전 9시부터 19일 오후 6시까지이며, 추첨 및 발표는 우선모집 11월 8일 오후 3시 일반모집은 11월 24일 오후 3시이다. 유아 우선모집에서 1순위는 법정저소득층 가정, 2순위는 국가보훈대상자 가정, 3순위는 북한이탈주민 가정이다. 4순위는 쌍생아(저출산대책), 본원 재학 유아의 형제·자매, 다자녀 가정(3자녀 이상) 등이고 유치원 실정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일반모집은 우선모집 탈락자 및 우선모집순위 비해당자이다. 유치원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는 유치원 입학을 원하는 보호자가 시간과 장소 제한없이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유치원 정보를 검색, 신청, 결과를 안내해 주는 시스템이다. 지난 9월 28일 유아모집 요강 결정을 위해 경북 도내 유아교육 전문가, 공·사립유치원 교원대표, 학부모 대표 등 19명이 참석해 유치원 유아모집 선발에 필요한 사항, 유아 모집 요강 표준안에 대해 협의회를 했다. 협의회를 통해 학부모의 편의성과 유아모집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내용을 반영해 유아 우선모집의 범위와 순위를 정하고, 현재 재학 유아 동생의 우선 모집 등을 2022학년도에 한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원아모집 홍보는 공고일부터 시행하며, 코로나19 대비 비대면 입학설명회 방안은 유치원 자율적으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