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상이군경회 경주시지회(지회장 이상우)는 경북남부보훈지청(지청장 안진형)과 함께 지난 22일 연말연시를 맞아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보훈가족을 위한 ‘사랑나눔행사’를 실시했다. <사진> 상이군경회는 이번 행사를 위해 이상우 지회장과 회원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았고, 63만원 상당의 백미 22포를 외롭게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는 고령보훈가족 22가구에 전달했다. 이상우 지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힘든 연말을 보내고 있는 고령의 국가유공자들이 행복하고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안진형 지청장은 “고령보훈가족을 위해 선뜻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주신 상이군경회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경북남부보훈지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저소득, 고령의 국가유공자 및 그 유가족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지역사회 내 유관기관, 봉사단체 등과 연계해 따뜻한 사랑 나눔으로 든든한 보훈이 지속·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주에서 만났던 기존의 프로그램과는 달리, 새롭게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관광상품을 기획한 이색적인 행사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바로 ‘동지’를 모티브로 기획한 행사였는데 경주시가 주최하고 중부동 발전협의회가 주관한 ‘2021봉황동지 팥죽데이’가 거센 코로나 영향으로 비대면으로 치러졌던 것. <사진> 동지는 24절기 중 22번째 절기다. 우리 조상들에게는 새해에 버금가는 날이었다. 이 행사는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일반적인 행사라기보다는 중부동 발전협의회(회장 정지운)가 문화유산인 ‘동지’라는 절기를 활용(경주문화유산활용연구원 자문)해 겨울철 행사에 접목한 행사여서 더욱 관심이 집중됐었다. 전국의 12월 동계행사 중 동지를 콘셉트로 진행하는 행사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기획됐던 것이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봉황대 일원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당초, 봉황대를 중심으로 작은 설인 동지의 의미를 되살리는 동계 행사로 시내 상권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마련됐었다. ‘팥죽’, ‘팥’ 이라는 벽사적 의미에 동지첨치, 동지책력, 동지헌말, 동지부적, 동지민속 등으로 구성해 주민들과 관광객이 어울릴 수 있는 전통 놀이 체험 등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어서 준비했던 팥죽 키트를 전체 23개 읍면동 주민과 이웃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행사로 대체해 간략하게 치러져 아쉬움을 남겼다. 중부동 발전협의회 정지운 회장은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지만 동지를 즈음해 정을 나누며 따듯하고 건강한 겨울을 보내고 만복이 깃드라는 의미의 행사였다. 경주시의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봉황대 일원에서 대면으로 진행하려 했으나 코로나가 최근 확산일로에 있어 준비했던 행사 전반이 취소되었다. 준비한 팥죽키트를 전달했더니 ‘팥죽을 나눠 먹으며 복을 빌고 온정을 나누는 것’은 보기 드문 행사라면서 주민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열심히 준비했던 행사가 취소되는 바람에 주민들과 관광객을 직접 만날 수 없어서 아쉬웠으나 올해 처음 치러진 이번 행사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더욱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고 정착시키려 한다”고 전했다. 이장원 사무국장은 “시내 중심상가 활성화와 경주에서의 동지라는 콘텐트를 개발해 새로운 문화관광상품으로 개발하자는데 뜻을 모아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경주문화유산활용팀과의 아이디어와 자문을 바탕으로 도심활성화의 목적성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사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발생하는 관광객들의 극심한 양분화를 해소하기 위해 황리단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새로운 문화관광상품을 같이 즐기고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던 차제에 동지라는 내용을 개발한 것이다. 이곳 봉황대를 랜드마크화 해 사람들을 이곳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자는 의도였다. 온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절기를 이용한 미풍양속을 관광상품화 해 중심상권이 살아날 수 있는 중심지로서 부각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2021봉황동지 팥죽데이’는 올해 비대면속 치러진 행사였지만 호응도가 워낙 높아, 내년에 치러질 이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는 동력이 됐다는 평을 얻고 있다.
경주 5개 농민단체들과 경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RPC)이 지난 28일 쌀 가격을 최종 합의했다. 한국농업경영인 경주시연합회(이하 한농연)에 따르면 앞서 5개 농민단체들은 RPC에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6만9000원을 요구했고, RPC에서는 수확량 증가에 따른 나락 가격 하락을 이유로 6만3000원을 제시해 협상이 결렬됐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경주시청과 RPC에서 집회를 이어나갔고, 28일 두 기관단체 간 열린 재협상에서 6만5000원으로 최종 합의하게 된 것이다. 한농연 관계자는 “농민들의 요구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농민단체와 RPC가 조금씩 양보해 이번 가격이 정해진 것이며, 특히 단서 조항으로 내년 1월과 6월 사이 나락 값이 6만7000원이 될 경우 1000원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면서 “정부에서 27일 발표한 쌀 27만여톤 시장격리가 이뤄지면 어느 정도 쌀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농연을 비롯한 농민단체는 쌀 생산 농가를 위해 RPC 감시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역 5개 농민단체는 지난 27일 경주시청과 RPC 앞에서 ‘쌀 자동 시장격리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쌀 공급 과잉 물량 조기 격리와 쌀 값 안정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지역 경제를 견인해오던 경주 관광산업이 2년째 이어진 코로나19로 산업 자체는 물론 숙박업, 외식업 등 관련 산업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코로나19로 시민들의 삶은 제한됐고, 지역경제 또한 침체된 가운데 미래 먹거리 창출이라는 과제는 멀게만 보이는 상황이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도 경주시는 민선 7기 변화와 혁신을 통해 과학과 농업을 선도하는 도시로 변모할 준비를 하고 있어 기대가 커지고 있다. 경주시가 미래 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과학산업도시와 농업표준도시 조성이 대표적 사례다. -경주시 과학산업도시로 거듭난다 ‘혁신원자력연구단지’, ‘차량용 첨단소재 성형가공 기술 고도화 센터’, ‘탄소 소재부품 리사이클링센터’ 이들 3개 사업은 앞으로 경주를 대표하게 될 첨단과학시설이자 혁신산업시설이다. 이미 2개 사업은 지난 7월, 11월 차례로 착공했고, 나머지는 내년 상반기 착공 예정이다. 경주시는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시정 방향을 경제기업도시 육성과 과학산업도시 조성이라는 기본 전략을 세우고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 결과 ‘차량용 첨단소재 성형가공 기술 고도화 센터’와 ‘탄소 소재부품 리사이클링센터’ 유치에 성공했다. 2개 센터는 외동읍 구어2일반산업단지에 들어설 미래 자동차 산업 분야 혁신을 이끌 핵심 기관이다. 지난 11월 착공한 차량용 첨단소재 성형가공 기술 고도화 센터는 2만2039㎡ 부지에 290억원을 투입해 내년 10월까지 연구동과 평가동이 조성된다. 또 ‘탄소 소재부품 리사이클링센터’는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 3년간 사업비 178억원을 들여 자동차 관련 기업지원시설을 집적화한다. 2개 시설이 본격 운영되면 경주지역 900여 자동차 제조 기업군을 포함한 2000여 제조업 현장으로 혁신과 변화가 전파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혁신원자력 연구단지 조성사업’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국책사업으로 확정된 이후 ‘문무대왕과학연구소’로 이름을 확정해 지난 7월 착공했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산하기관으로 소형모듈 원자로(SMR) 개발을 주도하게 된다. 2025년 말까지 국비 3224억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7064억원을 들여 감포읍 나정리와 대본리 일원 222만㎡ 부지에 핵심연구시설과 연구기반시설, 연구지원시설 등 총 18개 시설이 들어선다. 주낙영 시장은 “지역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행정력도 그만큼 뒷받침돼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 주도의 연구 및 지원시설 건립을 통해 지역 내 기업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미래 농업 표준도시 경주 조성 지역 농업의 미래를 이끌 ‘경주시 신농업혁신타운’이 지난달 18일 착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신농업혁신타운은 기후변화 등 다양한 농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청년농업인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2023년 말까지 21만958㎡ 부지에 사업비 271억원을 들여 스마트농업 교육센터, 청년창업농 경영실습 스마트팜, 아열대농업관, 작물별 시험재배포장 등 과학영농실증시험시설을 조성한다. 부지 안에는 농산물가공센터와 친환경 식물영양센터도 들어선다. 특히 온난화와 폭염 등 이상 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신기술과 신품종 보급으로 새로운 소득 작물을 육성하고, 돌발 병해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예찰 강화와 방제기술 개발에도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신농업혁신타운을 통해 시는 혁신 농업기술을 지역 농가에 보급해 경주를 미래 농업 도시의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 뿐만이 아니다. 농축산물 판매망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 경주시는 지역 대표 한우 브랜드 ‘천년한우’를 포함해 주요 농축산물의 온·오프라인 판매망을 더 늘려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먼저 지역 특산품의 고품질화와 함께 학교급식지원센터 건립, 로컬푸드 확대, 수출 지원 등 농산물 판로 확대를 지원한다. 또 농업경영체별 연간 60만원의 농어민 수당과 삼광벼 재배농가 경영안전 지원금, 주요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조사료 가공유통시설 설치 등으로 농어업 경영안정과 농가소득 증대에도 행정력을 집중한다. 이밖에도 지역 농촌 마을을 힐링 치유특구로 지정해 사람이 모여드는 활력 넘치는 농촌을 만들기 위한 정책도 함께 추진한다. 주낙영 시장은 “신농업혁신타운 조성을 통해 농업 경쟁력을 갖추고, 농업환경과 기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능력을 배양하게 될 것”이라며 “신농업혁신타운 부지 내 농업테마공원과 농업광장 조성도 적극 검토되고 있어, 경주가 첨단농업의 메카는 물론 치유농업을 기반으로 한 농업 혁신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겨울철 연탄후원이 시작되면서 지역 연탄가구수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중복후원이 되고 있어 정확한 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취약계층이 따뜻하게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최소 600-800장의 연탄이 필요하다. 에너지 빈곤층을 가늠할 수 있는 통계는 현재로서 저소득층의 기초생활수급 가구나 연탄가구를 세어보는 것이 전부다. 각 지자체는 신청을 받아 연탄을 가정난방용으로 사용하는 취약계층에 연탄바우처를 지급하고 있다. 연탄바우처는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65세이상 독거노인, 장애인, 중위소득 52%이하인 한부모 가정이면 신청이 가능하다. 한 가구당 평균 40만6000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500여장(연탄 1장 800원기준)의 연탄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난방비지원사업은 신청자에 한해서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신청하더라도 자격이 되지 않으면 지원받을 수 없고, 지원사업을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거기다 민간단체에서 연탄후원을 하고싶어도 연탄바우처 수급자 가구로만 집계해 겨울철 에너지 빈곤층을 한정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때문에 지원을 받은 가구에 개인 후원이 중복으로 나가게 되는 경우가 생겨 지역 연탄가구 세대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전국 연탄가구를 직접 조사하고 후원하는 민간사회복지단체인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 발표한 ‘2021년 전국 연탄사용가구조사’에 따르면 올해 경주시 연탄가구는 620곳으로 파악된다. 이중 수급가구는 283세대, 차상위가구 51세대, 소외계층 286세대로 조사됐다. 지역에서 난방비 지원사업 등유바우처 대상자는 40세대, 연탄바우처는 440세대다. 민간기관이 조사한 연탄가구 수에 조금 못 미친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지자체는 연탄가구의 정확한 수치 파악이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중복후원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며 “에너지바우처사업(연탄쿠폰) 수급자 가구로만 집계해 겨울철 에너지 빈곤층을 한정적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한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연탄후원을 정기적으로 해온 봉사단체도 연탄이 이미 후원이 되어있는 세대에 중복으로 후원이 된 경우가 있다고 했다. 봉사단체는 “연탄후원의 경우 읍면동이나 복지시설의 추천명단을 받아서 가는데, 연탄을 전해주러 가면 이미 연탄을 후원받은 경우가 있어 모자란 분을 더 채워주는 식으로 후원해왔다. 남은 연탄을 처리하기도 쉽지 않아 연탄을 몰아서 주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현재 난방비지원사업은 등유, 연탄바우처 형식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다. 난방비지원사업에 신청하는 가구에 지원을 해주는 것이라 신청하지 않으면 받을수 없다. 현재 지역에서 등유바우처는 40가구, 연탄바우처는 440가구에 지원되고 있다. 복지사각지대에 처한 분들까지 발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사다난했던 2021년 경주의 한 해도 저물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위기에 직면한 경제, 물가 상승으로 어깨가 무거워진 서민들의 삶···. 아쉽게도 2021년은 코로나로 고통 받고 힘들어했던 한 해로 역사 속에 남기게 됐다. 경주에서는 연초부터 월성원전 부지 내 삼중수소 과다 검출과 관련해 여·야 국회의원들이 경주를 찾는 등 정쟁의 핵심이 됐고, 논란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연말에는 정부가 원전에서 배출되는 고준위폐기물을 원전부지 내 보관하는 내용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확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삼중수소와 고준위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까지 경주는 논란에 중심에 서게 된 셈이다. 관련한 갈등과 논란은 2022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연초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이전 계획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 파문이 일기도 했다. 또 동해남부선 복선화로 경주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시민들의 아쉬움을 싸기도 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미래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신호탄도 올랐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착공하고, 미래 자동차 산업의 혁신을 견인할 ‘차량용 첨단소재 성형가공 기술 고도화 센터’, ‘탄소 소재부품 리사이클링센터’ 착공 및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관련기사 5면> -코로나19 대유행 2년째 멈춰선 일상 12월 29일 오전 기준 경주지역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1759명으로 늘었다. 경주에서는 지난 2020년 2월 22일 첫 확진자 발생 후 연말까지 10개월여 동안 212명이 확진판정을 받는데 그쳤지만, 2021년엔 29일 현재까지 1547명이 확진돼 전년 대비 7배를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월별로는 1월 16명, 2월 4명, 3월 7명, 4월 55명, 5월 108명, 6월 50명, 7월 80명, 8월 328명, 9월 187명, 10월 67명, 11월 124명, 12월 29월까지 524명이 확진됐다. 경주는 지난 8월 전국적인 4차 대유행의 여파를 비껴가지 못했고, 12월 들어서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유·초·중학교 학생들과 그 가족, 외국인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 같은 확산세는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지역 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한숨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사적모임 제한 완화 등을 포함한 위드코로나의 단계적 시행이 멈춰지면서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이들의 어려움은 벌써 2년째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멈춰버린 일상생활의 시계는 내년 전망 역시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벗어나 일상회복을 위한 위드코로나의 재가동을 위한 노력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준비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삼중수소 등 원전 관련 논란 해 넘겨 연초부터 월성원자력본부 부지 내 삼중수소가 기준치보다 18배 넘는 71만3000베크렐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현 정부 정책 기조의 하나인 탈원전정책과 맞물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여·야간 정쟁의 대상으로 확대됐다. 먼저 경주를 찾은 지난 1월 14일 국민의힘 국회의원단이 월성원전 현장을 방문해 ‘(71만3000베크렐의)삼중수소가 검출된 지 2년이 지났는데 마치 비계획적 유출이 발생한 것으로 잘못 전달돼 국민들이 불안에 빠져 있다’, ‘민주당은 동일한 자료를 놓고 원자력 괴담을 퍼트리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등의 주장을 통해 민주당을 겨냥했다. 반면 4일 뒤인 18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단이 월성원전을 찾아 한수원의 안일한 대처를 질타하며 과다한 삼중수소 검출에 대한 원인과 진상파악, 후속대책에 대해 따져 물었다. 당시 의원들은 ‘월성1호기 차수막이 손상 6~7년이 지나도록 인지하지 못했고, 인지 후에도 아직까지 수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등의 지적이 이어졌었다. 이어 지난 9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이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조(SFB) 주변 토양·물 시료에서 방사선 핵종이 검출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해 잠시 잠잠했던 논란은 다시 일었다. 당시 민간조사단은 향후 추가 정밀조사 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여기에 정부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이 지난 27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0회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의결되자 경주를 비롯한 원전 소재 지자체와 환경단체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원자력발전소 가동 후 남은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부지를 찾지 못한 정부가 기존 원전 부지 안에 폐기물을 보관하는 계획을 확정했기 때문. 이에 따른 갈등과 논란 역시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이전설로 파문 일어 올해 초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가 다른 지역으로 캠퍼스 이전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 파문이 일었다. 이전계획은 학교 발전 방안의 하나로 제시된 것으로, 지난 1월 19일 열린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제333회 이사회에서 경주캠퍼스 이전계획을 포함한 발전안 마련을 주문했다. 당시 이사회에서 “서울 소재 대학은 제2캠퍼스를 수도권에 위치한 것과 달리 동국대는 경주에 제2캠퍼스를 운영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경주캠퍼스를 대표하는 의과대학, 한의과대학 외에 학제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면서 “지역적 한계 극복을 위해 경남 김해, 수도권 등으로 캠퍼스 이전을 포함한 장기적 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주시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전 반대 입장을 대학교 측으로 전달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이어 3월엔 ‘동국대 경주캠퍼스 이전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캠퍼스 이전설이 다시 불거졌다. 그리고 이전추진위원회 구성후 8개월여 지난 지난 11월 30일 열린 회의에서는 캠퍼스 이전을 장기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원종일 추진위원장은 “지난 1월 19일 법인이사회에서 발표된 감사보고서에서 요구하는 캠퍼스의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캠퍼스 이전 계획을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캠퍼스 이전은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장기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지만, 감소하는 학령인구 등의 현실 앞에서 대학 이전 논란은 앞으로도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103년 역사 경주역 운영 중단 중앙선 및 동해남부선 복선전철이 개통됨에 따라 지난 28일 1경주역을 포함해 지역 내 17개역이 폐역됐다. 대신 기존 신경주역은 통합역으로 재편되고, 아화역, 안강역, (신)서경주역이 문을 열었다. 특히 103년 동안 운영됐던 경주역이 열차운행을 중단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시민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협궤열차(경동선)로 개통된 1918년 이래 103년째 역사를 지켜온 경주역은 경주시민들 각각의 추억과 애정이 담겨있다. 1960년대부터는 전국에서 수학여행, 신혼여행을 위해 경주를 찾은 중장년층들의 기억 속에 남겨있고, 학생들의 통학열차로서 추억이 간직된 곳이기도 하다. 경주시는 경주역, 역광장, 철도 용지 14만8770㎡에 대해 공공청사·상징 타워·상업시설 등 행정·문화·상업공간을 조성하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단기적으로는 임시 활용방안으로 경주역과 역광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따뜻한 정이 넘치는 연말연시 맞이 하세요
경주시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폭행 사례가 잇따르자 재발 방지를 위한 요구와 강격 대응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60대 민원인 A 씨가 경주시청에서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공무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주시에 따르면 A 씨는 시청에 전화해 ‘게재된 민주노총 현수막을 제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수막은 경주지역 시내버스 공영제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게시한 것이다. 공무원이 현재 협의 중인 상황으로 합의가 이뤄지면 현수막을 제거하겠다고 답하자 전화 종료 후 시청으로 찾아왔다. A 씨는 ‘경주시 미래자문위원의 요구를 수차례 무시하는 것이냐’며 공무원 B 씨의 얼굴을 수 차례 가격하고 욕설했다. 또한 A 씨를 말리는 공무원들에게도 사무실 집기 등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을 당한 공무원 B 씨와 A 씨의 난동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이 퍼지면서 공무원 폭행 사건 여파는 더욱 확산됐다. -노조와 경주시장 ‘강력 대응’ 공무원 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경주시 공무원노조와 경주시장은 우려를 표하며 강력 대응하는 분위기다. 먼저 전국 공무원 노동조합 경주시지부는 폭행자 엄벌 요구와 재발 방지를 주장했다. 경주시지부는 지난 24일 경주시청 브리핑실에서 공무원 폭행 사건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악성 민원에 대한 공무원 보호조치를 시행하고 폭언과 폭행에 대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불과 반년 전 공무원노조는 공공운수노조 등이 청사 난입 및 공무원 폭행에 관련자 엄벌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면서 “민원인의 폭언과 폭행, 협박, 성희롱 등 업무방해는 해가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고 이로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공무원 또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며 이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살아가지만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로부터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면서 “경주시장은 악성민원에 대한 공무원 보호조치를 즉각 시행하고 재발방지 대책과 안전한 근무환경을 구축하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반복되는 민원인의 폭언과 폭력 근절을 위해 공무상재해 인정과 정신적 피해 보상, 가해자 및 동종범죄 전과자의 시청 접근금지, 악성민원에 대한 법적 대응 위한 신속 대응팀 개설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주시의 발 빠른 대책강구와 모든 사람은 고귀하다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무원 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주낙영 시장도 강력 대응 의지를 밝혔다. 주 시장은 직원 게시판을 통해 “가해자는 우리 직원에게 뺨과 머리를 수차례 가격하는 폭력을 행사했고 이후에도 사무실 집기를 내던지고 고성과 폭언을 일삼았다”면서 “더욱이 시장을 만나서 혼내주겠다는 적반하장식의 협박까지 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까지 가해자는 피해 당사자에게 사과도 없었다. 애기치 못한 불상사에 많은 직원들이 공직자로서의 무기력함과 허탈감을 느꼈을 거라 생각된다. 화가 많이 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구도 정당하게 공무를 수행하는 직원에게 폭언과 폭행할 권리는 없다.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이번 공무원 폭행이라는 중대한 범죄행위에 대해 고발조치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며 관계기관에게는 철저한 수사와 함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주 시장은 재발 방지를 위한 조례 제정과 재정 지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주 시장은 “민원업무담당 공무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직원들의 정신적·신체적 피해 치유를 지원하고 1월 중 ‘웨어러블 캠’을 구입해 배부하겠다”면서 “다시는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가해자 A 씨는 공무원 폭행 사건과 관련해 지난 29일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현수막 거치와 관련해 잘못을 지적하는데 이를 대하는 무성의와 형편없는 말투에 화가 났었다”면서 “개인적 민원을 해결하려던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행과 폭언에 관해서는 변명의 여지없이 잘못했다. 피해자를 찾아가 사과하겠다. 또한 죄 값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원자력진흥위원회 회의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원전부지 내 저장시설에 임시 보관하는 안을 의결하자 경주시의회와 경주시민, 원전 소재 지자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7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제10회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관리 기본계획 등을 확정했다. 이 기본계획에는 최종 처리시설 확보 전까지 고준위 방폐물을 원전부지 내 계속 보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7일 고준위방폐물관리 기본계획안을 행정예고 한 지 20일 만에 확정됐다. 하지만 경주시민을 비롯해 원전이 소재한 지자체들은 의견수렴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주시의회는 지난 28일 정부의 이번 기본계획 확정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강력히 규탄했다. 서호대 경주시의회 의장은 이날 “특별법 제32조는 원전 소재 지역주민들이 가장 첨예하게 보고 있는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의 설치문제를 사업자인 한수원이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게 규정했다”며 “그 운영기한마저 명시하거나 제한하지 않아 최종처분에 대한 대책은 내버린 채 원전부지 내 저장이라는 임시방편의 길만 열어주는 법으로 이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간저장과 영구처분시설 부지선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 특별법안은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무기한 보관할 수 있게 했다”며 “주민의 수용성이나 합리적인 보상방안 및 지원대책 없이 지역주민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는 특별법에 대해 경주시의회는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비판했다. 이에 서 의장은 “경주시의회는 이 특별법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에 관한 특별법’으로 판단하고, 특별법의 독소조항 제32조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또 지난 9월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대표로 한 24명의 국회의원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동 발의한 것을 두고 “원전소재 주민들의 의견수렴도 없이 특별법을 발의 및 찬성한 국회의원들에게 강력한 유감과 항의를 표하며, 경주시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27일엔 경주시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가 이번 기본계획 확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원전소재 지역주민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인 정책발표 두고 경주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특히 특별법안에 원전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에 대해 명시해 고준위 방폐물 보관 장기화 문제가 불가피하게 돼 더욱 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2016년 정부의 고준위 핵폐기물 반출 약속 미이행에도 불구하고 추가 맥스터 건설까지 양보한 경주시민들을 기만한데 대한 공식 사과와 지금까지의 보관료를 포함한 합당한 보상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당시 약속 미이행에 따른 중·저준위 방폐물 반입 즉각 중단, 중·저준위 방폐물 저장을 위한 2단계 공사 즉각 중단 등을 촉구했다. 또 같은 날 경북도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심의·의결 추진에 반대하는 공동건의서에 서명했다. 공동건의서는 원전소재 광역시·도 행정협의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키로 한 것으로, 이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광역시·도 행정협의회는 경북, 울산, 부산, 전남 등 4개 시도가 참여해 원자력발전소로 인해 발생하는 주요 현안문제에 대해 공동대처와 협력을 위해 만들어진 협의체다. 공동건의서에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전면 재검토 △원전부지 내 저장시설 설치·운영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선정에 준하는 법제화 요청 △원전부지 내 저장시설의 구체적 운영계획을 기본계획에 포함 △원전소재 지역에 투명한 정보공개와 의견수렴 방안 마련 등이 포함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주민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인 절차로 추진돼 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처리 강행을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지금이라도 주민 의견수렴 등을 통해 기본계획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주시도 기장군·울주군·울진군·영광군 등 5개 시·군 원전소재 지방자치단체행정협의회와 이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과 관련해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기본계획안과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원전 소재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립한 것에 대해 전면철회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도시 경주에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경주 엘크루 헤리파크’가 성황리에 견본주택을 오픈하고 분양을 시작한다. ‘경주 엘크루 헤리파크’는 지하 2층, 지상10층~14층 6개동 규모로 아파트 337세대 (59㎡, 84㎡)와 오피스텔 39실(37㎡, 47㎡)로 전세대 실속위주의 중소형 평면 총 376세대 규모..
경주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새해를 알리는 신라대종공원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취소했다. 타종행사는 지난해도 코로나19로 취소됐었다. 경주시는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올해는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주낙영 ..
경주시가 오는 29일 영유아 1인당 보육재난지원금 30만원을 지급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제대로 된 보육 혜택을 받지 못한 영유아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시는 이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추경예산에 21억5700만원을 편성했다.지원대상은 올해 9월 1일 기준 경주시에 주소를 둔 ‘양육수당을 지원받는 영유아’, ‘만0..
I am sailing. We are sailing. 화사한 햇살, 잔잔한 물결 위 반짝이는 물거품들이 우리의 빛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처럼 수없이 생겨났다 사라진다. 그 물방울들을 보석으로 표현했다. 배는 안전한 항구에 정박해 있지 않는다. 때로는 무서운 태풍과 파도를 만나기도 하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 하늘에 별빛들이 갈 길을 알려주기도 한다. 자연에 순응하며 감사하며 또다시 항해한다. I am sailing. We are sailing.
올 한해도 코로나19로 인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반복 시행으로 연말을 맞은 시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각 업종전반에 어려움이 쌓여 한계에 달했다는 우려가 넘치고 있는 가운데 어려울 때일수록 함께 정을 나누는 연말연시를 기대한다.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꺼이 동참했던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의 아낌없는 봉사활동이 지금의 경주를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경주지역에서는 어렵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사랑을 나눈 이들이 적지 않아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지 2년이 지난 올해 말에는 사정이 더 여의치가 않다. 근근이 버티던 지역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은 빚을 내어 빚을 갚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시민들의 서로 간에 위로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1일 경주역 광장에 ‘희망 2022 나눔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다. 목표금액은 6억원으로 시민들의 성금이 쌓일 때마다 온도가 올라간다. 경주는 지난해 ‘희망 2021 나눔캠페인’에서 코로나19의 시민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당초 목표액을 훨씬 상회하는 8억원 가량의 성금을 내는 나눔을 실천했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에 올해도 6억원을 목표로 정했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지난해 못지않은 성금이 모여 목표달성을 이룰 것으로 보여진다. 경주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든 개인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에 20명이 넘게 가입해 부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원이상 기부 또는 5년간 매년 2000만원을 기부하는 회원에게 주어지는 명칭으로 경주에는 회원 중에 부자(父子), 부부가 각각 회원으로 가입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경주는 매년 기관, 기업, 시민사회단체, 개인 등의 이름으로 희망 나눔 캠페인에 성금을 쾌척하는 것은 물론 연중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필요한 곳곳에 봉사가 넘치는 곳이다. 또 매년 경주시 장학회에도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장학금을 기부하는 시민들도 많아 지역사회를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로 2년여 동안 경주시민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힘들 때일수록 우리주위에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 관심을 갖고 따뜻한 손길을 나눈다면 지금의 난관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들이 재증명서 발급 등 각종 행정서류를 적재적소에 발급 받을 수 있는 무인민원발급기 설치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경주시의회 이락우 의원은 최근 시정질문에서 “경주시 무인민원발급기 설치는 모두 17개소로 도내 다른 지자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확대 설치를 주문한 것은 당연한 처사라 사료된다. 이 의원은 설치장소도 관공서 외 동국대경주병원, 한수원, 세무서, 경주법원, 소상공인센터 5개소밖에 되지 않으며 현재 설치된 대부분의 무인민원발급기는 관공서 내부에 위치해 업무시간 외에는 사용하지 못하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까지 방문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앞으로 무인민원발급기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적재적소에 365일 24시간 재증명 발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시에는 시청민원실에 2개를 비롯해 2013년 3월 안강읍과 외동읍행정복지센터에 무인민원발급기 설치를 시작으로 주요 관공서와 병원 등에 모두 17개소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무인민원발급기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건물 내부에 설치돼 있어 업무가 끝나 문을 닫으면 이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주낙영 시장도 “무인민원발급기 설치장소는 보안장비를 갖춘 관공서 청사 내부 설치가 원칙이지만 설치기관의 관리가 용이하고 보안장비를 갖춘다면 청사 외부 및 다양한 공공시설 등의 설치가 가능하다. 유동인구가 많거나 관공서와 먼 이용자들의 접근성 및 편의성 등을 적절히 고려해 금융기관, 대형병원, 대형마트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설치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주 시장의 적극적인 검토와 추진을 기대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쇼핑몰이나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에 설치하고 운영 시간도 시설 마감시간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또 시설 외부에 설치해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인민원발급기를 시청청사나 행정복지센터 내에 설치한다면 공무원들은 민원발급 업무가 줄어들어 수월할 수도 있겠지만 시민들의 편리함을 위한 조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하겠다. 무인민원발급기의 운영 취지는 시민들이 최대한 편리하게 필요한 서류를 적시에 발급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일 게다. 경주시는 시민들에게 질 높은 행정서비스 제공하는 차원에서 무인민원발급기가 필요한 지역을 잘 분석해 확대 설치하길 바란다.
세계적인 공황과 세계대전을 겪으며 인류는 성장해 왔다.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유례없는 대사건으로 전 인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세계 3차대전을 겪고 있다. WHO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에 백신만이 유일한 답이 아니고 물리적인 거리 두기와 마스크 등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는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어떤 교훈을 배우고 있을까? 도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농민, 상공인, 교육자, 공무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통해 성장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도시는 과밀화로 인해 여러 가지 유형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장티푸스와 콜레라, 홍역 등 수많은 질병이 밀집된 인간과 인간 사이를 파고들면서 전파되거나 소멸했다. 사람이 많은 도시일수록 이들 바이러스들은 더 빨리 더 넓게 전파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역시 60% 이상이 인구가 과밀한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다. 끔찍한 것은 이런 바이러스로 인한 죽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존엄한 죽음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망자는 의료폐기물처럼 취급되고 있다. 감염방지를 위해 즉시 격리되고 가족들과는 작별의 시간을 나눌 수 없이 화장터로 직행한다. 바이러스의 재앙이자 과밀화된 도시의 재앙이라 할 수 있다. 비단 바이러스 뿐일까? 집값과 거주비용의 상승, 교통체증, 환경오염, 각종 범죄 등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피할 수 없는 재앙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숙명처럼 도시 속에 살아야 할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좀 더 만족스럽고 지혜롭게 살 수 있을까?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은 서구 물질문명이 그 누구에게도 안전한 삶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고 생각해 인류 최고의 도시인 뉴욕을 떠나 버몬트 숲속에서 살았다. 그들은 뉴욕이라는 초거대도시와는 떨어져서 자연 속에서 스무 해의 삶을 살면서 서로 돕고 기대며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삶을 통해 만족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그들이 남긴 ‘조화로운 삶(good life)’에 기록한 요체는 노년에 노동 4시간, 지적 활동 4시간, 친교 활동 4시간이었다. 그들은 평생 이 원칙을 실천한 끝에 건강하게 생을 마감했다. 따지고 보면 문명의 발달은 그 두 사람보다 훨씬 쉽게 더 조화롭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뒷받침하게 되었다. 그 문명이란 바로 첨단화된 정보통신과 교통수단이다. 그리고 우리 경주는 조화로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최적의 도시다. 도시라고는 하지만 서울 같은 현란하고 복잡한 도시가 아닌 평온하고 안정된 도시다. 그러면서도 온갖 생활편의가 만족할 수준으로 갖추어져 있다. 4시간의 개념을 놓고 보았을 때 노동을 위해서나 지적 활동, 친교활동을 위해서도 안성맞춤인 도시다. 덤으로 서울과의 시간적 거리도 짧아졌다. KTX를 타면 2시간 10분 정도 서울 시내 진입이 가능하고 SRT를 타면 강남 수서역까지 2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수도권은 1시간 30분, 이웃 대도시인 동대구는 16분, 부산은 28분대로 아주 가까워졌다. 이런 점에서 경주를 또 다른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관광객들이 경주로 몰려오고 있다. 비단 관광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경주는 도시 과밀화에 따른 각종 재앙들에서 일시적으로 또는 영구적으로 탈출할 수 있는 좋은 피난처이자 조화로운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는 많은 여건을 갖추었다. 사방 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풍광과 그 산과 인접한 바다에서 생산되는 풍요로운 먹거리, 오랜 역사 속에서 발현된 다채로운 문화자산 등은 다른 도시에서 찾을 수 없는 보석 같은 여건이다. 어떤 면에서는 역사유적을 지키기 위해 도시 과밀화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었던 것이 팬데믹 시대에는 오히려 행운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 경주가 한층 더 좋은 도시로 다가온다. 코로나 팬데믹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방으로 흩어져야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을 알리는 서막일지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산과 들 강과 바다가 있는 적절히 도시화된 경주야말로 최고로 조화로운 삶이 보장된 곳이다.
4년 전, 교육차 인천에 간 적이 있다. 3박 4일 예정이었지만 현지에서 호텔을 정할 생각으로 예약을 하지 않았다. 1일 차 교육을 마치고 호텔 안내 데스크에서 놀라운 상황에 직면했다. 현장 결재는 할인이 없고,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면 할인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호텔로비에서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할인받은 금액으로 투숙하였다. 현장이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보다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경험한 것이다. 다시 2021년 12월, 코로나 사태가 전 지구가 디지털화를 가속하고 있다. 금융업이 모바일화되면서 전국의 은행지점이 사라지는 것을 필두로 대부분의 작업이 모바일 앱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어가고 있다. 또한 현장에 가더라도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키오스크라는 무인 주문 기계가 기다리고 있다. 모바일과 키오스크는 안내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키오스크 앞에 서서 음식 주문을 할 때 당황하는 연령층들이 많다. 사실 이것은 완전히 낯설거나 이질적이지는 않다. 키오스크가 폭발적으로 도입되기 이전에도 우리는 이런 시스템에 점차 익숙해져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커피자판기가 아마 그 시작점이 아닐까 한다. 2010년대에는 주로 공공기관들에서 도입해서 사용을 했는데 학교 자판기, 지하철의 무인 교통 카드 판매와 충전기와 관공서의 무인 민원 발급기, 은행의 ATM기기 등이다. 또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시도되었고 정착된 Self 주유소도 그 일환이다. 필자는 셀프주유소 무인주유기에는 손도 못 대서 유인 주유소로 찾아가곤 했고 올해부터는 겨우 익숙해져 가고 있다. 아마 노인 세대에 가까우므로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점차 익숙해져 가는 것도 적응하기 어려운데 대면을 꺼리는 코로나 시대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요구한다. 하소연할 때도 없이 모바일과 키오스크가 점령을 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노인층이 가진 어려움 중 하나가 실질 문맹이다. 여전히 문해력이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문맹까지 가세해서 노인층 뿐만 아니라 장년층까지 겪는 어려움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사실 문해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디지털 문맹을 극복하기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의 인터넷의 이용률은 2016년 25.9%에서 2020년 40.3%로 높아졌다고 한다. 여기에서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실제적인 온라인 주문과 서류등록 등이 원활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카카오톡 등 단순 메신저 사용이나 유튜브나 단순 인터넷 검색 정도로 봐야 할 것이다. 반대로 여전히 60%에 가까운 사람들은 인터넷과는 거리가 멀다는 긍정적이지 않은 수치도 읽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주시 평생학습 가족관에 강좌를 듣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우선 접수를 해야 한다. 평생학습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학습권을 인정하지만 실제로는 소외되거나 경력이 단절된 쪽이 우선 배려를 받아야 하는 학습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자녀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등록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들이 매우 많다. 결국, 혼자, 빠르게 접속할 수 있거나,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 디지털 시대의 비대면 교육이 능한 사람들이 독점하는 과학기술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한 이유로 디지털 리터러시, 즉 디지털 문해력에 대한 강좌가 많이 생기고 있다. 디지털화되면서 용어 대부분이 영어화 되어서 더욱 어렵다. 키오스크, 디지털 리터러시, 앱, 유튜브, 스마트 홈, AR, VR, 메타버스 등 생소한 용어들이 일반용어로 탈바꿈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화, 용어의 영어화, 비대면으로 인간끼리의 대면이 최소화 되는 시점에서 디지털 문맹 속에 또 다른 재앙을 맞는 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코로나 방역이 사실 시급한 문제이다. 이 사태의 큰 물줄기가 흐르고 나면 완전히 변할 새로운 세상에 대해 예측은 하면서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로 인한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말 그대로 재앙이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를 해야 한다.
가양대교 신용목 얼음과 수증기 사이에 있다고 말하면, 꼭 겨울 빙판과 여름 구름 사이에서 물은 봄과 가을 같지만 봄과 가을만 흘러가는 계절 같지만 달빛 안장 위의 밤 어느 것이 쉬울까, 바다에 빠진 웅덩이를 찾는 일과 웅덩이 속에서 바다를 찾는 일 강에서 눈사람을 부르는 일과 구름을 꺼내는 일 가양대교 위에서 어둠과 물을 구별하는 일 아니, 우리가 물주머니 같은 거라면 물풍선처럼 웃음을 터트리는 공원에서 나무가 잎을 피우고 짙어지고 또 잎을 떨구는 일은 꼭 흘러가는 일 같다 바람갈퀴를 흩날리며 달려가는 나무를 별빛의 채찍질로 후려치는 일은 꼭 사라지는 일 같다 어느 것이 맞을까, 다리를 걸으며 밤을 건넌다는 것과 밤을 걸으며 다리를 건넌다는 것 어느 것이 꿈일까, 나는 물의 눈동자가 제 깊이 속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밤과 어둠이 서로를 바꾸고 사람과 사랑이 서로를 잃어버리는 바다를 보았다 어느 것이 틀릴까, 나는 봄과 가을이 나란히 흰 말과 검은 말을 타고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불가분不可分과 불가지不可知의 세계에 대하여 신용목은 참 좋은 서정 시인이다. “나는 그들이 통증처럼 뱉어내는 새떼를 보았다 먼 허공에 부러진 촉 끝처럼 박혀 있었다”(「갈대 등본」)의 새떼 묘사는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가. “대가 자랐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에서 바람의 이빨자국을 보는 것도 그렇지만, 세월에서 단단한 걸 건져내는 웅숭한 시선을 보라. “내가 가장 훔치고 싶은 재주는 어둠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저녁의 오래된 기술”(「공터에서 먼 창」) 같은 문장도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가 올 가을에 낸 시집『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의 시세계는 한층 느긋하고 유연하고 원숙해졌다. 이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우리를 후려친다. 인용시 「가양대교」는 다리를 걷는 경험 하나로 깊이를 이끌어내는 가편이다. 1〜4연까지의 구절은 오로지 5연 “가양대교 위에서 어둠과 물을 구별하는 일”을 위해 쓰여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말들이 불필요한 건 아니다. 예컨대 3연 “달빛 안장 위의 밤”은 끝연 “봄과 가을이 나란히 흰 말과 검은 말을 타고 달려가는 것”에 대응된다. 당연히 흰말은 여름을 검은 말은 겨울을 상징한다. 요지는 이런 것이다. 밤의 가양대교 위에서 어둠과 물은 구별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다리를 걸으며 밤을 건넌다는 것과 밤을 걸으며 다리를 건넌다는 것”도 어느 것이 맞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바다에 빠진 웅덩이를 찾는 일과 웅덩이 속에서 바다를 찾는 일”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 그건 결국 “밤과 어둠이 서로를 바꾸고 사람과 사랑이 서로를 잃어버리는 바다”에 이르게 되는 것이기에. 주의할 것은 ‘사람과 사람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랑이’이다. 그렇다. 이건 이렇고 자건 저렇다라는 인식, 분별지分別智만큼 어리석은 것이 어디 있으랴.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제 열 개를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그 열 개의 끝에는 문지기처럼 사랑이 서 있다는 것” 놀랍지 않은가. 쉽게 판단을 내릴 일이 아니다. “비는 떨어질 때만 존재한다”는 말도 그런 의미다.
이제 암곡(暗谷)과 황룡골(黃龍谷)로 발길을 옮긴다. 암곡은 원래 깊은 골짜기에 있는 마을이라 어두웠으므로 ‘암곡’ 혹은 ‘암실’이라 하였다. 또 왕산(王山)이라는 산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왕산’이라 하고 경주 사람들은 ‘왕새이’라고도 하였다. 필자에게는 과거 이 골짜기를 찾는 것이 고행의 길이었다. 중학생 시절 몇 차례 나무를 하러 다닌 곳이다. 집에서는 족히 40-50리나 되는 길이었다. 새벽 4시경 출발하여 나뭇짐을 지고 집에 도착하면 저녁 9시경이 되었다. 황룡은 문무왕이 왜구들이 자주 출몰하여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므로 동해안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이곳을 지나면서 절경을 이루는 황색 단풍과 함께 산세가 용의 머리 형상을 하고 있어 황룡이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이 골짜기에 황룡사(구황동의 황룡사와는 다른 절)가 있어 ‘황룡이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50년 전 필자는 재 너머 지역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8년여 거쳐 지나던 곳이다. 당시 경주 감포 간 도로는 비포장이었다. 에어컨이 없던 때라 여름이면 창문을 열고 뽀얀 먼지를 그냥 들이킬 수 밖에 없었다. 이시형 에세이 ‘어른답게 삽시다’에 의하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감정이 부착된 기억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오래 남는다고 한다. 그런데 기억은 우리가 저장해 놓은 것을 그대로 두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새롭게 편집을 한다. 나쁜 감정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좋은 쪽으로 왜곡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를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려는 것이 뇌의 본능적인 작용이기 때문이다. 정신 분석에서는 뇌의 이런 성질을 쾌락주의 원칙(Pleasure Principle)이라 한다. 헐벗고 굶주리던 그 시절이 비참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은 것이 바로 이 원칙 때문일까? 당시에는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없었는데 지금 당시의 추억을 더듬으면 기억 저편에서 무지개가 떠오른다. 덕동과 황룡골을 찾으려면 먼저 보문단지를 지나야 한다. 보문호는 1952년에 착공하여 1963년 준공하였다. 필자가 어린 시절이었다. “남포 터졌나?” 정오가 되면 정확하게 보문저수지 공사장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렸는데 남포란 다이너마이트를 가리킨다. 일반 가정에는 대부분 시계가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날이 맑으면 그림자로 시간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지만 흐린 날은 시간을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이 폭파음이 점심시간 신호탄이 되었던 것이다. 이후에는 소방서인지 경찰서였던지 정오에 사이렌을 울려 시각을 알려주었다. 덕동호는 1975년 완공되었다. 얼핏 보아서는 보문호가 훨씬 커 보이나 실제 저수량은 덕동호가 보문호의 3배에 이른다. 이 덕동호가 완공되기 전 3년 동안 버스를 타고 비포장의 이 도로를 따라 출퇴근을 했었다. 덕동호에 물을 담기 이전 도로는 지금보다 훨씬 골짜기 아래를 지나고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바뀌는 창밖의 풍경에 취해 1시간 여의 출퇴근 시간이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었다. 관해동 고개 마루로 오르면 지역 주민들이 차창 밖으로 복분자 등을 팔기도 했다. 지금도 경감로를 지나면 당시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최근 퇴임을 한 교직 후배들과 매주 산을 찾는다. 한 달여 전에는 황룡골인 추령에서 불령봉표와 용연폭포를 거쳐 기림사를 다녀왔다. 또 수 주 전에는 암곡에서 동대봉산을 너머 시부거리로 내려왔다. 처음에는 임도를 따라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으나 산사태로 임도가 끊어진 부분부터는 길이 명확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특히 낙엽이 무릎까지 차올라 걷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어디가 길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수차례 넘어지기도 했다. 낭떠러지를 지날 때는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했다. 이제부터 고선사지, 무장사지, 황룡사지를 둘러보고 모차골을 지나 용연폭포를 거쳐 기림사, 골굴사, 감은사지, 이견대, 대왕암에 이르기까지 옛 신라인들의 자취를 더듬어 볼 것이다.
화가 난다. 먼 나라 남의 일이지만 괜히 화가 난다. 미국의 한 억만장자가 대학교 기숙사 설계에 돈을 기부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기숙사 침실에 창문이 없다고 한다. 연예인 강호동 버전으로, 이게 머선 일이고? 올해 10월 산타 바버라 소재 캘리포니아대(UC Santa Barbara)에서 승인된 새로운 기숙사 디자인이 나왔다. ‘멍거 홀(Munger Hall)’이라는 이름의 이 기숙사는 자그마치 4500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입주할 수 있는 11층짜리 초대형 기숙사라고 한다. 건물에 사람 이름이 붙어 있으니 기부자가 분명한데 과연 그는 누구인가?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투자회사인 벅셔 해서웨이의 부회장이자 그의 오랜 친구인 찰리 멍거(Charlie Munger)다. 세계 최고 갑부 중 한 명인 워런 버핏은 알다시피 투자의 귀재라는 별명의 미국 기업인이자 투자가다. 97세인 그가 기부한 돈이 무려 2356억 원이란다. 두 숫자 모두 놀랍다. 그런 그가 엄청난 돈을 기부하면서 유일한 조건을 걸었다. 바로 ‘창문은 절대 안 돼(No Window)!’란다. 아무리 아마추어 건축가라지만, 현장에서 정규 교육을 받거나 경험을 축적한 적도 없다고는 하지만, 무슨 억화심정이 있어 눈앞에 활짝 펼쳐진 태평양 해변을 기어코 막으려는 건지 알 수 없다. 건축물은 주변의 경관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굳이 천혜의 자연조건을 없애가면서까지 유지하고 싶은 그의 철학(똥고집?)은 무엇일까? 그의 2356억 원짜리 이유가 걸작이다. “기숙사 방이 작고 창문이 없으면 학생들이 공용 구역으로 나올 것이며, 그러다 보면 다른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학생들의 반응은 이렇다. “이게 말이 돼?”, “죄 없는 나한테 감옥이라니!”, “이거 법적으로는 문제없는 거지?” 공간 실용성과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는 구글(Google)이나 애플(Apple) 같은 글로벌 IT기업이 주도하는 트렌드다. 일터의 형식과 공간을 무너뜨리고 기존에 없던 공간 분화를 통해 일터이며 동시에 놀이터이자 새로운 제품을 키워가는 창조 공간으로 만들려는 시도다. 그런데 기업의 창조적 파괴에 대학 기숙사도 보조를 맞추어야 할 당위성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유리창을 꽁꽁 막아야만 다양한 전공과 관심 분야의 학생들이 어울리는 건 좀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목적과 그것에 이르는 수단 내지 방법을 다시 한번 환기해 봐야 한다. 유리창이 없어야만 밖으로 나온다는 발상 자체가 ‘햇빛의 결핍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볕 잘 들고 파도 소리 들리는 기숙사 방에 모여 수다 떨고 맥주잔 기울이다 보면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수단이 목적을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건축비 절감이나 투신자살을 방지하겠다”는 기부자의 논리도 궁색해 보인다. 가령 수영장 회원들은 오늘도 소독약 냄새나는, 온갖 먼지와 땀, 심지어 누군가의 실례(!)가 섞인 수영장 물을 기꺼이 마신다. 기꺼이는 좀 과장이고 삼키는 경우가 없지 않다. 눈과 피부를 자극하고 구토나 장염의 위험을 안고서도 물어서 안 나오는 이유는 선명하다. 그냥 수영이 좋아서다. 수영하고 나서의 그 개운함이 좋고 오늘도 뭔가 열심히 살았다는 그 뿌듯함이 좋아서 수영한다. 부정적인 몇 가지 이유로 웬만해서는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태도를 이길 수 없다. 어마어마한 돈을 기부해놓고서는 건축비 절감이란 명분은 좀 아니다. 한편, 내가 좋은 취지에서 기부했으니 너희들은 무조건 내 조건을 따르라! 는 발상도 좀 멋지지 않다. 상식과 지혜를 가진 지성인을 배출하는 대학에서 어째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기부자는 기숙사 말고 실험실을 꾸미려는 건 아닌지 싶다. 우리가 다 아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문이 활짝 열린 실험실에서 전기충격을 가하면 보통 개는 바로 도망간다. 당연하다. 하지만 출구 없는 곳에서 전기 충격에 오래 노출된 개는 문이 열린 공간에서 다시 실험을 해도 도망은커녕 그냥 끙끙대며 고문을 당하고 있더란다. 실험으로 얻은 교훈은 ‘무기력은 학습된다’는 사실이다. 창 없는 방에서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지속적이고 예외 없이 유리창 없는 기숙사에 있다 보면 누구라도 그 불쌍한 개가 될 수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자유는 우리를 둘러싼 공간의 그것에 영향을 받는다.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자란 아이가 성냥갑 아파트에서 자란 아이보다 정서적으로 더 풍요롭다.